엣지 오브 투모로우 : All You Need is Kill - 개정판
사쿠라자카 히로시 지음, 김용빈 옮김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 : http://blog.naver.com/ghost0221/220123683708

라이트 노벨 : https://ko.wikipedia.org/wiki/%EB%9D%BC%EC%9D%B4%ED%8A%B8_%EB%85%B8%EB%B2%A8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시간여행-반복을 소재로 꽤 재미난 이야기를 만들어낸 영화였다. 공상과학-SF 이면서도 나름대로의 설득력과 사실감을 살리는 작품이었는데, 끊임없이 동일한 시간을 반복한다는 설정을 내용으로 한 영화들 중에서 가장 먼저 떠올려지는 영화는 아무래도 사랑의 블랙홀이 생각나지만 엣지...’는 그런 낭만적인 작품이 아닌 외계 생물과의 전투와 인류의 생존이라는 거창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지나친 심각함 없이 장르의 법칙에 충실하면서 재치 있고 진부하지 않은 방식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냈던 엣지...’가 마음에 들었는데, 이 영화가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것도 일본의 라이트 노벨이 원작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서 꽤 놀라게 되었다.

 

어떤 식으로 일본의 라이트 노벨이 헐리우드로 향하게 될 수 있었을까? 어쩌면 영화보다 그리고 소설보다 그 과정이 더 흥미진진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신기하기도 하고 영화로 제작된 원작은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기도 해서, 게다가 라이트 노벨이라면 읽기가 어렵진 않을 것 같아 (저렴하기도 해서) 중고서점에 들렸을 때 눈에 들어와 읽어보게 되었다.

 

사쿠라자카 히로시의 ‘All You Need Is Kill’(작가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어) 번역자의 설명에 따르면 (비교적) 신인 시절에 발표했다는 점과 많은 사람들에게 호의적인 평가와 성공을 거뒀다는 것 정도만 알게 되었을 뿐, 내용이나 구성에서 여러 패러디들을 즐길 수 있기도 하다고() 하지만 이쪽 분야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 많지 않아 그렇구나 하는 기분만 들었다.

 

영화를 접하고 원작을 읽게 된다면 조금은 난감한 기분이 들지도 모를 것 같은데, 영화와는 달리 원작은 흔히들 말하는 라이트 노벨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에 (사춘기적 소년 소녀의 감수성을 내세운 여러 특징들) 영화와는 많이 다른 느낌으로 읽게 될 것 같고, 그렇기 때문에 영화는 영화만의 원작은 원작만의 재미와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마도 원작 보다는 영화가 더 괜찮다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기는 한데, 라이트 노벨이 만들어내는 특유의 개성 있는 분위기나 특징들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이게 원작이 맞나? 라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영화와 원작은 특정 설정들만이 동일할 뿐 무척 다른 모양새로 완성되어 있는데, 어떻게 본다면 영화는 영화가 추구하는 재미와 장르의 규칙-법칙을 잘 이해하면서 매력적으로 (영화적으로) 만들어냈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영화는 원작을 철저할 정도로 무시했다고 거꾸로 생각해볼 수 있기도 하다) 원작은 영화를 떠올리지 말고 (그러기는 어렵고 불가능하겠지만) 원작이 만들어내는 이야기와 특징들을 즐기는 것이 가장 괜찮은 방식의 책읽기가 될 것 같다.

 

어차피 진행되는 이야기 구성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영화를 접했던 사람들이라면 세부적인 설정들이나 영화에서는 다뤄지지 못했던 자잘한 내용들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 전혀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에 반복되는 시간이라는 설정이 마음에 들었다면 영화와는 다른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는 점이 관심을 갖게 만들 것 같다.

