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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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5.18 광주에 관한 책을 읽으리라 생각하진 않았다.

굳이 찾아 읽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아는 것이 부족해 읽어야 할 것들은 많지만 (모르는 것 천지라 읽어야만 했지만) 광주에 관해서는 읽어낼 자신이 없다는 것이 솔직한 마음일 것 같다. 무슨 수로 광주에 관한 책들을 읽을 수 있겠나... 그러고 싶진 않았다. 부끄럽게 느껴질지라도 피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

 

그나마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오월의 사회과학정도는 읽어봤기 때문에 아주 모른다고는 말할 수 없겠으나 그건 결국 변명에 지나지 않을 것 같고, 읽게 되면 괴롭고 답답한 마음만 가득하고 그렇기 때문에 잘 읽혀지지도 않아 쉽게 손이 가질 않았고 다른 책들도 읽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었다.

 

광주에 관한 책은 부담스러워 읽을 수 없었고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한강이라는 작가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이름은 쉽게 기억할 수 있겠다고 깐죽거리기 딱 좋기는 했지만 그동안 이름을 들어보진 못했었다. 어쩌면 들어봤을지도 모르지만 아마도 흘려들었을 것이다.

 

나처럼 잘 모르는 사람으로서는 해외 유명 문학상을 수상한 다음에야 알게 된 이름이고 이름이 알려진 다음 다른 저서들도 조금씩 알려지게 되었는데, 저서들 중에서 광주에 관한 소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어쩌다가 그걸 선택하게 되었는지 의아한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그걸 소년이 온다를 읽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었다.

 

피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읽고 싶진 않았지만 그래도 결국에는 읽어야 했던 것일까?

어쩌다보니 소년이...’는 손에 들어오게 되었고 그리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200) 때문인지 읽는 시간도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느낌은?

참 잘 썼다는 생각이 우선 들게 된다.

 

책 뒷면의 평론가들의 (홍보용) 호평에 적극적으로 공감하고 그들처럼 호들갑스럽게 환호할 정도는 아닐지라도 충분히 잘 써내려갔다는 생각이 들게 되고 어려운 이야기를 설득력 있고 진심을 담아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함께 그 고통을 공감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써낸 것 같다.

 

저자에게 글을 허락한 분의 말처럼 더 이상 모독할 수 없도록써냈다.

 

그 당시 그 순간의 광주를 배경으로 이야기는 시작되고 있지만 되도록 서정적으로 그 순간을 적극적으로 들여다보려고 하기 보다는 마치 무더위 속에서의 꿈과 현실의 어딘가에서 머물 듯이 글은 쓰여 있으며 그렇게 광주로 저자는 우리들을 향하도록 만들고 있다.

 

허무함까지는 아닐지라도 뭔가 허탈한 기분으로 고통은 지속되고 이어지고 있지만 무척 길고 긴 시간이 지난 이후의 (소년들처럼 죽은 이후의 감정처럼) 그 순간들을 생각해보고 있고 말해주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고통이 그리고 슬픔이 끝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말하고 있기도 하다.

 

한 소년이 있고

그 소년은 친구를 찾고 있다.

 

친구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지만(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려고 하지만) 그 소년은 어떤 의무처럼 혹은 죄책감처럼 광주의 중심에서 벗어나려고 하지 않으면서 수많은 죽음들을 기록하고 분류하고 있다.

 

그곳에서 소년이 만나게 되는 몇몇 누나와 형들

그들이 어떻게 살아남았으며 어떤 식으로 죽어갔는지를 소년이 온다는 담담하게 써내고 있고 그들에 대한 설명-독백을 통해서 우리는 광주를 다시금 알아가면서 그 이후의 삶과 시간 또한 생각해보게 만들고 있다.

 

살아 있으면서도 죽음과 마찬가지였던 삶을.

 

분노

고통

희생

적개심

죄책감

두려움

울분

슬픔

잊을 수 없음

기억하기 싫음

수많은 죽음들

수많은 시신들

수많은 피해자들

그리고 가해자는 없음을

숭고함

모르겠지만 그냥 그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저자는 사실을 근거로 하지만 그 사실을 그냥 그대로 알려주는 것이 아닌, 그렇다고 사실을 근거로 심리부검을 하는 것이 아닌 그것을 사려 깊게 감싸주면서도 문학적으로 훌륭하게 완성시키고 있다.

 

그 순간의 고통과 함께 그 순간 이후의 길고 긴 고통을 부족함 없이 담아내고 있고 각각의 등장인물들의 독백을 통해서, 조금씩은 다른 방식으로 들려주면서 조각난 개별적인 이야기가 전체의 모습을 갖추도록 의도하고 있다.

 

너무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설득하고 이해되도록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꾸며내고 있다.

 

끝까지 읽은 다음의 기분은 그리 좋진 않다.

당연히 좋은 기분으로 읽어낼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니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다만,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너무 빨리 읽어내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었다. 그 당시의 고통과 그 이후의 더 큰 고통을 너무 빨리 읽어내며 알아가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하나도 변한 것이 없고

하나도 해결된 것이 없다.

 

그러니 읽고 답답하고 괴롭기만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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