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인간의 탄생 - 체온의 진화사
한스 이저맨 지음, 이경식 옮김, 박한선 해제 / 머스트리드북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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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체온을 진화심리학으로 그리고 인문학 시선으로 흥미롭게 살펴보고 있는 따뜻한 인간의 탄생은 접하지 못해왔던 분야고 주제라 관심이 들어 읽기는 했지만 가볍게 읽을 내용은 아니었다. 그래도 여러 학문 분야가 걸쳐져 있어서 이것저것 모르던 것들을 알게 되는 재미는 컸다. 이제 막 주목받고 있는 연구 분야니 앞으로 어떤 식으로 발전할지를 생각해가며 읽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인류는 오랜 진화사를 통해 다양한 기후 환경에 적응해왔다. 어떤 의미에서 인류 진화사는 체온 조절을 위한 기나긴 여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직립 보행을 하고, 털이 없어지고, 뇌 크기가 커지는 신체적 진화. 불을 사용하고, 옷을 만들어 입고, 집을 지어 사는 정신적 진화. 다른 사람과 부대끼며 교류하는 사회적 진화인류의 수많은 변화가 바로 체온 조절을 위한 선택압에서 유발되었다.

사회심리학자 한스 이저맨은 인간은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하기 위해 오랫동안 서로에게 의존해왔으며, 이런 사회적 체온 조절 본능은 사회와 문화를 형성하고 지탱하는 버팀목이 되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그는 진화론적 관점에서 체온 조절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탐색하여 감정, 관계, 건강, 언어, 심지어 집을 잘 파는 능력까지 얼마나 많은 것이 주변 온도에 또 체온에 따라 달라지는지 보여준다. 거의 모든 것이 디지털로 연결되어 물리적 접촉이 사라져가는 시대에 인간이라는 종의 본성에 대한 긍정적이고 놀라운 메시지를 던진다.”

 

이론적인 내용으로 시작해서 다양한 사례들이 이어지는 방식으로 내용이 꾸며진 이 책은 기본적으로 체온에 대해서 좀 더 넓은 범위로 이해하려고 하고 있다. 사회 문화적인 관점으로 파악하려고 하고 있고, 그런 입장 속에서 사회적 온도라는 논의를 꺼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과학으로 시작해서 인문학으로 향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 책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는 펭귄처럼 단순히 생명 유지를 넘어서 사회적 존재로서 그리고 긴밀한 유대-관계를 통해서 어떤 식으로 사회적 온도가 작동하는지를 실험해보고 살펴보려고 하고 있다.

 

인간도 펭귄처럼 사회적 체온 조절 수단을 활용한다. 체온 조절에 대한 갈망은 펭귄 사회에서나 인간 사회에서 모두 사회적 행동의 추동력이다. 인간의 경우 체온 조절의 절박함은 따뜻한 사람과 함께 있고 싶다는 열망, 따돌림을 당해 쓸쓸하게 버림받고 싶지 않다는 열망을 낳는다. 생물학적 진화 과정에서 발달한 신체 내부 체계들 덕분에 뛰어난 활동성을 자랑하는 인간은 체온 조절을 위해 다양한 사회적 행동을 펼칠 수 있다. 이런 사회적 행동은 문화와 사회가 진화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많은 유기체가 주변 온도 변화를 감지하고 여기에 대응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인간은 온도 변화를 감지하고 대응할 뿐 아니라 사전에 변화를 예측하고 거기에 대비할 수 있다. 이런 예측 능력은 사람들 사이 사회적 체온 조절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사회와 문화의 성격에도 작용할 수 있다.”

 

그 누구도 없이 홀로 살아갈 수 없는 우리들에게 이 책은 관계망 속에서 살아가는 것의 중요성과 의미를 과학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여러 연구 영역을 넘나들고 있고 별의별 실험 끝에 어떻게 본다면 익숙한-당연한 결론을 도출한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의미심장하게 생각할 필요도 있을 것 같다.

 

이제 막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어서 좀 더 주목하게 될 연구들이 계속 이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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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우주만화 이탈로 칼비노 전집 6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 / 민음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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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도시들때문에 이탈로 칼비노는 항상 관심이 대상이지만 이번에 읽은 모든 우주만화는 정말로 읽기 힘들었던 책이었다. 거의 억지로 읽었기 때문에 시간도 오래 걸렸고 별다른 만족감을 느낄 수 없었다.

