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일격 밀리언셀러 클럽 136
로렌스 블록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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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들의 죄 : http://blog.naver.com/ghost0221/60202496786

죽음의 한가운데 : http://blog.naver.com/ghost0221/60203455909

살인과 창조의 시간 : http://blog.naver.com/ghost0221/220123679361

800만 가지 죽는 방법 : http://blog.naver.com/ghost0221/60203455963

무덤으로 향하다 : http://blog.naver.com/ghost0221/60205072329

 

 

 

매튜 스커더 시리즈의 4번째 작품 ‘어둠 속의 일격’은 ‘800만 가지 죽는 방법’에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제야 매튜 스커더가 본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고 생각할만한 작품일 것 같다.

 

단순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기도 하겠지만 ‘어둠...’은 매튜 스커더 시리즈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보다 의미 깊은 작품으로 분류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죽음의 한가운데’는 어쩐지 여러 가지로 아쉬움을 찾게 되는 작품이었고, ‘살인과 창조의 시간’은 제법 괜찮기는 했지만 매튜 스커더 시리즈의 매력을 충분하게 살려내는 작품이라고 말하기 보다는 조금은 현대적인 방식으로 고전 추리물을 매튜 스커더 시리즈에 접목시켰다는 느낌이 컸기 때문인지 약간은 허전함을 느끼게 되었는데, ‘어둠...’은 이후의 매튜 스커더 시리즈에서 계속해서 반복하는 매튜 스커더의 고민과 방황 그리고 내면적인 갈등과 우울을 본격적으로 (흠잡을 것 없는 방식으로) 다뤄내고 있기 때문에 드디어 매튜 스커더 시리즈가 담아내려고 했던 이야기의 조합이 알맞게 완성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어서 매튜 스커더 시리즈 중에서 무척 중요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면 매튜 스커더 시리즈의 진정한 시작은 ‘어둠...’부터 일지도 모른다.

일종의 이정표라고 해야 할까?

 

물론, 첫 번째 작품 ‘아버지들의 죄’ 또한 부족함 없는 완성도를 보여주기는 했었지만 이후의 시행착오들을 생각한다면 ‘어둠...’은 어떤 식으로도 강조해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언제나처럼 어디서부터 실마리를 찾아야만 할지 고민하게만 되는, 무슨 수로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지 어렵게만 느껴지는 살인사건에 대한 의뢰와 하나씩 사건과 관련된 흩어진 조각들을 모으면서 진실을 알아가게 되고, 그렇게 숨겨진 진실을 밝혀내게 되는 과정 속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여러 모습들을 통해서, 그리고 그렇게 만나게 된 사람들에 대한 매튜 스커더의 개인적인 평가와 독백을 통해서 인간에 대한 이해와 통찰을 알려주고 있다.

 

물론,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재미 또한 부족함 없이 안겨주고 있다.

 

비관적이고 음울하기만 한 깨달음이기는 하지만 그 우울한 시선에 대해서 쉽게 부정하고 반박하기는 어렵기만 한데, 이런 피곤함 가득히 어둠을 향하는 시선과 함께 사람들이 어떻게 하나의 사건을 겪으면서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삶의 궤적을 만들게 되는지를 무척 흥미롭게 살펴보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범죄소설-하드보일드로만 이해할 것이 아니라 좀 더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찾으려고 하는 작품이라고 말해도 괜찮을 것 같다.

 

‘800만...’에서 좀 더 깊이 파고들게 되는 알콜중독에 관한 내용들이 본격적으로 다뤄지고 있기도 해서 이후의 작품들을 생각하면서 읽게 된다면 좀 더 흥미롭게 읽게 될 수 있을 것 같고, 어떤 식으로 사건을 파헤쳐나가고 해결하게 되는지 그 느슨하고 멈춰진 것 같으면서도 조금씩 진실로 향하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매튜 스커더 시리즈 특유의 진행방식에 큰 재미를 느낄 수 있기도 하다.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누는 대화들을 통해서 사건을 좀 더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되고 그렇게 알아가면서 찾게 되는 진실의 조각들을 맞춰나가는 과정이 무척 흥미롭게 느껴진다.

 

그렇게 사건을 재구성하고 새롭게 조합하는 과정이 한편으로는 단순히 사건만이 아닌 매튜 스커더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들을 통해서 인간에 대한 다양한 모습들을 들춰보는 과정이기 때문에 더욱 흥미를 갖고 읽게 되는 것 같다.

 

어쩌면 사건이 난감하기만 하고 난해하기만 한 사건을 어떻게 해결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매튜 스커더가 어떤 사람들을 만나는지가 그리고 그렇게 알게 된 사람들에 대해서 그리고 도시와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관한 매튜 스커더의 평가가 더욱 강렬한 인상을 안겨주고 있다.

 

결국, 범죄소설의 전형적인 이야기인 살인사건과 관련된 이야기를 통해서 맛볼 수 있는 재미도 재미지만 매튜 스커더 시리즈의 진정한 매력이 무엇인지를 말해보라면 우울하고 비관적인 시선으로 퉁명스럽게 자기 자신과 자신의 삶을 그리고 자신의 주변과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얘기들이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에 ‘800만...’과 ‘무덤으로 향하다’에서 보여주었던 탁월한 조합(흥미진진한 이야기와 매튜 스커더의 내면적인 갈등과 고민 그리고 세상을 향한 그의 독특한 시선)을 ‘어둠...’에서도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만족스러운 작품이라고 말하게 되는 것 같다.

 

살인에 관한 동기에 있어서 약간은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아쉬움을 이후의 작품에서는 점점 더 적어졌다는 점을 생각하면서 어떻게 부족함을 채워내고 아쉬움을 만회하게 되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생각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바로 그런 충격적인 경험을 통해서 삶의 방식과 방향이 전혀 다른 식으로 향하게 된다는 점을 더욱 강조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좀 더 철저하게 분석하고 파헤쳤다면 더 좋았을 것 같기도 하지만 이런 간략한 정리가 나쁜 것 같지도 않아서 이후의 작품들과 비교하면서 읽게 된다면 더 흥미를 느끼며 읽어나가게 될 것 같다.

 

살인을 하게 되는 과정에서의 심리적 변화를 좀 더 예리하게 설명해줬으면 더 좋았을 것 같기는 하지만 그런 치밀함의 아쉬움을 계속해서 강조할 수 있기는 하겠지만 이것도 나름대로 괜찮았으니 너무 나무라고 싶지는 않다.

 

이후의 작품들을 생각한다면 조금은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기도 하지만 다른 식으로 생각한다면 바로 그런 문제점들을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찬찬히 살펴보며 읽게 된다면 좀 더 재미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로렌스 블록은 이렇게 자신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절묘한 조합을 찾아내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그것들을 좀 더 심화시키고 철저하게 파고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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