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생이다 - '소수록'읽기
정병설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기생이다는 사람들마다 다르겠지만 제목부터 읽고 싶기 보다는 읽기가 망설여지는 제목이었다. 관심이 가지 않는 제목이었다.

 

기생에 대해서 특별한 호기심이나 흥미를 느낀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읽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관심 없었고 생각해봤자 성적 욕구를 해소시키기 위한 대상 이상의 의미는 없으리라 본 기생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 건 모든 이에게 멸시, 천대, 외면을 받았던 존재였다는 생각에, 어떤 식으로도 긍정적이고 호의를 품은 시선을 받을 수 없었던 사람들이라는 생각에 과연 조선 시대에 기생이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라는 궁금증이 생겨 읽게 됐다.

 

저자는 들어가는 말을 통해서 본인이 어쩌다 기생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설명해주고 그들에 관해서 무척 적은 자료만 있을 뿐이고 그 이유는 왜인지 알려준 다음 기생에 관한 다양한 이해가 가능하도록 설명해주고 있다.

 

저자의 관점은 기본적으로 기생을 시대의 피해자로서 바라보고 있다. 그들에게는 아름다움과 추함의 모순적 이미지가 공존하고 있으며, “한편에서는 저급한 창녀라고 무시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수준 높은 예술인으로 선망하는 두 시선과 멸시하면서도 가까이 하고자했으며 얕보이면서도 질투하고 경계했던 그들이 욕망의 절제를 강조한 유교적 조선 사회에서어떤 식으로 욕망의 상징으로 존재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그들의 고달픈 일상잘해봤자 첩이되는경우나 그렇지 않고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못해 늙고 병들어 가난과 사회적 냉대를 받는가련한 말년을 조금이나마 들춰보며 알아보고 있다.

 

부족하기만 한 자료들을 최대한 모아보고 추려내서 하나의 책으로 엮은 나는...’은 그동안 그 존재를 알지 못했던 기생 명선이 직접 자신의 삶을 풀어 쓴 소수록을 중심으로 기생이란 어떤 사람들이고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최대한 알아보려 한다.

 

우선 이 책의 구성에 대해서 말해야 할 것 같다. 책의 순서는 소수록의 내용을 우선 살펴본 다음 기생에 관한 여러 글이나 편지 등이 저자의 구분에 따라 나누고 있고 그 글과 편지들의 원문과 뒤이어 보론을 통해서 내용을 끝내고 있다.

 

특별히 이상한 구성처럼 생각되진 않았지만 직접 읽어보니 보론에서는 조선의 기생에 대해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있고 그들이 어떤 존재였고 특징이 무엇인지를 아주 잘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보론을 제일 앞에 놓이도록 해서 기생에 대해서 좀 더 정확한 이해를 하게 해준 다음 그들의 삶을 알아보도록 해주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기본적으로 알아두면 좋을 정보들이 보론에 다 있어 오히려 오해가 더 커지거나 편견을 그대로 남겨두고 읽도록 하는 것 같다.

 

보론이 앞서 다룬 기생에 대한 내용들을 간략하게 정리하는 의미로 이해될 수도 있지만 학문적인 글이라 조금은 딱딱하게 느껴져도 이런 내용이 오히려 기생에 대한 감정에 치우친 이해나 재미로서의 대상이 아닌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들고 있어 이 보론을 조금 더 길게 풀어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기생들이 쓴 글이나 편지 등을 통해서 그들이 고달픈 삶이었고 그런 삶 속에서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솔직하게 쏟아내고 있는지를 (혹은 돌려 말했는지를) 알아보며 중간 중간 글에 대한 해설과 저자 자신의 평가 그리고 조선 시대의 풍속을 함께 다루고 있지만 그런 내용들은 흥밋거리 이상인 것 같지 않아 보론과 같은 형식으로 글을 더 체계적으로 정리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기생에 관한 여러 기록과 글을 통해서 그들이 타자화 된 존재였고 때로는 스스로를 타자화하기도 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조금은 더 깊이 있게 파고들었다면 어땠을까? 여러 글들의 나열에서 머물지 않고 다양한 방식의 글들의 정리 이상을 해낼 수 있지 않았을까?

