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비타 악티바 : 개념사 20
홍기빈 지음 / 책세상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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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번잡스러움 때문에 되도록 짧은 분량의 책들을 혹은 최대한 금방 읽어낼 수 있는 책들만을 찾게 되는 요즘인데, 그런 기준을 갖고 찾게 된 책들 중 ‘자본주의’는 분량으로서는 짧기도 하고 쉽게 읽어나가게 되기도 하지만 다루고 있는, 다루려고 하는 논의들은 읽은 다음에도 쉽게 머리에서 떠나지 않게 되는 논의들이고 관심들인 것 같다.

저자의 말대로 누구나 쉽게 말하게 되기는 하지만 누구도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자본주의에 대해서 어떻게 /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고 생각해봐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는 ‘자본주의’는 점점 더 확장하기만 하고 있고 복잡하게만 되어가고 있는, 그렇기 때문에 어디서부터 어떻게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지 난감해져만 가고 있는 자본주의에 대해서 불투명하게만 느껴지고, 어떻게 /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지부터 난감함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 어떤 식으로 생각해야 하고 접근을 해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 논의를 하고 있다.

저자는 우선 생각 이상으로 쉽게 정리가 되지 않는 자본주의라는 용어, 체제 혹은 단어에 대해서 정의를 내린다는 것이 단순하게 느껴지면서도 어렵기만 한 것인지를 논의하고 있고, (좌파적인) 계급의 시각으로 자본주의를 바라보려고 하기도 하고 (우파적인) 시장경제의 시각으로 이해하려고도 하고 있으며, 어떻게 자본과 자본가, 자본주의라는 단어가 다뤄지게 되었는지를 검토하는 등 역사적인 관점으로도 이해를 해보려고 하고 있다.

저자는 섣부르게 자본에 대해서 그리고 자본주의에 대해서 어떤 결론을 혹은 하나의 이해를 하려고 하기 보다는 다양한 질문들과 그 질문들로 인한 쉽게 단정할 수 없음에 대해서 좀 더 무게를 두고 논의와 이해를 하려고 하고 있다.

그럼에도 자본과 자본주의에 대해서 조금은 종합적인 혹은 총체적인 이해를 할 수 있도록 자본주의의 핵심이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논의를 멈추지 않고 있는데, 저자는 자본주의의 핵심이 결국 화폐, 생산, 권력이라는 열쇳말 / 핵심어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제안을 제시하고 있다.

중세시대에서부터 어떻게 자본주의시대로 이행하게 되었는지를 화폐, 생산, 권력의 관점에서 그 과정을 간략하게 다루고 있고, 자본주의시대로의 변화되는 과정 중 가장 인상적인 순간들을 언급하면서 어떤 방식으로 자본주의를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

자본주의에 대한 주요 논의와 이론들을 재검토하며 어떤 시각으로 그런 논의들이 있었는지를 각각의 논의의 문제점과 보완점을 함께 다루고 있고, 거기에 앞으로 자본주의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그리고 경향을 보이게 될지를 짧게 논의하고 질문하며 내용을 정리하고 있다.

짧은 분량이면서도 자본주의에 대해서 여러 생각들을 하도록 하고 있고, 얼마나 자본주의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하고 있었는지를 알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 같다.

저자가 뒷부분에서 언급하는 여러 결론을 대신한 질문들은 쉽게 알고 있고 이해하고 있다는 것들에 대해서 얼마나 오해를 하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만들어주고 있다.

너무 많은 것들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다고 착각하면서 지내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은 알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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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영웅전설 외전 1 - 황금의 날개 이타카
다나카 요시키 지음, 김완 옮김, 미치하라 카츠미 그림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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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책을 좋아한다고 해도,

태어날 때부터 책을 좋아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해도 그런 사람은 흔한 사람은 아닐 것이다.

