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뢰성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리드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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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알게 된 과정은 조금은 이상한 방식이었다. 아니, 어쩌면 전형적이고 일반적일지도 모른다.

 

그 과정은 이랬다. 영화를 검색하고 알아보던 중 이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가 만들어지고 곧 공개될 예정이란 걸 알게 되었고, 제목이 묘해서(끌려서) 어떤 내용인지 알아보던 중 꽤 좋은 평가를, 읽은 이들이 대부분 만족스러워 하는 것 같아 어쩐지 읽고 싶은 기분이 들게 됐다.

 

 

소설의 배경은 1578년 겨울. 일본 전국 시대 속에서 패권을 쥐기 위한 무인들의 암투가 한창이다. 약육강식이 시대정신이고, 살육이 일상인 날들. 지하감옥 '흑뢰성'이 있는 성 안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사건들과 거대한 전란의 풍랑에 휩쓸리면서도 옳다고 믿는 것을 온 힘을 다해 추구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호노부가 처음으로 도전한 역사 미스터리, 기대해도 좋다.”

 

 

작가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다. 꽤 유명한 것 같지만 그쪽 관련은 관심이 가질 않아 알려고 하지 않았고, 이번을 통해서 처음 접하게 된다. 내용이 만족스러워 앞으로는 관심이 갈 것 같은 작가가 되었다. 다음에도 그의 글을 읽을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시대극의 모양새로 되어 있긴 하지만 고리타분하거나, 어렵거나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내용이 다뤄지진 않고 있다. 어느 정도의 진지하고 불길함과 불안감 혹은 절박함이 있긴 하지만 아주 답답하진 않았다. 어떤 내용은 전형적인 추리소설 풍의 분위기고, 성주의 외로움이나 고립감, 배신자가 누구인지? 범인은 누구인지? 전란을 살아가는 무사란 어떤 존재인지, 민초들은 어떻게 살아남는 것인지, 어떤 식으로 고립과 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지? 등 흥미로운 방식으로 여러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꽤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는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지만 따져본다면, 살펴본다면, 생각해본다면 꽤 여러 가지를 다룰 수 있고 고민해볼 수 있는 내용들이 많았다. 그걸 너무 몰두하거나 진지하게 접근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중소설일 수 있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이런 저런 생각을 더해가면서 읽게 될 수 있었다.

 

그런 점도 마음에 들었지만 일본 전국시대에 대한 이해나 앎이 없어도, 오다 노부나가가 뭐하는 사람인지 잘 몰라도, 아라키 무라시게가 어떤 사람인지, 구로다 간베에가 실제로 있었던 사람인지 등 알고 있다면 더 흥미롭게 읽혀질 수 있겠지만 모르더라도 어렵거나 읽기가 버겁지 않게 높낮이를 잘 조절해내고 있다.

 

 

때는 일본 전국시대, 1578년 겨울. 전국시대 패권을 눈앞에 둔 오다 노부나가의 무장 아라키 무라시게는 느닷없이 반역을 일으키고, 아리오카성에서 저항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를 설득하기 위해 찾아온 오다의 군사(軍師) 구로다 간베에를 지하 감옥에 가둔다.

성안에서는 기괴한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고, 흔들리는 민심과 흐트러진 군대 기강을 고민하던 아라키 무라시게는 고민 끝에 구로다 간베에에게 지혜를 요청하는데…….

전쟁과 수수께끼의 끝에서, 두 사람은 각자 무엇을 꾀하고 있었을까?”

 

 

이런 식의 소설은 잘 읽지를 않고 있었기 때문에 꽤 신선했고 이와 같은 방식의 혹은 비슷한 유형의 이야기를 더 접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이 작가가 전이나 다음이나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만들었는지 궁금하게 되기도 하고.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한동안은 계속 소설을 읽어볼 생각이다. 요즘에는 인문학 책이 너무 안 읽혀서 조금은 지치는 기분이다. 그런 중에 이런 재미난 책을 읽게 되어서 기분이 쉽게 풀리게 됐다.