 

기생으로 살아간 사람들이 여성들이고 그들이 살아간 때가 조선 시대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딱하고 기구한 삶을 살아간 사람들이라는 생각에 여러 가지로 흥미로운 논의가 가능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나는...’은 그걸 잘 해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다만 생각에 머물거나 잠시 떠올리기만 했던 그들의 삶에 대해서 충실하게 다뤄보려고 했고 여러 자료들을 통해서 살펴보려고 했던 그 의도에 대해서는 성실한 노력이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이걸 시작으로 조선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 중 감춰지고 놀림을 받던, 숨어 지내고 구석에 몰려 있어야만 했던 이들이 기생 말고 또 어떤 사람들이 있었는지 생각해보고 찾아볼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베를린 누아르 1 : 3월의 제비꽃 (북스피어X) 개봉열독 X시리즈
필립 커 지음, 박진세 옮김 / 북스피어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베를린에 필립 말로가 있었다면 어떤 활약을 펼쳤을까?

 

 

 

베를린 누아르 혹은 베른하르트(베르니) 귄터 시리즈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 않았다. 하드보일드 소설 혹은 범죄소설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소문처럼 전설처럼 알려졌다고 하지만 그다지 그쪽 분야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 많지 않은지 생소하게만 들렸다.

 

어렵사리 국내에 번역-출판이 됐다는 베를린 누아르 3부작에 대해서 주목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어차피 범죄소설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그리 없을 것이니 당연한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도 관심 있어서 알게 된 것이 아니라 어쩌다보니 알게 됐고 우연찮게 읽게 됐다.

 

저자인 필립 커의 기본적인 세계관은 레이먼드 챈들러가 창조한 위대한 (추악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타락한 기사이자 범죄소설 주인공의 영원한 교본과도 같은) 필립 말로가 베를린에서 활동했다면? 이고 그 설정은 무척 흥미로운 구석이 있다. 다만 아쉽게도 그 흥미로운 생각은 생각 이상의 무언가를 안겨주지는 못하고 있다.

 

이 시리즈의 첫 번째 소설 ‘3월의 제비꽃을 읽으면서 주인공 귄터의 모습은 필립 말로의 모습을 많이 찾게 된다. 동일 인물이라고 말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냉소적인 말투와 독백들

허무와 염세가 잔뜩 묻어나는 모습

당돌하거나 건방지다고 말할 수 있는 행동

두려움 없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모습들과 반골기질 혹은 반발심으로 가득한 모습들

전혀 고분거릴 생각 없는 위태로운 모습

 

필립 말로가 자주 보여줬던 모습을 많이 확인할 수 있고 저자는 그걸 멋지게 재현해내고 있다. 다만 그 반복은 그저 반복에 머물러 있어 한편으로는 반갑다가도 다른 한편으로는 실망도 하게 된다.

 

필립 말로의 그림자가 너무 짙지만 다행인 것은 이 시리즈가 영리하게 흥미로운 시대와 배경 속에서 활동하도록 해 생동감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1936년 독일

 

저자는 나치가 득세하던 시절의 독일이라는 공간을 히틀러에 열광하고 찬양하던 시기의 베를린을 무대로 이야기를 만들어 이색적인 분위기를 그리고 색다른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단순히 범죄소설로서 완성하는 것이 아닌 역사소설의 성격을 더해서 읽는 재미를 만들고 있고 그래서인지 그 당시의 불길하면서도 폭발직전의 광기를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광기에 빠졌거나 광기가 거슬렸던 사람들 모두 질식 직전의 그 당시를 신경 쓰이도록 생각해보도록 만든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아쉽게도 무대와 시대적 배경은 흥미롭지만 귄터가 겪는 사건 자체는 특색이 있다고 말하기가 어려워 색다름 이상을 찾지는 못하게 된다.

