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디자인 - 삶과 철학으로 시대를 디자인한 22인의 이야기
김민수 지음 / 그린비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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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디자인

훌륭한 디자인

예쁜 디자인

 

그런 것에 대해서 떠올려보라는 말을 듣게 되었을 때, 예쁘고 멋진 그리고 뭔가 색다른 물건과 사물을 곧장 떠올리게 된다면 저자가 들려주는 여러 인물들이 어째서 선정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조금은 의아한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디자인에 관해서 너무 협소한 이해를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일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결국 디자인이라는 생각을 너무 쉽게 잊었던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여러 분야와 영역의 디자이너들에 대해서 알려주면서 좀 더 폭넓은 이해와 사고를 해보도록 해준다.

 

그리고 디자인에 관한 저자의 생각을 이해하게 된다면, 그리고 훌륭한 디자인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저자 나름대로의 대답과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면 저자가 어떤 이유에서 22명을 선택하게 되었는지를 어림잡아 이해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연재하던 글들을 모았기 때문에 그리 길지 않은 분량 속에서 각각의 인물들을 다뤄내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부족한 분량이라고 생각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 인물들의 가장 중요한 점들만 설명해주리라 생각되기도 한다.

 

저자가 다뤄내고 있는 인물들 대부분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생소한 기분으로 읽기는 했지만 무척 읽는 재미를 그리고 흥미를 잃지 않게 만들어주었고, 전혀 모르던 인물들을 알아가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었다.

 

저자의 다른 저서들도 읽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처음에는 필로디자인을 읽을 생각은 없었다. 익숙한 이름들 보다는 생소한 이름들만 찾을 수 있어서 관심을 갖고 있는 영역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저자의 약력에 눈이 가게 되고 어쩐지 약력을 보게 되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읽게 되었는데, 읽어보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연한 선택이 무척 기분 좋은 선택이 된 것 같다.

 

저자가 단순히 뛰어난 디자이너들을 선택하려는 것만이 아닌 삶과 철학을 디자인을 통해서 증명하려고 했던 인물들을 골라냈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읽게 된다면 시대의 흐름에서 어떤 식으로 그 시대가 원하는 것을 보여주었고 만들어냈는지를 혹은 그 시대도 어렴풋하게만 생각하는 것들을 어떤 식으로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제안했는지를 생각하며 읽어내는 것도 괜찮은 책읽기가 될 것 같다.

 

반대로 그 시대를 이해함으로써 앞으로의 시대를 예측하는 통찰력을 보여주기도 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저자가 말해주는 디자이너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조금 더 흥미를 느끼며 읽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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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문명을 오르다 : 바로크~20세기 - 계단의 역사를 통해 본 서양 문명사
임석재 지음 / 휴머니스트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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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어떤 때는 올라가기 위해서

어떤 때는 내려가기 위해서

하지만 무언가를 의식하기 보다는 그저 일상적으로 당연하다는 듯이

 

계단을 경험하고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닌 당연하게만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일상에서 너무 당연하고 자주 겪게 되는 순간이라고 말해야 할까?

 

그런 계단에 대해서 학문적으로 논의하려고 하는 시도에 대해서 소소한 일상을 세세하게 독창적인 방식으로 바라보려고 한다고 말해야 할 것인가? 그게 아니면 하다하다 별걸 다 진지하게 바라보려고 한다고 말해야 할 것인가?

 

어떤 식으로 생각하든 저자는 너무 당연하고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 계단에 대해서 좀 더 세부적이고 상세하게 검토하려고 하고 있으며, 그런 노력에 대해서 저자 본인은 무척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에 내용을 읽어본다면 그리 폄하하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

 

동서양의 문명이 아닌 서양 더 정확하게 말해서는 유럽의 몇몇 국가에 한정해서 계단의 역사를 다듬어보고 있는 계단...’2권으로 논의를 나눠놓을 정도로 생각 이상으로 복잡하고 자세하게 논의를 꺼내고 있는데, 저자는 그렇게 생각 이상으로 길게 분석을 이끌어가게 된 이유까지 말하지는 않고 있지만 어째서 계단에 관해서 이렇게 진지하게 검토하게 되었는지는 솔직하게 말해주면서 자신이 어떤 이유에서 이런 접근을 하게 되었는지를 설득력 있게 얘기해주고 있다.

