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우리 엄마
다케시마 나미 지음, 조은하 옮김 / 예담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우연찮게 얻게 되어서 가벼운 기분으로 읽게 된, 내용도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고 분량도 적당한 수준이라... 게다가 만화책이기 때문에 더더욱 금방 읽을 수 있었던 ‘그래도, 우리 엄마’는 무척 사연 있어 보이는 제목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가 이끌어지진 않고 있다.

 

나름대로 무거운 주제와 내용일 수 있겠지만 그렇게 생각될만한 내용들을 되도록 어렵지 않게 풀어내고 있어서 사람들에 따라서는 쉽게 공감하고 비슷한 경우를 생각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자신의 경우에 비춰서 어떻게 자신에게 남겨져 있는 여러 복잡한 감정들을 해소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게 될지도 모른다.

 

내용을 생각한다면 남성보다는 여성들이 좀 더 쉽게 공감하게 될 것 같기는 하지만 남성들이 읽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고, 여성들의 심리에 대해서 조금은 이해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 누구나 읽어볼만한 내용일 것 같다.

 

작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고, 자신에 대한 소개를 해주면서 이야기는 시작하고 있는데,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은 성격이라는 것을 알려주면서 어떻게 그동안 간직하고 있었던 슬픔을 그리고 부정적으로 생각되던 모습들을 극복-성숙-이겨내려고 하게 되었는지를 알려주며 하나씩 자신이 겪은 이야기들을 꺼내고 있다.

 

출산 직후 육아를 하는 과정 속에서 아이의 엄마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겪게 되는 여러 어려움들을 솔직하게 그리고 과감하게 말해주는 내용들과 일상에서 겪게 되는 아이와의 갈등과 실랑이들이 무척 소상하게 들려주고 있어서 아이들을 키워본, 엄마라는 존재가 되어버린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그랬었지 그런 일이 있었지 그때는 왜 그랬을까 라고 말할법한 내용들을, 아이를 키우면서 자연스럽게 겪게 되는 과정들을 가벼운 분위기 속에서 얘기해주며 시작하고 있다.

 

짜증이 날 수밖에 없는 경우들

그러면서도 어쩐지 미안해지게 되는 속마음

하지만 다시금 쌓이게 되는 짜증들

그리고 그것들의 계속되는 반복들

 

아이를 키우게 된다면 당연히 겪게 되는 과정이지만 사람의 감정이 그렇게 쉽게 다스려지는 것이 아니라 폭발과 후회의 반복 속에서 저자는 단순히 아이에 대한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자신과 부모와의 관계에서 어떤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의문 속에서 자신의 과거를 되짚고 있다.

 

어린 시절의 기억들과 그 기억들을 떠올리며 무엇이 문제였는지, 어떤 점들이 아쉬웠는지, 부족한 것들이 어떤 것들이었는지를 생각하게 되지만 그런 회상이 가정불화나 가정문제 혹은 경제적인 곤란과는 다른 문제들을 찾고 있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저자의 문제의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면 저자의 생각을 오해해서 너무 부모에게 자신의 잘못을 전가시킨다고 생각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렇게 왜곡해서 이해할 사람이 얼마나 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저자는 그렇게 원망의 시선으로 바라보려고 하진 않고 있다.

일정한 원망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것과는 조금은 다른 감정으로 자신의 과거를 바라보려고 하고 있다.

 

물론, 저자가 본인이 아쉽게만 느끼던 점들(만)을 이것 저것 얘기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누구나 완벽함을 바랄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이 느꼈던 상처와 아쉬움 그리고 서글픈 무언가를 말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생각들 자체가 틀린 생각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그냥 그렇게 느낄 수도 있는 법이니까.

해준 사람은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곤란하다고 말하겠지만... 그것을 잘 알고 있지만 받는 사람이 느끼는 박탈감과 아쉬움을 조금은 이해가 되는 것 같다.