 

수상한 의뢰

살인사건과 잃어버린 물건

수수께끼들

사건을 파고들수록 점점 더 늘어나는 의문들

겉으로는 안정된 것 같지만 비밀국가경찰-게슈타포로 대표되는 넘치고 만연된 폭력과 위협

나치 시대의 베를린의 겉모습과 그리고 음침한 뒷모습

구불거리며 진실을 조금씩 찾아가지만 계속해서 뒤집어지고 뒤바뀌는 상황

숨겨진 진실을 찾아내고 그 과정에서 예측 가능한 반전 그리고 허탈한 마무리까지

 

사건의 진행은 어지럽고 복잡하게 만들고 있고 계속해서 새로운 정보와 등장인물 그리고 수수께끼가 내놓아진다. 열심히 읽지 않고 적당하게 읽다보면 대충 어떤 식으로 반전이 있을 것이고 상황이 뒤집어질지 예상할 수 있고 크게 틀리지 않는 수준으로 그런 진행을 보인다. 그렇다고 진부하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다. 읽는 재미는 충분히 있으니 나쁠 것 없는 완성이라 말할 수 있다.

 

그저 그렇고 전형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진행을 보이다가 갑작스럽게 사건의 진행은 속도를 내고 그렇게 약간의 반전으로 마무리하리라 생각했지만 느닷없이 저자는 이 소설이 나치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하려고 한다.

 

다하우 강제 수용소

 

끝부분의 약간을 할애해서 저자는 그 시대의 잘못을 분명하게 알려주려고 하고 있다. 밋밋하게 다루기보다 미치광이들이 어떻게 날뛰었는지 조금이나마 알게 해주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 주인공 귄터를 수용소에 향하도록 만들고 이건 일부러 의도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야기 진행을 더 흥미롭게 만들기보다는 나치의 광기를 더 직접적으로 폭로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그렇지만 이런 식의 진행보다는 오히려 귄터가 나치 시대의 광기에 대해서 처음부터 반감을 갖고 있는 주인공이 아닌 무관심하고 모호한 태도를 보이다가 점점 적나라한 진실을 알아가며 환멸하게 되는 인물로 그렸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저자라면 그런 식으로도 충분히 잘 풀어냈을 수 있으리라 생각해서 조금은 욕심이 나게 된다.

 

처음부터 나치에 대해서 그리고 그 시대 정서에 대해서 분명하게 부정적인 입장이기 때문에 쉽게 귄터라는 주인공에 호감을 갖게 되지만 그건 너무 간단한 방식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필립 말로를 좋아하고 귄터나 필립 말로처럼 냉소적이고 제멋대로인 주인공을 좋아하기 때문에 재미를 느끼며 읽기는 하지만 약간의 아쉬움 또한 느끼게 된다.

 

좋게 생각한다면 무척 흥미롭고 범죄소설이 만들 수 있는 여러 재미들로 꾸며진 소설이지만 달리 본다면 필립 말로가 나치 시대의 베를린에서 등장하고 있을 뿐이다. 훌륭한 재현이지만 새로울 것 없기도 한 결과물이기도 할 것 같다.

 

이걸로 끝이었다면 단정하면서 마무리를 하겠지만 3부작 시리즈이니 그리고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시리즈가 이어졌다고 하니 어쩐지 다 읽어보고 판단하고 있다.

 

매력 있으니까.

 

누가 필립 말로를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했을까? 그것도 나치 시대의 베를린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치의 무늬 - 시사 고종석 선집
고종석 지음 / 알마 / 201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종석의 글에 대해서는 항상 높게 평가하고 있다. 그의 글은 잘 읽히고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이해하기가 쉽다. 좋은 글이고 닮고 싶은 글이다. 어떻게 하면 저런 식으로 글을 쓸 수 있을지 골몰하게 만든다. 부럽지만 내 능력으로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 같다. 글 이전에 그런 글을 쓸 수 있게 만드는 생각이 아직 바로잡혀지지 않은 것 같다.

