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치콕 - 서스펜스의 거장 현대 예술의 거장
패트릭 맥길리건 지음, 윤철희 옮김 / 을유문화사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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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콕’이라는 이름은 이제 단순히 한명의 이름을 지칭하는 것을 넘어서서 하나의 장르이자 용어처럼 불리고 있다.

그리고 그 이름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을(혹은 있어야 할) 이름이고, 영화를 잘 모르고 있는 사람들도 한번쯤은 들어봤을(혹은 들어봤어야 할) 이름일 것이다.

많은 세월이 흘렀어도 히치콕의 빼어난 작품들은 지금 보아도 여전히 감탄하게 만들고 있고, 그의 최고 걸작들은 누구도 쫓을 수 없는 짜임새와 완성도를 보이고 있다.

 

또한,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는 히치콕의 작품들을 분석하고 인용하는 경우들을 볼 수 있는데, 수많은 평론가와 학자들은 그의 작품을 통해서 자신의 영화적 혹은 철학적 또는 정신분석적 의견을 내세우고 있고, 그의 작품은 그렇게 다양하게 인용되고 또한 왜곡되고 있다.

 

프랑소와 트뤼포나 로빈 우드와 같이 평론가로서 혹은 감독으로서 그의 작품을 분석하는 사람들도 있고, 슬라보예 지젝과 같이 철학과 정신분석적으로 그의 작품을 인용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분석하고 인용한 히치콕이고 그의 작품들이지만 생각해보면 정작 우리가 히치콕의 삶에 대해서는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패트릭 맥길리건의 ‘히치콕 - 서스펜스의 거장’은 이런 히치콕 개인의 삶이 어떤 삶이었고, 어떤 과정을 거쳐서 수많은 영화들을 창조하였는지, 그리고 그의 우울한 말년과 최후까지 최대한 많은 자료들을 토대로 그의 삶을 담아내고 있다.

히치콕의 팬들로서는 이것보다 더 상세히 그의 삶을 담아낸 전기를 만날 수 없으리라 생각될 정도로 패트릭 맥길리건은 수많은 인터뷰와 자료들을 토대로 그의 삶을 재구성하고 있다.

 

지나칠 정도의 두께를 자랑하고 있는 책이기 때문에(본문만 1,300페이지 정도의 내용이다) 읽을 마음이 잘 생기지는 않겠지만 한번 읽기 시작한다면 쉽게 책을 덮을 수 없을 정도로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이 있다.

 

히치콕의 팬으로서 그의 많은 작품들을 보며 갖게 되었던 작품에 대한 의문들과 특별하게 신경을 쓰지 않았던(혹은 못했던) 것들에 대해서 더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었고, 그가 의도한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품을 보았던 부분들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책을 읽게 되면서 더 만족스러운 기분을(혹은 큰 오해를 하고 있었다는 좌절감을) 갖게 되었다.

 

그의 개인적 삶 또한 흥미로운 부분들이 많고, 그가 어떤 과정을 통해서 영화를 작업하게 되는지와 영화계의 다양한 모습들도 알 수 있게 되어서 또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무성 영화 시절부터 컬러 영화들까지 그의 삶은 말 그대로 영화를 위한 삶이었고, 그의 성장과정을 통해서 영화가 어떻게 성장하게 되었는지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약간은 아쉽게도 정작 그의 작품들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의 작품들에 대한 분석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다른 책들을 접해야 할 것 같다. 이 작품에서의 주된 내용은 말 그대로 히치콕의 ‘삶’이니까.

 

두꺼운 부피와 높은 가격에 조금은 접하기 어려운 책으로 느껴지겠지만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아쉬움을 느끼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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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건사회 2 한길그레이트북스 50
마르크 블로크 지음, 한정숙 옮김 / 한길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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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건사회 1’이 프랑스를 중심으로 서구 유럽의 중세 시대의 모습을 폭넓게 바라보고 있고, 그 시대와 공간을 살아가던 사람들의 모습을 때로는 집요할 정도로 분석하고, 때로는 대략적인 윤곽만을 제시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단순히 중세시대를 이해하게 만드는 것을 넘어서 그들의 삶을 추측하고 상상하도록 만들고 있다.

물론, 참 어렵게 만들기도 하지만...

 

(너무나) 폭넓게 중세시대를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본다면 서론과 같은 내용이고,

다르게 본다면 시대의 풍경을 예리하게 담아낸 내용이었다.

아마도... 두 개의 시선 모두를 담아내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난해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봉건사회 2’의 경우에는 1권에서 제시되었고 논의되었던 당시의 시대와 풍경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의 모습들을 몇 가지의 계급 또는 집단으로 구분하며 각 계급이 어떤 모습을 갖고 있었고, 어떻게 자신들의 계급의식을 갖추게 되어가고 있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기사 계급을 두고 있다.

