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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악보 - 이론의 교배와 창궐을 위한 불협화음의 비평들 ㅣ 자음과모음 하이브리드 총서 1
최정우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자음과 모음 출판사에서 발행하고 있는 한국-국내의 (상대적으로) 젊은 연구자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활발한 활동에 대한 결과물인 하이브리드 총서는 제목부터 시작해서 표지 디자인이나 내용 면에서 무척 색다르고 독특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데, 총서의 시작인 ‘사유의 악보 - 이론의 교배와 창궐을 위한 불협화음의 비평들’은 각각의 연구자들이 전혀 다른 분야이고 다른 방식의 연구들이기도 하지만 어떤 유사함을 발견할 수 있을지를, 종잡을 수 없는 관심과 논의를 보여주고 있기는 하지만 해박한 지식과 앎의 추구 속에서 치열함 또한 느끼도록 만들고 있다.
물론, ‘사유의 악보’가 하이브리드 총서의 개론서나 입문서로서 이해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유의 악보’를 접한다면 하이브리드 총서가 어떤 관심과 연구자들의 결과물들이 발표되는지를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사유의 악보’는 저자가 기타리스트이며, 작곡가이기도 해서 무척 어울리는 제목인 것 같고, 제목처럼 아무것도 쓰이지 않은 악보 위에 저자의 다양한 사유들이 하나씩 써지면서 다채롭고 다양한 주제들로 내용은 채워져 있다.
‘사유의 악보’는 저자가 이미 여러 방식으로 발표했던 원고들이 모여진 모양새이기는 하지만 미발표 원고들을 추가로 덧붙이고 있기도 해서 단지 그동안 발표한 글들이 모여졌을 뿐인 느낌은 덜하고 내용에서도 하나의 주제 속에서 온갖 것들이 논의되고 있기 때문에 무척 다양한 시각과 내용을 접하는 기분이 들었다.
일반적인 인문학 글쓰기를 보여주고 있기는 하지만 때때로 조금은 실험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글쓰기를 시도하고 있기도 한데,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다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도 아니기 때문에 읽어내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저자는 최선을 다해서 자신이 말하려고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고, 각주를 통해서 성실하게 자신이 말하려고 하는 의도를 전달하려고 해서 어려운 내용들이 많기는 했지만 이해하지 못한다 해도 열심히 읽고 싶어지게 만들고 있다.
단호하게 어떤 결론을 내리기 보다는 여러 가능성들을 모색하는 방식이라 뚜렷한 결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지 않게 볼 수 있기도 하겠지만 손쉬운 결론을 찾기 보다는 혼란스러움 속에서 고민의 이어감이 쉽게 논의를 따라가기가 어렵기는 했어도 더 공감이 되기도 했다.
워낙 다양한 내용들로 채워져 있고
그 각각의 내용들에서 거론되고 논의되는 학자들도 각기 다르기 때문에 많은 부분들을 지나친 느낌이 들어 아마도 간간히 다시금 펼치게 될 것 같기는 하지만 이해할 수 없었다는 짜증 속에서의 되새김은 아닐 것 같다.
즐겁게 다시 펼쳐서 저자의 논의를 음미하게 될 것 같다.
참고 : 논의 중에서 저자는 여러 방식으로 다양한 책들을 소개하고 추천하고 있는데, 그렇게 알려주는 책들 중 하나도 읽은 것이 없다는 것에 큰 좌절감을 느끼게 되기도 했고, 이것 저것 읽고 싶은 책들을 생각해보게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