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해석
제드 러벤펠드 지음, 박현주 옮김 / 비채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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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야심작과 걸작의 차이는 무엇일까?

야심이 이뤄지면 걸작이라는 단순한 대답을 할 수 있다면,

'살인의 해석'으로 (소설로는) 첫 작품을 발표한 작가의 야심은 이뤄지지는 못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야심이 너무 커서 자신의 능력 이상의 것을 목표로 했던 것 같다.

 

최근에는 소설을 읽는 적이 거의 없어서 일부러라도 소설책을 읽으려고 하고 있다.

저번의 '사기꾼 로봇'의 경우에도 사놓고 거의 거들떠도 보지 않다가 인문학 쪽 책들에 조금은 질려서 소설책들을 읽으면서 머리나 식힐려고 선택한 것이었으니까(이놈의 변덕은... ^^;;)

 

몇 년간은 새로 출판되는 책은 거의 구입하지 않고, 헌책방에서 그동안 관심을 갖고 있던 책들을 구입하며 읽었기 때문에 최근에 어떤 책들이 출판이 되었는지는 거의 신문에 의존한 지식밖에 없다. 꼭 어떤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은 없지만(있어도 가격에서 다시한번 심사숙고하게 만들기도 하고, 지금처럼 간간히 읽어서는 결판이 나지 않는 책들도 있어서 그냥 포기했다)...

 

'살인의 해석'은 그나마 가장 최근에 출판된 책을 읽게 되는 것 같은데,

각종 일간지에 리뷰가 실리면서 이미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별다른 느낌이 안 들어서 헌책방에서 나중에 구할 수 있으면 볼 수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머리속에서 담아만 두고 있었다.

최근에 헌책방에 갔을 때 벌써~ 책이 있어서 조금은 놀라게 되었는데(얼마나 별로였으면... 하는 느낌이 있었다 ^^;;), 평소에도 프로이트라면 귀를 쫑긋~거리는 인간이라 무작정 구입하고 곧장 읽게 되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프로이트와 융에 관해서는 작품의 줄거리와 그다지 상관은 없었다.

 

작 품은 1900년대 초기의 뉴욕을 배경으로 한창 마천루들을 만들기 시작하며 지금의 뉴욕의 기초가 되는 수많은 것들이 만들어지는 상황에서 고급 아파트에서 벌어진 의문스러운 살인 사건과 침입사건이 벌어지고 일련의 사건과 함께 미국에 방문한 프로이트와 융이 이 사건에 관여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줄거리를 담고 있다. 여기에 프로이트와 융의 갈등과 정신분석학자 주인공을 내세워서 다른 작품들과는 차별화를 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작가는 너무 많은 것들을 하나의 작품에 집약하느라 한번에 너무 많은 음식을 먹은 느낌이 든다. 어떻게 표현해야할까? 제임스 엘로이의 작품에 관심을 갖으면서 연쇄살인과 같은 범죄 영화들을 참고하고, 작가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었던(실제로 졸업 논문까지 만들었던) 프로이트와 융의 이론도 끌어들이고... 게다가... 햄릿까지 가져와 버린다.

이정도면... 도를 지나쳤다는 느낌이 들게 만든다.

 

그동안 자신이 관심을 갖고 공부를 했던 것들을 자신만 알고 끝내는 것이 너무나 아쉬웠을까?

아쉬울만 했겠지만... 정도가 좀 심한 것 같다.

차라리 과감하게 몇몇 요소들을 뺐으면 보다 더 좋은 결과물이 되었을 것 같다.


