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세계문학 21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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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대표작 중 하나이고 많은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는 그리스인 조르바는 여러 사람들에게 아직도 읽어보지 않았느냐며 꼭 읽어보라는 추천을 많이 들었지만 어쩐지 제목부터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읽기 귀찮다는 생각에 항상 미루기만 했던 책이었다.

 

이상할 정도로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한 번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굳이 읽을 생각이 들지 않는 성격이었는데, 어쩌다가 손에 잡게 되기는 했지만 읽으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느꼈을 큰 감동은 딱히 느껴지지 않았고 그리 재미나게 읽혀지지도 않았기 때문에 어째서 많은 사람들이 그리스인...’에 감탄했던 것인지 궁금증을 느끼게 되면서 아마도 미루고 미루다 읽었기 때문에 이 책의 진면목을 모르는 것이고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그게 아니면 이 책이 알려주는 깨달음을 굳이 피하려고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혹은 그걸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무지하고 아둔한 것인지도 모르고.

 

일종의 성장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고, 회상과 기억 그리고 내면의 독백과 깨우침으로 가득한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을 그리스인...’은 주인공이 어떤 우연을 통해서 조르바를 만나게 되었고 그동안 책을 통해서만 무언가를 알려고 했던 주인공의 생각을 뒤죽박죽으로 뒤엎는 모습을 보여주는 조르바의 모습을 통해서 정해진 규칙과 도덕 등에 순응하며 지내는 우리들에게 그런 길들여진 삶이 아닌 진정한 삶과 진리를 찾으라고 알려주려고 하고 있다.

 

이런 저런 방식으로 그리스인...’과 유사한 주장과 의미를 전달하려고 하는 책들도 읽어본 적이 있었고, 어쩐지 (작품을 해석하고 해설하는 사람들이 자주 언급하는) 니체의 논의들을 (자신 있게 읽은 것에 대해서 말할 수는 없을지라도) 대중들에게 좀 더 쉽게 이해시키고 설득시키려고 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인지 처음 읽기는 했지만 왠지 이미 읽어본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이 소설에서 다뤄내려는 여러 이야기들이 이상할 정도로 산만하게 읽혀지기만 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추천에 비해서는 그리 좋은 책읽기가 된 것 같지는 않다.

 

아마 좀 더 이른 시기에 읽었더라면 더 만족스럽게 느끼고 즐거운 기분으로 읽게 되진 않았을까? 자유를 찾고 꿈꾸는, 자유로움을 잃지 않으려는 조르바의 모습에 감탄하고 지켜보려고 하지 않을 정도로 세상에 길들여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조르바가 주인공을 비난하고 놀려대는 말들은 어쩌면 내게 꼭 들어맞는 말이고 내가 반박하지 못하고 부끄러움을 느끼며 인정해야만 하는 말들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그리스인...’이 매력 없고 재미 없다고 말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안겨준 책이었는데, 아쉽게도 그 감동이 나에게는 향하지 않는 것 같다.

 

내 무지와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언젠가는 조르바를 다시 생각하게 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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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기른 원숭이
데즈먼드 모리스 / 까치 / 199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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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동물이다.

우리는 때로는 괴물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숭고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동물인 것이다.

아무리 스스로를 날개 잃은 천사로 생각하고 싶어도 실제로 우리는 서 있는 원숭이에 불과하다.

 

 

 

데즈먼드 모리스는 이미 털없는 원숭이인간 동물원과 같은 책들을 통해서 접했기 때문에 낯선 이름은 아니었다. 파격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고 무척 흥미로운 방식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방식으로 인간에 대해서 이해하려고 하고 있고 접근하고 있는데, 기본적으로는 인간은 다른 동물과는 분명 다르다고 생각하는 선입견을 쉽게 무너지게 만들고 있으면서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충분한 근거를 통해서 말해주고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놀라움을 느끼면서 읽게 만들고, 우리들이 무의식적으로 아무런 생각 없이 행동하고 보여주는 모습 속에서 많은 것들을 알 수 있고 깨닫도록 해주고 있다.

 

인간에 대한 냉철함과 통찰력을 많이 얻을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그 차이보다는 오히려 닮은 부분들이 더 많다는 것을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서는 괜히 기분이 나빠지게 되기도 하겠지만 좀 더 열린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동물적인 본성과 본능에 대해서 받아들이면) 그리고 그 설명을 천천히 음미하고 이해를 해보려고 한다면 저자가 인간을 악의적으로 이해를 하려고 하거나 인간이 갖고 있는 놀라운 부분들을 왜곡하려고 하는 의도는 없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인간이 갖고 있는 원초적인 모습들과 본성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보도록 해주고 있다.

