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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 Touch 소장판 1~11 세트 - 전11권 (완결)
아다치 미츠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참고 : https://namu.wiki/w/%ED%84%B0%EC%B9%98(%EB%A7%8C%ED%99%94)
애니메이션 ‘터치’를 보게 되니 아다치 미츠루의 원작도 보고 싶어 다시 보게 됐다. 예전보다는 좀 더 재미나게 즐길 순 있었지만 여전히 이것보다는 ‘H2’가 더 마음에 든다.
1980년대(1981 - 1986)에 연재가 되었기 때문에 지금 봐서는 조금은 부족한 그림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다치의 작품을 아는 사람은 어느 정도 자리 잡은 그림이라 할 수 있고, 여러 가지로 그의 만화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특징-개성을 많이 찾게 돼 이걸 최고로 꼽는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다치 작품 전체에 나타나는 특징인데 소재만 스포츠에서 따오고 정작 스토리는 풋풋하면서도 아련한 소년 소녀들의 청춘물”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어느 순간에는 야구에 집중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는 너무 청춘물로만 봐서는 안 된다. 야구에도 집중하는 순간이 그 몰입이 무척 진지할 때도 있다. 사랑과 야구 둘 다 느슨함을 보이지 않는다.
“지금이야 고전이고 터치의 공식을 충실히 따른 작품들이 많아졌지만, 당시에는 가히 혁명적인 작품이었다. 이 터치로 인해 일본 만화의 트렌드가 바뀌어버린다.
1. 열혈, 근성으로 가득 찬 주인공 -> 느긋하고 여유를 지닌 주인공
2. 특훈 한 번으로 필살기를 익히며 순식간에 파워 업 -> 3년에 걸쳐 실력을 차근차근 쌓아감
3. 교활한 악당 역할의 라이벌 -> 매력적이고 근성 있는 라이벌(닛타 아키오)
4. 타인의 꿈을 이어받아 이루어감
5. 이 녀석도 사실은 좋은 녀석이었어
이때까지만 해도 야구 만화는 근성, 열혈물의 대표격이었지만, 아다치 미츠루의 세련된 감성으로 그려낸 터치의 탄생으로 그 인상이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그만큼 터치는 독창적이었고 대중적이었다.”
이 만화의 가장 큰 특징은 3년이라는 시간의 흐름을 따라 서서히 주인공(타츠야)의 성장을 따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정신적이든 선수로서든 단번에 능력이 올라서기도 하지만(타고난 재능이 언제나 밑바탕에 있다), 여러 난관과 노력이 곁들여져 뛰어난 재능이 꽃피워지는 과정 또한 보여주고 있다. 다만, 상대적으로 주변 인물들(마츠다이라 코타로 외)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다루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H2’에 비해서는 개별적인 등장인물들의 개성은 약하다 할 수 있다. 반면에 좀 더 (일본) 고등학교 야구가 갖는 매력을 잘 살려내고 있기도 하다. 아다치의 만화를 보게 된다면 누구나 여름 무렵 괜히 고시엔 대회를 알아보게 될 것이다.
“일본의 국민 만화 중 하나로 엄청난 인기를 자랑한다. 역대 일본 야구 만화는 물론 만화 중에서도 최고 수준의 인지도 및 인기를 자랑한다. 일본 만화 최초로 단행본 발행 부수 5,000만 부를 달성한 만화이며, 최근에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1억 부 이상 팔렸”으며 “아다치의 작품 중에서 국내에서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H2와 비교할 경우, 일본에서는 H2는 아다치 올드팬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지지를 받는 데 비해서 터치는 국민 작품으로서 부각 되어 있다. 지금도 인기가 지속 되고 있을 정도”지만 이상할 정도로 아다치의 만화 중 덜 관심이 가게 되는 만화이기도 하다.
어째서일까?
그건 아마도 이 만화에 짙게 깔린 죽음이라는 그림자 때문인 것 같다. 어떤 의미에서 이 만화의 주인공은 우에스기 타츠야가 아닌 급작스럽게 죽은 우에스기 카즈야라 할 수 있다. 내용이 진행되는 중에 죽었고 계속해서 언급되고 있을 뿐이지만 이 만화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죽은 카즈야라 할 수 있다. 그게 아니라도 최소한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 있다.
우에스기 가족은 타츠야에 대해서는 그가 존재하는지를 의심될 정도로 무관심하지만 살아 있을 때도, 죽은 다음에도 카즈야에 대해서는 항상 언급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타츠야의 라이벌 닛타 또한 과연 타츠야와 승부를 겨루려는 것인지 카즈야와 상대하는 것인지 헷갈리게 될 정도로 이 만화에서 카즈야의 존재는 무척 중요하다. ‘햄릿’을 독특하게 비틀어내고 있다고 해야 할까? 어떤 경우는 죽은 것은 타츠야고 카즈야가 타츠야로 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카즈야의 죽음 이후 ‘터치’는 하나의 거대한 추모제라 할 수 있다. 카즈야를 위해 갑자원 진출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한 일종의 진혼곡과 같다. 길고 긴 장례식이라 할 수 있고, 원혼을 달래기 위한 애달픈 노력처럼 느껴지게 된다. 그런 점 때문에 ‘터치’는 즐기기보다는 불편한 기분으로 보게 된다.
그런 점은 ‘H2’ 또한 언뜻 보여주고는 있지만 ‘터치’ 수준으로 강도 높진 않기 때문에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터치’는 그걸 즐기진 못하게 된다. 너무 강렬하고 (죽음이라는) 깊은 어둠이 너무 짙다.
등장인물의 죽음과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이뤄지는지를 이처럼 매력적으로 다룬 만화는 없을 것이다. 반대로 죽음이라는 그림자를 벗어나기 위해서 노력하지만 그럴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이렇게 담백하게 다룬 만화도 없을 것 같다.
어떤 의미에서는 무척 가볍게 다루고 있고, 반대로 무지막지하게 무겁게 다루고 있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터치’는 계속해서 언급될 것이고 다뤄지게 될 것 같다. 생각보다 까다로운 만화라는 뜻이다. 그래서 이 만화가 재미나기도 하지만 거리감을 느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