소설은 세가지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첫번째는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살인사건에 관한 이야기고 이것은 시장과 휴겔 검시관 그리고 리틀모어라는 형사가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두 번째 이야기는 살인사건과 유사한 사건인 액튼양에 대한 무단침입에 의한 상해사건으로 이것은 정신분석학자인 (1인칭 시점을 갖고 있는 유일한 캐릭터인, 작품은 이상하게 전지적 시점과 1인칭 시점이 뒤섞인다) 앵거 박사가 노라 액튼을 정신분석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리고 위의 두 이야기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그외의 인물들(밴웰, 클라라 등)을 통해서 하나의 사건으로 엮어진다.
세 번째 이야기는 살인사건과 관계없는(제목인 '살인의 해석'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 같은) 프로이트와 융의 갈등과 미국에서 출판과 강연을 하기 위해 온 프로이트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이다. 이것도 나중에 가면 앞의 두 이야기와 연결이 되기는 하지만... 그 밀접도는 유기적인 느낌이라기 보다는 이야기 과정에서 엮어낸 느낌이 든다.
그리고... 출판사의 홍보와는 다르게 프로이트와 융은 사건에서 방관자적인 입장이다.
그 외에도 1900년대 뉴욕에 대한 세밀한 설명과 상류사회의 소문과 지저분한 뒷모습들, 가학적 성욕과 정치적인 이해관계 등 많은 고증을 통해서 얻어진 내용들이라고 생각하는 이야기들이 중간 중간 삽입되어서 보다 내용은 충실해지면서도 방대하게 된다.
그리고... 역시나 작가는 그것들을 통제하지 못하고 수많은 것들에 끌려다닌다.

솔직히 말하면 제임스 엘로이가 썼으면 보다 좋은 결과물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물론.... 이렇게 신사적인 작품이 되지 않고 보다 추악한 면모를 갖게 되겠지만 말이다.

초 반부분에서 1900년대의 뉴욕에 대한 설명과 상류사회의 삶을 보여주는 내용은 처음에는 뭐하러 이리도 길게 설명하나 의문시 되기도 하지만, 읽어나가게 되면 당시의 시대상을 이해하게 되면서 보다 작품의 시대적 느낌으 이해할 수 있게 만든다.
그리고... 이후의 결말에 대한 몇가지 기본 밑바탕을 만들기도 하고.
그런 면에서는 작가는 고심한 흔적이 느껴진다.

첫 번째 내용인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로운 구성이기는 했지만... 이상하게 영화 시나리오를 읽는 느낌이 있다(당연히 영화화 되었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흥미로운 설정이면서도 캐릭터와 살인 자체가 평면적이기도 하고 기존의 영화나 범죄소설에서 보았던 설정들을 반복하는 느낌도 들어서 신선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비판적으로 말하기 보다는 읽는 '재미'를 잃지 않았으니 그다지 나쁘지는 않았다고 말하고 싶다.
두번째 내용인 정신분석에 관한 것은 작가가 그동안 정신분석에 대한 많은 연구를 했기 때문에 실제 사례였던 프로이트의 책과 임상사례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결콕 잊지 못할 '도라'를 다시근 만나게 된다(그리고... 프로이트의 책을 읽어본 사람들 중에서 도라의 사례만큼 난해한 것도 없을 것 같다. 정신분석학에 흥미를 갖고 있었던 내가 도라 사례를 읽으면서 프로이트는 도라에 대한 진단이 계속 변하게 되고, 의외의 것들이 분석 도중에 확인되며서 끝없이 분석을 통한 진단이 변한다. 정신분석의 기본적인 몇가지 개념만을 알고 있던 나로서는 읽는데 많이 힘들었다. 솔직히... 기억도 안단다). 하지만 프로이트의 '도라'와는 다르게 작품에서의 '노라'는 독자들을 힘들게 만들 정도의 캐릭터는 아니다. 여기서도 물론 처음의 판단과는 다르게 게속 숨겨졌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혼란스럽게 만들기는 하지만 대중소설이니 그렇게 읽는 사람 힘들게 만들지는 않고, 마무리를 하며 다시금 설명을 해주기 때문에 어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노라'라는 캐릭터는 입체적이면서도 평면적인 캐릭터가 된다.
그녀와의 상담을 벌어는 과정은 그녀를 입체적으로 보고 독특한 캐릭터로 만들지만, 상담 이외의 부분에서는 단순한 젊고 세상물정 모르는 여자로 생각되게 만든다.
도 라의 사례와 유사하게 만들면서 이야기와 엮어나가게 만들었기 때문에 후반에 가서는 이것을 분석이라고 해야 할지에 대한 의문도 들게 만들게 된다. 마지막의 로맨스 부분은 해피엔딩 겸 좋은 결말일 수 있겠지만, 통상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석자와 상담자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는 애매한 구석이 든다. 물론, 그녀가 정신적 외상이 있었던 것이 아니기도 하지만...