대부분 우연한 기회에 읽게 된 무언가를 통해서 읽는 재미를 알게 되었을 것이고, 많은 시간이 지난 뒤에는 그렇게 읽는 재미를 알게 된 책이 무척 유치하거나 헛웃음이 나오는 별 것 아닌 책이라고 느끼게 된다고 해도, 읽는 재미를 그리고 읽는 맛을 알게 해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것을 알게 만들어준 책에 대해서 최대한의 존중과 추억을 갖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읽는 재미를 알게 해준 책들 중 가장 먼저 꼽게 되리라 생각되는 책은 아마도 ‘은하영웅전설’일 것 같고, 여전히 때때로 책의 내용들을 기억하기도 하고 떠올리기도 하면서 지내고 있었는데, 최근에 완전판이 출판되었고 그동안에는 소개되지 못했던 ‘황금의 날개’라는 단편 모음집 외전이 함께 출판이 되어서 관심을 갖게 되어 처음 ‘은하영웅전설’을 읽던 시절을 떠올리며 책을 읽게 되었다.

실제 내용에 비해서는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제목이기는 하지만 우주를 무대로 한 서사시라고 말할 수 있는 ‘은하영웅전설’은 전제주의와 민주주의라는 상반된 정치 체제를 극단화시켜서 어떤 것이 과연 올바른 정치제도라고 말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질문을 하기도 하고, 개성 있는 등장인물들과 다양한 재미들을 만들어내고 있기에 단순히 어떤 작품이라고 말하기는 어렵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재미가 있다는 점과 그 재미들 속에서 여러 물음들을 담아내고 있기에 사람들에 따라서 유치하고 부족한 점들을 찾아낼 수 있기는 하겠지만 그런 단점들을 찾기 보다는 어떤 장점들이 있는지를 좀 더 얘기하게 되는 작품인 것 같다.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황금의 날개’는 이것 저것 챙겨보고 읽어 본 사람들이라면 아주 생소하지는 않겠지만, 처음 정식으로 소개가 되었다는 점으로 인해서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고, 그 관심에 비해서는 크게 대단할 것이 없기는 하지만 오랜만에 ‘은하영웅전설’을 읽게 되면서 얼마나 이 작품을 좋아했었는지를, 얼마나 재미나게 읽었었는지를 떠올리게 되었고, 그런 기억들을 떠올리면서 자신이 여전히 그리고 아마도 앞으로도 ‘은하영웅전설’이 만들어낸 세계관에 머물러 있을 것이고, 이 작품이 관심을 보이고 있었던 물음들에 대해서 대답을 찾으려고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은하영웅전설’에 대해서 작품이기 보다는 소설이라고 말할 것이고, 소설이라고 말하기 보다는 만화 같다는 말을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나에게 있어서는 지금까지 읽은 여러 소설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작품으로 꼽을 수 있기도 한 작품이고, 아마도 언제나 이 작품을 간간히 떠올리며 지내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을지서적에서 출판한 해적판을 소장하고는 있기 때문에 완전판의 부담스러운 가격 덕분에 전집(17만원 정도)을 구입하는 것은 무리일 것 같기는 한데, 천천히 예전 기억들을 떠올리며 한권씩 읽어나가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참고 : 개인적으로는 작품 속 등장인물들 중 양 웬리와 자유해성동맹 쪽 등장인물들을 좋아한다. 그리고 가장 재미나게 읽은 작품은 외전인 ‘율리안의 이제르론 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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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의 리얼리즘 임철규 저작집 3
임철규 지음 / 한길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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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을 검색하는 도중에 어쩐지 제목이 인상적인 느낌이 들어서 선택하게 된 ‘우리시대의 리얼리즘’은 제목부터 한국의 1980년대에 갖게 되었을 시대적 고민이 느껴지는 제목인 것 같았었는데, 역시나 1983년에 출간된 평론집이며 최근 개정판이 다시금 출판된 것으로 알고 있다.

저자인 임철규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는데,

약간의 검색을 통해서는 무척 대단한 분인 것 같다는 생각만 들게 되었고, 실제로 본문을 읽어가면서 아직까지도 국내에 이런 학자가 있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에 / 알려지지 않고 있었다는 것에 내가 너무 모르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너무 알려지지 못하고 있었던 것인지 헷갈리게만 느껴졌다.

