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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피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8월
평점 :
범죄 소설을 좋아해서 이런 저런 책을 알아보던 중에 추천 도서로 되어 있어 읽어보게 됐다.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이름이 익숙해서 알아보니 예전에 읽었던 ‘캐비닛’을 쓴 작가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문체에서 작가 특유의 개성을 느꼈던 것 같기도 하다. 제대로 설명하라면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겠지만.
“1993년 봄과 여름의 이야기다. 마흔 살 건달의 짠내 나는 인생 이야기. 인생에도 사계가 있다면 마흔 살은 여름에 해당될 터, 그 뜨겁고 강렬한 날들의 기록이 부산 앞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한국형 누아르의 쌉싸름하면서도 찐득한 맛이 살아 있으며, 두려울 것 없던 마흔 살 건달이 겪게 되는 정서적 절망감이 사실적이면서도 흡인력 있게 담긴 작품이다.”
범죄 소설이기보다는 깡패-건달에 관한 이야기다. 그 차이가 뭐냐면 다시 고갤 다른 곳으로 돌리겠지만. 범죄 소설이 보여주고 있는 정형화된 분위기, 어떤 음울함이나 거리의 이야기와는 다른 풍경과 맛을 느끼게 해준다.
술자리에서 흥미진진하게 들을 수 있는 일종의 썰과 같은 느낌이랄까? 그런 걸 기대하지 않은 사람은 바라던 게 아니라면서 시큰둥한 느낌이 들 수 있겠지만 이런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라면 꽤 재미나게 즐길 수 있겠다.
다만, 아주 예측불가의 진행을 보여주진 않는다. 어느 정도는 예상대로면서 때때로 어쭈!? 라는 추임새를 꺼내게 하는 변칙적인-날렵한 모습이 있다고 해야 할까? 그걸 떠나서 어떤 식으로든 재미가 계속해서 뽑아내고 있다. 때때로 잔혹하고 지저분한 것들도 있긴 하지만 바로 그런 삶을 다루고 있으니 그걸로 트집을 잡을 순 없을 것이다. 아쉬운 점을 말하라면 조금은 군더더기가 있다는 점이랄까? 더 다듬어내고 발라냈다면 어땠을까?
뜨겁기 보다는 끈적거리는(찐득한) 내용이다. 짠내로 가득하고. “정서적 절망감”을 말하지만 그것 보다는 이제는 늙고 지쳐가는 사람의 갑갑함을 잘 느끼게 해주고 있다. 어떤 지겨움으로 가득하다. 몸도 마음도 피곤해진 사람이 어떤 사건을 겪고 변화를 겪는지 지켜보게 해준다.
“그러나 폭력조직이란, 아니, 세상이란 그리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기에 거대 세력 간 충돌과 음모 앞에 개인의 삶과 신념은 이용당하고 희생되기 마련이다. 작품 속 인물들은 자기 일신의 안위를 살피고, 눈앞의 이익을 좇고, 암투와 회유, 배신으로 일희일비한다. 그런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의 격랑이 이토록 짙은 페이소스를 느끼게 하는 것은, 개인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갈등과 첨예한 권력 싸움에 휘말렸음에도 자신의 삶을 어떻게든 꾸려나가기 위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던지는 그 뜨거움 때문이다. 즉흥적이고 속물적인 방식으로라도 자신이 바라는 것,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향해 나아가는 것,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필연적으로 슬프고 씁쓸한 우리네 인생이기 때문이다.”
#뜨거운피 #김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