 

 

흑뢰성은 오다 노부나가가 전국시대 패권을 눈앞에 둔 1578년을 배경으로 한다. 여러 전공을 세우며 크게 중용됐던 오다 노부나가의 무장 아라키 무라시게는 그해 10월 느닷없이 반역을 일으키고, 근거지인 아리오카성에서 저항을 시작한다. 그리고 설득하기 위해 찾아온 오다의 군사(軍師) 구로다 간베에를 흑뢰성(黒牢城)’, 즉 성의 지하 감옥에 가둔다.

아라키 무라시게가 왜 오다 노부나가에게 반기를 들었는지, 구로다 간베에는 왜 죽이지 않고 가뒀는지, 이 지점은 여전히 역사의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흑뢰성157811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겨울, ,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로 나뉜 1년의 시간을 다룬 작품이다. 요네자와 호노부는 사료에 기록된 시작과 끝은 그대로 두고 기록되지 않은 중간의 시간들을 불가능 범죄를 통해 재구성한다.

문체와 어휘, 표현까지 최대한 충실하게 재현된 시공간에서, 농성 중인 성 위 아라키 무라시게와 성 아래 지하 감옥의 구로다 간베에는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그들은 어찌 보면 의뢰인과 안락의자 탐정이지만, 동시에 끊임없이 죽고 죽여야 하는 전쟁에 휘말린 집단과 개인을 상징한다.

둘의 윤리관은 강렬하게 맞부딪치고, 소설은 역사에 기록된 결말로 향한다. 마지막, 폭풍처럼 밀어닥치는 반전과 마주한 독자들은 전국시대와 그리 다르지 않은 오늘날, 난세를 살아가는 각자의 삶을 되돌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흑뢰성 #요네자와호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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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세계사 히스토리아 문디 5
윌리엄 맥닐 지음, 신미원 옮김, 이내주 감수 / 이산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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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의 세계사가 꽤 인상적이고 내용이 마음에 들어 스스로 자매편이라고 말하는 이 책도 찾아 읽어봤다. 재미나고 흥미로운 건 동일하지만 마찬가지로 읽기가 꽤 어려운 것도 똑같았다. 어렵게 쓴 내용은 아니지만 어쩐지 촘촘하다고 해야 할까? 쉽게 읽어내기가 어려웠다. 이런 걸 술술 읽어내는 사람들의 능력은 도대체 뭘까? 부럽다.

 

“1. 고대와 중세 초기의 전쟁과 사회부터 “10. 1945년 이후, 군비경쟁과 명령경제의 시대까지 오래된 고리짝 시절부터 가장 최근의 현대까지 두루 살펴보고 있다.

 

 

지난 천년 동안 인류가 겪어온 전쟁의 역사를 다루면서 석궁에서 핵무기, 군산복합체의 출현에 이르기까지 군사기술상의 변화를 서술하고 있다. 전쟁을 중심으로 세계사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며, 오늘날 인류가 공멸의 위기에 직면하게 된 과정을 되돌아본다. 저자는 인간이 핵전쟁을 벌여 공멸하든가, 아니면 단일한 세계정부를 세워 일단 핵무기를 제거하고 최소한의 국지적인 전쟁만을 허용하던가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이 상대해야 하는 여러 가지 미시기생생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병원균이라면, 인간에게 유일하고 중요한 거시기생체는 다른 인간, 즉 폭력행위의 전문가로서 자기가 소비하는 식량이나 생활물자를 스스로 생산하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종류의 인간이다. 따라서 인간들 사이의 거시기생을 연구하려면 그 연구대상은 단연 군사조직이며, 거기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전사(戰士)들이 사용하는 다양한 장비의 변화이다. 전사의 무장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병원체의 돌연변이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즉 무장이 달라짐에 따라 새로운 지리적 공간을 착취할 수 있게 되거나 혹은 그때까지 숙주사회 내부에서 실력을 행사하는 데 걸림돌이 되었던 제약이 해소될 수도 있는 것이다.”

 

 

전쟁사라는 점에서는 아주 특별한 것도, 무척 새로운 것도 아니지만 접근하는 방식이나 지켜보는 시각이 매우 남달라 익숙한 내용을 접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무척 생소한 분야를 알아가는 기분이랄까?