 

반복되는 시간으로 인해서 내면의 변화-성장과 풋내기가 어떤 식으로 전투기계가 되는지, 그러면서 소년이 어떤 식으로 성장-성숙하게 되는지, 그 과정에서 이미 그 과정을 겪었던 소녀와의 만남과 계속되는 반복 속에서 단 하루지만 하루의 반복이 엄청난 시간으로 쌓이게 될 때 그 쌓여가는 시간을 알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그저 새로운 하루를 경험하고 있을 뿐인 사람이 느끼게 되는 묘한 감정의 흐름과 그 이후의 슬픈 결말까지 영화와는 전혀 다른 방식과 각도에서 접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약간은 유치하게 느껴질 수 있고 사춘기 소년 소녀의 이야기라고 핀잔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영화를 생각하면서 읽는다면 실망하게 될 수 있겠지만 조금만 달리 생각한다면 다른 재미를 찾게 될 수 있기도 해서 꽤 괜찮은 느낌이었다.

 

라이트 노벨을 즐겨 읽는 사람들이라면 좀 더 재미나게 읽게 될 것 같다.

 

 

 

 

참고 : 아마도 가장 형편없는 책읽기는 영화를 통해서 원작을 접하는 방식이진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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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샷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안재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영화 잭 리처 : http://blog.naver.com/ghost0221/220494448521

 

 

톰 크루즈가 출연한 (주인공 잭 리처를 연기한) 영화 잭 리처는 생각보다 근사한 완성도의 수사물이고, 그래서인지 원작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게 되었다.

 

리 차일드의 잭 리처 시리즈가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아마도 시리즈가 끝날 가능성은 없지 않을까? 리 차일드가 죽는다면 몰라도) 시리즈 중 어떤 작품이 더 나은지에 대해서는 시리즈가 끝나서야 정리될 수 있겠지만 영화 잭 리처의 원작인 원 샷은 지금까지 발표된 잭 리처 시리즈들 중에서도 최고작 중 하나로 꼽히기 때문에 (이미 영화를 접했기 때문에 어떤 내용인지는 알고 있지만) 기대감 속에서 읽게 되었고 영화에 비해서는 좀 더 꼬여진 이야기와 느슨한 진행 때문에 다소 밋밋한 기분이 들기는 했지만 충분히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었다.

 

이미 영화를 접했던 사람들이라면 어떤 식으로 원작과 영화가 다른지 그리고 어떤 점들이 (둘 중에서) 더 만족스럽게 느껴지는지 생각하면서 읽을 수 있게 되겠지만 둘 모두 (당연한 말이지만) 장단이 있기 때문에 영화를 즐길 수 있었다면 소설 또한 나쁘지 않은 기분으로 읽게 될 것 같다.

 

반대로 소설을 만족스럽게 읽었다면 (원작에서의 잭 리처에 대한 묘사와는 전혀 다른) 톰 크루즈가 연기한 잭 리처의 모습에 당장은 황당한 기분이 들기는 하겠지만 분노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고 좀 더 너그러워진다면 그럭저럭 나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영화를 위해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소설에 비해서 월등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더 멋지고 똑똑하며 날렵하게 다뤄지고 있다. 다시 말해서 만능이고 완전무결한 사람처럼 보여준다. 영화니 그러려니 하면서 생각하면 그만일 것 같다) 원작을 만족스럽게 영화로 옮겨냈다고 말하게 될 것이다.

 

영화는 원작을 압축시키고 좀 더 간결하게 만들어서 속도감 있게 진행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고 그건 영화적인 재미를 위해서 괜찮은 방식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른한 금요일 오후 느닷없는 무차별 총격

갑작스러운 무차별 총격으로 인해서 충격을 받은 시민들

이유모를 죽음을 당한 사람들

신속하게 사로잡은 범인

묵비권을 행사하며 유일하게 꺼낸 말은 잭 리처를 데려와 달라는 한마디

비밀스러우면서도 강인하고 어떤 난관과 어려움도 사소하게만 느껴지는 잭 리처의 모습

 

스스로 문제에 끼어들고 빠져들면서 어려움에 처하게 되기는 하지만 잭 리처가 겪게 되는 어려움은 다른 하드보일드-범죄소설에서 다뤄지는 주인공들이 겪는 고난에 비해서는 예행연습처럼 느껴질 정도로 잭 리처가 보여주는 강함은 그 어떤 상황도 이겨내리라 생각되고 별 것 아닌 문제처럼 느껴지게 된다.