 

나 또한 그럴 것이고

누구나 그럴 것이다.

물론, 내가 무언가를 해준 사람이 그렇게 말한다면 나 또한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따져 묻고 싶을 것 같지만.

 

어쨌든 이해는 된다.

 

정신과 상담까지 받으면서 자신의 갈등과 내면의 괴로움을 이겨내려고 하는 저자의 노력도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내용들을 쉽게 말하기가 어려웠을 것 같은데 이런 식으로 상세하게 자신의 경험을 알려주는 용기 또한 대단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의 속마음을 말하게 되는 과정을

누군가가 믿어주며 지켜본다는 기쁨을

누군가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자신에 대해서 알아가고 자신과 화해하며 가족들과도 화해하는 과정을 (화해보다는 해묵었던 감정을 말하게 되는 과정을, 어떤 화해도 있진 않다) 흥미롭게 잘 풀어낸 것 같다.

 

또한, 어떤 것도 모든 것을 전부 해결해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하나씩 조금이라도 나아지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에서 또다른 무언가를 깨닫게 되기도 하는 것 같다.

 

누구나 알게 된 문제점들 모두를 전부 다 해결해내야만 직성이 풀리기 마련이지만... 세상을 살아가면서 그렇게 쉽게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경우가 없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기 때문인지 저자처럼 조금이라도 혹은 하나씩이라도 나아지도록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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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디도 풀지 못한 건축의 수수께끼 - 호기심 충전소 04
롬 인터내셔널 지음, 김소영 옮김, 김순효 그림 / 웅진윙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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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엉뚱한 제목인 ‘가우디도 풀지 못한 건축의 수수께끼’는 어디서 이런 멍청한 제목을 생각하게 된 것일까? 라는 생각이 우선은 들게 되지만 부족하기만 한 일본어 능력으로 원제목을 확인해보니 아무래도 출판사가 조금은 자극적인 제목을 만들어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만들려는 얄팍한 꼼수였을 것이라는 생각에 한심함을 느끼게 되면서도 쉽게 눈에 들어올 것 같기도 해서 호기심을 끌려는 시도 자체는 성공한 것 같다.

 

다만, 어떤 수수께끼나 무언가에 대해서 상세한 설명을 해주기보다는 간략하게 다양한 유명 건축물들을 설명해주고 있고 그 아름다움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기 때문에 제목을 떠올리면서 책을 읽게 된다면 된통 속았다는 생각이 들게 될지도 모른다.

 

일본과 유럽, 남아메리카와 일본 이외의 아시아라고 말할 수 있는 다양한 지역들의 유명 건축물들을 알려주고 있는 ‘가우디도...’는 건축물과 관련된 이야기들과 간략한 설명과 함께 어떤 방식으로 지어지게 되었는지를 알려주는 선에서 설명을 해주고 있을 뿐이라 좀 더 자세하게 이해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라면 그 간소함에 실망할 수 있겠지만 다양한 건축물을 알고자 했던 사람들이라면 그리고 이런 조금은 사소하다고 말할 수 있는 정보의 나열들을 통해서 차근차근 좀 더 알아가기를 바라는 사람들이라면 적당하게 만족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다양한 건축물들의 아름다움과 탁월함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게만 느껴지기 때문에 제대로 된 전달을 보여주진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강하게 느끼게 되는데, 단순히 정보의 전달과 좀 더 많은 양의 정보를 간략하게 전달하려고 하는 의도가 컸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고, 그곳에 직접 향하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만들 정도의 자극만을 의도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기 때문에 크게 관심을 갖게 만드는 내용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이전까지 알지 못했던 다양한 건축물들을 알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는 나름대로 괜찮은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고, 누구나 알고 있거나 너무나 유명한 건축물 말고도 볼만한 그리고 감동받을 수 있는 수많은 건축물들이 수많은 곳에 말없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더 많은 것을 알고 싶다는 욕심을 갖도록 자극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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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일격 밀리언셀러 클럽 136
로렌스 블록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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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들의 죄 : http://blog.naver.com/ghost0221/60202496786

