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한국사회 - 단지 공화국에 갇힌 도시와 일상
박인석 지음 / 현암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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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한국사회를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혹은 다른 시각과 관점에서 보려고 하는 시도들에 대해서 관심이 커졌는데, 좀 더 구체적이기도 하고 흥미로운 논의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방식의 연구들에 더 주목하게 되는 것 같다.

 

다양하고 폭넓은 연구들이 많기 때문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파트 한국사회 - 단지 공화국에 갇힌 도시와 일상도 기존과는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한국사회를 바라보려고 하고 있고 분석하려고 하고 있는 시도라고 말할 수 있는데, 아파트 그리고 아파트 단지를 통해서 한국사회를 생각해보려 하고 있으며, 문제점을 지적하고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찾아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파트 사회

아파트 공화국

 

이런 표현이 틀리다고 반박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한국사회는 아파트로 가득해져 있고, 빼곡하게 채워져 있게 되었다. 저자는 이렇게 아파트로 모든 것이 둘러싸여진 이유가 단순히 개개인이 아파트를 선호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런 이유도 없진 않겠지만) 아파트 단지를 통해서 국가-정부가 별도의 공공영역을 만들어 낼 필요 없이 자족적인 환경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과 함께 기타 여러 분석-이유를 찾아내며 그와 같은 경제적인 이유와 함께 사회와 정치적인 이유를 통해서 아파트 단지가 어떤 이유에서 만들어지게 된 것인지, 그리고 어떤 문제점들이 하나씩 발생하기 시작하게 되었는지를 세밀하게 파악하려고 하고 있다.

 

획일화라는 말로 정리할 수 있는 문제점들과 함께 그런 문제점이 어떤 식으로 다른 문제들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앞으로도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인지를 논의하고 있고, 이런 문제들이 자연스럽게 해결이 가능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과 단지 아파트를 허물고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만이 아닌 충분한 공공영역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한 가지를 해결함으로써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 아닌 하나의 문제와 그걸 해결하기 위한 여러 종합적인 대책이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고 충분히 이해되도록 설득하고 있다.

 

우리가 쉽게 지나칠 것 같은 사례들과 오해하고 있는 진실들을 하나씩 알려주며 새로운 관점을 갖도록 노력하고 있고, 다른 실천을 말해주고 있기 때문에 무척 흥미롭게 읽어낼 수 있었고, 무척 구체적인 사례와 비교를 통해서 좀 더 아파트에 대한 이해를 높이게 만들어주고 있다.

 

또한 아파트에 대한 공간 구성에 대한 논의를 통해서 좀 더 지금 시대에 맞는, 우리들의 실제 삶과 알맞은 공간 구성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제안들과 기존의 관습적인 공간 구성이 갖고 있는 오류들에 대한 논의들은 무척 신선하기도 했고, 어떤 대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이기도 했다.

 

우리가 무감각하게 받아들이거나 당연시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무척 예민하게 반응하며 새롭게 생각하기를 제안하고 있는 아파트...’는 다양한 연구들을 받아들이며 저자 자신만의 생각과 판단을 들려주고 있으며, 우리들의 실제 생활과 함께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삶의 방식들 또한 고려하면서 좀 더 긍정적인 대안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가 어떤 공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어떤 공간에서 살아가야만 하는지를

어떤 식으로 우리들이 살아가는 공간을 바꿔낼 수 있는지를

 

결론적으로는 어떻게 우리들에게 좀 더 좋은 공공공간-영역을 만들어내면서 사적인 공간과 조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저자 나름대로의 제안과 실천을 알려주고 있다.

 

흥미로운 논의였고,

인상적인 논의였다.

 

이런 연구들이 좀 더 늘기만 바랄 뿐이다.

읽을 책들이 늘어나 난감하기는 하겠지만... 나쁘진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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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장의 모더니티 콘유 3부작
박해천 지음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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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유토피아 : http://blog.naver.com/ghost0221/60179754911

아파트 게임 : http://blog.naver.com/ghost0221/60205957741

 

 

아수라장의 모더니티를 읽으면서 들게 된 생각은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조심스럽게 글쓰기를 보여주려고 했고

아파트 게임이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썼다면

아수라장의 모더니티는 좀 더 과감하게 밀어붙이려고 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조금은 무모한 혹은 무리한 느낌도 들었을 정도였는데,

3부작이라는 완결성에 대해서 많은 의미를 두려고 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좀 더 과감하게 밀어붙이려고 했던 것 같기도 하다.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한번 끝까지 가보려고 했던 것일까?