 

물론, 그런 접근 자체에 대해서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저자의 논의는 그저 헛된 노력이고 시도처럼 느껴지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제목처럼 바로크 시대부터 현재까지의 계단의 역사를 혹은 계단을 다뤄내는 방식의 변화를 통해서 계단이 어떤 식으로 이해되었고 건축-건물이 완성될 때 시대적 변화 속에서 각각의 방식으로 완성되었는지를 살펴보고 있으면서 과거의 방식들이 어떤 식으로 현재에 재해석되고 재평가가 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려고 하고 있다.

 

시대마다의 차이와 개성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니 조금은 달리 보이고 저자가 어째서 이렇게 자세하게 파악하려고 했는지를 조금은 이해되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것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기 때문인지

그게 아니면 잘 알지 못하는 분야를 상세하게 파악하려고 하고 있기 때문인지

 

저자의 논의는 흥미로우면서도 어쩐지 논의가 속도감을 갖으며 진행되기 보다는 지지부진함 속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조금 더 논의를 압축했더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도 들지만 계단이라는 것이 단순히 부속물로 혹은 건축-건물의 주변으로만 생각하던 단순한 (당연한) 생각에서 벗어나도록 만들기 위한 (어쩌면) 일부러 조금 더 상세하고 다양한 검토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게 된다.

 

단순하고 당연하게만 생각하던 것을 무척 색다른 방식으로 바라보려고 하고 파악하려고 하는 시도 자체에 대해서 그리고 노력에 대해서 우선은 흥미를 느끼게 되면서 그걸 가벼운 시도가 아닌 진지하고 여러 방식으로 검토하려고 하는 저자의 집념에 다시금 감탄하게 되기도 한다.

 

문제는?

아마도 그런 노력을 따라가지 못하는 부족한 이해력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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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밥상 - 농장에서 식탁까지, 그 길고 잔인한 여정에 대한 논쟁적 탐험
피터 싱어.짐 메이슨 지음, 함규진 옮김 / 산책자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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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먹는 것에 관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게 단순히 먹는 것 자체만을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그게 아니면 먹는 것과 관련하여 좀 더 포괄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인지 헷갈려지게 될 때가 있다.

 

먹거리와 관련해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관심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높아진 관심보다는 좀 더 편하고 쉽게 그리고 저렴함을 우선하게 되면서 높아진 관심에 비해서는 다른 선택을 (혹은 전형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저자들은 죽음의 밥상에서 우리가 이제는 조금은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 알게 된 대규모 공장식 농장에 관해서만 다뤄내는 것만이 아닌 좀 더 윤리적인 방식에 대해서, 먹거리에 대한 여러 접근들을 시도하면서 우리들에게 다양한 정보들과 함께 어떤 선택이 가장 올바른 것인지를, 윤리적인 선택이란 과연 어떤 선택인지를 제시하며 우리들에게 지금의 방식과는 다른 식습관을 알려주려고 하고 있다.

 

되도록 자세하게 그리고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려고 하고 있고, 그동안 관심을 갖지 않았던 분야와 내용에 관해서도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되기는 했지만 무척 생소하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많아서인지 쉽게 읽혀지지는 않았고 개인적으로는 저자들이 말하는 윤리적이고 채식 위주의 식습관도 아니기 때문인지 조금은 어렵게 읽혀지게 되었다.

 

그래도 그런 식으로 먹는 것에 대해서 무척 진지하게 접근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입장과 생각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된 것 같고, 먹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단순하게 받아들이는 것에 머물지 않고 좀 더 진지하고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을 읽었음에도 앞으로도 지금까지와 크게 다르지 않은 식습관을 지켜낼 것 같다는 생각에 조금은 민망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여러 가지로 먹는 것에 관해서 알게 되었기 때문에 이 난감한 책읽기가 그리 후회되진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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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공간 - 어느 건축가의 은밀한 기록 여행의 공간 1
우라 가즈야 지음, 송수영 옮김 / 북노마드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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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에서 안심할 수 있는 시공간과의 만남, 이것이 호텔의 존재 이유다. 세심한 배려와 철저한, 그러면서도 조심스러운 서비스가 담긴 설계의 산물인 호텔 게스트룸을 찾아 스케치하는 여행을 앞으로도 절대 멈출 수 없을 것 같다. 나에게 여행이란 게스트룸을 측량하고 그리는, 말하자면 호텔 탐험의 여정이다.