 

머릿속에 오래 담아져 있진 못하겠지만 읽는 중에는 여러 흥미와 관심이 들었고, 나중에라도 가끔씩은 생각날 것 같다. 아주 잘 이해하고 저자의 생각과 입장을 잘 헤아리진 못했지만 논의의 진행이 인상적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서 다시금 들춰볼지도 모를 것 같다.

 

 

오늘날 인류는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세계사를 돌이켜보면 이것은 너무나도 역설적인 결과였다. 인간은 매 순간 고비마다 끊임없이 합리성을 추구했다. 시장이 발달한 것도, 국민국가를 만든 것도, 전쟁을 벌인 것도, 혁명을 한 것도, 인간으로서는 최선을 다한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그러나 지난 천년 동안 인간의 합리적인 노력은 엄청나게 비합리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과학과 문명이 발달할수록, 즉 합리성을 더 치밀하게 추구할수록 인간은 감당하기 힘든 결과에 직면했다. 이제 인류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 맥닐은 실현가능성 여부를 떠나서 앞으로 인간의 선택은 둘 중 하나라고 말한다. 핵전쟁을 벌여 공멸하든가, 아니면 단일한 세계정부를 세워 일단 핵무기를 제거하고 최소한의 국지적인 전쟁만을 허용하든가.”

 

 

 

#전쟁의세계사 #윌리엄맥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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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교실 2
마츠이 유세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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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달이 폭발해 7할이 증발했다. 그 사건의 범인은 1년 후 지구도 폭발시킬 예정이라고 하는 초생물. 그런데 어째서인지 그 괴물이 찾아간 곳은 어느 중학교 교실로, 이곳에서 교사가 될 예정이라고 한다. 인간의 상식을 훨씬 뛰어넘는 능력을 갖고 있으며, 군대를 동원해도 죽일 수 없는 이 괴물의 암살을 각국의 수뇌들은 어쩔 수 없이 그 괴물이 담임을 맡을 쿠노기가오카 중학교 3학년 E반 학생들에게 의뢰하게 된다. 성공보수는 1억 엔. 낙오자들의 클래스, ENDE반 학생들은 졸업할 때까지 이 암살대상인 교사, “살생님을 죽일 수 있을 것인가?....“

 

 

 

요즘에는 책보다 만화를 더 즐기는 중이다. 머리가 복잡하기도 하고, 그냥 편하게 넘길 수 있는 걸 찾게 되기도 하고. 게을러졌다. 예전 얼핏 들은 혹은 적당히 (무척 또는 꽤) 괜찮다는 얘기를 들은 만화 중에서 암살교실도 추천받은 기억은 있지만 어떤 내용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늦었지만 재미나게 즐기는 중이다.

 

지구를 위협하는 괴생물 '살생님'과 그가 제시한 조건에 따라 그를 담임 선생으로 삼지만 대놓고 그를 암살하기 위한 암살 기술을 배우는 학생들의 아이러니한 이야기괴물이기는 하지만 멋진 교사인 살생님(+요원 선생들)과 부조리한 세상에 '낙오자 집단' 취급을 받은 3-E반 학생들이 어떤 식으로 교감하고 각별한 사이가 되는지 흥미진진하게 다루고 있다.

 

개그랑 유쾌한 분위기에 가려서 눈치 채기 힘들지만 상당한 사회 비판이 숨겨진 작품이다. , 겉으로는 '암살'의 소재로 진행하지만 깊은 부분에서 '교실'의 교훈을 주는 만화이다. ‘암살교실의 제목에 걸맞게 깊이 따져보지 않으면 슬쩍 놓칠 수 있지만 교실에서의 교훈, 선생과 제자 사이와 관련된 이야기()에 관심이 많이 가게 됐다. 대결이나 결투와 같은 액션은 크게 관심도 없었고 흥미도 들지 않았고.

 

학생들의 공부 및 성장, 올바른 승패의 의미, 좋은 선생의 모습, 그리고 암살에 가려진 생명의 소중함과 사회에서 살아남는 법 등, 여러 가지로 교훈을 주는 만화라 제목만 접하고 고갤 돌리는 일은 없었으면 싶다. 아주 훌륭하고 꽤 곱씹어 생각할 게 많았다.

