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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샷 ㅣ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안재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영화 잭 리처 : http://blog.naver.com/ghost0221/220494448521
톰 크루즈가 출연한 (주인공 잭 리처를 연기한) 영화 잭 리처는 생각보다 근사한 완성도의 수사물이고, 그래서인지 원작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게 되었다.
리 차일드의 잭 리처 시리즈가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아마도 시리즈가 끝날 가능성은 없지 않을까? 리 차일드가 죽는다면 몰라도) 시리즈 중 어떤 작품이 더 나은지에 대해서는 시리즈가 끝나서야 정리될 수 있겠지만 영화 잭 리처의 원작인 ‘원 샷’은 지금까지 발표된 잭 리처 시리즈들 중에서도 최고작 중 하나로 꼽히기 때문에 (이미 영화를 접했기 때문에 어떤 내용인지는 알고 있지만) 기대감 속에서 읽게 되었고 영화에 비해서는 좀 더 꼬여진 이야기와 느슨한 진행 때문에 다소 밋밋한 기분이 들기는 했지만 충분히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었다.
이미 영화를 접했던 사람들이라면 어떤 식으로 원작과 영화가 다른지 그리고 어떤 점들이 (둘 중에서) 더 만족스럽게 느껴지는지 생각하면서 읽을 수 있게 되겠지만 둘 모두 (당연한 말이지만) 장단이 있기 때문에 영화를 즐길 수 있었다면 소설 또한 나쁘지 않은 기분으로 읽게 될 것 같다.
반대로 소설을 만족스럽게 읽었다면 (원작에서의 잭 리처에 대한 묘사와는 전혀 다른) 톰 크루즈가 연기한 잭 리처의 모습에 당장은 황당한 기분이 들기는 하겠지만 분노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고 좀 더 너그러워진다면 그럭저럭 나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영화를 위해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소설에 비해서 월등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더 멋지고 똑똑하며 날렵하게 다뤄지고 있다. 다시 말해서 만능이고 완전무결한 사람처럼 보여준다. 영화니 그러려니 하면서 생각하면 그만일 것 같다) 원작을 만족스럽게 영화로 옮겨냈다고 말하게 될 것이다.
영화는 원작을 압축시키고 좀 더 간결하게 만들어서 속도감 있게 진행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고 그건 영화적인 재미를 위해서 괜찮은 방식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른한 금요일 오후 느닷없는 무차별 총격
갑작스러운 무차별 총격으로 인해서 충격을 받은 시민들
이유모를 죽음을 당한 사람들
신속하게 사로잡은 범인
묵비권을 행사하며 유일하게 꺼낸 말은 잭 리처를 데려와 달라는 한마디
비밀스러우면서도 강인하고 어떤 난관과 어려움도 사소하게만 느껴지는 잭 리처의 모습
스스로 문제에 끼어들고 빠져들면서 어려움에 처하게 되기는 하지만 잭 리처가 겪게 되는 어려움은 다른 하드보일드-범죄소설에서 다뤄지는 주인공들이 겪는 고난에 비해서는 예행연습처럼 느껴질 정도로 잭 리처가 보여주는 강함은 그 어떤 상황도 이겨내리라 생각되고 별 것 아닌 문제처럼 느껴지게 된다.
잭 리처와 대적하게 되는 사람들이 오히려 불쌍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현격한 차이와 강함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런 일방적인 모습에 어떤 남성성을 혹은 힘을 느낄 수 있었는데, 지루하거나 진부하다고는 생각되지는 않아서 이런 절대적인 강함과 힘에 독자들이 대리만족을 경험하게 되고 명확하게 떠올려지지 않았던 (찾고 싶었던) 남성성을 확인하고 즐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모든 범행이 낱낱이 밝혀진 상황에서 시작하는 ‘원 샷’은 갑작스러운 시작과 진행을 보여주면서 어떻게 의심할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증거들이 조금씩 의심스러워지고 실마리를 만들어내게 되는지를 (잭 리처와 함께) 찾아내는 과정이 흥미로우며 그 과정 속에서 잭 리처의 개성과 매력 그리고 뛰어난 능력을, 고독하면서도 냉소적인 건조한 독백과 대화들을 통해서 하드보일드-범죄소설의 매력 또한 잘 살려내고 있다.
벌어진 상황에서 실마리를 갖고 있는 조각들을 찾아내며 사건을 풀어낸다는 점은 동일한 방식이지만 ‘원 샷’은 그걸 풀어내는 방식에서 이미 확정적이고 명백한 결론을 뒤집어야 한다는 점에서, 어떤 완벽함을 재확인하는 과정 속에서 석연치 않은 미세한 뒤틀린 부분들을 갖고 무언가를 찾아간다는 점에서 특징적이고 인상적인 것 같다.
추리와 액션을 적절하게 배합하고 있고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추측하고 증거들의 약점들을 파고들어가는 과정에서의 흥미로움은 생각 이상의 재미를 만들어내고 있다.
영화와는 다르게 500쪽에 가까운 이야기이기 때문에 조금은 느슨하고 좀 더 사실적으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서 좀 더 신속한 전개를 기대했던 사람들이라면 느리다고 불평할지도 모르지만 그 과정 속에서 잭 리처의 개성과 다른 등장인물들의 개성들이 잘 다뤄지고 있기 때문에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워낙 길고 긴 시리즈이기 때문에 다른 작품들을 읽을 것인지는 생각해봐야 할 것 같은데, 때때로 잭 리처가 등장하는 다른 작품들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읽어보고 싶어진다.
썩 만족스러운 재미를 안겨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