 

시작했으니 어떻게든 끝을 본 기분?

 

이탈로 칼비노 전집 6. 이탈로 칼비노가 과학 서적을 읽고 떠오른 영감을 바탕으로 환상적 상상력을 더해 쓴 단편집으로, 칼비노 고유의 환상성을 언뜻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천체물리학 등 과학 분야와 접목시킨 작품이다.

 

그의 환상적 상상력이 절정에 달했다는 평가를 받는 <모든 우주만화>는 전작 <거미집으로 가는 오솔길> 등에서 두드러졌던 동화성을 뛰어넘어 과학과 수학적 관점 속에서 상상력을 발현한 점이 특징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우주를 배경으로 한 공상 과학 소설의 범주와는 궤를 달리한다. 공상 과학 소설들이 우주의 미래를 상상하며 있음 직한 세계를 건설한다면 이 소설은 그와 반대로 '기원 신화'에 가깝다.

 

과학이 밝혀 낸 사실을 바탕으로 작가는 우주가 발전해 온 각 순간의 장면을 인간적 차원으로 응시하며 내러티브를 구성한다. 칼비노는 "인간은 자신의 상상력을 통하여 우주의 지속적인 자체 형성에 기여한다." 라고 말한 바 있다. <모든 우주만화>는 그의 그러한 태도가 유감없이 빛을 발하는 소설이다.”

 

출판사의 책소개만 접한다면 적당한 재미나 읽는 즐거움이 있을 것 같았는데, 나랑은 맞지 않는지 어떤 것도 기억에 남는 게 없었다.

 

다른 이탈로 칼비노의 책을 읽어 봐야 할지도 좀 고민이 된다.

 

차라리 보이지 않는 도시들을 다시 읽는 게 더 좋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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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과 검찰개혁 - 검찰공화국 대선후보
한상진 외 지음 / 뉴스타파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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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조그마한 관심이라도 있다면, 혹은 소식을 접하고 있다면 윤석열이라는 이름을 모를 순 없을 것이다. 아니, 이제는 정치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더라도 익숙하게 된 이름이 되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고, 출마 선언까지 한 지금 시기에 윤석열이라는 정치인에 대한 호불호는 극단적으로 나뉜다고 볼 수 있다. 무척 좋아하거나, 반대로 무척 싫어하거나. 그런 식으로 본다면 뉴스타파에서 취재-정리한 정치인 그리고 공직자 윤석열에 관한 이 책은 어떤 입장에서 보든 부정적인 시선이라 할 수 있을 것이고, 곱게 본다고 해도 검증과정 속에서 의문스러운 부분들을 정리한 일종의 보고서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뉴스타파 취재기자들이 2년 넘게 취재 보도하면서 축적한 윤석열 검증 자료를 새롭게 정리하고 현재 진행 중인 취재 내용까지 담았다. 보도한 기사에는 채 담아내지 못했던 상세한 내용과 여러 비화를 추가하고 흩어진 사건들에 구슬을 꿰듯 맥락을 부여했다.”

 

4명의 기자가 각자 최근까지 취재-조사한 내용을 나눠 쓴 윤석열과 검찰개혁은 긴 조사를 통해 쌓아온 내용을 잘 정리했다는 생각도 들지만 어쩐지 조금은 급하게 써낸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허술하거나 빈틈이 있다는 뜻이 아닌 아직까지 취재가 완결되지 않았다는 개운하지 못한 느낌이 든다는 뜻이다. 과연 제대로 된 취재-조사가 이뤄질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미완결이라는 생각만 들고 이제야 비로소 시작한다는 기분 또한 들게 된다. 그리고 윤석열 본인만이 아니라 가족에 관해서 그리고 검찰개혁에 관해서까지 다양한 논의가 있어 조금은 어수선하다는 생각도 들고. 여러 주요 기사들이 하나의 책으로 묶여진 느낌이 더 든다. 그래도 내용은 알차니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윤석열 개인에 관해

윤석열과 처가 문제

그가 했던 검찰 인사

주목받기 이전의 과거 행적

대선후보로 나오게 된 배경

 

여러 가지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고, 생각 이상으로 놀라운 부분들이 많았다. 잘 모르던 내용이 많았지만 반대로 이미 기사화되었던 것들이 대부분이었으니 어떤 의미에서는 내가 너무 무관심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탐사보도에 정통한 기자들답게 꼼꼼하게 찾아-밝혀낸 사실-진실을 바탕으로 객관과 공정을 속에서 따져보고는 있지만 이런 책이 언제나 그렇듯 사람들마다 좋고 싫음이 분명하게 드러나며 읽혀질 것은 당연할 것 같다.

