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죽음의 연대기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 민음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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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읽던 중 이 책이 언급이 되어서 괜한 궁금증이 생겨 접하게 된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는 도통 구분이 되지 않는 등장인물들의 이름 때문에(남미, 러시아 소설은 이름 때문에 너무 힘들다) 집중하며 읽진 못했지만 짧은 분량이라 (‘백년 동안의 고독과 비교한다면)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내용도 흥미로웠고.

 

마르케스의 화려한 잔혹극. 지은이가 청년 시절 고향 마을에서 실제로 목격한 살인 사건을 소재로, 가십거리를 쥔 기자의 주도면밀함과 인생의 암호를 풀어내는 작가의 섬세함으로 비밀스러운 살인 사건을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바꾸어 놓았다. 명예와 복수, 폭력과 무관심, 거짓 증언과 오해로 얽히고설킨 비극적 사건으로 바닷가 작은 마을은 슬픔에 휩싸이고, 그로부터 27년이 지난 후 진실을 찾기 위한 회상이 시작된다.”

 

이 소설은 살인 자체에 관심을 갖기 보다는 그걸 둘러싼 것들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가족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사람을 죽이는 두 형제, “마을 사람들에게 살인 장소와 시간, 동기까지 공공연히 알리지만 누구도말리지 않고 방해하지 않는 주변 사람들, 과연 명예라는 것은 어떤 것을 말하고 어떤 행동까지 가능한지, 이야기는 계속해서 살인 전후를 되풀이하며 그 사건을 다양한 방식으로 다루고 있고 짜임새 있게 사건을 풀어놓고 있지만 그걸 의도적으로 말끔하게 들여다보고 있진 않고 있다. 마치 어떤 진실도 완벽하게 드러내놓을 수 없다는 듯이.

 

이 소설에서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범행 자체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보다는 폭력이 정당화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명예를 훼손한 상대에 대한 보복으로서의 폭력은 정당한가? 소설 속에서 어떤 이는 명예란 지체 없이, 주저 없이 복원되어야 하기에 명예를 지키기 위한 행위는 정당할 뿐 아니라 의무라고 말한다. 마을 사람들이 살인 현장을 목격하면서 선뜻 제지하지 못한 것도 명예에 대한 이러한 생각 때문이기도 했다. 작가는 명예를 지키기 위해 살인을 불사하는 모습을 구경꾼처럼 서술하면서, 명예와 죽음, 두 가지 중 어느 하나가 우스워져도 상관없겠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마술적 사실주의로 불리는 글쓰기를 보여주는 작가인지라 나른함과 혼돈이 느껴지고 기분 나쁜 낮잠을 잔 것 같은 몽롱함 속에서 글을 읽게 만든다.

 

독특한 분위기에 기묘한 이야기였다. 짧은 분량이지만 집중해서 읽는다면 여러 흥미로운 부분들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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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기행 김승옥 소설전집 1
김승옥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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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33266&cid=41708&categoryId=4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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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https://namu.wiki/w/%EA%B9%80%EC%8A%B9%EC%98%A5

참고 : https://namu.wiki/w/%EB%AC%B4%EC%A7%84%EA%B8%B0%ED%96%89

 

 

읽지 않았어도 알고 있는 책이 있다. 하도 들어봐서 읽었는지 아닌지도 헷갈릴 정도로 너무 알려졌기 때문에 오히려 손이 가지 않게 되는 경우가 있고. ‘무진기행은 그런 책이었다. 어렸을 때는 제목만 듣고 유명한 여행기라고 생각하게 되었을 정도로 무관심하게 지나쳤었고 꾸준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려도 건성으로 넘어갔었다.

 

안개라는 영화가 있다. 김수용 감독에 신성일, 윤정희 주연의. 괜찮은 영화였고 꽤 인상적이었다. 그 영화가 무진기행을 원작으로 했다는 건 나중에 알게 됐다. 그리고 같은 작가의 야행이라는 단편도 동일한 제목으로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걸 더 시간이 지나 알았고. 그 영화도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무진기행을 알게 되었고 관심이 가게 됐다. 그리고 김승옥이라는 작가도 기억하게 되었고.

 

김승옥

 

감각적인 문체, 언어의 조응력, 배경과 인물의 적절한 배치, 소설적 완결성 등 소설의 구성원리 면에서 새로운 기원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지만 2021년에 접한 사람으로서는 그렇게 말할 정도인가? 라는 생각이 더 들게 된다. 너무 뒤늦게 알게 되었고 읽게 되었기 때문인지 1960-1970년대라는 시대에 머물러 있는 글처럼 느껴졌다.