 

안전하고 조용하고 청결하다면 다소 인테리어가 소박해도 그 호텔은 인상이 좋다. 욕실에 들어가 옷을 다 벗고 욕조에 몸을 담그는, 말하자면 완전히 무방비한 상태가 될 수 있는 안도감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마치 내 집처럼 편안하게 쉴 수 있는 호텔을 발견하면 나는 보물을 손에 쥔 듯한 기분이 된다. 낯선 곳에서 안심할 수 있는 시공간과의 만남, 이것이 호텔이라는 존재의 일면임은 틀림없다.

 

 

 

 

저자는 여행의 공간을 통해서 다른 (건축과 관련한) 글쓴이들과 전혀 다른 접근을 보여주고 있다. 건축에 대한 일반적인 방식-접근은 외형에 대해서 그 개성과 특별함을 그리고 주변과의 조화에 대해서 혹은 그것 말고도 찾아볼 수 있는 다른 특징들에 대해서 많은 것들을 알려주려고 하고 있고 확인하려고 한다면 여행의...’의 저자 우라 가즈야는 (물론 건물-건축의 외적인 모양새와 주변에 대한 관련도 고려하지만) 철저할 정도로 내부에 대해서 탐구하고 있고 그 공간의 구성과 조화에 대해서 꼼꼼하고 치밀하게 확인하고 있기 때문에 무척 흥미롭게 느껴질 수 있을지도 모르고 (저자의 생각과 입장과는 달리) 반대로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는 흥미로우면서도 묘한 반발감이 느껴졌었다.

 

저자의 꼼꼼하고 상세한 확인과 다양한 호텔에 대한 경험과 이해와 호기심들 그리고 덧붙여지는 일화들과 소소한 정보 및 개인적인 소감들이 짧은 글들로 묶여져 쉽게 읽혀질 수 있었고 (너무 짧은 내용으로 인해서 지나친 밋밋함을 느끼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 당시 투숙했을 때 (아마도) 호텔에서 제공되는 편지지나 종이들에 그려진 그림을 통해서 어떤 식으로 공간 구조가 배치되어 있고 그것을 통해서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를 알려주는 저자의 간결하면서도 호기심으로 가득한 시선에 관심이 들기도 하지만 (반복해서 말하지만) 분량이 너무 짧은 경우도 있고 간간히 반복되는 언급들도 있어서 조금은 심심함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는 저자의 경험 자체에 대해서 뭔가 질투심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호텔이라는 곳을 어렵지 않게 들락날락거릴 수 있다는 것에 여러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에 부담감을 느낄 필요가 없는 위치에서 수많은 호텔들에 관해서 이런 저런 얘기들을 해주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불필요한 반감과 시기심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렇게 느껴지는 것을 어쩌겠나? 그걸 숨기려고 하기 보다는 그렇게 느껴지는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더 편할 것 같다. 그런 잘못된 마음을 솔직하게 말해야 고쳐나갈 수 있을 것이니.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저자의 여러 경험과 그 공간이 한편으로는 흥미롭고 여러 가지로 관심이 갈만한 부분들이 있으면서도 결국에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들리거나 약간은 허무한 느낌도 들게 되는 것 같다. 그걸 알아서 뭐하냐는 식으로...

 

살다가 몇 번 경험하지도 못할 것에 그렇게 비교하고 검토하는 것 자체가 좀 우습다는 생각이 든다고 해야 할까?

 

어쩌면 그런 경험들을 자주 할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한 원망과 적개심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몇 번 경험하지도 못할 것을 세세하게 따지고 골몰하는 모습을 진지하게 보는 것 자체가 불필요한 시간낭비처럼 느껴지는 마음이 앞서게 된다.