마 지막인 프로이트와 융의 관계에 대한 내용은 정신분석에 관해 흥미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재미나게 보았겠지만, 과연 소설의 이야기 구성에서 어떤 부분을 차지하는가? 대한 질문을 갖고 생각하게 된다면 이건 이상하게 생각되게 만든다.
아예 독립적인 이야기가 아니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작품의 내용에서 주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아닌... 이상한 에피소드로 되어버린다.
작가가 어떻게 하던지 살리고 싶어서 연결하는 느낌도 들고... 과연 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없으면 이야기 자체가 이끌어갈 수 없는 것인가? 에 대한 질문에는 궁색한 답변이 나올 것 같다.
아예 이들에 관한 갈등을 짧은 내용의 독립적인 책으로 만드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만이 앞선다.

물 론 작가 자신이 정신분석에 관해서 많은 지식들이 있었기 때문에 다른 작품들에서의 약간은 과장되고 말도 안되는 성향의 정신분석이 아닌 일정부분 정신분석에 대해서 그다지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흥미롭게 정신분석에 대해서 알게 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게다가 작품 내에서의 시점도 조금은 특이하다.
1900년대의 뉴욕의 모습과 그 이면의 어두운 부분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다.



참 고 : 주인공 캐릭터인 영거 박사는 정신분석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도 하면서 어느정도 프로이트의 이론에 대한 회의적 입장도 갖고있는 인물이다. 아마도 작가 본인도 유아의 성적욕망에 대한 프로이트 이론에 대한 약간의 의심과 오이디푸스에 대한 회의도 일정부분 있는 것 같다.
그는 작품에서 오이디푸스가 아이가 갖는 것이 아닌 어른이 아이게게 갖는 발상을 보여주는데, 이런 생각은 몇몇 영화들에서 선보여지기도 했지만, 아마도 가장 살벌하게 보여준 것은 큐브릭의 '샤이닝'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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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 2007-08-14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 대한 감상을 쓰기위해 들어왔는데 저와 같은 감상을 하신 분이 있더군요. 프로이드의 살인사건 개입. 거창한 광고가 있었는데. 작가는 정신분석을 작품속에 녹아내리지 못한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너무 남성위주 시각으로 쓰여진 거부감.새드와 매저가 종이한장차이? 살인자는 과연 무엇입니까? 그렇게 한마디로 정의해도 되나요

배군 2007-08-14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디스트와 매저키스트가 종이 한장 차이라는 것은 저도 동감하는 부분입니다.
물론, 이런 동감이 프로이트와 라깡의 이론을 공부한 사람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겠죠.
길게 설명하기는 저도 유식한 사람이 못되서 자세히는 설명하기 힘들지만 프로이트 혹은 라깡은 원인은 비슷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것인데 그에 따른 반응이 남성적(적극적) / 여성적(소극적)이냐에 따라서 두가지의 방식으로 나타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라깡은 여기에 보다 추가적인 설명은 했는데... 워낙 이론적인 부분이라 저도 책을 뒤적거려야지 설명이 가능할 것 같군요.

살인자는... 솔직히 클라라에 대한 분석은 거의 전무하고 그냥 그녀가 사건의 원인으로 다뤄지죠. 근데 어째서라는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이 없습니다. 설명을 하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죽여버렸을지도 모르죠. ^^;;;
오이디푸스 이론을 통해서 일정부분 동기를 알려주기는 하지만... 글쎄요 그게 과연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지느냐에 대한 부분은 의문스럽군요.
 