 

가볍게도 즐길 수 있고, 꽤 진지한 기분에 빠질 수도 있는 아주 좋은 균형을 보여주는 만화였다. 슬픈 결말과 그 이후의 후일담까지 부족함 없이 이야기를 완성하고 있다. 꽤 인기를 끌었던 만화로 알고 있는데, 결말까지(혹은 그 직전까지)의 인기와 그 이후 후일담을 알려주는 시기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큰 인기를 유지했는지 아니면 미끄러졌는지 궁금해진다.

 

 

#암살교실 #暗殺教室 #AssassinationClass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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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타블로이드
제임스 엘로이 지음, 조영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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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른 기대 없이 책을 잡아서 그럴까? 무척 재미나게 즐길 수 있었다. 자극적이고, 저열하고, 저속하고, 상스럽고, 지저분하고, 온갖 악취로 가득하다. 하지만 매혹적이고 흥미진진하기도 하다. 다른 누구도 해낼 수 없는 오직 제임스 엘로이만 가능한 글쓰기 아닐까? 번역이 무척 탁월하다고 말할 수 있고.

 

그의 최고작이라 할 수 있는 블랙 달리아‘L.A. 컨피덴셜에 비해서 살짝은 아쉬울 수 있어도 부족함 없는 재미와 흡인력을 보여주고 있다. 즐겁게 읽을 수 있다. 너무 추문으로 가득한 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지만 뭔가 질주하는 느낌은 들었다. 뒤를 돌아보지 않고 무작정 달려드는 느낌?

 

 

“20세기 중반 미국의 비밀 역사에 자신만의 스타일을 더한 언더월드USA 3부작을 쓰기 시작했다. 그 첫 작품이 바로 <아메리칸 타블로이드>이다.

소설은 FBI 특수요원 켐퍼 보이드, 경찰 출신의 건달 피터 본듀런트, FBI 도청 전문가 워드 리텔 세 남자를 중심으로 1950년대 말 존 F. 케네디가 다음 대통령으로 부상하기 시작하면서 암살당하기까지 FBI, CIA, 재계, 정계, 연예계, 마피아까지 얽힌 거대한 음모를 다룬다.”

 

 

1명이 아닌 여러(3) 등장인물이 주역을 맡고 있다. 실존 인물()이 함께 끼어들고 있어 좀 더 사실적이기도 하다. 에드거 후버, 케네디 형제, 하워드 휴즈와 같은 사람들이 들락날락하면서 이야기를 좀 더 흥미진진하게 만들고 상황을 꼬이게,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다. 여러 등장인물이 이끌고 있어 때때로 내용이 헷갈리기도 하지만 생각보다는 짜임새 있으면서, 근사하게 혼돈을 만들면서 각자의 개성이 강해서 읽기가 괴롭진 않았다. 속도감 있는 내용 진행과 흡인력으로 어떤 식으로 상황이 더 엉망이 될지 궁금-기대하게 되기도 하고.

 

 

“FBI 특수요원 켐퍼 보이드는 FBI 국장 에드거 후버의 지시로 케네디 진영으로 들어가 케네디의 신임을 얻고 정보를 빼내 에드거 후버에게 전달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켐퍼 보이드는 친구인 FBI 도청 전문가 워드 리텔을 이 일에 끌어들이고 CIA, 피터 본듀런트와 손을 잡으며 국장의 지시와는 별개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쿠바와의 관계를 이용하고 마피아 세력에게까지 접근한 켐퍼 보이드는 케네디와의 관계를 위해 결혼까지 생각했던 여자를 냉정하게 버리고 철저하게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

 

 

저 사람들이 진짜 저랬을까? 라는 실존 인물들에 관한 호기심도 생기고, 그 당시에는 실제로는 어땠을까? 라는 궁금증도 많이 들게 된다. 여러 영화나 소설 혹은 대중문화를 통해서 대충은 알고 있는 그 시대를 다시금 살펴보기도, 떠올리게 되기도 하고. 여러모로 재미나면서 그 시절에 관심이 커진다. 그건 그렇고 지미 호파는 정말 그런 사람이었을까?