평론집이기 때문에 하나의 주제를 갖고 전체적인 내용을 구성하기 보다는 각각의 주제를 갖고 발표한 글들을 모아두고 있기는 하지만 되도록 일관성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 비슷한 성향의 글들로 정리해서 내용을 구성하고 있다.

1부에서는 이론적인 논의들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데, 희극과 비극, 죽음과 눈-시각-바라봄이라는 주제를 갖고 무척 상세하고 성실한, 깊이 있는 논의들을 하고 있다. 저자의 폭넓은 시각과 꼼꼼하고 밀도 높은 논의들로 인해서 그동안 조금은 단순하게만 혹은 대략적으로만 이해하고 있었던 비극과 희극에 대해서 좀 더 상세하고 깊은 이해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고, 다양한 학자들의 논의들을 잘 정리해내고 있으면서도 자신만의 시각을 제시하기도 하고 날카로운 분석을 보여주고 있는 등 탁월하다는 감탄사가 나오게 되는 논의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죽음과 눈-시각-바라봄에 대해서도 독특한 관점과 시각 그리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무척 흥미로운 생각이 들었으며, 저자가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은(별도로 시각에 대한 저서를 발표했을 정도로) 눈-시각-바라봄에 대한 논의는 무척 인상적인 논의이기는 했지만 아는 것이 부족해서 많은 내용들을 건성으로 읽어냈을 뿐 좀 더 상세하게 읽어내지는 못했었다.

최근 들어서 시각에 대해서 다양한 논의들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매우 앞선 시대에 중요한 논의를 제시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저자의 논의에 대해서 그리고 문제의식과 의견에 대해서 좀 더 상세한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

2부에서는 이전 시대의 고전주의와 낭만주의와는 무척이나 다른 지금 현재 시대에 가장 중요한 흐름인 리얼리즘에 대해서 논의를 하고 있으며, 이후 알베르 카뮈, 조지 오웰, 시몬느 베이유, 아서 쾨슬러와 실로네의 작품, 이반 투르게네프의 작품들을 상세하게 분석하면서 그 작품들에 대한 정교한 분석과 함께 단순한 작품에 대한 분석만이 아닌 지금 이 시대에 대한 진지한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치열한 고민들을 더하면서 분석에 임하고 있다.

마지막 3부에서는 민족문학에 대해서 대담을 담고 있고, 국문학자 조동일과의 대담을 통해서 서양과 한국의 민족문학의 각각의 특징과 함께 차이에 대해서 그리고 민족문학에 대한 각자의 생각과 의견을 나누고 있고, 민족문학이 나가야 할 지향에 대해서 논의를 나누고 있다.

저자의 논의는 지금 시대에서는 조금은 관심을 잃게 되는 논의들이 많기는 하지만 여전히 중요한 논의들이며 매우 엄격함 / 엄밀함과 진지함 그리고 치열한 고민들 끝에 내린 논의들이고 분석들이며 결론들이기 때문에 무척 의미 깊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앞으로도 자주 인상적으로 느껴진 부분들을 펼쳐보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의 논의들은 쉽고 단순하게 논의를 정리하고 싶어졌을 법도 하지만 그렇게 하기 보다는 충분한 숙고와 고민을 통해서 쉽게 결론을 내리지 않고 다양한 학자들의 논의들을 자세히 검토해가고 비교해가며 자신만의 입장과 생각을 그리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는 점에서 무엇에 대한 검토를 하게 될 때에는 그리고 논의하고 생각하게 될 때에는 얼마나 깊이 있는 생각과 진지함이 필요한 것인지를 그리고 엄밀함과 엄격함, 고민이 필요한 것인지를 다시금 깨닫도록 만들고 있다.

뛰어나고 탁월한 시각과 논의들도 논의들이지만 그런 논의들을 하게 되기까지의 과정과 노력이 좀 더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무척 닮고 싶어진다.

최소한이라도 본받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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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에 대한 찬양 - 개정판
버트란드 러셀 지음, 송은경 옮김 / 사회평론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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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서 책을 읽을 시간이 많이 부족하고,

읽을 시간이 생겼다고 해도 집중을 하지 못하기가 쉽지 않아서 되도록 짧은 분량의 책을 찾게 되고, 간단하게 읽어낼 수 있는 책들을 찾게 되는 것 같다.

