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녀 이야기 (리커버 일반판, 무선) 시녀 이야기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김선형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녀이야기 / 마가렛 애트우드 / 황금가지 / 2019년

아기를 갖게 해 줘요. 안 그러면 나는 죽어요. 그 말이 갖는 의미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책 중에서)

붉은 옷을 입은 여자들. 색이 곧 그들의 계급이며 신분이었다. 그 누군가는 녹색, 또 다른 누군가는 회색, 아이를 가지는 시녀들은 붉은색의 옷을 입었다. 직장인이었던 그녀. 남편도 있고 아이도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이 변하기 시작했다. 변화를 감지하고 빠르게 단단히 각오하고 있었어야 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만큼 민첩하지 못했다. 가족은 해체되고 남편의 생존과 아이의 생사조차도 모른다. 자신의 이름도 잊은지 오래된 그녀. 그저 꿈속에서 나타나는 아이의 모습만 그리워할 뿐이다. 그녀는 아이를 가지는 임무를 띤 시녀이다. 붉은 옷을 입고 그저 아이를 잉태하는 용도로만 사용되는 시녀이다.

총기와 가축용 전기 충격기. 검은 밴 차량, '눈'이라는 감시자, 고문, 처형. 카메라. 녹음. 첩자.

누구도 믿지 못한다. 대화도 할 수 없다. 책도 사라졌다. 생각을 비워내게 한다. 철저하게 분해되고 해체된 사회가 조명된다. 그녀는 시녀이다. 계급이 확실한 사회가 전개되는데 높은 계급들은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쿠데타를 했다고 말한다. 다수의 사람들은 불행해지는 그런 세상을 그들은 더 좋은 세상이라고 말한다. 작품의 세상은 숨통을 죄는 세상들로 전개될 뿐이다. '사랑'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세상이다. 그저 감시하고 그들이 규정해 놓은 규칙들에 움직여지도록 강요하는 사회가 전개되고 있었다.

회색의 긴 드레스를 입고 일하는 사람들도 인상적으로 묘사된다. 그들을 촬영한 영상 속에는 주인공의 어머니가 있었다고 친구는 전해준다. 어머니의 생애 마지막 모습까지도 짐작해볼 수 있게 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소망과 사랑, 희망, 꿈이라는 꿈꿀 수 없는 세상을 지켜보았던 작품이다. 일상 속에서 평범하게 누려보는 지극히 단순한 일상들이 이 작품 속에서는 그 무엇도 이루어질 수 없는 것들이 되었다. 그녀가 아쉬워하였던 것들은 남편과 일상 속에서 나누어보지 못했던 사소한 말다툼까지도 그리워하는 장면도 있었으니 말이다. (사소하고 일상적인 문제를 놓고 싸우고 싶다. 책 중에서) 그녀가 그리워하였던 것, 기억하고자 하였던 것들, 평범하게 누리면서 살았던 것들이 무수하게 열거되는 소설이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젊은 시절의 공포와 아픔, 슬픔, 죽음을 목도했던 어렸던 그녀들을 떠올려보게 한다. 작품 속의 화자가 느끼는 절망감과 공포와 위안부 할머니들이 그 시절에 느꼈을 공포와 죽음은 그렇게 아프게 떠오르는 순간이 되기도 한다.

착취와 비인간성, 폭력적인 것들은 작품 속에서만 한정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묵직한 작품 속에서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떠올려보면서 마지막 책장을 덮게 된 작품이다.


- 책 중에서-

끝내 나는 그녀의 본명을 알지 못했다. 우리는 이름의 바다 속에서 길을 잃기도 하는 거다.

가사의 퇴행들.

정확하게 움직이는 시계의 둥근 자판에 따라 하루가 펼쳐지고, 지구가 자전하기를 기다린다. 등비수열처럼 이루어지는 나날들

더 젊었을 때엔 노년을 상상하면, 남은 시간이 별로 없으니 사물을 더 관조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었다.

인류의 타락은 무지에서 앎으로의 전락이었죠.

내 삶이 견딜 만하다면, 그럼 그들이 저지르는 짓거리들이 다 정당화된다.

여자들은 더 이상 재산을 가질 수 없게 됐어. 새로 입법된 법이야.

정신 바짝 차려. 모이라가 전화로 말했다. 이제 곧 닥친다.

하느님께서 듣고 계시는 것 같아? 이 기계들이 기도하는 소리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