 

이제 막 경제성장이 시작되었고, 군사정권 시절이었으며, 낙후된 상황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던 시기였다. 그런 상황을 작가는 여러 단편 속에 담아내고 있고 어쩐지 피로에 찌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 시대의 독특한 비극을봤다는 말에도 쉽게 동의하게 될 것 같고. 당시로서는 파격과 충격이었겠지만 지금이라는 순간 속에서는 말을 아끼게 된다.

 

작가의 글에서 그 시대를 바라보게 만들고 있다. 누군가에겐 직접 겪었던 추억이고 기억일 것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끔찍하기만 할 뿐일지도 모른다. 늦게 태어났고 나중에 읽어서인지 그냥 그때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게 될 뿐이다. 거리감을 갖고 바라본다는 것이 이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습작을 하는 지망생들이 한 번쯤은 필사해보는 소설 중 하나문장력은 정말 요 근래의 작가들과 비교해보더라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라는 말에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너무 살펴지고 해석되어서인지 따로 무슨 말을 보탤 게 없는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작가의 다른 글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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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년병장 복학작전
배종환.허동령 지음 / 학고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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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중반이 되는 나이인지라 이런 걸 굳이 읽을 필요가 있나? 싶지만 업무와 조금은 관련이 있을 것 같아서 읽어보게 됐다. 어렵지도 않고 부피도 부담스럽지 않은 내용이었고. 책 읽기가 점점 지겨워지고 있어 그냥 대충 읽을 걸 찾게 된다. 점점 게을러지기만 한다.

 

2016년 출판이라 지금 분위기에 맞지 않은 부분도 더러 있겠지만 대학 생활에 대해서, 제대 후 복학을 앞둔 이들을 위한 약간의 조언을 해주는 내용이라 적당하게 예전 생각을 하며 읽게 됐다. 그리고 굳이 복학생이 아니더라도 조금은 귀 기울일 내용들도 있고.

 

캠퍼스 복학을 앞둔 말년 병장의 두려움과 복학 울렁증을 극복하기 위한 자기계발서. 이 책은 현역 병장 출신 대학생들이 자신의 군 시절 직접 겪었던 복학 스트레스와 울렁증을 어떻게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복학했는지를 체험적으로 소개한 책이다. 이들은 글쓰기를 전문적으로 배운 작가 출신도 아니지만 소속 대학의 학과 전공 수업인 '출판기획론' 시간에 스스로 이 책의 기획 아이디어를 내고 둘이서 수도 없이 원고를 고쳐 가며 공동 집필하여 책을 완성했다는 점이 이채롭다.”

 

이젠 이런 것도 자기계발서로 만들어지나? 라는 생각이 앞서게 된다. 별걸 다 안내하고 설명해준다는 생각도 하게 되고. 하지만 그런 식으로 너무 빡빡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막연한 두려움과 불충분한 준비보다는 이런 식으로라도 대비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지금 현실과 상황에 맞춰서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와 같은 책을 찾고 읽을 정도로 절박하고 조급하기만 한 상황이다. 어떤 징후로 생각해도 괜찮지 않을까?

 

이제는 낭만 같은 건 전혀 없는 대학 생활이라는 것을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좀 더 잘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젊은이들이 어떤 생각 속에서 대학을 다니고 무엇을 준비하며 지내고 있는지 아주 부분적이지만 엿볼 수 있었다.

 

살아가기가 쉽지 않은 건 예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지금 시대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숨돌릴 틈을 주지 않고 어떤 여유도 찾지 못하게 만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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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한 근대성 - 현재의 존재론에 관한 에세이
프레드릭 제임슨 지음, 황정아 옮김 / 창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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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릭 제임슨의 글은 어려움으로 가득해서 읽기가 망설여질 뿐이지만 단일한 근대성은 부피가 얇아 그나마 괴로울 정도는 아니었다. 역시나 난해함으로 가득했지만.

 

현존하는 가장 탁월한 맑스주의 문학.문화이론가로 꼽히는 프레드릭 제임슨의 저서. 근대성과 모더니즘은 학자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되며 여러 분야에서 가장 논쟁적으로 토론되는 주제다. 지금까지의 근대성 연구가 주로 근대성을 무엇으로 규정할 것인가에 중점을 두고 있는 데 반해, 제임슨은 근대성과 모더니즘 둘 다 서사범주이며 이데올로기적인 용어임을 분명히 하면서 맑시즘적인 역사화를 통해 근대성과 모더니즘이라는 범주의 탄생과 번성을 둘러싼 역사적 상황들을 밝힌다.”