 

처음에는 자신들의 계급적 성격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점점 더 자신들의 계급적 특성을 강화해가는 그들의 모습에서 마르크 블로크 아직은 덜 구분되고 나뉘었던 당시의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점점 더 구분되고 하나의 구조로 갖춰가는 순간들을 담아내고 있다.

 

그런 계급들 중에서 특히 귀족과 성직자 계급에 큰 관심을 두고 있고,

반대로 농민들에 대해서도 그는 지속적으로 의식하고 있다.

 

그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계급적 특색을 갖추고 집단화가 되는지 분석하고 있고,

당시에는 보다 감정적이고 즉각적인 폭력성을 띄고 있었던 사회가 어떻게 법적인 체계를 자리잡아가고 있는지를 밝혀내고 있다.

그리고 결론부분에 가서 그는 아직은 뚜렷한 특색과 윤곽이 잡히지 않고 있었던 봉건사회 그리고 중세시대가 어떻게 자신들의 시대를 다른 시대들과 구분할 수 있도록 특색을 갖추어 가고 있는지 대략적으로 논의하고 있고, 서구 유럽의 봉건사회가 어떤 이유로 인해서 그런 형태를 갖추게 되었는지 자신만의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봉건사회가 어떻게 국가로 구성되어가고 그 국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국민으로 되어가고 있는지를 혹은 국민성을 획득하게 되어가고 있는지를 논의하고 있다.

 

전체저적으로 보자면 뚜렷하게 논의하기 보다는 폭넓고 전체적인 모습을 담아내려고 하고 있는 기존의 성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고, 다양한 자료와 사료가 동원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읽는 것이 어렵고 버겁게 느껴진다. 하지만 간간히 느껴지게 되는 그의 날카로운 통찰력은 어렵기는 하지만 읽는 것을 포기하지 않게 만들고 있다.

 

아직은 이해한 것보다는 이해하지 못한 것들이 더 많은 마르크 블로크이고 그의 글이지만, 그래도 조금은 그에게 다가간 것 같다는 기분이 들고, 보다 더 중세시대 또는 봉건사회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물론, 읽은 노력에 비해서는 부족하기만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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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건사회 1 한길그레이트북스 49
마르크 블로크 지음, 한정숙 옮김 / 한길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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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중세 시대에 대한 가장 탁월한 저작 중 하나이면서,

그와 함께 난해한 느낌으로 다가오게 만들기도 하는...

마르크 블로크의 ‘봉건사회 1 - 인적 종속관계의 형성’은 유럽의 중세 시대가 우리가 기존에 갖고 있는 선입견과는 조금은 다른 사회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고, 당시의 시대의 윤곽을 최대한 그리고 폭넓게 담아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세 시대에 대한 그리고 아날학파에 대한 서적들을 몇 권 정도 밖에는 읽어보지 않은 사람으로서는 블로크의 유연하고 폭넓은 시각을 따라가기에는 많이 부족하기만 했다. 읽는 순간에는 대체 무엇을 읽고 있는지 모르겠고, 읽고 난 이후에는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은 중세 사회를 실컷 누볐다는 느낌만이 남을 뿐이었다.

 

도대체 무엇을 읽었는지도 모르게 만들 정도로,

블로크의 글은 하나의 시대를 단순하게 만들기 보다는 보다 폭넓고 복잡하게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하나의 시대가 그렇게 쉽게 잡힐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만들어주고 있다.

그의 글쓰기 방식이 읽는 이로 하여금 더 읽게 만들기 보다는 읽던 것을 포기하게 만들거나 도대체 무엇을 읽었는지 곤혹스럽게 만들게 하고는 있지만, 그 읽음을 끝까지 해내는 순간, 읽게 된 무엇을 말하거나 논하게 만들기 보다는 느끼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중세 시대 그리고 봉건 사회에 대한 더 많은 지식을 안겨 주기 보다는 당시의 시대에 대한 편협한 혹은 경직적인 시각을 보다 유연하고 다채롭게 갖도록 만들어주고 있기 때문에 블로크의 글은 읽는 사람이 갖고 있는 시각을 ‘다시 처음으로’ 돌리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아직은 2권을 읽는 도중이기 때문에 더 많은 논의를 할 수 없겠지만 1권으로도 충분히 이 저작의 훌륭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얻은 지식은 얼마 되지는 않지만...

