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들은 자신들이 자유롭다고 생각했다 - 나치 시대 독일인의 삶, 선한 사람들의 침묵이 만든 오욕의 역사
밀턴 마이어 지음, 박중서 옮김 / 갈라파고스 / 2014년 11월
평점 :
그들이 처음 공산주의자들에게 왔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기에.
이어서 그들이 사회민주당원에게 왔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사회민주당원이 아니었기에.
이어서 그들이 노동조합원들에게 왔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기에.
이어서 그들이 유대인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기에.
이어서 그들이 내게 왔을 때,
그때는 더 이상 나를 위해 말해줄 이가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 마틴 니묄러
악의 평범성
미치광이나 무언가 근본적으로 다른 존재들이 아닌 지금 우리들과 크게 다를 것 없고 일상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로 채워진 나치 시대를 검토하려고 하는 시도는 꾸준히 있어왔고, 그에 대한 훌륭한 결과물들은 소수의 다수에 대한 독재가 아닌 은밀하거나 무관심한 동조와 협조 혹은 말없는 지지가 어떤 방식으로 처참한-극단적인 상황까지 향하게 되는지를 충격적으로 폭로해주고 있는데, 자신이 평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나치 시대의 일반인들의 정서와 사고-생각을 이해하려고 하고 있는 ‘그들은 자신들이 자유롭다고 생각했다’는 발표한지 조금은 오래되었고 몇몇 문제의식이나 결론에 있어서는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드는 내용도 있기는 하지만 충분히 의미 있는 내용들을, 일상과 평범함 그리고 나에게는 잘못이 없다고 결백을 말하는 사람들이 어떤 잘못과 그릇된 입장을 있었는지를 치밀하게 기록하고 있다.
몇몇 부분들, 이를테면 미국사회에 대한 깊은 우월성과 미국이 갖고 있는 어떤 자부심에 대해서 말하는 내용들에서는 조금은 황당하고 나치 시대를 살아온 독일인들에 대한 정교한 분석과는 달리 무조건적인 옹호와 합리화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하고, 독일의 미래와 독일인들에 대한 앞으로의 전망 또한 부정적이고 음울한 미래만을 내다보고 있고, 독인인들 특유의 국민성과 민족성에 대해서 깊은 의문을 내놓기도 하는 등 읽다보면 이상한 결론을 내리고 있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다른 내용에서는 상세한 설명과 많은 시간을 들인 대화를 토대로 한 솔직한 고백을 이끌어내면서 나치가 득세하기 이전부터 나치가 모든 것을 지배한 이후까지 그리고 나치가 몰락한 이후에 어떤 식으로 나치를 생각했고 여전히 생각-그리워하는지를 말하도록 만들어 읽는 도중 충격적이기도 하고 솔직한 내면을 이해하게 되기도 했다.
적극적으로 나치가 되지는 않았지만 동조하고 방관했던 이들의 고백을 통해서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그렇게 되도록 만들었는지를 확인하려고 하는 ‘그들은...’은 단순히 대화를 바탕으로 한 결론이 아닌 독일의 역사를 둘러보고 있기도 하고, 그 지역의 지역적 특색이나 대화를 나눈 각각의 사람들의 인성과 개별적 특성을 고려하고 있기도 하면서 저자 나름대로의 예리한 분석이 더해지고 있기 때문에 무척 인상적인 내용이었는데, 자신들의 잘못이나 행동을 합리화하고 결백을 끝없이 말하려고 하는 (대화를 나눈) 사람들의 모습과 함께 그들의 대화를 집요할 정도로 시도하면서 나름대로의 이해와 해석 그리고 분석을 해내고 있는 저자의 노력이 특히나 인상적이었었다.
그렇기 때문인지 뜬금없이 미국사회의 우수함을 말하는 내용들에서는, 독일의 미래를 민족성과 특유의 국민성-인성구조를 통해서 추측하는 내용에서는 어쩌다 이런 결론을 내리게 되었는지 당황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단순히 어떤 특별한 계기나 이유가 아닌 좀 더 종합적인 이해와 분석의 틀을 찾으려고 한다는 점에서,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인 선택이 아닌 개인들의 내면과 침묵에 대해서 좀 더 진지한 접근을 해주고 있기 때문에 일종의 선구적이고 획기적인 시도이며 접근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좀 더 세밀한 접근과 이해가 있게 된다면 앞으로의 (예전에 있어왔던) 비극을 조금이라도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많은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생각해보고 고민하게 만드는 내용들이 많아 무척 인상적인 느낌이었다. 또한 그 시절을 실제로 살았던 이들의 생생한 증언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기억에 남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