 

다만, 저자가 반복적으로 강조하듯이 여행이라는 것이 일상에서 벗어나고 일상에서 일탈된 경험이고 그 경험 중에서 어딘가에서 머물고 잠들고 휴식을 취하는 것-공간은 무심히 지나칠 수 있지만 반대로 무척 중요한 상황-공간이고 어떤 부족함도 바라지 않는 상황-공간이기 때문에 그 공간을 어떤 식으로 구성하고 있는지, 수많은 방문객들을 통해서 어떤 최적의 공간과 비율 그리고 서비스를 찾아내고 있는지를 알아가면서 우리들의 일상 공간에서도 그 앎을 통해서 다양한 최적의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생각에는 적극적으로 공감하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저자와는 달리) 오히려 호텔이라는 특수한 상황과 공간에 관심을 갖기 보다는 실내를 좀 더 효율적이고 (혹은 화려하게) 꾸며내는 것을 업으로 하는 실내건축가들의 공간들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되어버리게 된다.

 

실내건축가들의 일상적인 공간은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공간은 어떤 식일까? 그들은 어떤 식으로 공간을 생각하고 구성하려고 노력하는 것일까?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는 공간은 그 벗어남으로 인해서 불편함과 안락함 모두를 감수하면서 (혹은 마음껏 즐기면서) 그 공간을 경험하고 (짧든 길든 그 시간 동안에는)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그들이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불편함과 안락함 중 안락함은 좀 더 만들어낼 것이고 불편함은 최대한 줄여나갈 것이니 어떤 식으로 그들은 그리고 우리들은 그런 벗어남을 통해서 머물고 있는 공간을 재구성하고 수정하는지를 확인해보는 것도 무척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편안함도 불편함도 바꿔가기 보다는 일정하게는 받아들이고 견뎌내는 습관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이면서 고려해야 할 것 같기도 하다. 우리는 우리의 편안함을 쉽게 잊기 마련이고 우리들의 불편함 또한 쉽게 받아들이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저자의 몇 시간에 걸쳐서 실측하고 확인하는 작업들을 폄하하거나 무시하고 싶진 않다. 저자는 그 (실측의) 과정을 통해서 공간의 구성을 직접 몸으로 체험하고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그 공간의 이유와 이해를 찾게 되고 다른 공간을 만들어나갈 때 어떤 식으로 만들어야 할 것인지를 고민했었던 것 같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수많은 고려사항들을 검토하게 되었을 것이니 그런 검토사항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아주 조금이라도 엿보고 엿들을 수 있는 (어깨 너머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진 않고 굳이 마다하고 싶지도 않다.

 

모르는 것이 많을 때 아는 척을 하게 될 때에는 자신이 얼마나 비어 있는지를 알려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뭔가 아는 척을 할 때의 쾌감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렇게 저자의 소중한 경험과 박학함을 내 것으로 만들고 모르고 잊었던 것들을 다시금 알아가게 되는 것 같다.

 

한 가지 아쉬움을 더 말하자면 수록된 멋진 그림들처럼 인상적인 책표지가 무척 마음에 들었지만 (책표지를 펼쳐본다면 좀 더 멋져진다) 좀 더 신경을 기울여 내지에 있는 그림들에 적혀진 내용들도 번역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만약 재판이 허락된다면 그런 부분들이 개선되었으면 더 좋을 것 같다.

 

 

 

 

 

 

 

 

 

 

참고 : 1. 저자가 묵어간 호텔 중에서 한국에 있는 호텔도 한 곳 있다. 그리 찾고 싶은 기분은 들지 않지만...

2. 꽤 큰 호응을 얻었던 것일까? 2권도 출판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노력해서 읽을 생각은 없다. 그래봤자 호텔이겠지... 라는 생각이다. 더 많은 것들을 말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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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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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5.18 광주에 관한 책을 읽으리라 생각하진 않았다.

굳이 찾아 읽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아는 것이 부족해 읽어야 할 것들은 많지만 (모르는 것 천지라 읽어야만 했지만) 광주에 관해서는 읽어낼 자신이 없다는 것이 솔직한 마음일 것 같다. 무슨 수로 광주에 관한 책들을 읽을 수 있겠나... 그러고 싶진 않았다. 부끄럽게 느껴질지라도 피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

 

그나마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오월의 사회과학정도는 읽어봤기 때문에 아주 모른다고는 말할 수 없겠으나 그건 결국 변명에 지나지 않을 것 같고, 읽게 되면 괴롭고 답답한 마음만 가득하고 그렇기 때문에 잘 읽혀지지도 않아 쉽게 손이 가질 않았고 다른 책들도 읽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었다.