 

1권에서는 흔히들 말하는 봉건사회가 형성되기 직전의 당시 유럽의 전반적인 정치적 그리고 국가적 형성 과정을 알려주고 있고, 외부로부터 어떤 움직임이 있었고, 그 움직임을 통해서 이후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되었는지 살펴보고 있다. 이후 다양한 자료와 그의 상상력 및 추측을 통해서 당시의 기후와 환경 그리고 그 요인들이 당시의 사람들이 어떤 정서를 갖고 살고 있었을지를 논하며 제도와 (인간 및 계급)관계, 가장 중요한 봉토와 가신에 대한 논의로 이어가게 된다.

 

‘땅’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관계들과 그로 인해서 이후에 만들어지는 제도와 사회의 형성을 그는 집중력 있게 설명하기 보다는 윤곽을 제시하거나 밑그림을 그리듯이, 혹은 멀찍이 둘러보게 만들고 종합적으로 사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글은 어떤 의미에서는 흥미롭게 되지만 반대로 지루함도 갖게 된다.

하지만...

앞에서 설명했듯이...

한번 읽게 된다면 읽는 것을 포기하기에는 많이 아깝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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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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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신이 겪고 있는 상실감과 슬픔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을까?

 

혼자서 슬피 울거나,

몸이 망가져라 술을 마시거나,

어떻게든 혼자 삭혀내거나,

누군가를 붙잡고 고통을 호소하거나,

때로는 무언가를 글로 적에서 자신의 슬픔을 담아낸다.

그리고 누군가의 글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며 상실감과 슬픔을 이겨내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

혹은 다시금 그 순간을 경험하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

 

당신이 혹시 무언가를 읽으며 상실감을 조금이라도 이겨내려고 노력하고 있다면,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은 그 상실감을 완전히 이겨내게 만들 수는 없을지라도 조금은 당신과 비슷한 감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사랑의 역사’의 니콜 크라우스의 남편이며, 그녀와 함께 미국의 젊은 작가를 대표하는 조너선 샤프란 포어의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은 불필요하게 길게 구성되어 있기는 하지만 분명 뛰어난 소설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

아쉽게도... 대단한지는 모르겠지만...

 

옮긴이도 말을 했듯이 이 작품은 9/11 테러를 모티브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정치적이지도 않고, 그 사건을 갖고 무언가를 얘기할 생각도 없는 작품이다. 물론, 전혀 그것을 얘기하지 않을 생각은 아니겠지만 그 사건은 작품에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의 그리고 작품의 전반적인 ‘정서’를 만들어내고 있을 뿐이지 직접적으로 다뤄지지는 않고 있다.

 

이 작품이 의도하고 있는 주제는 상실과 그 상실에 대한 극복인 것 같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이전 혹은 이후의 작품들을 읽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어떤 작가인지는 잘은 모르겠지만 이 작품에서는 각각의 인물들에게 자신들만의 상실감을 부여시키고 각자가 그것을 어떻게 이겨내고 있는지 혹은 어떻게 이겨내야 할지를 찾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글을 읽고 있는 이로 하여금 그들과 함께 자기 자신의 슬픔을 혹은 고통을 극복하도록 노력하게 만들고 있다. 아니면... 그 상실감을 안고 살아가는 방법을 들려주고 있다.

 

주인공 오스카가 끝없이 아버지와 관련된 추억을 되짚고, 아버지와 관련되었다고 생각되는 열쇠를 갖고 뉴욕의 수많은 곳을 그리고 수많은 사연이 있는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을 통해서 아버지의 모습을 찾고,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듯이 읽고 있는 우리들도 오스카와 같이 그가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서 슬픔과 고통을 극복하도록 의도하고 있다는 뜻이다.

 

오스카가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서

때로는 우리도 일상적으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을 볼 수 있고,

때로는 우리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독특한 사람들을 찾아볼 수 있지만,

이 작품에서는 대부분의 인물들이 자신만의 고민 속에서 삶을 살아가고 있고, 오스카를 통해서 소년과 비슷한 경험을 했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극복한 것을 얘기해주며 오스카가 상실감을 이겨내도록 이야기는 이끌어져가고 있다.

 

그리고 조금은 복잡하던 이야기가 하나의 이야기로 겹쳐가며 우리는 숨겨져 있던 비밀들을, 그리고 몰랐었던 사실들을 알게 되면서 조금은 놀라운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아쉽게도 그 놀라운 순간이 엄청난 감동을 전하는지는 못하고 있지만 충분히 읽는 수고를 아끼고 싶은 기분은 들지 않았기 때문에 괜찮았다고 말하고 싶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아직은 그가 만들어낸 결실 보다는 만들어야 할 것들이 더 많다고 생각되지만... 그의 글이 얼마나 더 나아질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상실과 그 상실의 감정을 그의 글은 놀라울 정도로 잘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무언가 상실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혹은 떠나버린 무언가를 찾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작품을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잃어버린 것을 찾지는 못할지라도...