 

오래 전에 출판된 책이고 이제는 쉽게 구할 수 없는 책이기 때문에 (절판되었기 때문에) 읽고 싶어도 찾기가 힘든 책이라 좀 더 흥미롭게 읽혀졌는데, 저자가 그동안 발표한 책들을 알기 쉽게 요약하고 있으며 TV 시리즈로 제작하기 위한 내용이기 때문에 저자가 말하려고 하고 주장하려고 하는 내용을 최대한 쉽고 간결하게 말해주고 있어 (만약 구해서 읽어볼 수 있다면) 저자의 여러 논의들을 좀 더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 되기도 할 것 같다.

 

우리가 아무런 생각 없이 보여주는 행동과 표정들, 당연하게 생각하는 신체조건에 대해서 깊이 있게 생각해보고 있는 신체의 언어에 대한 내용과 과거의 사냥 생활이 어떤 식으로 지금 현재에는 다른 방식으로 (상징성을 갖고) 이어지고 있는지를, (서서 걷는) 직립보행의 특별함과 특수성에 대해서, 육식과 채식 그리고 신체의 음식저장 체제에 관한 내용들, 공격성과 폭력성, 거대한 도시에서 생활하게 되어버리면서 어떤 식으로 그동안의 (원시적인) 삶의 방식과 달라지고 변화되었는지를, 인간의 성에 대한 다양한 지식과 논의들, 아이와 부모의 관계 그리고 노화와 인간의 수명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먹고 살고 살아남는 것을 넘어선 놀이-예술이 언어와 어떤 식으로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으며 놀이-예술이 그것 자체로 갖고 있는 특별함을, 인간의 호기심이 갖고 있는 위대한 특성에 대해서 잘 알려주며 논의를 마무리하고 있다.

 

조금은 정신없고 생각 이상으로 인간에 관한 방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약간은 어리둥절한 기분으로 읽게 되기는 하지만 저자의 논의를 혹은 책들을 이미 접했던 사람들이라면 그동안 다뤄왔던 내용을 좀 더 간결하고 쉽게 전달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고 단순하게 정리한 것만이 아닌 그런 내용의 요약 속에서 인간에 대한 통찰들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읽는 재미를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인간에 대한 새롭고 전복적인 시선은 아니지만 파격적이라면 파격적이고 충격적이라면 충격적인 기존의 생각들을 뒤집는 색다른 이해를 보여주고 있는 저자의 논의와 입장에 항상 놀라움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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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위한 이솝 우화 전집
이솝 지음, 로버트 올리비아 템플 외 엮음, 신현철 외 옮김 / 문학세계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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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이솝 우화를 떠올리라고 한다면 동물들이 등장해서 개별적인 개성이 강조된 짧은 이야기를 통해서 뭔가 교훈과 생각할 무언가를 전달한다고 생각하게 될 것 같다.

 

아주 틀린 생각은 아닐 것이다.

 

옮긴이는 물론 그런 생각도 틀린 것은 아니지만 좀 더 확대해서-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기도 하고 깊이 있게 생각해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기는 하지만 처음 접하게 된다면 짧은 이야기를 통해서 재미와 함께 교훈을 그리고 어떤 냉소를 느끼게 되는 것이 가장 적당한 느낌일 것 같다.

 

어떤 것이 이솝이 만들어냈고 어떤 것은 아닌 것 같기도 한 어른을 위한 이솝 우화 전집은 가벼운 기분 속에서 뭔가 여러 이야기들을 접하고 싶은 생각에 읽게 되었고, 나쁘지 않은 방식으로 짧은 이야기들이 만들어내는 재미를 경험한 것 같다.

 

어떤 이야기는 이미 자주 접했던 이야기이고

어쩐 이야기는 이런 이야기도 이솝의 이야기였던가? 하는 놀라움도 있었고

어떤 이야기는 처음 접했지만 무척 재미나게 읽혀지는 경우도 있었다.

다른 어떤 이야기에서는 이건 이솝의 이야기가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어떤 것이 이솝의 이야기인지

누가 알겠는가?