사기꾼 로봇 필립 K. 딕의 SF걸작선 3
필립 K. 딕 지음, 어윤금 외 옮김 / 집사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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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최근의 필립 K 딕의 인기는 엄청난 것 같다.

그의 여러 작품들이 영화로도 제작되고,

영화가 제작되면서 그동안 번역되지 못했던 그의 단편들과 장편들이 번역되기도 하면서 그의 음울하고 편집증적인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높아지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작품들을 매우 좋아하는 편이라 국내에 번역된 그의 작품들의 대부분을 읽어보기는 했지만 솔직히 다른 사람들에게 권하기는 조금은 애매한 구석이 있다.

그의 작품들이 대부분 어두운 내용이 많고, 뭔가 비비꼬인 구석이 강해서 대부분은 거부감이 강할 것 같고 나처럼 어두운 스타일의 작품들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만이 열광할 것 같다.

 

최근 그의 작품들 중에서 아직 읽어보지 못한 '사기꾼 로봇'을 읽을 기회가 생겼는데,

역시나 그의 전형적인 스타일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로도 제작된 '사기꾼 로봇'이 역시나 제목으로 써먹히고는 있지만, 나머지 작품들도 비슷하면서도 각각의 작품들이 개성이 있어서 그의 저서들을 접하지 못한 사람들이라면 처음 읽는 사람들도 덜 부담스럽게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인생이 그의 작품들처럼 어둡고 우울함과 신경증으로 가득한 삶이었는데,

그런 그의 삶을 책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몇몇 작품들은 마치 카프카의 세계관이 떠올리게 되기도 하고,

어떤 작품들을 조지 오웰이 떠올리기도 한다.

항상 그렇듯이 그의 작품은 SF이면서도 우리가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SF와는 일정부분 거리감을 유지하면서 작품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어쩐지 그가 만든 세계관은 현실에서 일어나는 세계의 변화들을 미리 보여주는 느낌이다.

이상하게도 우리의 삶과 현실은 필립 K 딕의 암울하고 묵시록적인 미래세계를 닮아간다는 점에서 더더욱 우울하게(어떤 이들에게는 열광하게) 만드는 것 같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또 그의 번역된 책들을 구입해서 읽어야겠다.

ㅎㅎ 헌책방에서 구입하는 책들만 읽고 있으니 최근에 출판되는 책들은 거의 접하지 못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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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비스트로스 - 시공 로고스 총서 4 시공 로고스 총서 4
에드먼드 리치 지음, 이종인 옮김 / 시공사 / 1998년 8월
평점 :
절판


생각보다는 빨리 읽게 되었다.
내용이 짧기는 하지만... 그래도 요즘에는 예전보다 책을 읽을 시간이 부족해져서 제대로 책을 읽지 못하고 있는데 그나마 한달에 한두권은 읽고 있으니 노력은 하고 있는 것 같다.
 
바로 직전에 읽은 '사물의 분류'가 상당히 만족스러운 내용이었기 때문에 '분류'라는 것에 관해서 갖고 있는 책 중 가장 읽을만한 책들을 뒤적거리던 중에 '감시와 처벌'은 나중에 읽기로 하고(한번 읽어봐서 다시 머리 아프고 싶지가 않다. 다시 읽기는 해야할 것 같은데... 조금은 미뤄야할 듯?) 헌책방에서 줍듯이 구한 '레비스트로스'에 대한 책을 읽기로 했다.
 
구입할 때는 단순히 입문서로 생각하고 샀는데,
읽어보니 입문서가 아니라 레비스트로스의 이론에 대한 해설과 그에 대한 비판을 하는 책이었다. 나름 입문서이기는 하지만 실컷 설명하고 이게 왜 틀린 말인지에 대해서 읽어야 하니(그래도 인정할 것은 인정해준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 대해서 대충이나마 알려고 읽는 사람한테는 '어쩌라는거야?'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레비스트로스에 대해서 알게 되었으니 나름 소득은 있었다.
 