다만 그렇기 때문에 이와 같은 논의와 분석의 전달 방식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은 들게 된다.

 

오해로 가득하거나 황당함으로 가득하다는 뜻은 아니지만 그 시대의 모습을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그리고 저자의 관점과 분석을 온갖 소설들을 인용하면서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저자의 생각과 논의의 설득력을 더욱 강하게 만들려고 했지만 그런 시선과 분석에 대한 논의가 소설의 내용을 통해서 (인용해서)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에 그게 한 개인의 시선인지 (작품의 인물들의 시선과 밀접한) 작가의 시선인지, 그게 아니면 저자 본인의 분석과 판단인지가 불분명해진다는 문제점이 발생되는 것 같다.

 

소설들의 내용이 진짜 현실과 사실 그대로의 모습들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을지, 그것 또한 현실과 사실이 아닌 일정한 상상이 가미되어 있을지 제대로 된 판단이 어렵다는 점에서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지 조금은 머뭇거려지고 조심스럽게 된다.

 

좀 더 넓은 안목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아니라 혹은 객관적이고 분석적인 시선이 아니라 다분히 개인적인 감상과 감수성에 불과한 것인지 (흐릿해진 기억을 더듬으려고 하는 것인지) 헷갈려지게 되어버릴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는 조금은 애매한 구석이 있기는 하지만 아수라장...’은 그동안 다뤄왔던 저자의 논의들을 다시금 재검토하는 경우도 있고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한국 사회의 발전과정을 더듬어보려고 하는 입장도 있어서 무척 인상적인 내용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전작들이 근대화-도시화 그리고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대변되는 한국 사회의 왜곡된 구조에 대해서 그리고 그 구조 속에서 살아남기-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다한 수많은 이들의 삶을 살펴보고 말해주려고 했다고 볼 수 있다면, 이번 아수라장...’6.25 한국 전쟁 부터 지금 현재까지 급격하고 거대한 변화를 보여주었던 각각의 시대 속에서 어떤 (특정한) 사물들이 수많은 사람들의 인식과 감수성 속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는지, 그걸 통해서 어떤 식으로 한국 사회를 바라볼 수 있는지를, 그 밀접한 관련성을 독특한 방식으로 살펴보려고 하고 있다.

 

저자는 우선은 그 시대를 대표할 수 있는 혹은 기억에 깊은 자국을 남겨놓고 있는 특정한 사물들을 (혹은 욕망의 대상들을) 선택한 다음(탱크, 이층양옥, 포니, 아파트라는 공간의 내부, 신도시, 이마트, 컴퓨터프로그램) 그 대표적인 욕망의 대상들과 관련한 소설들을 인용하고 이어붙이면서 하나의 이야기를 각색하고 만들어내며 그 시대를 좀 더 쉽게 그리고 가깝게 접근하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진행의 과정 속에서 가족이데올로기에 관해서 반복적으로 접근하려고 하고 있고 욕망과 욕망의 대상 그리고 그 욕망이 이뤄지는 과정 속에서 (욕망의 대상을 거머쥐는 과정 속에서) 어떤 비틀어짐이 일어나고 있는지 왜곡과 균열, 파국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저자의 글쓰기 방식으로 인해서 그 시대의 모습을 좀 더 설득력 있고 쉽게 접근하게 되기는 하지만 반대로 그런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그 시대의 한 단면을 보는 것인지 그게 아니면 (그 시대를 기억하는) 특정한 주체()의 시각만을 보여주는 것인지 애매함을 만들어내는 문제가 발생되기도 하는 것 같다.

 

오해로 가득하게 만들 정도는 아니지만 그런 글쓰기 방식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은 무척 이상함으로만 가득하다는 생각만 들게 될 것 같고(파격을 넘어서 적절한 글쓰기라고 받아들이지 못할지도 모른다), 논의나 분석 자체를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을 지도 모르기 때문에 사람들에 따라 어떤 식으로 받아들일지 조금은 궁금해지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흥미로운 글쓰기라고 생각하지만 사람들에 따라서는 거부감을 크게 느낄지도 모른다.