누구도 모를 것이다.

 

감탄하게 되는 이야기는 아닐지라도 짧은 이야기에서 다양한 개성과 관심 그리고 교훈을 전달하고 있으며 그 이야기를 통해서 때로는 비정함과 냉정함을 느끼게 만들기도 하는 등 어떤 방식이라고 단순하게 정리할 수 없는 여러 개성들을 찾을 수 있기에 시간이 허락한다면 한번 읽어보라는 말만 하게 되는 것 같다.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하진 않을 것이니 그저 한번 천천히 읽어보면서 짧은 이야기 속에서 어떤 감탄을 느낄 것 같다.

 

그 감탄 속에서 느끼는 여러 관심과 교훈은 각자가 알아서 느껴야 할 몫일 것이다.

 

 

참고 : 어쩌면 이솝은 지금 이 시대에 맞춰서 생각한다면 웃음과 냉소를 교묘하게 섞어낸 비평가나 희극인-코미디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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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건축 Essays On Design 6
쿠마 켄고 지음, 임태희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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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쿠마 켄고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었다. 알려고 노력하지도 않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약한 건축은 관심을 갖게 되기보다는 지나치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어쩐지 제목 때문에 지나치지 못하고 눈에 들어와 손에 쥐게 되었고 생각 이상으로 인상적인 내용들로 가득해서 단숨에 읽어버리게 된 것 같다.

 

약한 건축이라는 제목은 곧장 반박과 물음을 갖게 한다. 과연 건축이 약할 수 있는 것인가? 라는 의문을. 하지만 (당연히) 실질적이거나 혹은 물질적으로 약한 건축을 말하는 것이 아닌 견고하고 완고한 고집스러운 태도에 대한 비판으로 생각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거대해지기만 하는 규모에 대한 비판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읽는 사람들에 따라서는 저자의 약함 의미에 대해서 여러 방식으로 생각해보면서 그걸 어떤 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다양하게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단단하고 일관된 논의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가벼운 기분으로 건축에 관한 여러 생각들을 풀어내고 있고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려고 하는, 그렇다고 아무런 주제 없이 이런 저런 생각들을 말하는 것도 아닌 느슨하지만 저자가 생각하는 건축에 대해서 여러 방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고 있는 약한...’은 쿠마 켄고가 단순히 뛰어난 능력의 건축가 이상으로 생각할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건축에 대한 나름대로의 생각과 주관을 어떤 식으로 말하려고 하고 있으며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건축에 관해서 그 시대에 머물고 있기만 한 것이 아닌 시대의 한계와 시대의 의미 또한 잘 이해하는 것 같다. 설득력 있게 자신이 생각하는 건축을 읽는 사람이 이해하고 동의하도록 하고 있다.

 

저자는 건축에 대해서 말하려고 할 때 아주 오래된 과거부터 건축을 말하려는 것이 아닌 20세기 근대 건축에 대해서 (그리고 그 이후의 건축에 대해서) 말하려고 하고 있고, 국가와 사회정책과 그 정책이 갖고 있는 목적 그리고 그에 대한 건축가들의 대응을 설명하고 있고, 경제정책에 있어서 무척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 케인스가 주장한 경제정책의 장단점을 말하면서 현재까지 주도권을 잡고 있는 건축에 대한 입장과 생각들에 대해서, 어떤 고정관념으로 되어버린 건축에 대한 입장들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기를 권하고 있다.

 