지금은 절필했지만 활발한 활동을 하던 시절의 글들을 모은 선집을 통해서 얼마나 좋은 글쓰기를 보여주었는지 확인할 수 있고 시사에 관한 글을 묶은 ‘정치의 무늬’는 문장가로서의 고종석의 능력과 함께 사회와 정치에 대한 예리한 시각도 엿볼 수 있는 글들로 엮어져 있다.

‘정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져 있다. 하나는 이곳저곳에 발표한 시사에 관한 짧은 글을 묶은 내용이고 다른 하나는 좀 더 긴 호흡으로 쓴 글들로 나눠놓고 있다. 짧은 글의 경우 그 당시의 주요 현안을 다루는 글이 많아 뒤늦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2012년부터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방식으로 되어 있어 그때 그런 일들이 있었지 라는 생각도 들고 지금 생각해보니 당시와는 달리 판단되는 내용도 있었다.

글쓴이의 경우 어떤 내용에 있어서는 날카롭고 지금 돌이켜봐도 틀리지 않은 판단을 보이는 경우가 많고 때때로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생각도 있지만 전체를 놓고 생각한다면 충분히 이해할만한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 아마도 스스로가 자유주의자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고 합리적인 비판이라는 입장을 계속해서 지키려고 했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기조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난 어떤 입장에서 무언가를 바라보려고 하고 판단하려고 하는 것인가? 항상 그걸 잊지 말아야할 것 같다.

뒷부분을 채우고 있는 긴 호흡의 글들은 글쓴이가 한국 사회에서 큰 문제점으로 생각하는 병폐에 대해서 좀 더 상세하게 다루고 있는 글이고 앞부분을 읽었다면 어떤 것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잘 알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2012년에서 시작해서 1997년으로 향하는 글쓴이의 글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낙관과 긍정보다는 비관과 부정이 큰 것 같다. 그리고 약간의 환멸과 허무도 언뜻 느껴진다. 여러 문제와 현안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모든 글에서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나아지는 것은 지지부진하기만 하고 좋아지는 것 별로 없으면서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어김없이 그렇게 되어버리는 과정을 지켜보는 입장이었을 것이니 이해되는 부분은 많다.

밝은 시기도 있었지만 어두컴컴했던 시기가 더 많아 글들에 우울함이 가득하지만 여러 입장들과 복잡한 상황 속에서 본질을 찾아보려고 하고 어째서 그런 상황이 벌어졌는지를 알아보려고 하는 저자의 분석력을 조금이라도 본받고 싶기 때문인지 술술 읽혀지면서도 어떻게 해야만 저런 시각을 가질 수 있을지를 또한 생각해보게 된다.









참고 : 고종석의 글에 대해서 말할 때 온라인(SNS)에 개인적으로 쓰는 글은 다른 평가를 하게 될 때가 많다. 한 사람의 전혀 다른 방식의 글쓰기를 보게 되는 것도 특색이라면 특색일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리랑 (리커버 특별판) - 조선인 혁명가 김산의 불꽃 같은 삶
님 웨일즈.김산 지음, 송영인 옮김 / 동녘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예전 아리랑 - 조선인 혁명가 김산의 불꽃 같은 삶을 읽었었지만 그때는 일제강점기 시절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던 시절이었고 당시에 활동한 독립운동가와 혁명가들에 대해서도 널리 알려진 이름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너무 아는 것이 없는 것 같아 조금이라도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어떤 식으로 시작해야할지 막연했고 되는대로 팟캐스트 이박사와 이작가의 이이제이를 듣거나 다큐멘터리를 보거나 하는 정도였다.

 

한국 사회가 너무 한쪽으로 기울어진 이념 성향 때문에 좌익과 좌파 혹은 무정부주의자로 분류되는 인물들의 활동에 대해서는 알 수 있는 방법도 별로 없고 알려진 사람도 많지 않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고 독립운동가와 혁명가들에 대해서 국가와 사회가 너무 무관심하다는 것도 알게 됐다.

