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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문, 이 시대가 묻는다
김태완 지음 / 현자의마을 / 2015년 6월
평점 :
왕은 인재를 절박하게 원했다
관건은 그냥 인재가 아니라
그 시대의 문제를 함께 헤쳐나갈 사람이어야 했다
그래서 시대의 가장 절박한 물음을 던지고
거기에 목숨을 걸고 진솔한 목소리를 내는 사람을 구한 것이다
책문 - 조선시대 고급공무원 선발 시험인 대과의 마지막 관문으로, 최종합격자 33명의 등수를 정하는 시험
역사에 관심이 크지만 머릿속은 사대주의로 가득해서인지 한국의 과거를 돌아보기 보다는 다른 세계를 좀 더 알아보려는 생각이 더 많은 것 같다.
잘못된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살아가는 세상의 과거가 무척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으면서도 나쁜 버릇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지 한국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에 너무 무관심하기만 한 것 같다.
근현대사에 대해서는 약간이나마 알고 있지만 해방 이전부터는 너무 모르고 있다는 생각을 요즘에는 더 많이 하게 된다.
그나마 때때로 조선 시대에 관한 책들이 눈에 들어올 때면 꺼내들어 읽게 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전체적인 역사의 큰 흐름이나 큰 틀 속에서 읽어내기 보다는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혹은 특정한 주제나 소재를 갖고 풀어내는 경우의 책들이 대부분이라 500여년이라는 거대한 시대를 알기에는 너무 부족하기만 했던 책읽기였다.
조선 이전은 아예 들어다 볼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고 조선에 대해서도 관심이 들게 된지도 최근이었기 때문에 이런 저런 책들을 읽어는 봤지만 아직 뚜렷한 뭔가가 잡히는 것 없이 이것저것 눈에 들어오는 책들을 읽기만 하던 중 중고서점에서 눈에 들어와 읽게 된 ‘책문, 이 시대가 묻는다 / 책문,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 - 조선 과거시험의 마지막 관문’은 그동안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책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책으로 생각될 것 같다.
그 시대를 살아간 민중들의 삶에 대해서 다루는 내용은 없지만 조선 시대 중 깊은 근심과 고민이 필요하던 시절 위정자라는 사람들은 어떤 고민을 했고 어떤 대답들을 내놓았는지 알아보며 참된 지도자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어야 하는지를, 올바른 대답을 찾는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생각했는지를 살펴보며 우리는 지금 시대에 어떤 질문을 생각해야 하는지 어떤 대답을 찾아야 할지를 함께 고민하게 만든다.
조선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서는 사람들이 어떤 고민에 대한 흔적들을 남겼는지 알 수 있는 기회가 됐다.
흔히 붕당이라고 말해지는 조선 시대의 정치적 갈등에 관한 잘못된 점들만을 왜곡된 방식으로 자주 접했기 때문인지 그 시대 고위직에 있었던 이들이 시대와 세상을 어떻게 이해했고 어떤 식으로 이끌어가려 했는지 알아보려고 하진 않았는데, 이런 식으로 조금은 가깝게 다가갈 수 있게 되어서 욕심과 무능으로만 가득한 사람들만이 아닌 말과 뜻은 좋으나 그걸 제대로 행하는 것에 여러 문제들이 있었던 사람들로 새롭게 생각하게 된다.
책문이라는 것은 간단하게 말해서 뛰어난 인재들을 임용(선발)하기 위해서 왕이 국가 정책과 기타 여러 논의가 필요한 사안에 대한 생각을 묻고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을 말하는 것인데, 저자(와 편집자)는 조선 시대의 수많은 책문들 중에서 몇몇 구분과 주제를 중심으로 그중 특별히 읽혀질 글들을 선별해서 풀어서 써내고 있다.
별다른 생각 없이 읽다가 점점 읽어가면서 놀라움을 느끼게 되었는데, 왕들은 지금 시대의 고민과 크게 다를 것 없는 고민을 신하들에게 묻고 있다는 점이 우선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이었다.
법의 폐단을 고치는 방법은 무엇인가?(세종)
어떻게 인재를 구할 것인가?(세종)
처음부터 끝까지 잘하는 정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중종)
오늘과 같은 시대에 옛날의 이상 정치를 이루려면 무엇에 힘써야 하는가?(중종)
술의 폐해를 논하라(중종)
외교관은 어떤 자질을 갖추어야 하는가?(중종)
나라를 망치지 않으려면, 왕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명종)
교육이 가야 할 길은 무엇인가?(명종)
육부의 관리를 어떻게 개혁해야 하는가?(명종)
정벌이냐 화친이냐?(광해군)
지금 이 나라가 처한 위기를 구제하려면?(광해군)
지금 가장 시급한 나랏일은 무엇인가?(광해군)
섣달 그믐밤의 서글픔, 그 까닭은 무엇인가?(광해군)
조금은 추상적인 질문들도 있지만 대부분 무척 구체적이면서 당장 시급한 사안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있고, 그 물음에 대답 또한 듣기 좋은 부분들도 있겠지만 때로는 아픈 곳을 후벼 파듯 직언을 하여 무엇이 당장 필요하고 어떤 부분들을 고쳐내야 할지를 과감하게 말하기도 해서 그 당시의 위정자들이 단순히 왕과 신하로서의 관계만이 아닌 조금은 달리 생각해야 할 부분들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될 정도로 무척 흥미롭고 인상적인 대답들이 많이 있었다.
그들의 질문과 대답 속에서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것 없는 고민들을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어떻게 해야만 좀 더 현명한 선택을 해낼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치열하게 고민하게 되는 내외부적인 상황-문제들은 조선 시대나 지금 21세기의 대한민국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한국의 역사라는 것이 항상 비슷한 고민 속에서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에 관한 역사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질문에 대한 신하들의 대답은 뛰어난 문장가들의 글들이라서 그런지 막힘없이 읽혀지게 되고 그 뛰어난 글재주와 자신의 생각을 때로는 직설적으로 때로는 조심스럽게 전하면서 물음에 대한 대답에서 어떤 고민들이 있었는지를 느끼게 해주며 물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해서 설명해주고 있다.
묻음과 대답을 확인한 다음 저자는 그 당시의 시대가 어떤 시대였기에 그런 질문을 했는지 알려주면서 좀 더 상황적인 이해가 가능하도록 만들어 더욱 그들의 고민을 헤아릴 수 있도록 해주고 있기 때문에 더욱 깊숙하게 그 시대를 알 수 있도록 해준다.
조선에 대한 앎도 과거에 대한 이해도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책문을 읽으며 어떤 부분에서는 읽기에 어려움도 있었으나 워낙 잘 구성되어 있고 지금 시대를 비춰보며 읽어낼 수 있을 내용이 많았다.
시대를 넘어서는 질문들과 대답들로 가득하고 이 있기 때문에 좀 더 인상적이었고 흥미롭게 읽혀지게 된다.
오랜만에 무척 특별하게 기억할만한 책을 만났던 것 같다.
저자의 다른 책들도 읽어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해주고 싶고 읽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