요즘에는 열기가 조금 식은 것 같지만,
몇년전까지 프랑스 출신 학자들의 학문적 결과물들이 한국 인문학계에 엄청난 인기를 누렸었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그 열기는 과도한 거품이 섞인 것 같았다.
때늦은 소리일지도 모르지만 그건 관심이라기 보다는 단순한 '인기'였던 것 같다.
제대로 읽지도 않고(읽기나 했을까?) 그냥 다양한 입문서들을 읽고 얼추 감을 잡은 다음에 순식간에 그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종알거렸었던 것 같다.
 
무슨 말만 꺼내면 탈주고 차연이었으니.... 지금생각하면 얼마나 대책없는 바보들이었을까?
 
그렇게 인기를 얻었던 프랑스 학자들 중에서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찬밥 취급당한 사람들이 아마도 레비스트로스와 롤랑 바르트 아닐까?
관련 서적들도 가장 적게 번역된 것 같기도 하고...
어째서인지는 모르겠다. 뭐,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일지도 모르니까.
(하루종일 책을 읽고 공부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어떻게 알겠나? 그냥 걔네들 취향이 아닌가보지? 하는 생각으로 넘어가면 될 것 같다)
 
롤랑 바르트와 레비스트로스는 어느정도 '구조주의'라는 흐름에 적합한 사람들로 통하고 '기호학'적인 요소도 많기 때문에 사회학이나 인문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나름대로 관심을 갖을만한 사람들이기는 하지만... 워낙 난해하기 때문에 그다지 권하기는 힘들 것 같다.
 
바르트의 책은 읽어본적도 없고(전혀 문외한이다), 레비스트로스도 그의 학문적 업적과는 상관없는 '슬픈열대'(읽다가 지쳐서 쓰러질 뻔 했다. 이거 번역한 사람은 과연 어떤 심정이었을까? 남들이 다 좋다고 하는데... 나는 그냥 그랬다)를 읽었을 뿐인지라 나중에 그들에 대한 책을 읽을 때 조금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라고 말하지만... 과연 그들의 책을 읽을 일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ㅋㅋ
 
책은 그의 이론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정리하기 보다는 (저자가 처음부터 언급했듯이) 중기부터 다루고 초기와 후기를 오가는 방식을 취해서 조금은 애매하게 느껴지게 만든다. 나름대로 그의 이론적인 관심들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잘 얘기해주려 하고 있지만 많이 난해하기 때문인지 처음으로 접하는 사람으로서는 조금은 애매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역시나 입문서이기 때문에 나중에라도 뒤적거리게 만들 정도의 '최대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했던 것 같다.
친족구조나 은유와 환유에 대한 부분들은 나중에라도 읽어볼 것 같다.
구조적 이항대립이나 언어학에 대한 내용도 썩 기본적인 것들을 설명해주는 것 같기도 하고.
 
싼맛에 샀는데... 역시나 싼게 비지떡이었다.
 
날도 더운 여름인데... 골치아픈 책들을 피하고 재미나게 읽을 책들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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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08-10 0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솔직한 감상이 맘에 들어서 추천!
베스트 셀러가 가장 읽히지 않는 책이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레비스트로스, 롤랑 바르트 입에 붙은 이름이긴 하지만, 잘 모르는 분들... 머리 아플거 같은 독서는 저도 피하는 중이라... ^*^

배군 2007-08-10 0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좋은 선택이시군요.
 
사물의 분류
제프리 C. 보커.수전 리 스타 지음, 주은우 옮김 / 현실문화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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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는 살아가면서 무언가를 분류하고 범주화(목록화 혹은 그룹화 등등) 시키며 살아간다.
사회학을 공부 좀 했다고 까불면 계급과 정치적 성향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고,
살림살이에 눈을 뜨면 세탁용 빨래와 손빨래 그리고 세탁소에서 드라이 크리링하는 식으로 옷가지를 분류한다.
우리는 어렵게 설명할 필요도 없이 끝없이 무언가를 나누고 또 나눈다.
자신의 하드디스크에 있는 mp3와 avi 파일들을 입맛대로 나누고,
작성한 문서들과 여러 파일들도 자신의 기준에 따라서 각각의 폴더를 만들고 나눈다.
 