 

잭 리처와 대적하게 되는 사람들이 오히려 불쌍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현격한 차이와 강함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런 일방적인 모습에 어떤 남성성을 혹은 힘을 느낄 수 있었는데, 지루하거나 진부하다고는 생각되지는 않아서 이런 절대적인 강함과 힘에 독자들이 대리만족을 경험하게 되고 명확하게 떠올려지지 않았던 (찾고 싶었던) 남성성을 확인하고 즐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모든 범행이 낱낱이 밝혀진 상황에서 시작하는 원 샷은 갑작스러운 시작과 진행을 보여주면서 어떻게 의심할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증거들이 조금씩 의심스러워지고 실마리를 만들어내게 되는지를 (잭 리처와 함께) 찾아내는 과정이 흥미로우며 그 과정 속에서 잭 리처의 개성과 매력 그리고 뛰어난 능력을, 고독하면서도 냉소적인 건조한 독백과 대화들을 통해서 하드보일드-범죄소설의 매력 또한 잘 살려내고 있다.

 

벌어진 상황에서 실마리를 갖고 있는 조각들을 찾아내며 사건을 풀어낸다는 점은 동일한 방식이지만 원 샷은 그걸 풀어내는 방식에서 이미 확정적이고 명백한 결론을 뒤집어야 한다는 점에서, 어떤 완벽함을 재확인하는 과정 속에서 석연치 않은 미세한 뒤틀린 부분들을 갖고 무언가를 찾아간다는 점에서 특징적이고 인상적인 것 같다.

 

추리와 액션을 적절하게 배합하고 있고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추측하고 증거들의 약점들을 파고들어가는 과정에서의 흥미로움은 생각 이상의 재미를 만들어내고 있다.

 

영화와는 다르게 500쪽에 가까운 이야기이기 때문에 조금은 느슨하고 좀 더 사실적으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서 좀 더 신속한 전개를 기대했던 사람들이라면 느리다고 불평할지도 모르지만 그 과정 속에서 잭 리처의 개성과 다른 등장인물들의 개성들이 잘 다뤄지고 있기 때문에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워낙 길고 긴 시리즈이기 때문에 다른 작품들을 읽을 것인지는 생각해봐야 할 것 같은데, 때때로 잭 리처가 등장하는 다른 작품들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읽어보고 싶어진다.

 

썩 만족스러운 재미를 안겨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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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와 구더기 - 16세기 한 방앗간 주인의 우주관 현대의 지성 111
카를로 진즈부르그 지음, 김정하.유제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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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자신의 살던 시대의 문화와 계급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미시사

 

역사에 관한 책들을 읽다가 언뜻 미시사에 대한 논의를 잠시 접했던 기억은 나지만 그다지 큰 관심이 가지는 않았었다. 기존의 역사에 대한 접근과는 다른 접근이라는 것에 흥미를 느끼기는 했지만 어떤 식으로 접근을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보다 상세하게 호기심이 생기지는 않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제멋대로 읽기만 하고 있었고, 관심이 이리 저리 달라지고만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있구나 하는 수준으로만 알고 있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좀 더 아날 학파에 대해서 알고 싶었고.

 

단순히 미시사를 얘기할 때만 논의되는 것이 아니라 역사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제시하고 있는 치즈와 구더기는 카를로 긴즈부르그의 대표작이며 집요한 탐구와 다양하고 해박한 지식을 통해서 메노키오라는 한 방앗간 주인의 삶을 통해서 16세기의 이탈리아와 그 시대를, 단순히 한 개인이 아닌 그 시대의 전체적인 모습과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모습과 그 내면까지를 흥미롭고 설득력 있게 파악해내고 있다.

 

저자는 대담과 서문을 통해서 어떤 문제의식과 접근을 하려고 하는지를, 무엇을 알려고 하고 있고 어떤 식으로 알려고 하고 있는지를 자세하게 말해주며 지금까지의 역사를 다뤄내는 방식과 견해들과는 조금은 다른 생각을 말하려고 하고 있고, 어째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를 그리고 어떻게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게 되었는지를 메노키오의 사례를 통해서 자세하게 밝혀내려고 하고 있다.