 

광주에 관한 책은 부담스러워 읽을 수 없었고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한강이라는 작가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이름은 쉽게 기억할 수 있겠다고 깐죽거리기 딱 좋기는 했지만 그동안 이름을 들어보진 못했었다. 어쩌면 들어봤을지도 모르지만 아마도 흘려들었을 것이다.

 

나처럼 잘 모르는 사람으로서는 해외 유명 문학상을 수상한 다음에야 알게 된 이름이고 이름이 알려진 다음 다른 저서들도 조금씩 알려지게 되었는데, 저서들 중에서 광주에 관한 소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어쩌다가 그걸 선택하게 되었는지 의아한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그걸 소년이 온다를 읽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었다.

 

피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읽고 싶진 않았지만 그래도 결국에는 읽어야 했던 것일까?

어쩌다보니 소년이...’는 손에 들어오게 되었고 그리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200) 때문인지 읽는 시간도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느낌은?

참 잘 썼다는 생각이 우선 들게 된다.

 

책 뒷면의 평론가들의 (홍보용) 호평에 적극적으로 공감하고 그들처럼 호들갑스럽게 환호할 정도는 아닐지라도 충분히 잘 써내려갔다는 생각이 들게 되고 어려운 이야기를 설득력 있고 진심을 담아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함께 그 고통을 공감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써낸 것 같다.

 

저자에게 글을 허락한 분의 말처럼 더 이상 모독할 수 없도록써냈다.

 

그 당시 그 순간의 광주를 배경으로 이야기는 시작되고 있지만 되도록 서정적으로 그 순간을 적극적으로 들여다보려고 하기 보다는 마치 무더위 속에서의 꿈과 현실의 어딘가에서 머물 듯이 글은 쓰여 있으며 그렇게 광주로 저자는 우리들을 향하도록 만들고 있다.

 

허무함까지는 아닐지라도 뭔가 허탈한 기분으로 고통은 지속되고 이어지고 있지만 무척 길고 긴 시간이 지난 이후의 (소년들처럼 죽은 이후의 감정처럼) 그 순간들을 생각해보고 있고 말해주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고통이 그리고 슬픔이 끝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말하고 있기도 하다.

 

한 소년이 있고

그 소년은 친구를 찾고 있다.

 

친구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지만(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려고 하지만) 그 소년은 어떤 의무처럼 혹은 죄책감처럼 광주의 중심에서 벗어나려고 하지 않으면서 수많은 죽음들을 기록하고 분류하고 있다.

 

그곳에서 소년이 만나게 되는 몇몇 누나와 형들

그들이 어떻게 살아남았으며 어떤 식으로 죽어갔는지를 소년이 온다는 담담하게 써내고 있고 그들에 대한 설명-독백을 통해서 우리는 광주를 다시금 알아가면서 그 이후의 삶과 시간 또한 생각해보게 만들고 있다.

 

살아 있으면서도 죽음과 마찬가지였던 삶을.

 

분노

고통

희생

적개심

죄책감

두려움

울분

슬픔

잊을 수 없음

기억하기 싫음

수많은 죽음들

수많은 시신들

수많은 피해자들

그리고 가해자는 없음을

숭고함

모르겠지만 그냥 그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저자는 사실을 근거로 하지만 그 사실을 그냥 그대로 알려주는 것이 아닌, 그렇다고 사실을 근거로 심리부검을 하는 것이 아닌 그것을 사려 깊게 감싸주면서도 문학적으로 훌륭하게 완성시키고 있다.

 

그 순간의 고통과 함께 그 순간 이후의 길고 긴 고통을 부족함 없이 담아내고 있고 각각의 등장인물들의 독백을 통해서, 조금씩은 다른 방식으로 들려주면서 조각난 개별적인 이야기가 전체의 모습을 갖추도록 의도하고 있다.

 

너무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설득하고 이해되도록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꾸며내고 있다.

 

끝까지 읽은 다음의 기분은 그리 좋진 않다.

당연히 좋은 기분으로 읽어낼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니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다만,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너무 빨리 읽어내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었다. 그 당시의 고통과 그 이후의 더 큰 고통을 너무 빨리 읽어내며 알아가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하나도 변한 것이 없고

하나도 해결된 것이 없다.

 

그러니 읽고 답답하고 괴롭기만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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