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열린책들 세계문학 46
존 르 카레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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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http://blog.naver.com/ghost0221/60155966985






패배

좌절

허무

우울


음울한 기분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점점 더 허우적거리며 빠져들고만 있으며 피하고 싶지만 숙명처럼 패배로 향하고만 있는 존 르 카레의 소설들에 어떤 재미와 즐거움이 있냐고 묻는다면 존 르 카레가 만들어내는 외톨이들의 정서에 큰 호감을 느끼고 결국에는 모든 이들이 패배자들이고 진흙탕 싸움에 불과하다는 식으로 마무리 되는 그들이 겪게 되는 이야기와 울적한 끝맺음에 깊이 공감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게 된다.


존 르 카레의 여러 걸작 소설들 중에서도 특별하게 언급되는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는 존 르 카레가 경험한 첫 거대한 성공이었고 이전에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소설을 썼다면 이제는 소설에만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주게 된 개인으로서도 무척 의미 깊은 소설이면서 전체 경력 속에서도 의미 있는 살펴보게 되는 소설이기도 하다.


이 소설이 갖고 있는 의미에 대해서 평론가의 글을 함께 수록하고 있고 존 르 카레 개인이 갖고 있는 의미에 대해서도 후기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별달리 언급하게 될 부분은 없을 것 같다. 


성실하고 자세하게 모든 것들을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에 덧붙여서 뭔가를 말할 것도 없고 냉전 시대의 복잡하고 어수선한 모습에 대한 경험도 없기 때문에 ‘추운...’에서 보여주는 끝없는 비정함과 지저분함에 대해서 조금은 당황하게 되고 비열함과 추악함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그들처럼 나 또한 그들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부끄럽게 인정하게 된다.


이미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이미 접하기는 했지만 무척 새롭게만 느껴지고 영화보다 좀 더 흥미를 느끼면서 읽혀지게 된다. 물론, 어떤 부분에서는 읽기가 불편해지게 될 때도 있지만.


이야기 구성은 조금은 느슨하지만 천천히 어째서 그런 내용들을 다뤘는지 굳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을 정도로 내용이 진행된 다음에 그 이유를 나중에서야 알 수 있도록 만들고 그런 정교한 구성 때문에 그리고 그 진행의 과정 속에서 주인공 리머스를 통해 복잡한 내면을, 퉁명스럽고 냉소적으로 말하지만 항상 존 르 카레의 소설에서 볼 수 있게 되는 이제는 가까운 주변 사람 없이 그저 실패로 가득한 경력(사생활)과 내쫓기기 직전에 내몰려진 중년의 남성이 갖고 있는 서글픔을 (남성들이라면) 깊이 공감하도록 잘 설명하고 있다.


과연 여성들은 존 르 카레의 소설에 매력을 느낄 수 있을까? 혹은 재미를 찾을 수 있을까? 그럴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러기가 쉽진 않을 것 같다. 존 르 카레가 만들어내는 등장인물들은 항상 그렇듯 어둡기만 하고 내성적이면서도 고집스럽고 모든 사람들에게 원하지는 않지만 상처를 주고 있다.


그나마 ‘추운...’의 주인공 리먼스는 상대적으로 활동적이고 의욕이 있지만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더욱 자신의 패배에 대해서 절망하고 좌절하게 되기도 한다. 거창한 이유와 목적 속에서 희생되고 매몰되는 개인들을 찾아내는 존 르 카레의 재능은 항상 그렇듯 빛나고 있고 베를린에서 런던으로 그리고 다시 베를린으로 향하면서 이어지는 거대한 음모와 반전에 다시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 구성은 격렬한 재미를 만들지는 않지만 팽팽한 긴장감과 깊은 피곤을 담고 있다.


흥미롭게 읽혀지면서 읽혀지는 도중 그 당시의 (흔히 말하는) 서유럽과 동유럽이 갖고 있는 두 체제 간의 첨예한 대립과 반대로 개인이라는 존재는 점점 작아지게 되거나 제외되어가는 (동일하게) 잘못된 모습들을 살펴보면서 어느 세계가 더 좋은 세계라고 말할 수 없고 양쪽 모두 잘못된 점들을 더욱 강조시켜놓고 있기 때문에 회색분자 혹은 냉정한 비판자라는 말을 듣게 되는 것 같다.


항상 말하지만 회색만큼 존 르 카레의 소설에 어울리는 색도 없을 것 같다.


정보부 혹은 스파이들의 다툼이라고 말하기 보다는 고위직 공무원들의 갈등과 신경전 정도로 읽혀지게 되기도 하는데, 그렇게 좀 더 폭넓은 이해와 해석이 가능하기도 해서 냉전이 끝났어도 읽혀질 수 있는 것 같고 다른 방식으로 다른 해석으로도 가능할 수 있는 것 같다.


여러 가지로 흥미로운 내용이었고 사람들에 따라서는 더 많은 것들을 살펴볼 수 있는 소설이었다. 


우울한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이라면 절대 피해야 할 소설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이 소설을 읽는 순간 감탄을 거듭할 것 같다.


반복해서 읽게 만드는 글들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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