과거와는 분명하게 다른 입장과 전망을 갖고 있었던 흔히들 말하는 모더니스트로 불리는르 코르뷔지에와 미스 반 데어 로에를 통해서 어떤 식으로 과거와는 분명하게 다른 새로운 건축을 그들이 제시했으며 그들이 자신들의 건축을 어떤 식으로 사람들을 설득하고 압도했는지를 알려주고 있고, 건축에 대한 입장과 생각보다는 형이상학적 논의라고 말할 수 있고 철학적인 논의라고 생각할 수 있을 일종의 세계관에 관한 논의라고 말하게 되는 형식과 자유, 추상, 현상학, 컴퓨터로 인해 20세기 이전과는 전혀 다른 조건과 환경을 만들게 된 기술발달과 전환, 공급자와 수요자의 관계 등 건축에 대해서 생각하게 될 때 잘 생각해보지 않거나 주변으로 밀려날 수 있을 논의들을 간략하게라도 다뤄낸 다음 일본의 건축에 대해서 말하게 될 때 무척 중요하게 다뤄지게 되는 안도 타다오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며 그의 건축을 직접적으로 다뤄내는 것이 아닌 그를 둘러싼 공공의 건축과 개인의 건축이라는 큰 흐름의 변화 등 여러 환경 및 조건의 변화와 그 변화 속에서 건축가들이 어떤 곤란함과 난감함을 느끼고 있는지를, 어떤 식으로 각자의 돌파구를 찾고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건축의 큰 흐름과 변화를 되새겨보면서 어떤 문제점이 있었고 잘못이 있었는지를 진단하고 있고, 지금 현재의 흐름에서 잘못된 점들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살펴보고 있는 등 기본적으로는 비평의 시선으로 바라보려고 하고 있으며, 사회적 경제적 환경과 조건 속에서 각각의 건축가들이 어떤 식으로 그 시대의 한계를 알아채고 나름대로의 대안과 돌파를 제시했는지를 또한 살펴보며 대표적인 건축과 건축가들을 저자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설명하고 있다.

 

이후의 논의는 사그라지고 주목받지 못했던 혹은 실패한 흐름과 시도라고 평가되기도 하는 여러 건축적 흐름과 그에 반해 성공하고 이겨낸 혁명적인 흐름과 시도들에 대해서, 건축 자체만이 아닌 건축을 좀 더 인상적이고 도드라지게 만드는 효과들에 대해서 등등 다양한 짧은 글들에서 저자의 여러 관심과 생각들을 확인하게 되기도 하고, 건축을 생각할 때 쉽게 놓칠 수 있는 요소들에 대해서도 세심하게 다루고 있다.

 

20세기 건축의 큰 흐름을 다뤄내고 있으면서도 여러 세부적인 논의들도 놓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저자의 박식함과 여러 가지를 고려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폭넓은 관점은 무척 인상적이고 감탄하게 된다.

 

별다른 생각 없이 집게 된 책이었지만 건축에 대한 책 중에서 무척 돋보이는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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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한 스승 - 지적 해방에 대한 다섯 가지 교훈
자크 랑시에르 지음, 양창렬 옮김 / 궁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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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하는 아버지는 무던한 교육자가 아니라 고집 센 스승이어야 한다. 해방하는 명령은 협정을 알지 못한다. 그것은 스스로에게 명령할 수 있다고 가정하는 주체에게만 절대적으로 명령한다.

 

 

참고 : 아래 글은 정돈되지 못한 글이지만 상세한 각주와 옮긴이의 말이 너무 자세히 알려주고 있기 때문에 그걸 읽어본 사람이라면 굳이 아래 글을 읽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자크 랑시에르

 

그동안은 그리 알려지지 않던 자크 랑시에르가 갑작스럽게 국내에서 많이 언급되고 논의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흔하디흔한 유행인지도 모르고 어쩌면 그를 찾게 된 충분한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에 대해서 소상히 알 수 있는 위치도 아니고 그럴 능력이나 생각도 없기 때문에 그저 그의 저작들이 제대로 번역되어서 소개될 수 있으면 그걸로 그만인 것 같다.

 

랑시에르의 여러 저작들 중에서 무지한 스승이 유달리 눈에 띈 것은 아니다. 특별히 관심을 두지도 않았고 읽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들지는 않았지만 어쩐지 궁금하게 만들었고 관심이 가게 되어서 찾아 읽게 되었다.

 

그렇게 어쩌다보니 읽게 된 무지한...’이지만 읽다보니 어쩐지 사사키 아타루의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이 자주 떠올려지며 읽게 되었다. 그건 오로지 나만이 생각할 수 있겠지만 두 책 모두 읽어본 사람들이라면 얼핏 비슷한 구석이 있다는 말에 조금은 납득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랑시에르가 사사키 아타루를 알리는 없겠지만 혹시나 사사키 아타루가 랑시에르를 알고 있어 자신의 논의와 유사한 부분을 언급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건 하나의 가정이고 추측일 뿐이지만.

 

과연 사실일까? 라는 궁금함이 당장 들게 되는, 혹은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라는 생각만 들게 되는 무지한...’에서의 조제프 자코토의 지적 모험은 한편으로는 믿겨지지 않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이 가능했어도 그건 순전히 자코토만이 가능했고 그만이 해낼 수 있는 지적 모험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쩌면 그 시대만이 가능했을 지적 모험일지도 모르겠다. 너무 패배적인 생각일까? 그럴지도 모르지만 자코토의 지적 모험을 알게 된다면 지금 현실에서 그런 식이 가능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에 동의를 하지 않기가 어려울 것 같다.