 

전형적인 농부라고 말할 수 없는 메노키오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의 돌출된 모습을 통해서 그 시대와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을 더 확연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판단한 저자는 그 시대의 풍경과 시대의 내면을 파악하려고 하고 있고, 신선하지만 무척 의미 있으며 그리고 무척 해내기 어려운 연구를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

 

한 개인을 역사적으로 결정된 환경과 사회에 연결시키는 다양한 통로들을 성공적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메노키오의 삶을 통해서 시대를 이해하고 파악하며 그 시대가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그리고 지배계급-집단의 삶만이 아닌 (종속된 존재-계급인) 민중들의 삶을 다양한 방식으로 찾아내려고 하고 있으며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통해서 (그 실마리들을 통해서) 전체적인 윤곽을 알아내려고 하고 있다.

 

실마리

상상력

 

저자는 역사의 작은 실마리를 통해 그 관계의 망을 넓혀 보다 다층적이고 포괄적인 역사적 진실에 도달하려고 하고 있다.

 

한 개인을 통해서 이런 식으로 온갖 것들을 알아내고 검토하며 무언가를 결론짓는 것에 감탄하게 되기도 하고 신기함을 느끼게 되기도 했는데, 저자가 특별한 수준의 뛰어난 연구자이기도 하겠지만 그런 자신의 생각을 입증해낼 수 있는 탄탄한 기반이 있는 이탈리아 역사가들의 많은 연구 성과들 또한 놀라게 되기도 했다.

 

벽화를 보게 되는 것 같은 거대한 이론이나 논의들과는 많이 다른 접근을 보여주고 있기는 하지만 부분적이고 조각나진 실마리들로 추측해내고 유추해내는 저자의 빼어난 솜씨에 흥미롭게 읽혀지게 되고 독특한 성격이고 존재였던 메노키오라는 인물로 인해서 좀 더 매력과 관심을 갖게 되기도 했다.

 

역사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치즈...’는 역사와 시대 그리고 문화, 집단과 개인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가며 읽어낼 수 있으면서도 재미와 다양한 지식들을 접할 수 있기에 생각날 때마다 자주 뒤적거리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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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자신들이 자유롭다고 생각했다 - 나치 시대 독일인의 삶, 선한 사람들의 침묵이 만든 오욕의 역사
밀턴 마이어 지음, 박중서 옮김 / 갈라파고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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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처음 공산주의자들에게 왔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기에.

 

이어서 그들이 사회민주당원에게 왔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사회민주당원이 아니었기에.

 

이어서 그들이 노동조합원들에게 왔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기에.

 

이어서 그들이 유대인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기에.

 

이어서 그들이 내게 왔을 때,

그때는 더 이상 나를 위해 말해줄 이가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마틴 니묄러

 

 

 

 

 

 

 

 

 

 

 

 

악의 평범성

 

미치광이나 무언가 근본적으로 다른 존재들이 아닌 지금 우리들과 크게 다를 것 없고 일상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로 채워진 나치 시대를 검토하려고 하는 시도는 꾸준히 있어왔고, 그에 대한 훌륭한 결과물들은 소수의 다수에 대한 독재가 아닌 은밀하거나 무관심한 동조와 협조 혹은 말없는 지지가 어떤 방식으로 처참한-극단적인 상황까지 향하게 되는지를 충격적으로 폭로해주고 있는데, 자신이 평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나치 시대의 일반인들의 정서와 사고-생각을 이해하려고 하고 있는 그들은 자신들이 자유롭다고 생각했다는 발표한지 조금은 오래되었고 몇몇 문제의식이나 결론에 있어서는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드는 내용도 있기는 하지만 충분히 의미 있는 내용들을, 일상과 평범함 그리고 나에게는 잘못이 없다고 결백을 말하는 사람들이 어떤 잘못과 그릇된 입장을 있었는지를 치밀하게 기록하고 있다.