죽음의 한가운데 : http://blog.naver.com/ghost0221/60203455909

살인과 창조의 시간 : http://blog.naver.com/ghost0221/220123679361

800만 가지 죽는 방법 : http://blog.naver.com/ghost0221/60203455963

무덤으로 향하다 : http://blog.naver.com/ghost0221/60205072329

 

 

 

매튜 스커더 시리즈의 4번째 작품 ‘어둠 속의 일격’은 ‘800만 가지 죽는 방법’에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제야 매튜 스커더가 본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고 생각할만한 작품일 것 같다.

 

단순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기도 하겠지만 ‘어둠...’은 매튜 스커더 시리즈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보다 의미 깊은 작품으로 분류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죽음의 한가운데’는 어쩐지 여러 가지로 아쉬움을 찾게 되는 작품이었고, ‘살인과 창조의 시간’은 제법 괜찮기는 했지만 매튜 스커더 시리즈의 매력을 충분하게 살려내는 작품이라고 말하기 보다는 조금은 현대적인 방식으로 고전 추리물을 매튜 스커더 시리즈에 접목시켰다는 느낌이 컸기 때문인지 약간은 허전함을 느끼게 되었는데, ‘어둠...’은 이후의 매튜 스커더 시리즈에서 계속해서 반복하는 매튜 스커더의 고민과 방황 그리고 내면적인 갈등과 우울을 본격적으로 (흠잡을 것 없는 방식으로) 다뤄내고 있기 때문에 드디어 매튜 스커더 시리즈가 담아내려고 했던 이야기의 조합이 알맞게 완성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어서 매튜 스커더 시리즈 중에서 무척 중요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면 매튜 스커더 시리즈의 진정한 시작은 ‘어둠...’부터 일지도 모른다.

일종의 이정표라고 해야 할까?

 

물론, 첫 번째 작품 ‘아버지들의 죄’ 또한 부족함 없는 완성도를 보여주기는 했었지만 이후의 시행착오들을 생각한다면 ‘어둠...’은 어떤 식으로도 강조해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언제나처럼 어디서부터 실마리를 찾아야만 할지 고민하게만 되는, 무슨 수로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지 어렵게만 느껴지는 살인사건에 대한 의뢰와 하나씩 사건과 관련된 흩어진 조각들을 모으면서 진실을 알아가게 되고, 그렇게 숨겨진 진실을 밝혀내게 되는 과정 속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여러 모습들을 통해서, 그리고 그렇게 만나게 된 사람들에 대한 매튜 스커더의 개인적인 평가와 독백을 통해서 인간에 대한 이해와 통찰을 알려주고 있다.

 

물론,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재미 또한 부족함 없이 안겨주고 있다.

 

비관적이고 음울하기만 한 깨달음이기는 하지만 그 우울한 시선에 대해서 쉽게 부정하고 반박하기는 어렵기만 한데, 이런 피곤함 가득히 어둠을 향하는 시선과 함께 사람들이 어떻게 하나의 사건을 겪으면서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삶의 궤적을 만들게 되는지를 무척 흥미롭게 살펴보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범죄소설-하드보일드로만 이해할 것이 아니라 좀 더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찾으려고 하는 작품이라고 말해도 괜찮을 것 같다.

 

‘800만...’에서 좀 더 깊이 파고들게 되는 알콜중독에 관한 내용들이 본격적으로 다뤄지고 있기도 해서 이후의 작품들을 생각하면서 읽게 된다면 좀 더 흥미롭게 읽게 될 수 있을 것 같고, 어떤 식으로 사건을 파헤쳐나가고 해결하게 되는지 그 느슨하고 멈춰진 것 같으면서도 조금씩 진실로 향하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매튜 스커더 시리즈 특유의 진행방식에 큰 재미를 느낄 수 있기도 하다.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누는 대화들을 통해서 사건을 좀 더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되고 그렇게 알아가면서 찾게 되는 진실의 조각들을 맞춰나가는 과정이 무척 흥미롭게 느껴진다.

