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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미자! - 2020 나다움어린이책 ㅣ 노란상상 그림책 58
박숲 지음 / 노란상상 / 2019년 10월
평점 :
그림책 읽는 재미에 푹 빠져서 지내고 있다. 그림책의 경계선이 분명하게 흐려지고 있다. 어린이들이 보는 책일 거라는 선입견도 사라졌고 어른들이 볼 수 있는 그림책, 청소년들이 볼 수 있는 그림책까지 찾아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그림책도 그림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올려주신 글과 사진들을 통해서 알게 된 그림책이다. 이 그림책도 자녀와 함께 읽은 책이다.
책표지 그림부터 차분하게 바라보게 한다. 많은 인파 속에 여성들의 뒷모습들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노동자'라고 불리는 우리들은 모두가 저마다 자기들의 위치에서 일들을 하면서 지낸다. 그들이 그 자리를 지켜주기에 우리들의 일상이 문제없이 하루라는 시간들을 채워지게 된다. 불편함 없이 살아가고 있는 이 순간, 오늘 하루가 이들이 모두가 자기들의 일들을 충실히 해주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무심하게 지나칠 수 있는 것을 이 그림책은 독자들에게 일깨워준다. 그들의 노고와 노동을 바라보게 해주고 있는 그림책이다.
노동자라고 불리는 군집 속에는 여성노동자들도 그 자리를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다. 대형마트를 가면 여성노동자들이 초창기보다 더 많이 눈에 띈다. 가정주부, 고령의 여성노동자들이 대형마트를 움직이게 하는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을 고객으로써 느끼게 해준다. 하지만 그 노동자들이 어느 순간 등에 강력한 문구를 붙이고 무언의 시위를 하는 모습들을 본 적이 있다. 그 이유들을 알고 있었기에 그 문구가 가지고 있는 의미는 크게 느껴졌던 날들이 떠오른다. 오늘은 외국기업이 여성노동자들에게 부당하게 요구한 것들이 신문에 나온 날이기도 하다. 복지가 좋은 나라라고 우리는 알고 있는 나라의 기업에서 이 나라의 여성노동자들에게 어떠한 것들을 부당하게 요구했었는지 침울하게 기사를 읽게 한다. 그들이 왜 이 나라의 여성노동자들에게는 그렇게 해도 된다고 느꼈던 것일까. 이유가 아프게 떠오르는 오늘의 한국 여성노동자들의 이야기가 함께 떠오르는 그림책이기도 하다.
이 그림책에서도 여성노동자들은 말한다. 맵거나 쓸 때도 있었으며 시거나 짤 때도 있다고 말한다. 지금 읽고 있는 『제르미날』 장편소설의 이야기들과 중첩되는 부분들이 많아지는 그림책이기도 하다. 길지도 않고 함축적인 짧은 글들이 그려내는 그림책이지만 등장하는 미자들의 이야기는 많고 많은 이야기가 되어주고 있다. 이른 아침 미자들이 출근길에 오른다. 늦은 밤에는 피곤과 피로가 누적되어 쓰러질 것 같은 몸으로 퇴근길에 오르는 오늘의 미자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어떠한 노동이든지 다 귀하고 귀하다. 노동자들의 노고와 수고를 다시금 떠올려보게 해주는 그림책이다. 우리들의 자녀이고, 우리들의 어머니이며, 우리들의 할머니가 우리들을 위해서 수고하고 있는 노동의 현장임을 다시금 떠올려보게 한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가 미자라고 책은 말한다.
그 의미가 매우 크게 보이는 그림책 한 권. 사람은 귀하다는 사실을 크게 배울 수 있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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