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무늬 - 시사 고종석 선집
고종석 지음 / 알마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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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의 글에 대해서는 항상 높게 평가하고 있다. 그의 글은 잘 읽히고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이해하기가 쉽다. 좋은 글이고 닮고 싶은 글이다. 어떻게 하면 저런 식으로 글을 쓸 수 있을지 골몰하게 만든다. 부럽지만 내 능력으로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 같다. 글 이전에 그런 글을 쓸 수 있게 만드는 생각이 아직 바로잡혀지지 않은 것 같다.

지금은 절필했지만 활발한 활동을 하던 시절의 글들을 모은 선집을 통해서 얼마나 좋은 글쓰기를 보여주었는지 확인할 수 있고 시사에 관한 글을 묶은 ‘정치의 무늬’는 문장가로서의 고종석의 능력과 함께 사회와 정치에 대한 예리한 시각도 엿볼 수 있는 글들로 엮어져 있다.

‘정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져 있다. 하나는 이곳저곳에 발표한 시사에 관한 짧은 글을 묶은 내용이고 다른 하나는 좀 더 긴 호흡으로 쓴 글들로 나눠놓고 있다. 짧은 글의 경우 그 당시의 주요 현안을 다루는 글이 많아 뒤늦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2012년부터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방식으로 되어 있어 그때 그런 일들이 있었지 라는 생각도 들고 지금 생각해보니 당시와는 달리 판단되는 내용도 있었다.

글쓴이의 경우 어떤 내용에 있어서는 날카롭고 지금 돌이켜봐도 틀리지 않은 판단을 보이는 경우가 많고 때때로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생각도 있지만 전체를 놓고 생각한다면 충분히 이해할만한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 아마도 스스로가 자유주의자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고 합리적인 비판이라는 입장을 계속해서 지키려고 했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기조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난 어떤 입장에서 무언가를 바라보려고 하고 판단하려고 하는 것인가? 항상 그걸 잊지 말아야할 것 같다.

뒷부분을 채우고 있는 긴 호흡의 글들은 글쓴이가 한국 사회에서 큰 문제점으로 생각하는 병폐에 대해서 좀 더 상세하게 다루고 있는 글이고 앞부분을 읽었다면 어떤 것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잘 알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2012년에서 시작해서 1997년으로 향하는 글쓴이의 글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낙관과 긍정보다는 비관과 부정이 큰 것 같다. 그리고 약간의 환멸과 허무도 언뜻 느껴진다. 여러 문제와 현안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모든 글에서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나아지는 것은 지지부진하기만 하고 좋아지는 것 별로 없으면서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어김없이 그렇게 되어버리는 과정을 지켜보는 입장이었을 것이니 이해되는 부분은 많다.

밝은 시기도 있었지만 어두컴컴했던 시기가 더 많아 글들에 우울함이 가득하지만 여러 입장들과 복잡한 상황 속에서 본질을 찾아보려고 하고 어째서 그런 상황이 벌어졌는지를 알아보려고 하는 저자의 분석력을 조금이라도 본받고 싶기 때문인지 술술 읽혀지면서도 어떻게 해야만 저런 시각을 가질 수 있을지를 또한 생각해보게 된다.









참고 : 고종석의 글에 대해서 말할 때 온라인(SNS)에 개인적으로 쓰는 글은 다른 평가를 하게 될 때가 많다. 한 사람의 전혀 다른 방식의 글쓰기를 보게 되는 것도 특색이라면 특색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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