최소한 환기는 시켜줄 것 같다.

 

자신이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말이다.

 

그리고 더 많은 세월을 기다릴 수 있을 것 같다.

언젠가는 모든 것은 돌아오기 마련이다.

그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참고 : ‘사랑의 역사’를 읽은 사람들은 이 작품을 읽으며 몇몇 부분에서 ‘사랑의 역사’와 유사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두 개의 이야기가 독립적으로 진행되다가 어느 순간 겹쳐진다던지 몇몇 유사한 느낌이 드는 분위기와 캐릭터들... 딱히 어떤 부분이 유사하다고 찝어서 말할 수 없겠지만 유사한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아마도 이것은 서로의 작품을 엿보며 혹은 검토하며,

상대방의 글에 혹은 그들이 작품에 대해서 나누는 대화를 통해서,

서로의 글이 혹은 이야기 구성이 유사하게 된 것은 아니었을까?

또한 둘은 약간은 다른 방식으로 일종의 실험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게 실험이라는 생각보다는 약간의 장난기 혹은 재치 있는 진행이라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다시 말해서, 그들이 보여준 실험은 그런 방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지 않아도 진행에 큰 무리가 없다는 생각이 크기 때문에 곁가지와 같은 느낌이 들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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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인된 시간 - 영화 예술의 미학과 시학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지음, 김창우 옮김 / 분도출판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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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있어서 영화란 무엇인가?

 

예술인가?

아니면 그저 현란한 화면을 통해서 잠시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만드는 눈요기인가?

 

‘영상의 시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도 영화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 영화가 하나의 ‘예술’로 인정받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깊은 고민에 빠져있었고, 영화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와 어떻게 되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자신이 작품을 작업하면서 들게 되었던 생각들을 글로 정리했고, 그 글들을 정돈해서 발표한 것이 ‘봉인된 시간’이다.

그리고 타르코프스키의 ‘봉인된 시간’ 만큼 영화에 대해서, 그리고 영화가 예술로서 다뤄지게 되기 위해서 진지하게 고민한 영화관련 서적은 없을 것 같다.

 

타르코프스키는 자신의 첫 번째 장편작품인 ‘이반의 어린시절’부터 갖고 있었던 영화에 대한 의문과 문제의식을 작품을 만들어내면서 보다 확고하게 되기도 하고,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되기도 하면서 그 내용들을 글로써 들려주고 있다.

 

아마도 영화감독들 중에서 가장 영화라는 것에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최소한 글로서 고민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감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타르코프스키는 기본적으로 영화라는 것이 다른 예술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방법론을 갖게 되어야 한다는 이유로 연극과 다른 예술장르에게서 멀어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고, 에이젠슈타인으로 대표되는 몽타주와 편집 그리고 작가주의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고, 반대 의견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등 그의 작품들에 비해서는 보다 직접적이고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에이젠슈타인을 지속적으로 반박하며 자신의 영화 이론을 전개시키고 있다. 몽타주의 정반대에 자기 자신을 놓여두고 어째서 자신은 그런 방법론을 버리게 되었는지와 자신이 생각하는 영화와 주제 그리고 영화를 만들게 되기까지 일어났던 소소한 감정적 변화들에 대해서 소상히 설명해주고 있다.

 

때로는 영화이론 서적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다가도,

타르코프스키의 메모장이나 일기장을 엿보는 것 같을 정도로 진지하면서도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펼치고 있다.

 

그의 작품들을 전부 보았지만 여전히 생각하게 되는 의문들이 여러 가지 있었고, 그리고 전혀 그가 의도한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보았던 장면들에 대해서 세밀하게 설명하는 부분들을 통해서 이전에 봤던 작품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생각하게 된다.

 

과연 영화란 우리에게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은 무엇을 갖고 있고,

앞으로 갖아야 할 것이고,

버릴 것은 무엇인가?

 

지나치게 진지한 질문이겠지만...

놓을 수 없는 질문이기 때문에 타르코프스키의 글들은 보다 소중함을 더하게 되는 것 같다.

 

영화를 통해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높은 경지에 올라있었던 타르코프스키의 의견에 어려움을 느낄 때가 있기도 하지만 그의 작품을 조금이라도 본 사람들이라면 그의 글들을 놓칠 수는 없을 것이다.

 

당신은 얼마나 영화를 좋아하나?

그게 철학을 얘기할 정도로인가?

타르코프스키는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지는 않지만 충분히 의미 있고, 생각해볼만한 내용을 들려주고 있다.

 

당신이 만약 영화에 대해서 단순한 재미 이상의 것을 찾고 있다면,

타르코프스키의 의견에 한번쯤은 귀를 기울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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