이렇게 나누고 또 나누는 과정속에서 우리는 항상 의외의 복병을 만나게 된다.
바로 그것은 '기타 혹은 등등(?)'이라는 범주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따로 관리하자니 뭔가 찜찜한.
바로 그런 범주가 언제나 만들어지고 우리는 그것을 대면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그것은 전형적인 '계륵'이고 이것은 우리에게 또다른 선택을 강요하게 된다.
그것을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질문에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대답하게 되고 이 책은 바로 그 대답이 생각보다 만만한게 아니라는 것을 제대로(혹은 질리게... 이제 몇 페이지짜리 책인줄 아는가?) 알려준다.
 
농담과도 같지만 우리가 자주 대면하는 저 기타등등 들을 저자들은 마치 푸코가 말해주었던 타자들과 라깡을 읽다가 알게 되는 (다른건 다 까먹게 되는데 유일하게 기억하게 되는) '실재'라는 것을 말해준다. 그리고 책을 읽게 되면 이들은 생각보다 진지하고, 그리고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것들이 의외로 누군가의 삶을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들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연히 헌책방에서 구한(땡스~!) 두꺼운 이책은 알쏭 달쏭한 제목처럼 내용도 펼친 다음에는 과연 이것을 읽어야 할 것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저자들은 맑스, 정신분석, 기능주의, 민속방법론, 아날학파, 푸코, 구조주의, 최신 미국 사회학 이론들,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관한 몇몇 지식들, 의료체계 등등 별의별 잡지식들에 통달하고 위의 이론들에 대한 부분적인(어쨌던 대충은 알아먹을 수 있는) 지식들이 있어야만 책을 보다 수월하게(혹은 뭔소리인지 제대로 이해하며) 읽을 수 있게 만들 정도로 이론적으로도 탄탄한 사람들이고, 다양한 사례들과 자료들을 뒤적거리면서 이론으로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현실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충분히 인식하면서 설명을 해주기 때문에 위의 이론들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나와 같은 독자들도 꾸우욱~ 참으면서(읽다가 집어던지고 싶은 마음이....) 읽어나갈 수 있도록 만든다.
 
첫장은 우리가 자주 실제 생활에서 이뤄지지만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분류'라는 것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다음으로 역사적으로 분류에 관한 가장 자료가 충실히 보존되고 있는 ICD라는 의료분류에 관한 단체에서 그들이 어떻게 분류를 시작하게 되었는지와 시대적 변화와 함께 분류의 기준이 어떻게 변화하였고 어떤 새로운 것들이 등장했으며 그러한 기준과 분류가 등장하며 벌어졌던 갈등과 정치적 이해관계, 지역적인 견해차이에 대해서 말해준다.
 
이후 내용은 비슷한 결핵에 대한 분류와 인식의 변화를 설명해주고,
단순하고 각자의 필요에 의한 것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분류가 실제 삶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 것인지 가장 극단적인 경우의 하나인 남아프리카 인종분류에 대해서 논한다.
 
이후의 내용도 간호사들에 관한 업무분류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지루한 공방전과 그로 인한 업무에 대한 각자의 견해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려주고, 마지막은 자신들의 논의를 정리하며 마무리를 짓는다.
 