 

저자가 기자들인 만큼 인상 비평과 주관적인 평가를 최대한 배제하고 객관적인 사실에 기초한 정확한 서술을 지향했다. 지지자이든 비판자이든 이 책을 읽지 않고 대선후보 윤석열을 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대통령 선거 바로 직전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시기에 언론이 집중적으로 지켜보고 있는 유력 정치인-공직자를 파고드는 책이라 민감할 수밖에 없는 내용으로 가득하지만 왜곡만 넘쳐난다는 말은 할 순 없을 것 같다. 어떻게든 편향이네 뭐네라는 말을 하려고 하겠지만.

 

뉴스타파함께재단의 출판사업부 도서출판 뉴스타파가 간행한 단행본 <윤석열과 검찰개혁>은 뉴스타파 취재기자들이 2년 넘게 취재 보도하면서 축적한 윤석열 검증 자료를 새롭게 정리하고 현재 진행 중인 취재 내용까지 담았다. 보도한 기사에는 채 담아내지 못했던 상세한 내용과 여러 비화를 추가하고 흩어진 사건들에 구슬을 꿰듯 맥락을 부여했다. 뉴스타파에서 윤석열 검증에 앞장서 온 한상진 기자와 윤석열 처가 문제를 집중취재해 온 심인보 기자, 윤석열의 검찰 인사를 추적한 뉴스타파 데이터 팀장 최윤원 기자가 필진으로 참여했다. 법조 취재 경력만 30년에 달하는 신동아 출신의 조성식 전 기자는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검사윤석열의 과거 행적을 낱낱이 복기하고 특수부 검사 출신의 검찰총장이 대선후보로까지 나서게 된 배경을 치밀하게 분석했다.”

 

윤석열에 대한 여러 의문점들을 살펴보는 내용이고, 그가 대통령으로 적합 혹은 부적합하냐를 두고 따져보는 것을 넘어

 

“<윤석열과 검찰개혁>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대선후보인 윤석열에 대한 검증서이기도 하지만 검찰권력에 대한 비판서이기도 하다. 검찰 조직의 기득권을 지키고 검찰 패밀리를 보호하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윤석열과 검찰개혁 문제는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시도와 검찰의 저항, 그리고 그 한가운데서 숨가쁘게 움직인 윤석열과 그 사단의 비화도 처음으로 공개된다. 왜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이 절반의 성공에 그칠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윤석열 전 총장과 그 사단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이 책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이걸 읽는다고 생각이 달라지거나 판단이 변하게 될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어떤 과거가 있는지를 짚고 묻고 있는 이 책을 조금은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으면 좋겠다.

 

그것 또한 일종의 검증의 과정일 것이니.

 

단순히 윤석열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아닌, 문재인 정권에 대한 실책을 살펴봄과 함께 어떤 올바른 방향을 찾으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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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 - 지옥의 전쟁, 그리고 반성의 기록, 개정증보판 서해문집 오래된책방 2
유성룡 지음, 김흥식 옮김 / 서해문집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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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읽어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어쩐지 계속해서 미루기만 했다. 괜한 핑계만 만들면서 한도 끝도 없이 미루고만 있다가 이제야 읽게 됐다. 어렵지 않을까? 라는 생각만 앞섰는데, 막상 펼쳐보니 생각보다 수월하게 읽혔다.

 

개정증보판 <징비록>은 기존 <징비록>(2003년 출간)의 내용상 오류를 바로잡고 편집을 새롭게 했을 뿐 아니라, 유성룡이 <징비록>을 쓰는 데 밑바탕이 된 글을 모아 '유성룡 종군의 기록'이란 이름으로 뒤에 덧붙였다. 그 글은 유성룡의 저작집인 <서애집>에 흩어져 있는 기록들을 옮긴이가 직접 가려 뽑고 요약, 정리한 결과물이다.”