 

또한, 마지막 장 디자이너에 관한 내용은 전체적인 논의와 어울리지 않기도 하고 별도로 다른 논의 속에서 진행되어야 할 내용이라는 생각도 들기 때문에 조금은 아쉬움이 남았는데, 현재에 대한 진단도 아니고 예상되는 지금 이후에 대한 논의도 아닌 것 같은 조금은 산만하게만 느껴지는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잘 다듬어 논의를 진행했다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을 느끼게 된다.

 

아수라장...’은 결국 한국 사회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살아남으려고 했는지를 그리고 어떻게 급격한 속도로 변해가는 (어떤 의미에서는) 마구잡이로 가득하고 현기증이 느껴질 정도로 순식간에 변화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어떤 정서와 감수성을 갖고 있었는지, 어떤 입장과 생각, 판단 속에서 자신들의 삶을 받아들이고 견뎌낼 수 있었는지를 다뤄내고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지금 되돌려 생각한다면 과연 그들이 어떻게 살아남았고 그 거대한 변화와 흐름을 어떤 식으로 견뎌낸 것인지 감탄하게만 될 뿐이고 과연 나약하기만 한 나라는 사람은 어떤 식으로 그 속도에서 뒤쳐지지 않으려고 했었을까? 라는 생각도 들게 되었는데, 그 급격한 속도 때문에 지금 수많은 문제들이 발생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더 빨라지기만 했던 속도를 어떤 식으로 조금씩이라도 늦출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그런 급격한 흐름 때문에 만들어진 문제들처럼 속도의 변화 또한 그동안의 문제들과는 다른 문제들이 생겨나게 될 것이니, 우리는 과연 어떤 현명함을 그리고 올바름을 찾을 수 있을지 고민해야만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하게 된다면 우리는 점점 더 악순환을 경험하기만 할 것이고, 좀 더 거대한 아수라장을 마주하고 경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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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 스타벅스에 가다 - 커피와 다방의 사회사, 개정판 인사 갈마들 총서
강준만.오두진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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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커피에 대한 기억은 인스턴트 커피(혹은 봉지커피)나 다방과 같은 것들이었다. 그것 말고는 특별히 눈에 들어오는 것이 없었고, 그다지 기억나는 것도 없었다. 어머니는 집에서 즐겨 커피를 드셨고, 간간히 어머니가 드실 때 남겨진 커피를 맛을 보면서 이런 맛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 뿐이었다.

 

나중에 나이가 좀 더 들어서야 어머니는 함께 커피를 마시기를 권하셨고, 어머니가 즐겨 드시는 커피와 프림과 설탕의 조합을 만들어(어머니는 항상 둘둘둘이라고 말하셨다) 함께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었다.

 

그런 식으로 커피 맛을 알았으니 처음에 아메리카노를 마셨을 때의 경악스러운 기분은 커피에 대해서 일정하게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어떤 기분일지 알만할 것 같다. 이제는 그 진하고 쓰디쓴 맛을 일부러 찾게 되어버리긴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다방이라는 곳은 절대 가지 말아야 할 그런 곳으로 기억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물론, 지금도 일부러 가볼 생각은 없지만. 어린 시절에는 그곳은 어른들만 가는 곳이고 어린 아이들은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할 그런 곳으로 기억날 뿐이다.

 

나중에 커피숍이라는 곳을 들락거리고 친구들과 그곳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되어버리게 되지만 그건 생각지도 못할 나중의 이야기다.

 

이처럼 개인적인 경험에서도 커피에 대한 기억은 혹은 추억은 무척 순식간에 변화를 보이고 있고 그만큼 한국사회에서 커피는 한국사회의 변화만큼이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런 소소한 변화들을 그리고 우리 주변의 주목하지 않았던 변화의 모습들을 고종 스타벅스에 가다 - 커피와 다방의 사회사는 다루려고 하고 있다.

 

커피와 다방의 사회사라는 제목에 조금은 거창함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커피라는 것이 어떻게 한국 사회에 들어오게 되었는지, 어떤 식으로 사람들은 받아들이고 경험하게 되었는지를, 우리들의 일상에 커피는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지를 시대의 흐름에 따라 파악하려고 하고 있고, 꽤 다양한 자료들과 흥미로운 경험과 증언들로 내용을 꾸미고 있다.

