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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 평전
찰스 펜 지음, 김기태 옮김 / 자인 / 2001년 5월
평점 :
품절
높은 곳에 있지도, 먼 곳에 있지도 않다
황제도 아니고 왕도 아니다
그대는 그저 큰길가에 서 있는 보잘것없는 이정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바른 방향을 일러주어 길을 잃지 않게 한다
아직 길 위에 서 있는 이들에게 얼마나 더 가야 할지 알려준다
그대의 노고가 가볍지 않으므로 사람들은 늘 그대를 기억하리라
어쩌다가 호치민에 대해서 얘기를 나눌 일이 있었다. 그리 아는 것이 없어서 많은 얘기를 하지는 못했고 하게 된 말들에 대해서도 맞는 말이라고 자신 할 수 없었다. 틀린 생각들이 많았을 것 같다.
호치민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호치민이 이름이라는 것과 베트남 독립에 지대한 공헌이 있다는 것 정도만을 알고 있었을 뿐이었다. 생각해보니 그것만 알고 있는 것 같고 나머지는 어딘가에서 지나치듯 들었거나 그러리라 추측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너무 알고 있는 것이 적다는 생각이 들었고 중고서점에 가게 되었을 때 책들을 그러던 중 찰스 펜의 ‘호치민 평전’이 눈에 들어왔고 그때 생각이 떠올라 곧장 손에 쥐게 되었다.
국내에 호치민의 생애에 관한 책은 많이 소개되진 않았고 출판된 책들 중 윌리엄 J. 듀이커의 ‘호치민 평전’이 가장 상세하게 호치민을 살펴보고 있어서 그 책을 읽어야했지만 1,000쪽에 가까운 분량이 부담스러워 우선은 간단하게 삶을 알아볼 생각으로 찰스 펜의 ‘호치민 평전’을 읽어보게 되었다.
저자는 AP 통신기자였고 미국 정보국 CIA가 만들어지기 이전에 동일 업무를 하던 OSS에 근무하면서 직접 호치민을 만나보기도 했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어서 한편으로는 미국 측의 입장에 기울어져 호치민에 대해서 알려주겠지만 아주 왜곡된 시선으로만 호치민을 다루지는 않았을 것 같았고 실제로도 어느 정도의 객관적 시선으로 호치민을 살펴보고 있다.
OSS 출신이라는 선입견 때문일까? 읽으면서 평전이라는 느낌보다는 어쩐지 한 인물에 대한 보고서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되도록 간결하게 호치민의 삶에서 주요한 내용들을 빠르게 확인해보고 있다.
호치민을 생각하면 당연히 베트남을 떠올리기 마련이고 호치민에 대해서 알아볼 때 베트남을 떼어놓고 말할 것은 거의 없다고 말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 같다.
호치민은 베트남 독립을 위해서 모든 삶을 걸어왔고 그것이 가능하기 직전에 삶을 마감했다. 아쉽게도 독립을 달성하는 그 순간을 경허하진 못했지만 그것이 완수되는 것을 의심 없어하며 삶을 마감했을 것 같다.
되돌아 봤을 때도 과연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혼란스러운 상황과 과정 속에서 수많은 어려운 조건 속에서 이뤄낸 업적이기 때문에 베트남 사람들은 여전히 자부심을 갖고 있을 것이다.
외세의 힘에 무릎을 꿇고 깊은 좌절을 맛보았던 경험이 있는 나라의 국민이고 베트남처럼 스스로의 노력으로 독립을 쟁취하지 못했기 때문인지 베트남의 경우가 그리고 호치민이라는 존재가 보다 특별하게 생각된다.
베트남이 독립하기까지 지난한 과정을 겪어왔던 호치민의 삶이기 때문에 그리고 오로지 베트남 독립을 위해서 살아왔던 호치민이었기 때문에 그 누구와 비교해도 편하고 안락한 삶이 아니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저자가 말하듯 호치민은 베트남 독립과 전쟁이 완결되기 전에 사망을 했기 때문에 그의 과거에 관한 정보가 생각보다 부족하기만 하고 (본인 스스로가 많은 것을 알려주지 않았다. 전쟁이 진행되는 도중이라 일부러 알아보려는 노력도 적었을 것이고) 청년기 이후의 삶에 대해서 다룰 때에도 독립을 위한 처절한 노력으로 가득할 뿐이라 상대적으로 극적인 매력이 적어서인지 호치민은 다른 (혁명 혹은 독립에 성공한) 공산주의자와 민족주의자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덜 주목되는 것 같다.
무관심한 것 같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호치민을 말하는 경우는 적은 것 같은데, 어째서 연구자들이 호치민에 대해서는 특별히 관심을 갖지 않는지 조금은 궁금하게 된다.
