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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일기 - 코로나19로 봉쇄된 도시의 기록
팡팡 지음, 조유리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2월
평점 :
코로나19와 우한의 봉쇄 소식이 떠오른다. 전 세계가 코로나19를 주시하면서 우한 시민들의 고충들이 하나둘씩 전 세계로 알려지기 시작했었다. 어떤 소식은 경악하기도 하였다. 놀랍고 실망스러운 소식들이 들려올 때면 함께 그들의 감정들을 함께 했었던 시간들이 다시금 떠올랐다. 우연히 <우한일기>책이 출간된 것을 알게 되어 읽었다. 처음 1일차에서부터 봉쇄 62일차까지 읽기까지 힘겨운 감정들이 여러 번 다시금 상기되었다. 기약 없는 전염병과의 전쟁이 그들에게는 도시 봉쇄라는 통제가 시작된 것이다.
후대에 알려야 한다, 우한 사람들이 무슨 일을 겪었는지. 254쪽
가까운 지인들이, 그들의 가족들이 하나둘씩 사라져간다는 것은 끔찍한 소식이 된다. 확진자들의 통계와 완치자들의 통계가 매일 업데이트되지만 그 수치를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느냐는 암담한 현실과도 전쟁을 치러야 하는 것이 그들의 현실이었다. 숨기고자 하는 사람들과 숨겨야 하는 사람들, 지시를 따라야 하는 사람들이 우한 시민들에게 더 큰 재앙을 불러들였던 것이 일기에는 전해진다. 저자는 소설가이다. 그가 기나긴 봉쇄 기간 동안 자신을 공격하고 비난하는 또 다른 사람들과 싸워야 했던 이유들도 일기에는 기록된다. 양회에 대해서도 저자는 자신의 생각들을 솔직하게 적어내려간다. 억척스러운 주장들과도 싸워야 했던 저자의 일기를 만나본 시간이다.
슬픔과 분노와 실망과 좌절들이 묻어난다. 가족의 시신이 비닐에 쌓여서 장례를 치르지도 못하고 향하는 것을 바라보는 가족들의 아픔과 원망들도 충분히 전해진다.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그래서 이 일기는 곧 우리들의 이야기가 된다. 소중한 가족들의 마지막까지도 함께 지켜볼 수 없고 떠나보지도 못했다는 사실이 크게 슬픔으로 밀려온다.
중국에는 아부하는 기자도 많지만, 용감한 기자도 결코 적지 않다. 230쪽
용기 있는 기자들, 사실을 전하는 기자들에 대해서도 언급된다. 검열이 되고 삭제되는 사회 속에서 진실이 얼마나 세상과 소통을 이룰 수 있을까? 그 답답함과 매일 싸워나가는 저자의 일기가 매일 시작된다.
인간의 인내력이란 정말 대단하다. 157쪽
상황이 이 지경인데, 인터넷 검열관들이여, 그래도 전부 삭제하겠는가? 327
우한 시민들의 마음은 모두가 아프다. 가족을 잃은 아픔은 울고불고 하소연하며 풀어야 한다고 저자는 일기에도 적어내려간다. 마음이 아픈 것을 정부가 얼마나 치유해 줄 수 있을까? 간부와 기자, 책임자, 인민들도 관습에 빠진 상태라고 일기에 기록된다. 일을 미뤄두었다가 처리하고 부정적인 소식은 새어나가지 못하게 막았던 것들이 대부분 별다른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을 지적한다. 일기에는 분노와 문제점들이 많이 지적되고 있다. 한순간에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기에는 무리가 있는 사회적인 병폐들이 열거된다. 부패에 관한 보고서를 읽었던 책이 떠오른다. 중국에 대해 보고되는 내용이었기에 이 책의 내용과도 접목이 된다. 저자의 감정이 충분히 짐작되는 내용들이 된다.
'악성 바이러스' 전문가들이 말하길, 이 바이러스는 아주 괴이하고 컨트롤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완치 후에는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바이러스는 더 깊은 곳으로 숨어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다가 당신이 마음을 놓는 순간 갑자기 폭주하는 것이다. 138~139쪽
전염병과 싸웠던 시간들 속에서도 이웃들의 사랑은 싹트고 움직였다는 것이 주목된다. 그들의 온정과 희생된 사람들이 일기에서도 자주 언급된다. 베이징에서 후베이성 사람들이 들어오는 것을 거부했다는 소식도 일기에는 언급된다. 사라지지 말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한일기를 통해서도 배우게 된다. 희생된 사람들이 가장 마음 아프게 다가서는 책이기도 하다. 묵직한 그날을 다시금 떠올려보면서 읽었던 일기이다. 그래도 묵묵하게 거리를 쓸고 있었던 청소부들의 모습은 많은 것을 전해주었던 것 같다. 젊은 사람들이 보여주는 자원봉사하는 모습들도 잊히지 않는 내용이기도 하다. 표창장을 받은 사람들에 대해서도 일기에는 언급되지만 그래도 세상이 빛날 수 있는 사람들의 땀과 기도와 노력들이 일기에 많이 기록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두드러진다. 저자의 굳건한 용기와 의지도 마지막까지 놓치지 않으면서 읽었던 일기이기도 하다.
우리에게도 아직 끝나지 않은 전염병이다. 봉쇄는 아니지만 예전에 우리가 누렸던 일상으로 복귀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앞으로 우리들에게 어떤 미래가 전개될지 잠잠히 지켜보게 되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