 

혼란스러운 시대적 변화들 속에서 커피가 어떤 식으로 부침을 겪었으며 우리들의 일상 속에 어떤 식으로 깊숙하게 들어올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여러 이야기들을 접해보면 커피가 그저 기호식품이고 마셔버리는 것이 아니라 흥미로운 논의들을 만들어낼 수 있으며 저자()이 모아놓은 내용들을 활용한다면 좀 더 의미 있는 논의들 또한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커피가 그저 음료가 아니라 한국 사회에 어떤 식으로 들어오게 되었으며 여러 과정들을 통해서 어떤 식으로 가장 사랑받은(혹은 익숙하고 당연한) 음료가 되어버렸는지를, 커피를 통해서 파생된 (혹은 커피를 매개로 말할 수 있는) 온갖 논의들이 한국 사회를 어디까지 말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가며 읽어본다면 커피는 단순히 음료가 아닌 한국 사회를 살짝 엿볼 수 있는 순간을 만들어주기도 하는 것 같다.

 

커피를 이런 식으로까지 바라볼 수 있었던 저자()의 발상의 전환이 무척 흥미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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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브래드버리 - 태양의 황금 사과 외 31편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18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 현대문학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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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브래드버리

 

SF-과학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를 수 없는 이름이겠지만 그쪽 분야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저 이런 저런 책들을 읽는 과정 속에서 알게 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별다른 정보 없이 읽게 되었기 때문에 조금은 혼란스러운 기분으로 그의 글-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어떤 내용에서는 감탄하거나 흥미를 느끼기도 했지만 어떤 이야기에서는 무슨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인지 어리둥절한 기분도 들었다.

 

워낙 바쁜 시기에 읽게 되었기 때문에

그리고 온갖 정신없는 상황 속에서 느슨하고 건성으로 읽어냈기 때문에 과연 읽었다고 말할 수 있기나 한 것인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없기 때문에 되도록 말을 아끼고 싶을 뿐이지만 레이 브래드버리의 글-이야기는 단순히 SF-과학소설이라는 장르에 한정해서만 논의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는 말은 해야만 할 것 같다.

 

물론, 레이 브래드버리의 대부분의 글-이야기가 SF-과학소설이라는 장르에서 벗어나기 힘든 작품들도 있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좀 더 다른 분위기가 많이 느껴지고 있어서 어떤 식으로 얘기를 꺼내야 할지 조금은 막연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낭만적일 때도 있고

음울함으로 가득할 때도 있다.

어떤 비극을 예감하고 운명을 받아들이려고 하는 경우도 있고

종잡을 수 없는 분위기로 가득할 때도 있다.

 

이럴 때가 가장 곤란함을 느끼게 된다.

 

실컷 어려움 끝에 읽기를 끝마치기는 했지만 과연 무엇을 읽었는지에 대해서 어떤 말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이럴 때는 그저 좌절감을 느끼게 되고 낭패감을 느끼게 될 뿐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만 가득하게 된다.

 

이해되지 못했고 아리송함으로만 가득하게 되었을 뿐이니 다시 읽어내며 무슨 글-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인지 알게 되고 싶으니까.

 

그러니 할 수 있는 말이 딱히 없게 되는 것 같다.

 

무언가 독특한 분위기를 그리고 글-이야기를 접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그저 이걸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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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고고학 - 정치 인류학 연구
삐에르 끌라스트르 지음, 변지현.이종영 옮김 / 울력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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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에르 끌라스트르 혹은 피에르 클라스트르

 

폭력의 고고학에 대해서는 이미 예전부터 알고는 있었다. 흥미로운 논의로 가득하고 새로운 시각-생각의 틀을 제시한다는 평가를 몇 번 접하게 되어서 언젠가는 읽어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어쩐지 부담스럽게 느껴져서(읽어도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아서) 피하고 미루고만 있었는데, 생각지도 않게 가라타니 고진의 세계공화국으로에서 그의 (국가관에 대한) 논의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어서 다시금 관심을 들어 찾아 읽게 되었다.