 

그렇게 사건을 재구성하고 새롭게 조합하는 과정이 한편으로는 단순히 사건만이 아닌 매튜 스커더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들을 통해서 인간에 대한 다양한 모습들을 들춰보는 과정이기 때문에 더욱 흥미를 갖고 읽게 되는 것 같다.

 

어쩌면 사건이 난감하기만 하고 난해하기만 한 사건을 어떻게 해결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매튜 스커더가 어떤 사람들을 만나는지가 그리고 그렇게 알게 된 사람들에 대해서 그리고 도시와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관한 매튜 스커더의 평가가 더욱 강렬한 인상을 안겨주고 있다.

 

결국, 범죄소설의 전형적인 이야기인 살인사건과 관련된 이야기를 통해서 맛볼 수 있는 재미도 재미지만 매튜 스커더 시리즈의 진정한 매력이 무엇인지를 말해보라면 우울하고 비관적인 시선으로 퉁명스럽게 자기 자신과 자신의 삶을 그리고 자신의 주변과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얘기들이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에 ‘800만...’과 ‘무덤으로 향하다’에서 보여주었던 탁월한 조합(흥미진진한 이야기와 매튜 스커더의 내면적인 갈등과 고민 그리고 세상을 향한 그의 독특한 시선)을 ‘어둠...’에서도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만족스러운 작품이라고 말하게 되는 것 같다.

 

살인에 관한 동기에 있어서 약간은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아쉬움을 이후의 작품에서는 점점 더 적어졌다는 점을 생각하면서 어떻게 부족함을 채워내고 아쉬움을 만회하게 되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생각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바로 그런 충격적인 경험을 통해서 삶의 방식과 방향이 전혀 다른 식으로 향하게 된다는 점을 더욱 강조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좀 더 철저하게 분석하고 파헤쳤다면 더 좋았을 것 같기도 하지만 이런 간략한 정리가 나쁜 것 같지도 않아서 이후의 작품들과 비교하면서 읽게 된다면 더 흥미를 느끼며 읽어나가게 될 것 같다.

 

살인을 하게 되는 과정에서의 심리적 변화를 좀 더 예리하게 설명해줬으면 더 좋았을 것 같기는 하지만 그런 치밀함의 아쉬움을 계속해서 강조할 수 있기는 하겠지만 이것도 나름대로 괜찮았으니 너무 나무라고 싶지는 않다.

 

이후의 작품들을 생각한다면 조금은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기도 하지만 다른 식으로 생각한다면 바로 그런 문제점들을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찬찬히 살펴보며 읽게 된다면 좀 더 재미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로렌스 블록은 이렇게 자신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절묘한 조합을 찾아내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그것들을 좀 더 심화시키고 철저하게 파고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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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겨울밤 한 여행자가 이탈로 칼비노 전집 10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 / 민음사 / 2014년 6월
평점 :
일시품절


‘보이지 않는 도시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정작 이탈로 칼비노의 저작들 중 ‘보이지...’를 제외해서는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없다는 생각에 그의 책들을 조금씩 구해서 읽어보고 있는데, 그나마 ‘나무 위의 남작’은 무척 흥미롭게 읽게 되었지만 매력적인 제목의 ‘어느 겨울밤 한 여행자가’는 기대와는 달리 어렵게만 읽혀지게 되었다.