 

알아야 할 것은 잘 알려고 하지 않고 중요하지 않은 것에만 관심을 갖는 것 같다.

 

...’을 의무감으로 읽었고 건성으로 읽었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됐고 개정판에는 여러 내용들이 더해졌다고 들어 새로운 기분으로 개정판을 읽어보니 좀 더 세세하게 설명해주는 내용들이 있어 훨씬 읽기 편했고 처음보다는 많은 부분을 더 이해하며 읽을 수 있었다.

 

김산이라고 알려진 조선인 혁명가의 삶에 대한 내용인 ...’는 단순하게는 자서전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런 식으로 읽기 보다는 한 사람의 삶의 발자취를 살펴보면서 일제의 침략 속에서 중국 공산주의 운동은 어떠했으며 독립운동가들과 혁명가들이 어떤 식으로 중국에서 활동을 했고 수많은 어려움과 궁핍함 속에서도 신념을 잃지 않는 모습들과 계속되는 좌절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자신을 성숙시키는 과정 등 여러 방식으로 읽을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읽으면 읽을수록 더 감동적이게 되는 것 같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읽다보면 어떻게 이렇게 살 수 있었을까? 나는 이런 삶을 살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그러지는 못할 것이라는 부끄러움을 느끼면서 이런 분들의 삶을 조금씩이라도 알아가며 살아가야겠다는 다짐도 해보게 된다.

 

우연하게 님 웨일즈가 김산과 만나 지금까지의 삶을 알게 된 사연

김산의 어린 시절에 대한 회상 그리고 당시 조선인들은 어떤 식으로 살아었는지

반항심으로 가득한 소년 김산이 겪은 3.1운동과 일본 유학시절

일본에서 돌아와 소련으로 향했지만 도중 중국에 머물게 된 이유

상하이에서의 생활과 여러 활동가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생겨나는 정치적 신념

활동가들 중 특별히 기억나고 인상적인 인물들에 대한 평가

독립과 혁명에 대한 생각과 그걸 이루기 위해 어떤 삶을 살 것인지에 관한 다짐들

가족 생계 사생활 여성 결혼 등에 관한 개인으로서의 생각

민족운동 무정부주의 테러리즘 톨스토이 맑스(마르크스) 레닌 그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고민

혁명을 위해서 조국을 위해서 언제라도 목숨을 버릴 수 있다는 결심

각종 다툼과 갈등 내부투쟁들 지지부진한 혁명운동

광둥코뮌 그리고 처참한 패배와 이어지는 백색테러

하이루펑으로 그리고 계속해서 뒤쫓기며 병들고 쇠약해져가고

상하이로 베이징으로 만주로 떠돌며 겪는 여러 사건들 사람들

세상에 대해서 이론과 실천에 대해서 다듬어가고 고쳐나가는 과정

체포 베이징에서 조선으로 고문 재판 석방 그리고 다시 베이징으로

오해 비방 결백 노선투쟁 좌절 절망 분노 슬픔 그리고 변증법적 깨달음

대중운동 변절자들 헌신적 사랑 결혼 삶과 혁명 이론에 대한 재점검

여러 노선과 운동을 공동전선으로 결집시키려는 노력

활활 타올랐던 굴곡진 인생을 되짚으며 들려주는 패배하더라도 좌절하지 않는 삶

 

한 사람의 삶이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생애였고 그렇기 때문에 읽어가면서 계속해서 어떻게 이렇게 살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만 들게 됐다.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알려줬어도 놀라움 가득하지만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면서

 

이론과 실천에 대해서

자신의 내면과 세상에 대해서

혁명과 민주주의에 대해서 등

 

삶과 이론 그리고 실천을 하나로 합쳐내 알려주는 ...’의 마지막 장인 패배하더라도 좌절하지 않는 자만이는 험난한 삶을 살아온 그가 지나온 삶을 통해서 무엇을 깨달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만 할 것인지 선언하듯 말하고 있고 그의 생각을 계속해서 읽어보게 하고 그 결론에 깊은 감동을 느끼게 만든다. 하지만 그 감동은 기쁨의 감동이 아닌 슬픔의 감동일 것 같다. 뜻하지 않은 죽음으로 삶을 마감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런 기분이 들기만 한다.