물론, 간단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찾았다고 해도 그렇게 찾은 책이 쉽게 읽고 치울 수 있는 책들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복잡한 기분 속에서 제목이 눈길을 끌어서 집게 된 ‘게으름에 대한 찬양’은 철학가로서 그리고 그 외에도 여러 분야에서 이름을 알린 버트런드 러셀의 저작이며, 몇몇 주제에 대해서는 조금은 동의가 어렵기는 하지만 다양한 주제 속에서 자신의 생각과 입장을 느긋하면서도 진지하게 자신의 고민과 결론들을 전달하려고 하고 있다.

에세이라는 점 때문에 논리적인 정교함 보다는 부담스럽지 않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려는데 집중하고 있는 경향을 느끼게 되는데, 조금은 쉽게 전달하려고만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그 고민이 쉽게 결론을 낼 수 없는 것들이라 러셀의 결론에 대해서 공감하게 되기도 하고 반박을 하고 싶게 되기도 하다.

게으름을 갖으라고 말하기 보다는 전체적인 노동시간을 줄이고 여가를 보낼 시간을 늘려야 한다고 말해야 좀 더 적절한 의미전달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게으름에 대한 찬양에 대한 에세이를 시작으로 지식에 대해서, 건축을 통한 생활환경과 사회적 변화를 모색하기도 하고, 물신주의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이 갖고 있는 오해들을 지적하기도 하고 있으며, 냉소주의라는 시대정신에 대해서 준엄한 비판을 하고 있기도 하다.

버트런드 러셀을 개인적인 경험과 일상들에 대해서 감상에 빠져 말하기 보다는 사회적이고 철학적인 주제를 이론적인 정교함을 보이지 않으며 논의하면서 함께 고민해볼 수 있도록 대화를 나누듯이 혹은 조금은 쉽게 접할 수 있는 교양 과목 수업을 하듯이 시대에 대한 비판과 문제의식을 제시하려고 하고 있고, 버트런드 러셀 본인이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시대적 / 사회적 문제점들에 대해서 간략하게 논의를 정리하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자본주의 / 근대 사회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획일성이 강해지고 있기만 한 사회구조와 인간과 자연의 문제, 교육과 권위, 이성과 타인에 대한 존중, 서구문명 등 조금은 추상적인 주제를 갖고 논의하기도 하고, 히틀러와 나치-파시즘, 공산주의와 사회주의와 같은 당대의 가장 논쟁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자신의 의견을 정리하고 있기도 하다.

혜성과 영혼에 대해서 논의하는 등의 조금은 개인적인 논의들도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앞서 말했듯이 시대에 대한 그리고 사회에 대한 다양한 주제들을 갖고 자신의 생각들을 간략하게 정리하고 있는데, 그의 논의들 대부분이 여전히 논쟁적인 부분도 있고 조금은 공감하기 어렵거나 지나치게 단순화 시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게 된다.

이런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어떻게 본다면 많은 이들이 좀 더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자신의 생각들을 전달하려고 했던 것 같다는 생각에 날선 비판을 하도록 만들지는 않게 되는 것 같다.

물론, 그런 방식의 논의가 적절한 방식인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생각이 앞서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부정적으로 단호하게 결론짓기에는 버트런드 러셀이 함께 고민을 하고자 하는 다양한 주제들이 무척 의미 있는 주제들이라는 점 때문에 조금은 판단을 미루려고만 하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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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4
제인 오스틴 지음, 원영선.전신화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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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의 작품들은 특별히 선호하지도 않고, 즐겨 읽지도 않기 때문에 당황스러울 정도로 호들갑스럽게 호의를 보이는 슬라보예 지젝의 평가에 대해서는 별다른 동의를 하지 않게 되기는 하고, 반대로 어째서 그런 평가를 하는지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기도 하다.

또한, 그 외의 여러 사회 / 문화적인 평가와 해석을 하려는 학자들이 제인 오스틴의 작품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보이는 것에 대해서도 어째서 그런 관심을 보이는 것인지에 대해서 알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여전히 제인 오스틴의 작품들에 대해서 높은 평가를 하는 것에 쉽게 동의를 하지 못하게 되는 것 같다.