 

 

“68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임에도 전혀 지루할 틈 없이 읽히는 아메리칸 타블로이드는 작가 제임스 엘로이의 역량이 십분 발휘된 작품이다. 모든 수식어를 제거한 극단적으로 짧은 문장과 등장인물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냉철한 문체는 제임스 엘로이의 대표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아메리칸 타블로이드5년이라는 긴 시간을 다루고 있지만 엘로이만의 장점과 세 명의 주요 인물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교차되면서 다음 내용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작품 중간중간에 삽입된 '자료 첨부'는 주로 FBI 문서들로 자칫 늘어질 수 있는 설명을 생략하고, 내용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독자들이 사건 속으로 들어가 직접 은밀한 문서를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는 훌륭한 구성으로 손꼽힌다.

케네디 대통령을 비롯해서 그의 동생이자 법무부 장관이었던 로버트 케네디 등 케네디가 사람들은 물론, 전설적인 FBI 국장 에드거 후버, 화물운송 노조 위원장 지미 호파, 미국 최고의 갑부 하워드 휴즈, 마피아 샘 지앙카나 등 실존 인물이 비중 있게 등장하고, 미국의 쿠바 피그스 만 침공 실패를 이야기 전개의 주요 사건으로 다루는 등 역사소설의 묵직함 또한 느낄 수 있어 역시 '제임스 엘로이'라는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아메리칸 타블로이드FBI 특수요원 켐퍼 보이드, 경찰 출신의 건달 피터 본듀런트, FBI 도청 전문가 워드 리텔 세 남자를 중심으로 1950년대 말 존 F. 케네디가 다음 대통령으로 부상하기 시작하면서 암살당하기까지 FBI, CIA, 재계, 정계, 연예계, 마피아까지 얽힌 거대한 음모를 다룬다.

이 작품은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을 다루고 있지만 암살 자체에 초점을 맞추지는 않는다. 대신 1950년대 말 존 F. 케네디가 다음 대통령으로 부상하기 시작하던 시기부터 천천히 조망하면서 케네디 암살에 얽힌 다양한 집단의 이해관계와 인간의 욕망을 심도 있게 다룬다. 초반에는 나약하지만 신념을 지키며 살던 워드 리텔이 FBI에서 해고되고 케네디 쪽에서도 버림 받는 등 나락을 경험한 뒤 이익을 위해서만 움직이는 강한 인물로 변모하는 과정은 살아남기 위해 철저하게 계산적으로 움직이는 소설 속 인물들을 잘 대변한다. 소설 속에서 개인의 이익을 위해 미국까지 쥐락펴락하고 싶어 했던 사람들이 자신의 욕망을 위해 어떻게 움직였는지 확인하는 과정은 미국 내 정치적 패권 다툼에 대한 역동적 초상이자, 인류가 곳곳에서 직면하게 되는 관계의 보편적 감성으로도 읽혀 읽는 이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개성 강한 주인공()이 어떤 식으로 사건에 휩쓸리는지, 서로가 어떻게 알게 되고 그 인연과 악연, 도움을 주거니 받거니, 험악한 관계가 되어가는지, 서로를 이용하고 배신하면서 결국 말로는 어떻게 되는지 등 저걸 저런 식으로 뒤엉키게 만들 수 있다는 놀라움이나 당혹감을 안겨주고 있다. 예측불허로 상황을 이끌고 있다.

 

다들 제멋대로 (자신만의 이득을 위한, 최선을 다한 이기심으로) 행동을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을 사람은 도청 전문가 워드 리텔이었다. 혹은 에드거 후버. 열정적으로 수사에 임했다가 버림도 받고 추락도 하다가 전혀 생각지 못한 방식으로 재기하는 등 너무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한 사람이 저렇게 다양한 모습이 가능할까? 라는 어리둥절함을 느끼게 된다. 근데, 어쩐지 진짜 저런 사람이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무척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제임스 엘로이의 글솜씨를 좋아하는 사람은 무척 마음에 들 것 같다.