책에 대한 설명을 듣는 사람들은 이건 이미 푸코가 광인과 임상의학, 권력의 감시와 처벌에 대한 논의들을 공부한 사람들에게는 너무 익숙한 것이 아닌가? 라는 반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푸코에 대한 많은 지식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이론들을 실제 사례들에 적용한 것과 같은 느낌이 들 것이다(나도 이런 생각을 하며 읽어내려갔다. 그렇게 생각하며 읽으면 보다 편하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점은? 보다 많은 것을 놓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푸코와 다른 것은 보다 논의를 깊게 들어가고(푸코는 권력의 시선으로 옮겨가고 어떻게 권력이 작동하는 것인지 보여준다) 그 심연으로 들어가는 순간, 우리는 생각보다 더 복잡한 '하부구조'라는 생각지도 못한 구조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문제는 생각보다 더 복잡해지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만들어준다.
그것은 더이상 권력의 망으로 설명하기 보다는 보다 난해해지고 주객은 전도되게 만든다.
시스템을 만들었지만 결국 시스템에 먹히는 (베버가 말한 그 지긋지긋한 철장을) 상황을 목도하게 된다.
 
저자들은 결말로 향하며 지극히 비관적인 예상을 하며 자신들의 글을 마치지만... 솔직히 이들이 생각하는 비관주의가 지식인들이 느끼는 실천없는 비관으로만 느끼기 힘든 것은 우리의 일상이 이미 너무 많은 것들이 시간의 흐름에 의해서 고정관념처럼 변화하기 힘들게 되었기 때문에 낙관적으로도 보기 힘들게 만들었다.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생각 이상으로 어려운 책을 읽은 것 같다.
역시나 사람은 자신이 읽기에 적정한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만든다.
그럼에도 한국에서는 거의 소개되지 못했던(푸코, 라깡, 데리다, 들뢰즈 사총사 덕분에 한국은 완전 프랑스 / 독일 철학과 이론들만이 먹히게 된 것 같다),  최근의 미국 사회학계의 관심분야 중 하나를 알게 된 것 같다.
 
나중에라도 뒤적거리게 될 것 같은 소중한 책이었다.
아쉽게도... 음미하지 못하고 맛도 제대로 못 느낀 것 같지만...
 
프랑스 / 독일의 머리속에서 빙빙빙 돌기만 하는 알아먹기도 힘들도 말하기도 힘든(말 더럽게 어렵고 길기는 왜 또 그리도 긴 단어들이 많은지) 이론들을 공부하는 사람들이나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조금은 신선하게 다가오게 만드는 책이고, 사회학을 공부하거나 공부를 한 뒤에 생활속의 실천이나 단체에서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보다 최근의 현실과 밀접하게 다가오는 이들의 관심과 주장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참고 : 좋은 책이지만 아쉽게도 오타가 몇군데 있다. 읽는데 문제가 되는 수준은 아니지만(그런 수준이라면 내가 찾아내지 못한다. 원서를 읽은 사람도 아닌데 번역이 이상하다는 식의 말은 내가 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이다) 그래도 좋은 책에서 이런 부분은 신경을 조금만 더 썼으면...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내가 찾은 부분들을 메일로 보내서 재판을 발행하면 수정을 하기로 했는데.... 과연 이게 재판이 나올 수 있으려나? 괜찮은 책이기는 한데, 누구도 자신들과 상관없는 책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
 
책을 펼치자마자 읽게 되는 이들이 자신들의 책이 도서관 분류에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공상과학으로 분류가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데, 이것은 농담이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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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힘있는 자가 쓰는가 - 난징의 강간, 그 진실의 기록
아이리스 장 지음, 윤지환 옮김 / 미다스북스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읽고 싶은 책이었는데,
인터넷 서점에서는 절판이 되어서 좋은 책이 절판되어 아쉽게 느꼈었는데 다른 제목으로 최근에 다시 출판을 하게 되었다.
물론, 본인은 헌책방에서 우연하게 예전 '난징대학살'로 출판된 책을 구입했지만.
 
최근까지 난징대학살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하고 있었다.
다른 책을 읽으면서 2차대전 시기에 일본군이 난징에서 엄청난 짓을 벌였다는 것은 조금씩 알게 되었지만 도대체 뭔짓을 했는지에 대해서 자세히 다뤘던 책은 못봤었다.
 
