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와 혁명 - 새날고전묶음 7
레닌 지음 / 새날 / 1993년 6월
평점 :
절판


한동안 잊혀졌던

혹은 언급되지 않았던

아니면 잊도록 노력했던

또는 노력하게 만들었던

 

맑스(마르크스)에 대한 논의가 다시금 이뤄지기 시작하고,

그에 대한 논의가 보다 더 활발해지면서 조금씩 꺼내들기를 망설였던 레닌에 대한 논의도 새롭게 이뤄지기 시작되는 것 같다.

 

하지만 맑스에 대한 논의에서 그의 자본주의에 대한 분석적인 측면이나 정치적 혹은 철학적 논의에만 집중되고 있을 뿐이고 맑스의 논의가 갖고 있는 가장 중요한 핵심인 자본주의에 대한 부정과 그 부정으로 인한 극복은 다뤄지지 않거나 배제되고 있는 측면을 생각해 본다면 맑스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면서도 부분적인 논의에만 머물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맑스와 마찬가지로 레닌에 대한 논의도 그와 비슷하게 그의 혁명을 위한 실천적인 측면보다는 그가 어떤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지와 그가 갖고 있는 문제의식을 지금 현재 체제 속에서 어떻게 다시금 불러올 수 있을지 혹은 계승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만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이런 생각은 극히 피상적인 생각이고 편견일 것이다. 최근의 레닌에 대한 논의를 많이 접하지 못하고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까 아마도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은 틀린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만약 레닌의 실천적인 모습에 많은 논의가 이뤄졌다면 지금처럼 활발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여전히 하게 된다.

어쨌든 그런 이유에서 레닌의 삶과 철학 중 혁명 이후 그가 보여주었던 모습들 보다는 혁명 이전의 치열한 고민들과 이론적 입장과 자신의 입장과는 다른 이들과 투쟁을 벌였던 레닌을 다시금 복권시키는 것에(만) 연구자들이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어쩌면 이것도 향수병일지도 모른다.

 

슬라보예 지젝과 같은 이들 덕분에 레닌에 대한 논의가 보다 탄력을 받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지젝의 논의에 관심이 가기는 하지만 어쩐지 그의 논의를 접하게 되면 전혀 다른 방식으로는 생각하지 못하게 되거나 (어려워서) 하나도 이해를 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걸 떠나서 책 자체가 너무 비싸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레닌에 대한 책들 보다는 레닌의 책을 읽게 되어버렸고,

레닌의 주요 저작 중 하나인 ‘국가와 혁명’을 짧은 분량인데도 매우 힘들게 읽게 되었다.

읽는데 힘겹기는 했지만 읽으면서 레닌이 얼마나 이론적인 투쟁을 벌였는지와 자신의 입장의 논리적인 설득력을 갖게 하면서 그와 함께 읽는 이들을 자신의 입장에 가담하도록 신경을 썼는지 알 것 같았고, 그렇게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조금은 느낀 것 같다.

 

‘국가와 혁명’에서의 레닌의 논의는 폭넓은 논의를 전개하기 보다는 말 그대로 ‘국가’와 ‘혁명’에 대한 그의(그리고 맑스와 엥겔스의) 입장들을 정교하게 다듬고 있고, 자신의 생각들이 무정부주의자들과 그리고 기회주의자 혹은 수정주의자라고 비난하는 이들과 어떤 차이를 갖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이 맑스와 엥겔스의 논의를 어떻게 왜곡 혹은 오해하고 있는지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지독할 정도로 이론적인 투쟁을 벌이고 있고,

결국 어떤 혁명이 이뤄져야 하는지에 대한 그의 생각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레닌의 이미지를 잘 전달하고 있다.