 

또한 자코토만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뜻은 그 지적 모험이 (쉽게는) 이어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고 그 이유는 랑시에르의 말대로 뿌리내리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분명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함께 들게 된다.

 

지적 모험? 점잖게 말한다면 그렇게 말할 수 있겠지만 파격적으로 말한다면 지적 혁명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일종의 우연 때문에 시작되었기는 하지만 무지한...’에서는 일련의 관계에 대해서, 가르치고 배우고, 그리고 그것과 관련해서 파생하고 하나의 연장선이라고 말할 수 있는 여러 관계들, 권력과 정치에 대해서까지 확장시켜서 생각해보게 만들고 일상에서의 앎과 생각에 대해서, 온갖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고 확장-확대시켜보게 되어버린다.

 

우연이었고 조금은 특별한 순간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어쩌면 이보다 더 전복적인 순간도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코토의 방식이 그리고 랑시에르의 접근이 한편으로는 별 것 아니고 무척 알기 쉬운, 어쩌면 이미 알고 있는 방식이기는 하지만 그것을 과연 어떻게 해야만 할 것인지를, 어떤 방식으로 실천하고 행동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 그것이 갖고 있는 이상한 어려움을 충분히 알고 있기에(혹은 정확히 모르거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우리들은 그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행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앎은 항상 어렵기만 하다.

자코토와 랑시에르가 도움을 주려고 하지만 그건 쉽지 않게만 느껴진다.

 

가르치고 전달하는 것 설명하고 명령하는 것에 대해서

배우고 이해하고 익히고 복종하는 것에 대해서

 

자코토는 랑시에르는 그 당연함에 대해서 의문을 품게 되고 전혀 다른 접근을 시도하지만 그 접근은 전혀 색다른 것도 아니고 생각지도 못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더욱 파격적으로 느껴지고 생소하게 느껴지게 되는 것 같다.

 

누군가에게 배우고 익히는 것이 아닌 스스로 배우고 이해해내는 것을 자코토와 랑시에르는 말하려고 한다. 당연하고 누구나 알고 있는 것들을 다시금 생각해보도록 만들고 있다.

 

그렇게 자코토와 랑시에르는 해방에 관해서 말하려고 하고 있고 평등과 의지를 알려주려고 한다. 전혀 접해보지 못했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방식으로 알려주고 있다. 우연이 필연이게 되어버리게 만든다.

 

눈부시며 가장 어려운 도약이지만 그것은 반대로 누구나 알고 있으면서도 누구도 인정하기가 쉽지 않은 방식의 도약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코토와 랑시에르의 주장은 온갖 방식으로 비판받고 공격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닐까?

 

차이

우월

열등

 

이런 구분과 순서, 위계에 관해서 자코토와 랑시에르는 저항하고 진정한 해방을 말하려고 한다.

 

배우라

되풀이하라

모방하라

번역하라

문장을 뜯어보라

다시 붙여보라

 

해방을 위한 우리와 무관하게 존재하는 진리를 자코토와 랑시에르는 알려주려고 한다. 그것이 과연 진정으로 진리이고 해방을 위한 실마리일까?

 

분명한 것은 여전히 배워야 한다고 말하고 있고 위대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위대한 표현을 가진 사람이 있는 것을 말하고 평등을 입증하려고 하는 시도에 대해서, “진리는 고독하게 자기를 의식하는 인간에게만 말을 건넨다는 주장을 쉽게 물리치거나 모르는 척 하는 것은 잘못된 것 같다. 최선을 다해서 최대한 곱씹고 이해를 하지 못한다면 좀 더 반복하며 생각해보는 것이 더 알맞을 것이다.

 

물론, 이렇게 말하고 생각하면서도 쉽게 잊기만 할 것이고 무슨 말인지 되풀이하며 읽어내진 않고 다른 책들을 뒤적거리기만 하겠지만 자코토와 랑시에르가 말한 것에 대해서 누군가에게 말하고 전달하고 싶어지게 된다.

 

혹시 누군가가 이 사라지지 않을 진리를 다시금 말할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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