궁금은 했는데 그다지 열심히 조사할 생각은 없어서 잊고 있었는데,
2005년 2차대전 종전 60주년이라고 공중파 방송에서 여러가지 2차대전 관련 다큐들을 보여주어서 관심있게 보고 있었는데 난징대학살과 난징대학살에 관한 가장 대표적인 책을 발표한 아이리스 장에 대한 다큐를 한다고 해서 보게 되면서 난징에서 있었던 일에 대한 궁금증은 어느정도 해소되게 되었다.
하지만... 아예 모르고 사는 것이 속편하게 살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게 된다면 대부분이 사람들은 두가지의 느낌을 갖게 될 것이다.
하나는 인간성이라는 것이 이런 것인가? 라는 의문과 허탈감과 잔인성에 치를 떨고 읽기가 힘들 정도일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성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야! 라고 냉소적인 희열을 느낄 수 있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난징대학살'을 읽기 전에는 책 전체가 난징에서 있었던 끝없는 살육에 대한 내용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속편하게 읽기는 힘들 것 같아서 읽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살육에 대한 내용은 되도록 짧게(마음만 먹으면 백과사전 몇권 분량으로 만들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내용을 추려내고 전반부는 일본이 어떻게 2차대전의 광기를 갖게 되었는지 설명을 하고 함락되기 전의 중국의 정세와 군부의 움직임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며 보다 당시의 시대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다.
 
난징이 함락된 이후는 다큐에서도 다뤘던 많은 잔인하고 상상하기 힘든(단테의 지옥편을 현실에서 벌어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더 잔인하고 역겹게!) 일들을 말해준다. 읽으면서 가장 힘들게 읽게 되는 부분었고 이후의 내용은 난징이 함락되고 일본군의 광기로 인해 공포의 도시가 된 난징에서 중국인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던 외국인들(특히나 아이러니한 것은 중국인들의 많은 목숨을 구해주게 되는 사람은 중국 나치당 간부였다. 물론 그는 이전과 이후의 정황을 추측하면 인종주의적이지 않고 사회주의자로 볼 수 있었지만... 나치라기 보다는 전형적인 사회주의에 관심을 갖는 지식인 부류랄까?)을 볼 수 있을 것이고, 통제된 상황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목숨건 기자들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씁씁하지만 종전 이후에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서 어떻게 난징이 잊혀지고 일본은 과거를 반복하려고 하는지에 대해서 설명해준다.
저자의 말대로 책을 읽으면 특정 시기의 일본만이 아니라 현재의 일본 정치권과 지배층에 대한 극히 비판적인 시각을 갖게 되고 이것은 조금만 삐딱하면 '일본'이라는 것 모두에 대해서 경멸하게 만들 수 있는 상황이 되어가는 것 같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견해인 이성이라는 것이 모래성과 같아서 순식간에 허물어지는 순간을 목격할 수 있는 작품이다. 난징에서 일어난 일들과 당시의 일본 군대 내에서 벌어진 위계적이고 폭력적인 분위기가 광주에서 벌어진 상황과 겹치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도록 만든다.
 
일본군은 다른 국가의 국민들에게 벌인 일들이 한국에서는 불과 20여년 전에 같은 국가의 국민들에게 벌인 것을 생각하면 조금은 착잡하게 만들게 된다.
 
정치적인 이해관계로 인해서 아시아에서는 수많은 것들이 처리되지 못하고 지금도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을 보면 조금은 답답한 느낌이 든다.
모든 것이 정리되고 처리될 수 없다는 것도 알고는 있지만 최소한은 풀어내야할 것이 있다는 생각도 갖고 있기 때문에 해결할 수 없는 많은 숙제를 접하게 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간만에 정말 조금은 무언가 알게 된 느낌이 드는 책을 읽은 것 같다.
때로는 기분 좋은 것은 아니라도 알아야만 하는 것이 있는 것 같다.
이런 의미에서 나에게는 좋은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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