 

난해하다는 평가를 내세우기 보다는 개인적으로 무척 힘겨운 상황 속에서 읽게 되었기 때문에 여유를 갖고 이해하기가 어려워 이해하려는 노력보다는 그저 읽기만 했을 뿐이라는 말을 해야만 할 것 같은데, 그래서인지 이런 저런 아쉬움이 많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낭만적으로 느껴지는 제목과는 달리 ‘어느...’는 저자의 언급처럼 일반적인 소설이 아닌 하이퍼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는 조금은 복잡한 구성과 다양한 방식으로 읽도록 의도된 구성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호감을 얘기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 이탈로 칼비노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어느...’에 대해서 어떤 평가를 하고 있을지 조금은 궁금해지게 된다.

 

하이퍼 소설이라는 언급 때문에 책에 손이 가기가 머뭇거려질 수 있겠지만 단순히 글쓰기 실험에만 몰두하고 있는 내용은 아니고 나름대로 이야기의 구성이나 진행이 느슨하기는 하지만 분명하게 있어서 걱정하며 읽게 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각각의 개별적인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들에 영향을 주고 있고 허술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럭저럭 매력을 잃지 않고 주의를 기울이며 읽도록 만들기 때문에 끝까지 읽어내게 만드는 구성과 내용은 되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두 개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진행된다고 볼 수 있고, 각각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단순히 이야기만을 진행하는 것이 아닌 (글)쓰기에 대해서, (글)읽기에 대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내용들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이야기의 재미와는 별개로 흥미롭게 읽어낼 점들도 있을 것 같다.

 

난해하다고 말할 수준은 아니지만 별로 좋아하는 방식의 구성-내용은 아니기 때문에 읽는 과정이 힘들기만 했는데, 그래도 이탈로 칼비노의 글이니 온갖 불만으로 가득한 평가를 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생소한 방식의 시도이기 때문에 여러모로 이탈로 칼비노의 저작 중에서 가장 쉽게 접근하기 까다로운 내용이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이탈로 칼비노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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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과 창조의 시간 밀리언셀러 클럽 135
로렌스 블록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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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들의 죄 : http://blog.naver.com/ghost0221/60202496786

죽음의 한가운데 : http://blog.naver.com/ghost0221/60203455909

800만 가지 죽는 방법 : http://blog.naver.com/ghost0221/60203455963

무덤으로 향하다 : http://blog.naver.com/ghost0221/60205072329

 

 

 

움직이는 손가락이 쓴 글은 영원히 존재한다.

너의 모든 독실함과 기지를 모아도

한 행의 절반도 지우지 못하며,

너의 모든 눈물로도 단어 하나 씻어 낼 수 없다.

 

 

 

 

범죄소설-하드보일드 소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지루할 정도로 계속해서 얘기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로렌스 블록의 매튜 스커더 시리즈는 더더욱 애정을 갖게 되는 것 같다.

 

로렌스 블록의 대표적인 작품인 매튜 스커더 시리즈는 로렌스 블록의 글쓰기가 갖고 있는 매력과 흥미진진한 이야기 그리고 주인공 매튜 스커더의 독특한 개성 덕분에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데, 독보적인 개성을 만들어내고 있을 정도는 아닐지라도 깊이 공감되고 함께 여러 난관들과 어려움을 겪게 되는 기분을 잘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에 유난히 애정을 갖게 되는 것 같다.

 

매튜 스커더의 내면적 갈등과 스스로가 만든 어둠을 이겨내지 못하고 방황하는 모습으로 인해서, 작품에서의 등장인물 모두가 각자의 어둠을 갖고 있다는 점 때문에 무척 현실적인 느낌을 갖게 만드는데, 바로 그런 점이 매력적이지만 반대로 그런 점으로 인해서 불편한 진실을 너무 적나라하게 보도록 만들어 로렌스 블록의 작품을 멀리하려고 하려는 사람도 있게 되는 것 같다.