 

그는 자본주의 체제가 어째서 ‘사멸’할 것인지에 대해서 논의를 하면서 국가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맑스와 엥겔스의 글들을 통해서 정리하고 있고, 그 국가가 어떤 방식과 과정을 통해서 사멸하게 되는지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맑스와 엥겔스의 다양한 논의들을 정리하고 있고,

그 정리된 논의를 통해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종교적인 느낌을 풍기기도 하는데,

당시의 시대를 생각하게 되기도 하고,

그 당시의 맑스와 엥겔스의 의견이 갖고 있는 권위가 어느 정도였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레닌은 맑스와 엥겔스의 논의를 통해서 국가기구가 어째서 ‘분쇄’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그 분쇄되어야 하는 국가기구가 혁명이 일어났을 때(즉, 프롤레타리아 독재가 이뤄졌을 때) 어떤 방식으로 그 기구의 성격이 변화되어야 하는지 말하고 있다.

 

그의 글을 읽으며 그가 어째서 그렇게 집요하게 국가와 혁명에 대해서 논의했는지 생각하게 되었는데, 아마도 러시아 혁명이 일어나기 직전이었고 ‘혁명을 위하여 그리고 혁명 이후에 국가가(러시아 사회 체제가) 어떤 변화를 보여야 하며, 어떤 과정을 통해서 변화가 이뤄져야 하는지에 대해서 선명한 논의가 필요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런 생각이 맞는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레닌은 맑스와 엥겔스의 논의를 통해서 기본적으로는 자본주의 체제가 모순된 체제이고, 이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서 체제가 붕괴 되(어야 하)고 새로운 체제로 변화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확신을 갖으면서 자신의 논의를 하고 있다.

 

지금은 레닌의 논의에서 앞으로의 미래가 모순의 극복의 미래라는 부분을 제외하고 논의를 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은 그의 논의를 걸러내면서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그가 갖고 있는 논리적 치열함은 분명 본받아야 할 부분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레닌은 맑스와 엥겔스의 논의 중에서 국가에 해당되는 부분과 함께 자본주의에서 사회주의 / 공산주의로 이행되는 과정에 대해서 다양한 각도에서 논의하고 있고, 자신과 다른 입장을 갖고 있는 이들이 어째서 틀린 입장인지 말하고 자신의 입장이 갖고 있는 이론적 타당성에 대해서 주장하고 있다.

그가 국가의 이행 문제에 보다 집중한 것은 아마도 혁명이 바로 앞에 펼쳐질(혹은 펼쳐야 할) 예정이기 때문에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 논리적인 설득이 필요했을 것이다.

 

국가와 혁명에 대한 입장을 통해서 진정한 맑스주의자와 (맑스를 왜곡하고 오해하는) 수정주의자들의 모습을 밝혀내고 있는 것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맑스를 오해 / 왜곡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그는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고, 그 분석을 통해서 지금 현재 진보적 혹은 좌파적 입장을 갖고 있다는 사람들의 모습을 비춰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되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이들의 논의를 통해서 레닌은 그들의 입장은 결국 사회적인 문제점과 모순을 전혀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고, 그의 문제의식을 어떻게 지금 현재에 적용해야 할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지금도 그런 그의 입장은 여전히 유효하다.

 

레닌의 글을 읽으면서 의외로 그가 엥겔스의 글을 많이 인용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아마도 당시에는 엥겔스의 맑스에 대한 해석이 매우 설득력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지금은 거의 논의되고 있지 않지만.

 

결국 레닌의 (‘국가와 혁명’에서의) 논의의 핵심은 ‘국가를 어떤 성격으로 이해해야 하는가’와 ‘자본주의에서 사회주의 공산주의로의 이행의 문제’인 것 같다. 그의 글을 통해서 일정 부분 그의 의견에 동조하게 되기도 하지만 조금은 조심스럽게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어떤 의미에서 레닌은 맑스의 정치경제학적 시선 중 정치적인 시선에 굉장할 정도로 집중한 사람이지는 않을까?

 

최근의 레닌에 대한 논의들이 높아져서 레닌의 글을 한번 읽어보았는데,

생각보다는 인상적이었지만,

여전히 그의 논의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싶어진다.

아마도 어린 시절부터 들었던 그에 대한 악명 때문이지 않을까?

 

 

참고 : ‘혁명이야 말로 가장 권위주의적인 것’이라는 의견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생각해보니 정말 그런 것 같다. 이상한 역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