 

근대, 모더니즘 그리고 포스트 모더니즘

 

한때는 시끌벅적하게 논의되었지만 이제는 다들 관심이 시들해진 것을 프레드릭 제임슨은 다시 끄집어내면서 어떤 식으로 바라봐야만 할 것인지 새로운 각도에서 들여다보고 있다.

 

이해하고 감탄하며 읽기 보다는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구나... 하는 기분으로 읽었기 때문에 읽은 다음에 남는 건 많지 않았다. 간신히 읽어냈다는 말이 맞는 말 같고.

 

그래도 근대와 탈근대에 대해 많은 논의를 해왔던 프레드릭 제임슨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조금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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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인간의 탄생 - 체온의 진화사
한스 이저맨 지음, 이경식 옮김, 박한선 해제 / 머스트리드북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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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체온을 진화심리학으로 그리고 인문학 시선으로 흥미롭게 살펴보고 있는 따뜻한 인간의 탄생은 접하지 못해왔던 분야고 주제라 관심이 들어 읽기는 했지만 가볍게 읽을 내용은 아니었다. 그래도 여러 학문 분야가 걸쳐져 있어서 이것저것 모르던 것들을 알게 되는 재미는 컸다. 이제 막 주목받고 있는 연구 분야니 앞으로 어떤 식으로 발전할지를 생각해가며 읽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인류는 오랜 진화사를 통해 다양한 기후 환경에 적응해왔다. 어떤 의미에서 인류 진화사는 체온 조절을 위한 기나긴 여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직립 보행을 하고, 털이 없어지고, 뇌 크기가 커지는 신체적 진화. 불을 사용하고, 옷을 만들어 입고, 집을 지어 사는 정신적 진화. 다른 사람과 부대끼며 교류하는 사회적 진화인류의 수많은 변화가 바로 체온 조절을 위한 선택압에서 유발되었다.

사회심리학자 한스 이저맨은 인간은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하기 위해 오랫동안 서로에게 의존해왔으며, 이런 사회적 체온 조절 본능은 사회와 문화를 형성하고 지탱하는 버팀목이 되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그는 진화론적 관점에서 체온 조절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탐색하여 감정, 관계, 건강, 언어, 심지어 집을 잘 파는 능력까지 얼마나 많은 것이 주변 온도에 또 체온에 따라 달라지는지 보여준다. 거의 모든 것이 디지털로 연결되어 물리적 접촉이 사라져가는 시대에 인간이라는 종의 본성에 대한 긍정적이고 놀라운 메시지를 던진다.”

 

이론적인 내용으로 시작해서 다양한 사례들이 이어지는 방식으로 내용이 꾸며진 이 책은 기본적으로 체온에 대해서 좀 더 넓은 범위로 이해하려고 하고 있다. 사회 문화적인 관점으로 파악하려고 하고 있고, 그런 입장 속에서 사회적 온도라는 논의를 꺼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과학으로 시작해서 인문학으로 향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 책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는 펭귄처럼 단순히 생명 유지를 넘어서 사회적 존재로서 그리고 긴밀한 유대-관계를 통해서 어떤 식으로 사회적 온도가 작동하는지를 실험해보고 살펴보려고 하고 있다.

 

인간도 펭귄처럼 사회적 체온 조절 수단을 활용한다. 체온 조절에 대한 갈망은 펭귄 사회에서나 인간 사회에서 모두 사회적 행동의 추동력이다. 인간의 경우 체온 조절의 절박함은 따뜻한 사람과 함께 있고 싶다는 열망, 따돌림을 당해 쓸쓸하게 버림받고 싶지 않다는 열망을 낳는다. 생물학적 진화 과정에서 발달한 신체 내부 체계들 덕분에 뛰어난 활동성을 자랑하는 인간은 체온 조절을 위해 다양한 사회적 행동을 펼칠 수 있다. 이런 사회적 행동은 문화와 사회가 진화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많은 유기체가 주변 온도 변화를 감지하고 여기에 대응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인간은 온도 변화를 감지하고 대응할 뿐 아니라 사전에 변화를 예측하고 거기에 대비할 수 있다. 이런 예측 능력은 사람들 사이 사회적 체온 조절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사회와 문화의 성격에도 작용할 수 있다.”

 

그 누구도 없이 홀로 살아갈 수 없는 우리들에게 이 책은 관계망 속에서 살아가는 것의 중요성과 의미를 과학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여러 연구 영역을 넘나들고 있고 별의별 실험 끝에 어떻게 본다면 익숙한-당연한 결론을 도출한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의미심장하게 생각할 필요도 있을 것 같다.

 

이제 막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어서 좀 더 주목하게 될 연구들이 계속 이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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