 

어지럽다는 기분이 들 정도로 험난하기만 했던 삶과 고통과 고민 그리고 괴로움으로 가득한 생각 속을 허우적거리다 빠져나온 기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감동적이고 쉽사리 잊을 수 없는 책일 것 같다.

 

나와 같은 소심하고 비겁한 사람이 말하면 안 되겠지만 조금이라도 본받고 싶고 그 삶을 아주 조금이나마 따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꼭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삼저주의
구마 겐고.미우라 아쓰시 지음, 이정환 옮김, 임태희 감수 / 안그라픽스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작고

낮고

느린


삼저 三低





‘자연스러운 건축’을 읽고 내용이 마음에 들어 곧장 이어서 건축가 구마 겐고와 사회학자 미우라 아쓰시와 대화를 나눈 내용을 엮은 대담집 ‘삼저주의’를 읽게 됐다.


구마 겐고는 그동안 발표했던 글을 통해서 기존의 건축과는 다른 건축이 필요하다는 자신의 생각을 계속해서 말해왔고 그 입장을 건축적으로 시도했고 큰 주목을 받아왔다. 그런 구마 겐고의 입장과 시도를 사회학자 미우라 아쓰시는 앞으로 도시와 사회는 작고 낮고 느린 (기존의 크고 높고 빠른 삼고에서) 삼저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자신의 생각과 일치한다고 보고 대담을 요청했고 구마 겐고는 그 요청에 응해 이 대담집은 만들어질 수 있었다.


둘의 대화는 서로 생각이 맞는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답게 공통된 입장에서 자신의 생각들을 모으고 있고 다양한 사례와 영역을 넘나들며 끝도 없는 대화가 이어지고 있다.


때때로 근심과 고민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경쾌함으로 가득한 대화였다. 


주제나 이야기의 주도권은 대담을 요청한 미우라 아쓰시가 갖고 있고 열정적으로 말을 토해내는 미우라 아쓰시에게 구마 겐고는 가볍게 동조하듯이 혹은 그 주장에 보충하거나 덧붙이듯 자신의 생각을 간결하게 말해주고 있다.


그들이 대담을 나눈 당시의 일본은 계속되는 저성장과 경제침체의 상황이었고 자민당의 장기집권에서 잠시 민주당으로 정권이 교체되기도 했던 상황이라 뭔가 무기력하면서도 어떤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시기였을 것이고 그들의 대담은 그런 변화가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앞으로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건축을 중심으로 도시와 사회에 대해서 여러 가지를 살펴보고 있다.


대담이기 때문에 읽기가 어렵지 않았지만 대화를 나누면서 언급되는 내용들 중 생소한 것들도 많았고 일본 사회에 대해서 모른 것이 많아 그들이 언급하고 주목하는 내용들에 크게 공감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마치 그래야만하고 그럴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삼저를 주장하고 있는 미우라 아쓰시의 입장에는 분명 관심이 가고 참고해야 할 부분이 있지만 너무 강요하듯 말하는 것 같아 때로는 불편한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 조금은 조심스럽게 그의 생각을 살펴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


한국 사회도 지금 일본 사회가 겪고 있는 상황을 곧 겪으리라 예측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나누는 대화는 단순히 일본 사회에 대한 고민과 근심으로만 읽혀지진 않게 된다. 한국 사회의 강한 삼고주의가 조금씩 무너지고 있고 다른 가능성을 찾아봐야만 하는 지금 시점에서 ‘삼저주의’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있는 이무라 아쓰시와 부드럽게 그 생각을 받아주고 여러 추가되는 내용들을 알려주는 둘의 대화에서 막힘없이 다양한 영역을 얘기하는 말솜씨와 지성에 감탄하며 읽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