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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서사의 영토 세트 - 전2권 - 실사와 허구 사이, 한문단편소설
임형택 지음 / 태학사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사연이 있어서 1편과 2편으로 각기 따로 작성했던 ‘한문서사의 영토’에 관한 글을 하나로 합치게 되었다. 어떤 식으로 정리를 해야 할지 고민되기도 했고, 분량의 제한(A4 1장)도 있어서 쉽게 갈피를 잡을 수 없었는데, 개인적인 생각을 제외한 기본적인 정보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다.
어떤 방식의 글이 적절한 방식인지는 쉽게 판단할 수 없고,
이런 방식의 정리가 맞는 방식인지도 의문스럽기는 하지만...
나로서는 이게 최선인 것 같다는 생각이다.
쉽게 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어렵기만 했다.
주말에 잠깐 시간을 내면 되리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고, 그래서인지 결국은대충 정리했을 뿐이다.
이리저리 정리를 해보다가 포기하고 가벼운 기분으로 써냈을 뿐이다.
읽어보고 검토하는 것은 아예 생각하지도 못했다.
줄이고 줄이는 것도 재주가 필요한 것 같다.
물론, 늘리고 늘리는 것도 재주가 필요할 것이다.
줄이게 된 이유는... 좀 더 명확해지면 별도의 글을 작성하겠다.
별 것 아니고... 그저 그런 이유다.
우리에게 조선시대는 삼강오륜으로 대표되는 유교사상과 도덕관념, 양반과 평민으로 크게 구분되던 신분제 시대로, 오래된 과거로 막연하게 떠올려지게 될 것 같은데, ‘한문서사의 영토’는 그런 막연하게 떠올려지고 선입견을 갖고 생각되는 조선시대에 대해서 좀 더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들고 있고, 단순하게 이해할 수 있는 사회가 아니라는 것을 다양한 이야기들을 통해서 알 수 있고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딱딱하게만 느껴지던 시대가 생각 이상으로 역동적이고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조선시대에 대한 불투명하게 알고 있던 생각들을 보다 선명하게 만들어주고 있기도 하고, 조선 초기부터 시대 순으로 수록된 단편소설들은 조선시대에 대한 이해를 높여줌과 동시에 다양한 이야기들을 통해서 이야기 자체의 매력도 함께 담아내고 있다.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이야기로 꾸몄거나 실존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간단하게 정리한 내용들도 있고, 과거의 고전을 재해석하거나 새로운 이야기를 창작하는 등 ‘한문서사의 영토’에 수록된 많은 이야기들은 이야기의 구성과 구조에서 비슷한 점들이 많은 만큼 차이점들도 많았는데, 다채로운 이야기를 통해서 교과서를 통한 지식만이 있던 우리들에게 조선시대를 살아가던 사람들의 모습들도 생각해볼 수 있도록, 우리들과 별다를 것 없던 선조들의 삶을 잠시남아 엿볼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모든 이야기가 빼어난 재미를 안겨준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누구나 작품을 읽다보면 수록된 이야기들의 다채로움에 놀라움을 느낄 것 같고, 조선 초기부터 근대화가 진행되기 직전까지의 한문단편소설들을 번역자 나름대로의 기준에 따라 시기 순으로 작품을 채우고 있어서 기묘하고 독특한 내용들도 많지만 조선시대 민중들의 삶을 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작품들도 많아 읽는 재미와 함께 읽는 과정을 통해서 알게 모르게 조선시대를 이해할 수 있도록 의도하고 있기도 하다.
조선시대 왕들의 이름이나 궁중에서의 암투와 갈등만을 공부했던 우리들로서는 전혀 다른 시대의 모습을 확인하게 되는데, 읽는 사람의 방식에 따라 다양한 읽기와 해석이 가능하기도 하고 번역자가 직접 이야기의 배경에 대해서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에 조선시대에 대해서 별다른 지식이 없다고 해도 어려움 없이 읽어낼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조선 초기 작품들이 다양하고 자유분방한 소재와 이야기들이 많았던 반면에 이야기의 완성도에서는 아쉬움이 느껴졌었다면, 반대로 조선 후기의 작품들은 이야기 구조와 구성에서는 완성되었으나 이야기 자체의 매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점에서 시대가 기울어져 가면서 이야기는 사라지고 형식의 완성만이 남겨진다는 안타까운 결론을 내려지게 되기도 했다.
이런 이야기의 변화들을 통해서도 점차 진행되어갔던 조선의 몰락과 경직되어가기만 했던 사회의 풍경을 추측할 수 있게 되기도 하고, 그 시대의 중심적인 이념들을 강조하는 이야기들과 반대로 그 이념들에서 벗어나려고 하거나 무너뜨리려고 하는 이야기들을 통해서 각각의 이야기들이 단순히 재미를 만들어내는 이야기에 불과하면서도 그 시대를 말하기도 하고 그 시대를 부정하기도 하다는 점을 생각하게 되기도 했다.
견고하게 박제된 조선시대가 아닌 다양한 사람들이 숨쉬던 시대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충분할 것 같고, 그런 의미들을 떠나서 다양한 이야기꾼들이 남긴 풍요롭고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통해서 우리가 그동안 알려고 하지도 않았지만 알지도 못했던 새로운 지평 위에 우리를 향하도록 만들고 있다. 수많은 시간을 이겨내서 남겨진 이야기들이고, 그 이야기들을 읽으며 우리는 선조들의 삶과 지혜들을 접하게 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