우리가 쓴 것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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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에게 선택받았던 『82년생 김지영』, 『사하맨션』 등의 소설 작가. 조남주 소설집이라 묻지도 않고 펼친 작품이다. 8개의 작품을 양장본으로 만나본다.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 청소년의 이야기, 노년의 이야기까지 다양한 우리들의 이야기들을 만난 시간. 작품 하나를 만날 때마다 긴 여운이 남았고, 작품들마다 사유들을 책의 페이지마다 남기면서 읽게 만들었다. 다시 이야기하는 작품이면서 다르게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이었다.

10대 자녀들의 이야기지만 가볍지가 않았다. 『첫사랑 2020』이라는 소설이 그러하다. 풋풋한 첫사랑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는 아버지의 사업과 어머니의 내색하지 않는 몸부림은 고스란히 10대 자녀의 첫사랑에도 영향을 크게 주고 있었다. 드러나지 않는 피해, 피할 수 없이 고스란히 인정해야 하는 상황들이 10대 자녀의 첫사랑의 눈물에서도 만나게 된다. 한국 학원가들의 틈새 영업전략까지도 작품은 놓치지 않는다. 이 시대의 기록물인 소설. 이 시대의 10대 자녀들의 사랑도 작품 덕분에 더 알아가면서 이해할 수 있었다.

"엄마, 업데이트 좀 해." 이 목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던 소설 『여자아이는 자라서』 고등학생 자녀들에 대해서도 알아가는 소설이 된다. 학폭위.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 상식적이고 이성적으로 판단할 줄 알고 ... 정의감, 측은지심, 희생정신도 있다. 그런데 자녀의 일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 (280쪽) 학력과 진학할 학교의 경쟁 앞에서는 무너지는, 괴물이 되는 학부모들의 모습이 작품 속에서도 여러 번 등장하고 있다. 자녀의 실체를 부정하고 덮으려고 하는 폭력성들을 작가는 조명해 주고 있다. 청소년들의 연애와 사랑의 진짜 모습을 작품은 놓치지 않고 있는 작품이다. 진짜 어른이라면 업데이트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 작품의 딸의 외침에 번쩍 눈이 띄었던 작품이다. 왜곡되고 있는 것은 없는지 다시 돌아보게 하는 멋진 작품이다.

계속 '언젠가'에 머물렀다. 아직 학생이다가, 돈이 없다가, 아이가 생겼다가, 아이가 어렸다가, 모든 문제가 해결된 후에는 시간이 없었다. (198쪽) 『오로라의 밤』 작품은 많은 생각거리들을 던진다. 이 문장이 그러하다. 하지만 작품 속의 젊은 여행객 무리들의 선택은 현명해 보였고, 60대인 과부 며느리와 80대인 과부 시어머니와의 오로라 여행길은 의미가 상당히 깊은 장면이 된다. 특히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진솔하게 대화하는 여러 장면들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며느리가 대학원 다닌다고 싫어했던 것을 후회한다는 시어머니의 대화, 아들의 존재 유무에 따른 두 여인의 관계, 두 여인의 소원들도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서는 장면이었다. 딸의 임신 소식에 친정어머니가 떠올리는 것들을 다시금 하나씩 주워모으게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현남 오빠에게』 작품도 강열하다. 존중받지 못하는, 무능하게 만들고, 무시하며, 소심하게 만들어진 자신을 깨닫고 이제라도 깨어나는 여자의 이야기. 마지막 문장의 시원한 한방도 멋지게 기억된 작품이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친정어머니가 많이 떠올랐다. 깨어날지, 계속 갇혀있을지는 스스로에게 주어진 인생이다. 이 작품은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며, 탈출구가 될 작품이다. 유능한 여성도 바보로 만들 수 있는 현남 오빠들이 이 시대에도 있음을 다시금 떠올려보게 한 작품이다.

『미스 김은 알고 있다』 작품은 이름없는 미스 김에 대해 여러가지를 질문한다. 유능하지만 고졸 여성, 장기근무자이지만 낮은 연봉, 회사에 없으면 안 되는 업무들을 다 처리했던 미스 김. 그녀의 이름은 어디에서 부유하며, 직급과 연봉은 왜 애매하게 흐릿해졌을까. 사회가 미스 김으로 호명하였던 그녀들을 떠올리게 한다.

아버지 없이도 남은 가족들은 잘 살고 있다. 아버지도 가족을 떠나 잘 살고 있는 듯하다. (116쪽) 『가출』이라는 작품은 새롭게 질문하는 작품이었다. '자기 일'이라면서 구획된 아버지의 일과 어머니의 일. 경계선의 넘나드는 일은 허용되지 않았고 저마다 버거움을 어깨에 올려놓았던 아버지의 탈출구가 가출로써 조명이 된다.

가족이라는 공동체에서 일어나는 폭력들. 아버지의 폭력. 오빠의 폭력. 오빠는 내 머리채를 붙잡아 끌고 들어가기도 했다. (67쪽) 가족의 균열과 상처, 폭력들을 매만지고 치유하고자 노력하는 몸짓을 오기라는 작품을 통해서 만나게 된다. 피해자가 숨고 감추는 모순의 연속을 멈추고자 하는 움직임이 되는 작품이다.

다 늙어서 개명하는 할머니의 이름. 여자아이의 이름을 무책임하게 작명한 세대가 조명된다. 살아있다는 것의 의미조차 무색할 만큼 아들의 존재에 묻혀서 노동의 가치로서만, 딱 그만큼만 가치로 인정받았던 여자아이들의 이름들. 그들이 할머니가 되었다. 그 이름을 끌어안고 살아간 세월들이 조명된다. 노년의 시간들이 이야기되면서 간병비, 요양원을 찾아오는 가족들의 시간들과 연명치료를 대하는 가족들의 이유까지도 매만지고 있다. 어떻게 사는 게 의미 있는 걸까요? (42쪽) 누구나 질문하면서 선택해야 하는 질문들 중의 하나이다. 이 작품에서도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우리들에게. 모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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