 

다행히 생각보다는 읽어내기가 어렵지 않았고(그렇다고 모든 것을 이해했다고 말하진 못한다), 꽤 흥미로운 내용-논의들이 많았기 때문에 인류학에 대해서, 권력과 국가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꽤 많은 생각들을 하게 만들 것 같다.

 

저자의 죽음 이후에 여러 방식으로 쓰이고 발표된 글들을 모은 내용이라 얼핏 일관성 보다는 그저 글들을 모아놓았을 뿐이라고 생각되겠지만 명쾌하고 단호한 판단과 생각 속에서 촘촘하고 치밀한 일관성은 아닐지라도 느슨한 연결과 관련성을 만들어내며 노년의 학자가 내놓는 결론과 판단 그리고 새로운 사고의 제안에 조금은 어리둥절함을 느끼게 된다.

 

우리가 편협하게 생각하는 혹은 편견과 오해로 가득하게 생각하고 있는 야만인들에 대해서, 야만인 그리고 원시사회 등 그들에 관한 모든 것들에 대해서 조금은 다른 생각을 혹은 새로운 접근을 요구하는 폭력의...’는 이미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거나 깨닫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어떤 확신과 선구적인 연구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고 그의 논의들에 놀라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그동안의 생각의 틀이 깨어짐을 경험하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해서 일종의 충격으로 느껴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저자는 자신의 실제 경험과 다른 이의 경험들, 여러 연구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며 자신만의 결론을 내놓고 있는데, 이미 다양한 연구와 결과물을 통해서 자신의 말한 것들을 반복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그의 다른 저작들을 읽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간 어떤 연구들을 내놓았는지 알 수 없다) 자신의 생각을 복잡하지 않고 되도록 단호하게 말하려고 하고 있고 그가 몸서리치도록 거부하는 입장들에 대해서도 무척 알기 쉽게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고 있기 때문에 (저자의 모든 논의가 옳을지 그를지는 각자가 판단하겠지만) 어떤 입장과 관점에서 자신의 생각을 만들어내고 있는지를 무척 솔직하게 말하고 있다.

 

저자는 다양한 관심과 연구 중에서 특히 국가-권력에 대한 관심이 무척 크고 그런 깊은 관심 속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어내고 있을 뿐이거나 사실을 왜곡하고 오해를 더하게 만들 뿐인 연구들에 대해서 노골적인 반감을 보이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레비-스트로스의 연구-업적에 대해서 인정할 점들을 인정하면서도 풀어내지 못한 부분들에 대해서 그리고 뭔가 미심쩍은 부분들에 대해서 좀 더 새로운 접근(과 비판)을 시도하고 있으며, 그런 생산적인 비평과 한 단계 도약하려는, 다른 지평에서 이해를 하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특히 국가-사회-권력에 대한 깊은 관심 속에서 원시사회와 국가로 구성된 사회(어떤 의미에서는 원시사회와는 다른 사회)를 분리시켜 어떤 차이와 다름을 확인할 수 있을지를 원시사회(와 우리가 야만인이라고 언급하는 이들의 삶)를 통해서 우리가 속해 있는 사회의 문제점들이 어떤 것인지를 좀 더 극명하게 살펴보려고 고민하고 있다.

 

국가-권력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으로 가득하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저자의 입장에 대해서 (약간은) 반감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일정한 설득력을 찾을 수도 있기 때문에 국가와 권력에 대해서 여러 생각들을 하게 만들게 된다.

 

국가-권력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스러운 사람들이라면 무척 흥미로운 실마리를 제시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 같은데, 어떤 결론을 내놓기 보다는 새로운 접근을 그리고 흥미로운 제안을 내놓고 있다고 볼 수 있고 그 새로운 지평에서 어떤 생각을 해볼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다면 좀 더 흥미로운 읽기가 될 것 같다.

 

단순히 원시사회를 세세하게 뜯어내고 분석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원시사회를 통해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의 문제점들을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척 인상적인 내용으로 가득하다.

 

국가-권력에 대한 회의가 점점 더 커져가는 지금 상황에서 저자의 논의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하게 될 것 같다.

 

 

참고 : 마르크스의 논의와 마르크스주의자들에 대한 철저한 구분과 함께 원시사회-야만인들에 대한 분석에 있어서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할지를, 이론적 틀에 대한 분명하면서도 고민어린 입장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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