 

임진왜란이 어떤 성격의 전쟁이고 그 의미에 대해서 무슨 말이라도 꺼내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알고 있는 게 너무 부족하니 뭔 말을 꺼내기 전에 우선은 좀 알아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으로 읽게 된 징비록지난 실책을 반성하고 후일을 대비하는 내용으로 가득 채워져 있고, 몸소 겪고 지켜본 류성룡이 쓰디쓴 마음으로 전란이 어떤 식으로 시작해서 끝났는지를 소상하게 기록하고 있다.

 

류성룡

 

조선 시대의 문신으로 임진왜란 당시 군사 업무를 관장하는 전시 재상이었다. 임진왜란이 이후 영의정 자리에서 물러나 전쟁을 회고하며 반성하는 의미로 징비록을 저술하였다. 유성룡은 1542101일 경상도 의성현 사촌리에서 황해도 관찰사 유중영과 어머니 안동 김씨 사이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으며, 호는 서애(西厓), 시호는 문충(文忠)이다. 4세부터 글을 읽고 14세에는 향시에 합격하는 등 명석한 두뇌를 지녔던 그는 일찍이 많은 시험에 급제하여 높은 벼슬을 지냈다. 21세에 퇴계 이황에게 가르침을 받고 23세에 생원 회시 1, 진사시 3등으로 급제하여 이듬해에 성균관에 입학했다. 25세에는 별시문과에 급제하여 벼슬을 시작하면서 병조좌랑, 이조좌랑, 홍문관 부제학, 대사헌, 병조판서, 이조판서 등의 관직을 지냈다. 임진왜란이 발발한 직후에는 영의정에 임명되었다가 파직되지만 다시 도체찰사의 자리에 올라 조선의 내정과 군사 상황을 총괄하였다. 이순신 장군과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내온 유성룡은 왜란에 대비하여 이순신을 전라좌도 수군절도사로 등용하여 왜란으로 인한 국가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자 힘썼다. 그러나 임진왜란이 끝난 1598, 북인의 탄핵으로 영의정에서 파직당하고 이듬해에 고향인 하회마을로 낙향하였다. 이후 조정에서 다시 벼슬을 내렸으나 저술에만 힘썼으며, 이후 병산서원에 위패가 모셔졌다. 그가 저술한 임진왜란 회고록인 징비록은 당시의 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실제적인 묘사와 기록이 담겨있다. 더불어 지난 실책을 반성하고 후일을 대비하는 내용까지 담고 있어 가치가 높은 사료로 평가받고 있다.”

 

징비록에 대해서 뭘 더 말할 건 없을 것 같다. 워낙 알려진 책이고 국보로 지정되었을 정도니 덧붙일 건 없을 것이다. 임진왜란에 대해서 알고자 한다면 꼭 읽어봐야 할 글이고, 그걸 떠나서도 전란의 과정에서 보게 된 다양한-서글픈 모습을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생각보다 술술 읽을 수 있으니(물론, 기분 좋게 읽을 순 없다) 아직 주저하는 사람이라면 편한 마음으로 읽기를 시도하길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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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왜? - 1945~2020
김동춘 지음 / 사계절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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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53661042

 

 

저자는 한국 근현대사의 그늘진 부분을 날카롭게 파헤치는 저작을 여럿 발표했었고, 이번에도 최근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내홍역사 구조적인이유에 대해서 살펴보고 있다. “1945년 해방 이후, 더 나아가 구한말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한국사에는 개화 대 민권, 친일 대 독립, 반공 대 평화통일, 개발독재 대 민주공화의 갈등이 켜켜이 쌓여 있으며, 또한 거의 모든 갈등에서 전자가 승리했던 역사 구조의 결과인 지금을 설명하려고 한다.

 

그런 내용이기 때문에 읽는 재미는 없었고 그래서인지 책을 펼쳤다 말았다 하면서 읽게 됐다.

