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머리 기른 원숭이
데즈먼드 모리스 / 까치 / 1996년 9월
평점 :
품절
인간은 동물이다.
우리는 때로는 괴물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숭고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동물인 것이다.
아무리 스스로를 날개 잃은 천사로 생각하고 싶어도 실제로 우리는 서 있는 원숭이에 불과하다.
데즈먼드 모리스는 이미 ‘털없는 원숭이’나 ‘인간 동물원’과 같은 책들을 통해서 접했기 때문에 낯선 이름은 아니었다. 파격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고 무척 흥미로운 방식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방식으로 인간에 대해서 이해하려고 하고 있고 접근하고 있는데, 기본적으로는 인간은 다른 동물과는 분명 다르다고 생각하는 선입견을 쉽게 무너지게 만들고 있으면서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충분한 근거를 통해서 말해주고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놀라움을 느끼면서 읽게 만들고, 우리들이 무의식적으로 아무런 생각 없이 행동하고 보여주는 모습 속에서 많은 것들을 알 수 있고 깨닫도록 해주고 있다.
인간에 대한 냉철함과 통찰력을 많이 얻을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그 차이보다는 오히려 닮은 부분들이 더 많다는 것을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서는 괜히 기분이 나빠지게 되기도 하겠지만 좀 더 열린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동물적인 본성과 본능에 대해서 받아들이면) 그리고 그 설명을 천천히 음미하고 이해를 해보려고 한다면 저자가 인간을 악의적으로 이해를 하려고 하거나 인간이 갖고 있는 놀라운 부분들을 왜곡하려고 하는 의도는 없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인간이 갖고 있는 원초적인 모습들과 본성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보도록 해주고 있다.
오래 전에 출판된 책이고 이제는 쉽게 구할 수 없는 책이기 때문에 (절판되었기 때문에) 읽고 싶어도 찾기가 힘든 책이라 좀 더 흥미롭게 읽혀졌는데, 저자가 그동안 발표한 책들을 알기 쉽게 요약하고 있으며 TV 시리즈로 제작하기 위한 내용이기 때문에 저자가 말하려고 하고 주장하려고 하는 내용을 최대한 쉽고 간결하게 말해주고 있어 (만약 구해서 읽어볼 수 있다면) 저자의 여러 논의들을 좀 더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 되기도 할 것 같다.
우리가 아무런 생각 없이 보여주는 행동과 표정들, 당연하게 생각하는 신체조건에 대해서 깊이 있게 생각해보고 있는 신체의 언어에 대한 내용과 과거의 사냥 생활이 어떤 식으로 지금 현재에는 다른 방식으로 (상징성을 갖고) 이어지고 있는지를, (서서 걷는) 직립보행의 특별함과 특수성에 대해서, 육식과 채식 그리고 신체의 음식저장 체제에 관한 내용들, 공격성과 폭력성, 거대한 도시에서 생활하게 되어버리면서 어떤 식으로 그동안의 (원시적인) 삶의 방식과 달라지고 변화되었는지를, 인간의 성에 대한 다양한 지식과 논의들, 아이와 부모의 관계 그리고 노화와 인간의 수명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먹고 살고 살아남는 것을 넘어선 놀이-예술이 언어와 어떤 식으로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으며 놀이-예술이 그것 자체로 갖고 있는 특별함을, 인간의 호기심이 갖고 있는 위대한 특성에 대해서 잘 알려주며 논의를 마무리하고 있다.
조금은 정신없고 생각 이상으로 인간에 관한 방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약간은 어리둥절한 기분으로 읽게 되기는 하지만 저자의 논의를 혹은 책들을 이미 접했던 사람들이라면 그동안 다뤄왔던 내용을 좀 더 간결하고 쉽게 전달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고 단순하게 정리한 것만이 아닌 그런 내용의 요약 속에서 인간에 대한 통찰들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읽는 재미를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인간에 대한 새롭고 전복적인 시선은 아니지만 파격적이라면 파격적이고 충격적이라면 충격적인 기존의 생각들을 뒤집는 색다른 이해를 보여주고 있는 저자의 논의와 입장에 항상 놀라움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