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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탐정 ㅣ 버티고 시리즈
로버트 크레이스 지음, 윤철희 옮김 / 오픈하우스 / 2017년 12월
평점 :
‘L.A 레퀴엠’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다. 부족한 건 아니지만 마음에 들지 않다고 해야 할까? 긴박감도 생각보다 약했고, 분위기도 조금은 들뜨고 유쾌한 분위기라 좀 더 무겁고 어둑한 걸 혹은 건조한 걸 좋아하는 사람으로서는 이게 뭐야? 하는 기분이었다.
그런 생각이었기 때문에 별다른 기대 없이 펼친 ‘마지막 탐정’은 생각보다 마음에 들어서 조금은 의외였다. 긴박감과 절박감이 살아 있었다. 액션도 꽤 흡족했고. ‘L.A 레퀴엠’의 후속작이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와 내용으로 꾸려져 있다. ‘마지막 탐정’은 아동 유괴라는 피 말리는 상황을 아주 인상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한 아이가 유괴되기 전후의 상황을 추리하는 과정과 LA 시내를 가로지르는 카 체이스, 여러 명의 캐릭터가 좁은 공간에서 서로에게 총과 칼을 겨누는 숨이 멎을 듯한 최후의 대결 등이 흥미진진한 액션 영화의 장면처럼 생생하게 펼쳐진다. 폭발적인 액션과 강렬한 서스펜스, 탁월한 심리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재미있으면서도 서늘하고, 빈틈없는 구성과 깊이 있는 감정을 동시에 전한다.
LA 협곡에 위치한 엘비스 콜의 집에서 그의 연인 루시 셰니에의 아들 벤이 납치당한다. 루시가 출장을 간 동안 벤은 엘비스와 함께 지냈는데 그녀가 돌아오던 날, 집 밖에서 혼자 놀던 아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엘비스는 베트남전에서 작전 수행 중 저지른 잘못에 대한 복수로 아이를 납치한 거라는 전화를 유괴범으로부터 받고, 자신 때문에 벤이 유괴되었다는 데 심한 자책감을 느낀다.”
‘L.A 레퀴엠’에서 보여주고 있던 경쾌함과 유쾌함을 생략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식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조금은 아쉽다는 생각을 할 것 같다. 반대로 그 부분이 거슬렸던 사람들이라면 무척 만족스러운 기분이 들 것 같고. 이 시리즈는 각 편마다 분위기가 무척 다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탐정’이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더 좋았다.
전작이 조 파이크라는 인물에 대한 내면을 탐구하는 내용이었다면, 이번은 이 시리즈의 주인공 엘비스 콜의 과거를 상세하게 살펴보는 내용이라 할 수 있겠다. 생각보다 너무 쉽게 혹은 빨리 상황을 파악하고 바로잡아가고 있다는 점과 뒷부분의 반전이 어느 정도는 예측가능하기 때문에 부족하다는 느낌도 없진 않지만 읽는 재미가 확실하고, 속도감과 긴장감을 잘 만들어내고 있어 범죄 소설 혹은 액션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나쁘지 않은 재미를 느낄 수 있겠다.
“『마지막 탐정』은 치열하게 실종 단서를 쫓는 며칠간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분초 단위로 촘촘하게 구성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 책의 재미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 과거와 현재, 실재와 기억이 뒤섞여야만 사건의 실마리에 가까워질 수 있는 것이다. 유괴범이 통고한 데드라인이 가까워지고 범행 동기가 드러나면서 서스펜스는 참지 못할 지경에 다다른다. 작가는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사건의 줄기를 짜임새 있게 엮어내며 독자의 기대감을 높이는 재능을 발휘한다.
실종된 아이의 부모, 납치범, 경찰, 목격자 등 수많은 인물이 등장하지만 주인공뿐만 아니라 조역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품고 있는 사연이 펼쳐지는 점도 흥미롭다. 다양한 시점으로 쓰인 덕분에 한결 풍부하고 입체적인 서사가 완성되었다. 특별히 『마지막 탐정』은 전혀 다른 성격을 지닌 두 콤비, 엘비스 콜과 그의 파트너인 조 파이크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다. 전작인 『L.A 레퀴엠』이 조 파이크가 어떤 성장기를 거쳐서 무뚝뚝하고 과묵한 사람이 됐는지를 보여줬다면, 『마지막 탐정』은 엘비스 콜의 유년기와 놀림감이 되곤 했던 엘비스라는 이름을 얻게 된 사연, 그리고 그가 베트남전에 참전해서 겪은 아픔까지 콜이 겪어온 오랜 시간을 독자와 공유한다. 『마지막 탐정』이 코끝이 시큰할 만큼 진한 여운을 남기는 건 서스펜스를 뛰어 넘는 이러한 미덕 덕분일 것이다.”
책소개가 말해주는 끝내주는 재미까진 아니더라도 읽는 맛은 분명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