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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문명을 오르다 : 바로크~20세기 - 계단의 역사를 통해 본 서양 문명사
임석재 지음 / 휴머니스트 / 2009년 9월
평점 :
계단
어떤 때는 올라가기 위해서
어떤 때는 내려가기 위해서
하지만 무언가를 의식하기 보다는 그저 일상적으로 당연하다는 듯이
계단을 경험하고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닌 당연하게만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일상에서 너무 당연하고 자주 겪게 되는 순간이라고 말해야 할까?
그런 계단에 대해서 학문적으로 논의하려고 하는 시도에 대해서 소소한 일상을 세세하게 독창적인 방식으로 바라보려고 한다고 말해야 할 것인가? 그게 아니면 하다하다 별걸 다 진지하게 바라보려고 한다고 말해야 할 것인가?
어떤 식으로 생각하든 저자는 너무 당연하고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 계단에 대해서 좀 더 세부적이고 상세하게 검토하려고 하고 있으며, 그런 노력에 대해서 저자 본인은 무척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에 내용을 읽어본다면 그리 폄하하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
동서양의 문명이 아닌 서양 더 정확하게 말해서는 유럽의 몇몇 국가에 한정해서 계단의 역사를 다듬어보고 있는 ‘계단...’은 2권으로 논의를 나눠놓을 정도로 생각 이상으로 복잡하고 자세하게 논의를 꺼내고 있는데, 저자는 그렇게 생각 이상으로 길게 분석을 이끌어가게 된 이유까지 말하지는 않고 있지만 어째서 계단에 관해서 이렇게 진지하게 검토하게 되었는지는 솔직하게 말해주면서 자신이 어떤 이유에서 이런 접근을 하게 되었는지를 설득력 있게 얘기해주고 있다.
물론, 그런 접근 자체에 대해서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저자의 논의는 그저 헛된 노력이고 시도처럼 느껴지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제목처럼 바로크 시대부터 현재까지의 계단의 역사를 혹은 계단을 다뤄내는 방식의 변화를 통해서 계단이 어떤 식으로 이해되었고 건축-건물이 완성될 때 시대적 변화 속에서 각각의 방식으로 완성되었는지를 살펴보고 있으면서 과거의 방식들이 어떤 식으로 현재에 재해석되고 재평가가 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려고 하고 있다.
시대마다의 차이와 개성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니 조금은 달리 보이고 저자가 어째서 이렇게 자세하게 파악하려고 했는지를 조금은 이해되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것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기 때문인지
그게 아니면 잘 알지 못하는 분야를 상세하게 파악하려고 하고 있기 때문인지
저자의 논의는 흥미로우면서도 어쩐지 논의가 속도감을 갖으며 진행되기 보다는 지지부진함 속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조금 더 논의를 압축했더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도 들지만 계단이라는 것이 단순히 부속물로 혹은 건축-건물의 주변으로만 생각하던 단순한 (당연한) 생각에서 벗어나도록 만들기 위한 (어쩌면) 일부러 조금 더 상세하고 다양한 검토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게 된다.
단순하고 당연하게만 생각하던 것을 무척 색다른 방식으로 바라보려고 하고 파악하려고 하는 시도 자체에 대해서 그리고 노력에 대해서 우선은 흥미를 느끼게 되면서 그걸 가벼운 시도가 아닌 진지하고 여러 방식으로 검토하려고 하는 저자의 집념에 다시금 감탄하게 되기도 한다.
문제는?
아마도 그런 노력을 따라가지 못하는 부족한 이해력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