 

 

#아메리칸타블로이드 #제임스엘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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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의 세계사 히스토리아 문디 4
윌리엄 맥닐 지음, 김우영 옮김 / 이산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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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어렵게 읽을 줄은 몰랐다. 적당한 수준의 교양서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는 꽤 방대한 내용에 조금은 집중해서 읽어야만 했던 내용이었다. 꽤 힘들었다. 그렇다고 읽는 과정이 싫진 않았다. 나름 재미난 내용이었다.

 

 

현존하는 가장 탁월한 역사가 중 한명으로 꼽히는 윌리엄 맥닐 시카고대 역사학과 교수의 책. 맥닐 스스로 자매편이라고 말하는 <전염병의 세계사><전쟁의 세계사>가 동시에 번역, 출간 되었다. 각각 미시기생의 문제, 거기기생의 문제를 다룬 두 작품을 통해 인류는 미시기생과 거시기생이 균형관계를 이룰 때 안정적인 삶을 누릴 수 있으며 그 관계가 교란되면 엄청난 고통을 겪어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맥닐이 말하는 '미시기생'은 인간을 숙주로 삼는 바이러스, 박테리아, 단세포 기생생물 같은 미시 기생체가 눈에 보이지 않게 인간을 공격하는 현상. <전염병의 세계사>에서는 이 같은 시각에서 선사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인류의 역사에 전염병이 미친 영향을 분석한다.

전염병을 돌발적이고 일회적인 우연한 사건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사의 총체적 국면과 맞물려 있는 중요한 변수로 파악하고 중국 문명의 발달, 로마 제국의 멸망, 유럽 문명의 아메리카 대륙 정복, 산업혁명 등 역사에 선명하게 각인된 현상들이 어떤 식으로 전염병 및 그에 대한 인간의 대응과 얽혀 있는지 보여준다.”

 

 

미시기생과 거시기생이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면서 읽긴 했지만 읽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알고 있으면 더 수월하게 읽을 순 있을 것 같고.

 

옮긴이의 말을 통해서 어떤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간략하게(그리고 쉽게) 설명하고 있으니 무슨 내용인지 갈팡질팡할 필요 없이 그걸 먼저 읽은 다음 본문을 읽는 게 더 편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

 

 

“<전염병의 세계사>는 각종 감염증이 인류의 역사에 미친 영향을 다룬 독창적인 책이다.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오른 자신의 대표작 <서양의 발흥>에서 5천 년이 넘는 인류의 역사를 통해 여러 문명이 상호작용하면서 흥망을 거듭하는 과정을 추적한 바 있는 맥닐은 이 책에서 감염 패턴의 변화가 역사와 문명에 미친 정치적·인구학적·생태적·심리적 영향을 분석함으로써 다시 한번 세계사에 대한 획기적인 재해석을 시도한다. 스페인인의 멕시코 정복을 가능케 했던 천연두로부터 중세 유럽을 휩쓸었던 흑사병, 20세기 후반에 나타난 에이즈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역사는 곧 질병의 역사라는 게 맥닐의 주장이다. 중국문명의 발달, 로마 제국의 멸망, 르네상스의 기원, 아메리카 대륙 정복, 산업혁명 등 인류사를 장식했던 굵직한 사건들은 어떤 식으로든 전염병 및 그에 대한 인간의 반응과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인류의 시작부터 근대까지 전염병이라는 게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쳤고 인류를 어떻게 대응했는지, 그 과정에서 변곡점은 어떤 것들인지 흥미롭게 살펴보고 있다. 저자의 논의가 꽤 꼼꼼하고 차근차근 진전되고 있기 때문에 조금은 답답한 기분으로 혹은 더 빠른 진행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읽기 버거운 점이 있겠지만 참을성 있게 저자의 생각을 따라가게 된다면 여러 생각지 않던 부분들을 알게 될 수 있어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 책에서 다뤄진 내용을 전부 다 이해했다고 말할 순 없겠지만 나중에라도 생각나게 될 것 같다. 여러 방식으로 연결을 시도할 수 있을 것 같다.

 

 

#전염병의세계사 #윌리엄맥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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