 

하나의 사건을 능수능란하게 해결해내는 것이 아닌 때로는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하다 다시금 원점으로 돌아오기도 하고, 뚜렷하게 잡혀지지 않는 실마리를 찾아내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는 모습에서 흥미로움을 느끼게 되는 것 같고, 개인적인 갈등과 고민 그리고 복잡한 기분을 끊임없이 독백하는 내용들을 통해서 좀 더 인간적인 면을 그리고 죄책감과 함께 다양한 감정의 조각들을 확인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에 여러 방식으로 작품을 이해하려고 만들고 있다.

 

사건을 이런 저런 방식으로 홀로 골똘히 생각해보기도 하고,

어떤 때는 무신경하게 내버려두지만 반대로 어떤 순간에는 누구보다도 집요하게 달려들면서 조금씩 진실을 향해서 접근하는 과정은 박진감이나 긴박감과 강렬한 짜릿함을 만들어내지는 못하지만 그 과정 자체가 이상할 정도로 매력적이고 흥미롭기 때문에 중독된 것처럼 계속해서 매튜 스커더 시리즈를 찾게 되는 것 같다.

 

한 번 알게 된다면

한 번 읽게 된다면

 

매튜 스커더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될 것이다.

 

언제나처럼 술에 찌들어 있고, 피곤함으로 가득하며, 투덜거리는 것인지 죄책감과 괴로움 속에서 이런 저런 고민들을 내뱉고 있는 것인지 쉽사리 파악되지 않는 매튜 스커더의 매력을 잘 살려내고 있는 살인과 창조의 시간은 비슷한 시기에 발표되었던 아버지들의 죄에 비해서는 다소 아쉬움이 있지만 여러 가지로 부족함을 느꼈던 죽음의 한가운데에 비해서는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매튜 스커더는 항상 그렇듯이 주어진 의뢰에 대해서 굳이 받아들이고 싶지 않으면서도 어쩔 수없이 (마치 운명처럼) 사건에 개입하게 되고, 조사의 과정을 통해서 하나씩 무언가를 알아가면서 인간의 본성과 추악함을 그리고 그런 암울함 속에서 매튜 스커더는 최선을 다해서 사건에서 벗어나려고 하지만 그럴수록 점점 더 깊숙하게 개입되면서 원하지 않던 갈등을 겪게 되고 진실을 마주치게 된다.

 

그저 시간을 낭비하기 위해서 온갖 사람들을 들쑤시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서 점점 더 의문으로만 가득하던 사건의 진실을 알아가고 혼란스러운 윤곽을 다듬어내면서 숨겨져 있던 진실이 무엇인지를 그리고 감춰진 진실이 어떤 추잡함을 폭로하게 되는지를 빼어난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어떤 식으로도 좋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을 사람의 의뢰를 받아들이게 되고, 저마다 충분히 의뢰자를 살해할 이유가 있는 이들 중에서 누가 범인인지를 밝혀내려고 하고 있는 살인과...’는 조금은 복잡할 수 있는 진행을 부족함 없이 그리고 복잡함 없이 진행시키고 있고, 헤매지 않는 진행 속에서 충분한 살해동기와 여러 이유들을 그리고 개운하지 않으면서도 그런 결론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잘 완성시키면서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서 인간의 본성과 추악한 뒷모습을 흥미롭게 보여주려고 하고 있다.

 

좀 더 복잡한 구성을 의도했는지 후반부에서 지나치게 비비꼬인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만을 갖고 불만을 말하기에는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으며, 전체적인 분위기와는 동떨어진 마무리를 흠잡고 싶기도 하지만 그것조차도 그럭 저럭 참아내게 되는 것 같다.

 

어차피 이야기의 중심에는 매튜 스커더가 있고, 그가 어떻게 사건에 개입하게 되는지, 어떤 식으로 진실에 접근하고 그 과정 속에서 여러 어려움을 어떻게 헤쳐 나가게 되는지가 핵심인데, 로렌스 블록은 어떤 식으로 위기를 만들어내고 고민을 만들어내야 할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어려움 없이 매튜 스커더가 실마리를 찾아내기도 하고 방황하기도 하는 등 여러 모습들을 잘 살려내고 있었다.

