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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원했던 것들
에밀리 기핀 지음, 문세원 옮김 / 미래지향 / 2021년 3월
평점 :
영미소설이라 이야기 시작부터가 짐작한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었던 소설이다. 엘리트 사립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SNS 스캔들이 사건을 크게 흔들어 놓기 시작한다. 기부와 자선행사들이 열거되는데 이 모든 것이 누구를 위한 자선인지 되묻는 질문도 소설에서 만나게 된다. 입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요구되는 봉사활동은 순수한 의도가 얼마나 짙게 깔려지는지 다시금 되묻게 하는 활동이기도 하다.
잘못된 걸 바로잡거라.
중요한 건 사람이다.
미안하다고 말하기에 늦은 시점이란 없다는 걸 기억하렴. 460
이 소설은 사회가 가지고 있는 깊은 폐부를 하나씩 들추고 있는 소설이기도 하다. 인종차별적인 언행, 계급사회의 짙은 음영들이 들추어지는 소설이기도 하다. 친구인 동료가 이직을 하지 않고 오랜 세월을 회사를 위해 일했는데 회사를 매각하는 과정에 본심을 고스란히 보이며 외면하는 사례도 등장한다. 회사를 매각하면서 사람이 갑자기 변해가는 것을 가까운 지인들이 많이 느끼고 있었다는 것을 소설은 전한다. 권력욕이 경제적 부를 가져왔다고 작품은 전한다. 서서히 변하는 부자 백인 남성의 사고방식이 개인을 흔드는 수준을 넘어선다. 가족들에게까지 위협이 느껴지는 것을 이 소설을 통해서도 목도하게 된다. 자녀에게도 문제없이 보여주는 모습에 놀라워하는 아내는 갑자기 멈추기 시작한다. 자신의 시간들을 돌아보면서 자기다운 모습, 진정한 삶의 의미를 질문하며 용기를 내기 시작한다.
베트남 전쟁에 대한 반전 시위. 반 트럼프적 성향. 보수 인사들을 불편하게 하였다. 83
의붓아버지와 의붓어머니 그리고 의붓형제자매들, 그로 인한 싸움과 상처들 66
존중의 결핍 406쪽
그녀는 남편을 떠올리기 시작한다. 남편이 그녀를 칭찬하는 것은 오직 외모뿐임을 자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대화를 나눈 시간도 적다는 것도 떠올리기 시작한다. 전화기만 붙들고 있는 남편의 모습을 되돌아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잘못 눌려서 통화음에 들려오는 남편의 전화 통화는 결정적인 의문을 가지게 된다. 그동안 자신이 가져왔던 사회적 인간관계망을 돌아보게 된다. 문득 자기가 찾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지각하기 시작하면서 그녀는 자신의 아들을 더욱 소중하게 기다려주게 된다. 기나긴 시간, 오랜 시간 보낸 손편지가 그녀가 보여준 아들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된다. 긴 시간 아들은 호화로운 부유층 삶을 유지했고 아버지의 영향력을 받아서 쉽고 돌아올 수 있을까 의심도 해보는 세월이 된다. 하지만 아들은 그녀의 노력과 사랑과 믿음과 진심을 보기 시작한다.
핀치에게 여전히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463
미안해. 내가 정말 미안해.... 473
SNS 스캔들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그 진실이 어떻게 결말을 이룰까? 짐작했던 결과가 소설에서도 어김없이 전개된다. 남학생 어머니의 과거 이야기와 여학생의 사건은 중요한 의미가 되면서 진심으로 사죄하고 미안해하는 모습과 용기까지도 끝까지 보여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여학생이 사건의 결과를 지켜보면서 선택하는 것들과 그녀가 입시를 마무리하는 과정까지도 빠르게 전해주지만 여학생이 감당했어야 할 시간들도 떠올려보지 않을 수가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진실이 얼마나 공정하게 평가받는 사회일까? 계급사회는 극명하게 분리되고 있으며, 인종 우월주의도 세월 속에서 희석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부가 가진 어두운 면을 소설은 다루고 있다. 물질만능주의가 가진 위협적인 부분들이 자녀들과 부모들의 모습들을 통해서, 사건을 통해서 투영해 주고 있는 소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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