탁월한 점을 알면서도 동의하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전혀 그런 평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인지...

그 누구도 명확하게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제인 오스틴의 작품 중 ‘오만과 편견’과 ‘맨스필드 파크’ 정도를 읽기는 했지만, 특별히 어떤 특징을 찾아가며 읽거나, 시대적인 풍경을 혹은 각각의 작품들의 차이들을 찾아내며 읽지 못했기 / 않았기 때문에 그저 그 시대의 연예 소설을 읽는 기분으로 무신경하게 읽어냈었을 뿐이었다.

당연히 제인 오스틴의 마지막 작품인 ‘설득’ 또한 그런 기분으로 읽게 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에 대해서도 큰 의미를 느끼지 못하게 되고, 관심을 갖지 못하게 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제인 오스틴의 작품의 특징으로 꼽을 수 있는 점은 여성의 심리에 대한 세밀한 묘사와 (영국의) 도시에서 조금은 벗어난 교외 지역의 배경을 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각각의 등장인물들이 항상 서로에 대해서 오해를 하고 착각을 함으로써 그들의 관계와 그리고 생각들이 복잡하게 얽히게 되다가 결국 마지막에 가서는 서로의 / 서로에 대한 오해에서 벗어나 진실을 알게 되면서 행복한 결론을 찾아가게 된다는 이야기 구성을 보이고 있다는 생각 정도만을 하게 된다.

물론, 여러 학자들이 논의하듯이 작품에서 다뤄지는 배경과 등장인물들, 그리고 그들의 관계를 통해서 급격한 변화를 보이고 있는 근대 시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으며, 그런 그들의 모습을 통해서 그런 시대적 환경 속에서의 개개인들의 삶의 태도와 모습들을 알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하나의 연예 소설이기 보다는 일종의 시대의 풍경을 담아내고 있는 진정한 걸작들이라는 평가에 대해서 부정할 수 없는 평가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읽혀지지는 않게 되는 것 같다.

그 당시의 급격한 계급 / 계층의 이동, 시대에 뒤처지는 사람들 / 낙오하는 지배계급의 모습들,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인간관계의 이해와 시대의 모습들, 그리고 결말 부분에서 조금은 근심을 담아내며 내리는 끝맺음까지.

그냥 연예 소설로서만 평가하기에는, 그리고 그렇게 읽어내기에는 조금은 색다른 모습들이 그리고 시대의 모습들이 무척 인상적으로 담겨져 있기 때문에 그저 남녀 사이의 사랑을 그리고 흔하고 흔한 오해와 화해를 다루고 있기만 하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의심스러운 시각을 갖게 되기는 하지만 그렇게 읽혀지게 된다는 점 또한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아마도, 제인 오스틴의 작품의 장점은 바로 그런 점 때문에 더욱 각광을 받게 되고 관심을 받게 되는 것 같다.

제인 오스틴의 작품은 그처럼 읽는 이의 의도에 따라서 작품 자체를 무척 다양한 방식으로서 논의를 하도록 만들고 있다.

그렇게 새로운 생각과 시각을, 다른 관점에서 제인 오스틴의 작품이 갖고 있는 특징과 의미를 찾도록 끊임없이 무언가를 의문스럽게 생각하도록 만든다는 점에서는 뛰어난 작품이라고 말하게 되는 것 같다.

이런 생각은 제인 오스틴의 작품들에 대한 지지를 떠나서... 그런 평가가 충분히 가능한 것 같다는 점에 대한 동의일 것이다.

참고 :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 좋지 않은 상황 속에서 읽어냈기 때문에... 라는 핑계를 드러내고 싶기도 하고, 실제로도 그랬었기 때문에... 라는 변명을 하고 싶기는 하지만 그런 좋지 않은 일들의 겹침을 떠나서 읽는 동안 내용을 너무 자주 끊어서 읽었기 때문에 ‘설득’에 대한 정당한 평가는 개인적으로는 아마도 가능하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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