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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이야기 - 개정판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3월
평점 :
그 옛날 원작이 있는지도 알지 못하면서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를 봤었다. 무척 인상적이어서 어쩐지 소설을(영화가 만족스러워 좀 더 알아보니 원작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읽고 싶어졌고, 영화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세월이 흐른 이제야(11년이 지난 뒤에야) 읽게 됐다. 10년 넘게 책장에 모셔져 있었던 게 신기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인도 폰디체리, 동물원을 운영하는 부모님 아래서 태어나 사랑과 종교, 세상의 이야기들을 열렬히 탐구하던 인도 소년 파이 파텔. ‘피신’이라는 본명이 오줌을 싼다는 ‘피싱’과 비슷한 발음으로 들려 놀림을 받자 스스로 칠판에 “π = 3.14”를 또박또박 적어가며 새로운 이름을 지어낸 이 인도 소년은 온화한 부모님, 스포츠에 열광하는 형과 함께 행복하게 자란다.
파이가 열여섯이 되던 해, 캐나다로 이주하기 위해 커다란 화물선에 온 가족과 동물들이 함께 오르지만 바다 한가운데서 배가 좌초하는 사고가 발생하고, 한 척의 구명보트에 오른 건 파이와 네 마리 동물, 다리가 부러진 얼룩말과 오랑우탄, 하이에나, 그리고 커다란 벵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뿐이다……. 이러한 절망적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파이는 이 이야기를 해피엔딩으로 만들기 위해 당장의 생존을 시작한다.“
영화를 떠올리기가 어려울 정도로 많은 세월이 지난 다음에 원작을 읽었으나 줄거리-내용만 놓고 본다면 소설과 영화는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영화를 먼저 봤으니 어쩔 수 없이 읽는 중에 계속 영화의 여러 장면이 떠올려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영화가 보여준 시각적인 놀라움 때문에 원작이 묻혀진다는 식의 말을 꺼내고 싶진 않다. 각각의 매력이 있기 마련이니까. 다만, 영화가 보여준 속도감 있는 진행 때문에 소설은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겠다. 혹은 세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다는 말을 하거나. 영화가 원작을 잘 옮겼다는 뜻일 수도 있고.
영화를 말했을 때도 그랬지만 길고 긴 고난을 겪은 다음 조사원들에게 영화도 원작도 비슷한 방식으로 2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나는 믿겨지지 않고, 다른 하나는 마찬가지로 놀랍지만 적당하고 그럴듯하다. 둘 다 흥미로운 진실이겠지만 과연 어떤 내용이 진짜 진실일지는 계속해서 선택하기가 어렵고 고민된다. 터무니없는 이야기로 거의 모든 내용을 채우고 있다가 돌연 전혀 다른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식으로 어떤 게 마음에 드는지 질문을 던진다. 뭐가 맞을까? 뭐든 바다에서 그런 식으로(호랑이든 도살자든) 227일을 보내고 싶진 않다. 어떤 게 진실이든 두 이야기 모두 그 괴롭기만 한 경험을 통해서 삶을 조금은 생각해보게 해주고 있어 무척 인상적이라 할 수 있다.
#파이이야기 #얀마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