 

이 책이 바로 대한민국 70년의 참회록이다. 자신을 변명하고 분식하는 입지전의 다른 이름으로서의 참회록이 아니라 글자 그대로 잘못을 고백하고 참회하는 진정한 참회록이다. 과거 70년 동안 어떤 사람들이 권력을 장악하고, 어떤 사람들을 억압하면서, 어떤 길로 국가를 이끌어왔는지를 참회한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과연 독립자주국가인가? 민주적이고 평등한 사회인가? 인간적 진실이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인가?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정체성 자체를 파헤침으로써 우리들을 불편한 진실 앞에 맞세운다. 한 개인의 경우와는 달리 한 국가의 참회록은 과거에 대한 참회이면서 동시에 그 참회를 딛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기 위한 결의이기도 하다.”

 

참회록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내용인지는 모르겠지만 저자의 다른 저작에서 논의되었던 내용-문제의식이 언뜻 반복되기도 하고, 그동안 다루지 않던 부분도 들춰보고 있다. 1945년 해방 이후 지금까지라는 긴 시기를 들여다보느라 되도록 다뤄야 할 것들만 간략하게 다루고 있으니 좀 더 자세히 알고자 한다면 출처로 언급된 책들을 읽을 필요가 있다.

 

해방 후 어떤 그늘진 일들이 있었고 그 어두운 부분을 중심으로 현대사를 다루려고 하는 저자의 입장을 받아들이며 굴곡진 현대사의 흐름을 알아간다는 수준에서 읽으면 적당할 것 같다.

 

대한민국은 왜?는 오늘날 한국 사회가 마주한 정치·사회의 여러 문제, 특히 보통의 국민이 겪는 고통의 역사적 배경과 국제 정치적 맥락을 씨실과 날실로 짜 맞춘다. 지은이는 한국의 현실을 세 개의 틀로 분석하는데, 그 첫째는 한국 근현대사의 기본 과제이다. 개화·독립·민권이 보장된 국가의 수립이 좌절되면서 친일파의 주도로 근대화가 시작됐고, 해방 후 이들은 통일을 포기하는 대가로 친미로 옷을 갈아입고 자리를 지켰다. 그들이 써내려온 역사가 오늘날 한국 근현대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둘째는 대한민국의 국가 이념이다. 특히 195010월 황해도에서 벌어진 신천학살을 겪으면서 남한은 월남자들이 만든 나라’, 기독교 반공주의가 국교國敎인 나라가 됐다. 마지막은 한국 근대의 성격이다. 한국의 근현대는 외세와 분단의 압박 속에서 진행되었고, 그 결과 한국은 경제는 성장했지만 이상과 희망은 제거된 반쪽 국가가 되었다.”

 

시작부터 잘못되었고 어떤 것도 제대로 풀어지지 않았던 과거고 현재이기 때문에 당장 혹은 순식간에 해결되길 바라는 것이 아닌 조금은 긴 호흡 속에서, 끈기 있게 그리고 철저해야 함을 알 수 있었다. 그 생각을 학술-학문적으로 풀어내기보다는 최대한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는 현대 한국사에 대한 꽤 괜찮은 입문서가 될 수 있기도 하다.

 

구한말부터 625한국전쟁 직전까지를 다룬” 1부와 그 이후부터 2020년 현재까지를 다룬 2부와 3부로 내용이 구성되어 있고, 되도록 짧은 호흡으로 설명하고 간략하게 다루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빠른 속도로 읽을 수 있다. 다만, 읽을수록 (한국 근현대사에 대해서 알려고 할 때마다 느끼는) 답답함이 크기 때문에 불편한 마음이 들고 점점 무겁게 느껴지면서 읽기가 싫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해방 이후 극심한 혼란과 전쟁

군사 정권과 독재

간신히 얻어낸 민주화와 그 이후의 수많은 변곡점()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모르는 부분들이 많아 읽게 됐고, 대충은 큰 흐름을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는 좀 더 상세하게 알아가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지은이의 말처럼 한국 사회와 정치의 문제들은 결국 한국 현대사의 문제로부터 기인한다. 이 책은 그 굴곡진 노정을 세심하게 안내하며 독자로 하여금 과거를 극복하고 보다 더 평등하고 공정하며 정의로운 미래를 상상하게 한다.”

 

아쉽게도 읽을수록 그저 상상만 하게 될 뿐이고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한숨만 가득하게 된다. 이래서 한국사는 알려는 의지가 쉽게 꺾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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