 

몇몇 부분들, 이를테면 미국사회에 대한 깊은 우월성과 미국이 갖고 있는 어떤 자부심에 대해서 말하는 내용들에서는 조금은 황당하고 나치 시대를 살아온 독일인들에 대한 정교한 분석과는 달리 무조건적인 옹호와 합리화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하고, 독일의 미래와 독일인들에 대한 앞으로의 전망 또한 부정적이고 음울한 미래만을 내다보고 있고, 독인인들 특유의 국민성과 민족성에 대해서 깊은 의문을 내놓기도 하는 등 읽다보면 이상한 결론을 내리고 있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다른 내용에서는 상세한 설명과 많은 시간을 들인 대화를 토대로 한 솔직한 고백을 이끌어내면서 나치가 득세하기 이전부터 나치가 모든 것을 지배한 이후까지 그리고 나치가 몰락한 이후에 어떤 식으로 나치를 생각했고 여전히 생각-그리워하는지를 말하도록 만들어 읽는 도중 충격적이기도 하고 솔직한 내면을 이해하게 되기도 했다.

 

적극적으로 나치가 되지는 않았지만 동조하고 방관했던 이들의 고백을 통해서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그렇게 되도록 만들었는지를 확인하려고 하는 그들은...’은 단순히 대화를 바탕으로 한 결론이 아닌 독일의 역사를 둘러보고 있기도 하고, 그 지역의 지역적 특색이나 대화를 나눈 각각의 사람들의 인성과 개별적 특성을 고려하고 있기도 하면서 저자 나름대로의 예리한 분석이 더해지고 있기 때문에 무척 인상적인 내용이었는데, 자신들의 잘못이나 행동을 합리화하고 결백을 끝없이 말하려고 하는 (대화를 나눈) 사람들의 모습과 함께 그들의 대화를 집요할 정도로 시도하면서 나름대로의 이해와 해석 그리고 분석을 해내고 있는 저자의 노력이 특히나 인상적이었었다.

 

그렇기 때문인지 뜬금없이 미국사회의 우수함을 말하는 내용들에서는, 독일의 미래를 민족성과 특유의 국민성-인성구조를 통해서 추측하는 내용에서는 어쩌다 이런 결론을 내리게 되었는지 당황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단순히 어떤 특별한 계기나 이유가 아닌 좀 더 종합적인 이해와 분석의 틀을 찾으려고 한다는 점에서,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인 선택이 아닌 개인들의 내면과 침묵에 대해서 좀 더 진지한 접근을 해주고 있기 때문에 일종의 선구적이고 획기적인 시도이며 접근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좀 더 세밀한 접근과 이해가 있게 된다면 앞으로의 (예전에 있어왔던) 비극을 조금이라도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많은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생각해보고 고민하게 만드는 내용들이 많아 무척 인상적인 느낌이었다. 또한 그 시절을 실제로 살았던 이들의 생생한 증언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기억에 남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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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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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건 악이 아니오. 시간이지. 아무도 그걸 이길 수가 없거든.

 

 

 

 

어쩌면 자부심 속에서

혹은 어쩔 수 없다는 체념 속에서

 

이것은 내 소설이다. 내가 써야 한다. 나밖에 쓸 수 없다.

 

소설가가 작가가 저런 말을 했을 때, 그냥 그렇겠거니 생각하게 되기도 하지만 살인자의 기억법을 읽게 된다면 저런 허세와 객기 혹은 어쩔 수 없는 다짐과 같은 말이 언뜻 이해되지 않다가도 책을 읽다보면 충분히 이해되어버리게 된다.

 

소설가 김영하에 대해서는 그다지 알고 있는 것이 없다.

그의 발표작을 확인하게 되니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퀴즈쇼와 같은 제목들이 눈에 들어오기는 하지만 특별히 기억하려고 하거나 관심이 있었던 적이 없었기에 작가에 대해서는 전혀 알고 있는 것이 없다고 말해도 딱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많이 알려진 작가인 것 같다는 생각만 하게 된다.