좀 더 상세하게 살펴보고 그 고된 삶을 자세히 알아본다면 지금처럼 야박하다고 말할 정도로 언급되는 경우가 적은 이유에 대해서 궁금증과 또는 불만을 갖게 될 것 같다. 어쩐지 홀대당하고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소련과 중국과 같이 사회주의 그리고 공산주의 국가들 중 핵심 국가에서 벗어나 있는 주변부 국가의 지도자였기 때문에 덜 주목하게 된 것인지 그게 아니면 일정하게 소련과 중국과 거리를 갖고 있어서 항상 의심스럽게 생각되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 명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여러 방식으로 견제를 받았고 절대적인 지지를 받지 못했던 삶처럼 죽음 이후에도 이런 저런 방식으로 주변부로 미뤄놓거나 덜 주목하게 되는 것 같다.
더 많은 연구자들의 연구와 검토가 이뤄진다면 좀 더 다양한 모습을 알 수 있을 것이고 좋은 모습들만이 아닌 부정적인 평가들도 생겨나겠지만 아직 많은 것들이 감춰져 있고 덜 다뤄진 것 같다는 생각에 호치민의 삶에 대해서 좀 더 꾸준한 관심이 이어져야 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그리 알려고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지만 아시아에서 살아가면서 너무 아시아에서 알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 같다는 반성을 새삼 해보게 된다.
조금이라도 더 알아봐야겠다.
저자는 되도록 길고 장황하지 않게 마치 보고서로 작성하듯 호치민의 삶을 다루고 있다. 중요한 사건들이 간단하게 언급되고 상세하게 다룰 필요가 있는 부분들도 대략적으로 논의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렇기 때문인지 빠른 진행으로 그의 삶을 알 수 있게 해준다.
호치민의 삶에서 저자가 생각하기에 무척 중요한 내용들만을 되도록 짧게 다루고 있다. 더 깊이 알 수 없지만 대략적으로는 삶을 알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어린 시절
해외를 떠돌던 시절
유럽과 미국에서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공부하게 된 과정
베트남의 독립을 위해서 어떤 노력들이 있었는지
소련으로 중국으로 향해서 무엇을 깨닫게 되었는지
베트남으로 돌아와 독립을 위해서 계속되는 투쟁과 전투의 과정들
처음에는 프랑스를 나중에는 미국과 베트남 독립을 위해서 싸우는 과정들
그 과정 속에서 보여주는 기민한 정치적 노력들 까지
호치민의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룰 수 있는 순간들만 잘 골라냈기 때문에 (사람들에 따라 누락되고 제외된 부분들을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의 삶을 조금은 엿볼 수 있고 그 짧은 엿보기의 과정에서 호치민에 대한 존경심을 갖게 만든다.
어떻게 저런 삶을 살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고 존경심만 커지게 하는 삶이었다. 본보기로 삼기에는 너무 힘겹고 고난으로 가득한 삶이고 스스로에 대해서는 엄격하면서 베트남 독립을 위해서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던 호치민의 삶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게 된다.
너무 위대한 삶이라 어떤 식으로 비난하든 반박하고 싶고 호치민의 입장을 옹호하고 변명이라도 해주고 싶어지는 삶이었다.
물론, 삶에서 어떤 잘못도 없는 삶은 가능하지 않듯이 베트남 독립의 과정 속에서 호치민 또한 곤혹스러운 부분도 있고 애써 변명해도 그 잘못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들이 있기 마련일 것이다.
‘호...’에서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아주 간략하게 언급되고 있지만 호치민의 전체 삶을 생각한다면 그 잘못된 부분들에 대해서 충분히 비난과 비판이 필요할 것이지만 호치민의 잘못을 크게 나무라고 싶기 보다는 어쩌다 그런 상황으로 번졌을지 그 상황과 호치민의 곤란한 입장을 먼저 이해해보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에 대해서 무언가를 말하라면 결국에는 찬사만이 남게 될 것 같고 실제로도 악의적인 평가보다는 칭송이 대부분인 것 같다.
무척 존경심을 갖게 만드는 삶인 것 같다. 시간과 기회가 허락한다면 좀 더 그의 삶을 알아보고 싶다.
베트남 독립과 혁명을 위해서 일생을 바쳤던 삶이었고 누군가에게 비난을 받기 보다는 존경과 존중을 받을 삶이었다. 아쉬운 부분도 실망을 느끼는 부분도 있겠지만 다른 이에 비해서 잘못된 부분이 많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어쩐지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언급되는 경우가 적다는 생각에 여러 위대한 혁명가 혹은 지도자를 말하게 될 때 일부러라도 앞에 자리하도록 해야겠다.
참고 : 호치민이 공산주의자인가 민족주의자인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논란이 계속 있을 것 같다. 둘 다라는 말이 맞을 것 같지만 때에 따라서 실리를 챙기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어려운 상황 속에서 무언가를 모색하는 사람들에게는 자주 떠올리며 생각할만한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