 

매튜 스커더라는 독창적인 개성을 갖고 있는 등장인물을 갖고 어떻게 이야기를 꾸미고 진행시켜야 하는지를 잘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생각보다 정리하기가 쉽지 않은 작품을 어려움 없이 완성시킬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약간의 아쉬운 점들을 얘기하게 된다면, 이후의 작품들에서 좀 더 도드라지게 되는 사회적인 기준에서 바라보았을 때의 정의가 아닌 매튜 스커더 개인이 생각하는 정의와 함께 그 자신의 판단에 따른 선택에 대해서 어떤 고민이 뒤따랐는지를 별다르게 설명해주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아버지들의 죄에서 보여주었던 묵직한 마무리를 기대했던 사람이라면 조금은 아쉬운 느낌이 들게 될 것 같다.

 

또한,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서 애꿎은 사람이 자살을 선택하게 되었던 것에 대해서 이후의 작품들이었다면 좀 더 심각한 분위기로 이끌어져서 무척 무겁고 우울한 분위기로 짓눌려졌을 것 같은데, ‘살인과...’는 그런 분위기들을 약간은 의도적으로 피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고뇌의 시간과 방법도 이후의 작품들과는 조금은 가볍게 다뤄지고 있어서 ‘800만 가지 죽는 방법과 같은 분위기를 좋아하던 사람들이라면 무척 의외의 느낌도 들게 될 것 같다.

 

어떻게 본다면 조금은 간략하게 압축해서 진행시켜서 속도감을 만들어내고 가벼움을 느낄 수 있기도 한데, 그게 의도된 선택인 것인지 그게 아니면 아직까지는 명성을 얻기 전이기 때문에 무리하게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를 피하려고 했던 것인지는 쉽게 판단되지 않게 된다.

 

느린 진행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느슨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기도 하지만 매튜 스커더 시리즈는 항상 법이나 도덕이 제시하는, 사회적으로도 무리 없이 받아들여지는 해결을 제시하기 보다는 매튜 스커더 본인이 생각하는 올바름과 현명함을 내세우는 경향이 컸는데, 이번에도 그 자신이 생각하는 적절한 선택을 보여주고 있고, 그 선택에 대해서 여러 생각들과 의견들을 내세울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이후의 작품들을 생각한다면 무고한 이를 자살하게 만들었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과 죄의식이 계속해서 떠올려지고 매튜 스커더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을 것 같았는데, 그게 너무 흐지부지하게 지나치고 있기 때문에 의외라는 생각을 계속해서 하게 되는 것 같다.

 

누군가를 협박하게 되어서 가뜩이나 뒤쫓기는 감정으로 힘들어 하던 사람을 결국 스스로에게 총구를 겨누게 만드는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에 대해서 너무 쉽게 자기합리화를 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무척 아쉬운 내용이었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그런 입장에 내가 놓였다면 마찬가지의 반응을 보이진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들게 되었다. 하지만 매튜 스커더가 경찰 생활을 그만두고 지금과 같은 생활을 하게 된 원인을 생각한다면 그게 영 개운하지 않은 내용으로 남겨지게 된다.

 

설정 자체가 독특하기도 하고, 범인으로 의심되는 인물들의 모습들 속에서 흥미로운 내용들을 많이 만들어내고 있었는데, 고전적인 추리소설의 특징들을 매튜 스커더 방식의 범죄소설-하드보일드에 적용해서 이야기를 만들어냈을 때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꾸밀 수 있는지를 시도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워나 매튜 스커더의 매력이 크기 때문에 읽기에 어려움이 없었는데, 짧은 분량(230)의 내용 덕분에 무척 빠른 속도로 읽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로렌스 블록과 매튜 스커더 시리즈의 팬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다음 매튜 스커더 시리즈도 번역도 벌써부터 기대하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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