유명한 사람이겠지.

 

단지 제목이 눈에 들어왔고

붉은 색이 인상적인 표지가 눈길을 끌어서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은 더욱 쉽게 손에서 책이 머물게 되었기 때문에

 

그런 가벼운 기분과 마음속에서 읽게 되었고

생각보다 쉽게-빨리-순식간에 읽게 되어서 재미있게 읽혀진다는 말을 꺼내게 되지만 소설과 함께 수록된 평론가의 해설에서 언급되는 만약 이 소설이 잘 읽힌다면, 그 순간 당신은 이 소설을 잘못 읽고 있는 것이다라는 말이 괜히 켕기게 되어서인지 뭔가 제대로 읽었는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기도 하고 돌이켜보게 되기도 한다.

 

평론가의 평가처럼 웃을 수 없는 농담일지도 모르고 마치 금강경을 읽고 악몽을 꾸는 듯이 써내려간 내용일지도 모르겠다는 해석에 공감하게 되기도 하지만 어쩐지 그보다는 이야기 속에서 자주 언급되는 니체의 글들에 좀 더 마음이 가게 되는 것 같고, 그래서인지 작가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혹은 작품 속 주인공 (연쇄)살인자 김병수의 방식으로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써낸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김병수는 이렇게 말-생각했다라는 제목도 유치하지만 아주 틀리다고는 말할 수 없진 않을까?

 

일종의 잠언들로 채워진 글()인 것 같기도 하고

그게 아니면 독백들과 메모-짧은 글들로 채워진 모음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살인자...’는 짧은 글들로 이뤄졌지만 무척 단단하고 빈틈이 없는 글들이고 그렇기 때문에 견고한 느낌을 갖게 되는 글들이었고, 주인공 김병수의 고집과 세상과 사람들과의 깊은 거리감과 고독이라고 말해야 할 것인지 단절이라고 말해야 할 것인지 헷갈려지는, 폐쇄감과 갑갑함을 무척 건조하면서도 인상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흥미로운 이야기이고

강한 흡인력을 보여주고 있다.

 

인상적인 반전과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결말을 내놓고 있고

그 이야기의 과정 속에서 잠시 읽기를 멈추고 무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힘을

읽는 과정 속에서 주인공 김병수의 감정과 뒤틀려져 있고 뒤죽박죽으로 된 내면을

어둡고 음침하며 건조하면서도 고독한 그 내면에 빠져들게 되고 빠져나오게 된다.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어쩐지 그렇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짧은 이야기의 끝에서 다시금 처음으로 돌아가 도대체 무엇을 읽었던 것인지 생각해보게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읽게 되는 책이면서도 경험하게 되는 책이기도 한 것 같다.

 

길지 않은 이야기와

그 이야기의 끝 다음 곧이어 이어지는 평론가의 해설 때문에

딱히 뭔가를 더해서 말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데, 그래도 뭔가를 말하게 된다면 재미있게 읽히고 흥미로우면서도 뭔가 강하게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 들게 되는 얼얼함으로 가득하기 때문인지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게 되고 한번 읽어보라는 말을 해보게 된다.

 

내가 느꼈던 그 경험과 기분과 어떻게 다를지 혹은 어떻게 비슷할지를 물어보고 싶어지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꽤 오랜만에 흥미진진하게 무언가를 읽어보게 된 것 같다.

 

누군가의 내면을 어디까지 써낼 수 있고 담아낼 수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걸 읽으면서 얼마나 다가갈 수 있는 것이고 내가 영향 받을 수 있는 것일까?

 

치밀하고 정교하게 담아낸 것인지

그것이 아니면 대략적이지만 무척 강렬하게 담아내고 있기 때문인지

무언가 여운을 그리고 여러 생각들을 하게 만들고 있다.

 

뭔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고

어쩐지 다시 읽어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참고 : 여전히 좋은 책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 늘어가고 있을 뿐이지만 항상 그렇듯 읽기보다는 읽으려고 마음만 먹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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