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에
수잰 레드펀 지음, 김마림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불행도 불운도 우리는 미리 예측하지 못할 때가 많다. 한순간에 벌어지는 일. 그 사건은 그곳에 있었던 사람들에게 많은 것들을 잃게 했다. 그동안에 접했던 재난과 사고 소식들을 떠올리면서 읽었던 소설이다. 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지루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하지만 사고가 일어난 순간부터는 책장이 매끄럽게 잘 넘어가면서 멈출 수가 없었던 이야기이다. ​사람은 자신의 삶이 한순간에 강탈당할 수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른 채 살아간다. (239쪽)

아찔하고도 끔찍한 사고가 눈길에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는 차에서 일어난다. 차가 추락하는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누군가는 가벼운 정도로, 다른 누군가는 심하게 멍이 들고 찢어지는 사고가 일어나면서 혼돈의 상황에 놓인다. 누군가는 죽는 사고이기도 하다. 휴대폰은 연락이 불가능하며 추위와 눈은 이들을 위협적으로 공포감으로 밀어 넣게 되는 순간이 된다. 누군가는 구조를 요청하러 떠나면서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이 전개된다.

구조를 기다리면서 이들이 보이는 모습들은 놀라웠다. 생존의 위협에 처하면 인간이 보이는 본성들을 소설은 여러 인물들을 통해서 보이고 있다. 특히 이모가 물을 마시고자 하는 순간과 구조 당시에 순서를 기다리지 않는 모습에서도 놀라웠다. 생존자들은 구조된다. 그리고 그들이 저마다 자신의 방식으로 사건을 왜곡되게 기억하면서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모습들을 소설은 많이 전해준다. 안타까운 장면들이 많이 등장하면서 떠오르는 재난의 순간들이 더욱 떠오르는 소설이기도 했다. ​하지만 완전히 결백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인간의 추한 본성이 드러났다. (357쪽)

냉정하고 어두운 눈. 증오에 찬 눈. 공격적인 눈빛. 사건의 생존들에게서 보이는 것들은 눈으로 많은 것을 전하고 있다. 장갑과 크래커를 교환하는 장면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 장면이기도 했다. 질문하면서 떠오르는 많은 소설들의 장면들이 중첩되기까지 했다. 인간의 본성은 생존본능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인간의 인간성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인지 질문이 더 많아지는 소설이었다. 명성을 얻기 위해 목발을 짚고 (152쪽)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자신의 선택에 도망치는 사람도 있고 왜곡시키는 사람들도 보여준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누구도 같은 사실을 떠올리지 못한다. 지워지고 흐린 기억들. 그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을 학대하고 고문을 하고 있었다. 같은 사고 현장에 있었지만 그들의 기억들은 달랐다. ​관점만 다른 것이 아니라 일어났던 사실 자체를 다르게 기억해요. (347쪽)

용맹스럽게 구조를 요청하러 떠난 엄마와 카일과 아빠 곁을 지키고 있었던 모. 아빠가 아내에게 아들을 떠올리면서 솔직하게 말하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 장면 중의 하나가 된다. 아빠가 감당해야 했던 것들과 엄마가 보였던 행동들은 하나씩 그녀를 알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오즈는 엄마의 왜곡되고 지나치게 확대된 상이다. (80쪽) 우리는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내면에 숨기고 감추는 것들과 자신의 상처들을 절대로 보여주지 않는 부분들도 있다. 그녀가 그러했다. 그녀가 기억하는 아들의 모습은 너무나도 세밀하고 깊은 애정이 그려졌다. 아들에게는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이었던 것이다. 아빠가 아내에게 솔직하게 감정을 말하는 장면은 아프게 그려지기까지 했다. 부모였기에 감당했을 많은 시간들과 사랑들에 그는 아내 앞에서 솔직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사고가 일어나기 전과 사고가 일어난 후 이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많은 것들을 보여주는 소설이었다. 깊게 들여다보지 않았던 막연한 것들을 이 소설은 많이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오래 기억에 남을 소설이 될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