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비스트로스 - 시공 로고스 총서 4 시공 로고스 총서 4
에드먼드 리치 지음, 이종인 옮김 / 시공사 / 1998년 8월
평점 :
절판


생각보다는 빨리 읽게 되었다.
내용이 짧기는 하지만... 그래도 요즘에는 예전보다 책을 읽을 시간이 부족해져서 제대로 책을 읽지 못하고 있는데 그나마 한달에 한두권은 읽고 있으니 노력은 하고 있는 것 같다.
 
바로 직전에 읽은 '사물의 분류'가 상당히 만족스러운 내용이었기 때문에 '분류'라는 것에 관해서 갖고 있는 책 중 가장 읽을만한 책들을 뒤적거리던 중에 '감시와 처벌'은 나중에 읽기로 하고(한번 읽어봐서 다시 머리 아프고 싶지가 않다. 다시 읽기는 해야할 것 같은데... 조금은 미뤄야할 듯?) 헌책방에서 줍듯이 구한 '레비스트로스'에 대한 책을 읽기로 했다.
 
구입할 때는 단순히 입문서로 생각하고 샀는데,
읽어보니 입문서가 아니라 레비스트로스의 이론에 대한 해설과 그에 대한 비판을 하는 책이었다. 나름 입문서이기는 하지만 실컷 설명하고 이게 왜 틀린 말인지에 대해서 읽어야 하니(그래도 인정할 것은 인정해준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 대해서 대충이나마 알려고 읽는 사람한테는 '어쩌라는거야?'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레비스트로스에 대해서 알게 되었으니 나름 소득은 있었다.
 
요즘에는 열기가 조금 식은 것 같지만,
몇년전까지 프랑스 출신 학자들의 학문적 결과물들이 한국 인문학계에 엄청난 인기를 누렸었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그 열기는 과도한 거품이 섞인 것 같았다.
때늦은 소리일지도 모르지만 그건 관심이라기 보다는 단순한 '인기'였던 것 같다.
제대로 읽지도 않고(읽기나 했을까?) 그냥 다양한 입문서들을 읽고 얼추 감을 잡은 다음에 순식간에 그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종알거렸었던 것 같다.
 
무슨 말만 꺼내면 탈주고 차연이었으니.... 지금생각하면 얼마나 대책없는 바보들이었을까?
 
그렇게 인기를 얻었던 프랑스 학자들 중에서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찬밥 취급당한 사람들이 아마도 레비스트로스와 롤랑 바르트 아닐까?
관련 서적들도 가장 적게 번역된 것 같기도 하고...
어째서인지는 모르겠다. 뭐,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일지도 모르니까.
(하루종일 책을 읽고 공부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어떻게 알겠나? 그냥 걔네들 취향이 아닌가보지? 하는 생각으로 넘어가면 될 것 같다)
 
롤랑 바르트와 레비스트로스는 어느정도 '구조주의'라는 흐름에 적합한 사람들로 통하고 '기호학'적인 요소도 많기 때문에 사회학이나 인문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나름대로 관심을 갖을만한 사람들이기는 하지만... 워낙 난해하기 때문에 그다지 권하기는 힘들 것 같다.
 
바르트의 책은 읽어본적도 없고(전혀 문외한이다), 레비스트로스도 그의 학문적 업적과는 상관없는 '슬픈열대'(읽다가 지쳐서 쓰러질 뻔 했다. 이거 번역한 사람은 과연 어떤 심정이었을까? 남들이 다 좋다고 하는데... 나는 그냥 그랬다)를 읽었을 뿐인지라 나중에 그들에 대한 책을 읽을 때 조금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라고 말하지만... 과연 그들의 책을 읽을 일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ㅋㅋ
 
책은 그의 이론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정리하기 보다는 (저자가 처음부터 언급했듯이) 중기부터 다루고 초기와 후기를 오가는 방식을 취해서 조금은 애매하게 느껴지게 만든다. 나름대로 그의 이론적인 관심들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잘 얘기해주려 하고 있지만 많이 난해하기 때문인지 처음으로 접하는 사람으로서는 조금은 애매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역시나 입문서이기 때문에 나중에라도 뒤적거리게 만들 정도의 '최대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했던 것 같다.
친족구조나 은유와 환유에 대한 부분들은 나중에라도 읽어볼 것 같다.
구조적 이항대립이나 언어학에 대한 내용도 썩 기본적인 것들을 설명해주는 것 같기도 하고.
 
싼맛에 샀는데... 역시나 싼게 비지떡이었다.
 
날도 더운 여름인데... 골치아픈 책들을 피하고 재미나게 읽을 책들을 읽어야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07-08-10 0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솔직한 감상이 맘에 들어서 추천!
베스트 셀러가 가장 읽히지 않는 책이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레비스트로스, 롤랑 바르트 입에 붙은 이름이긴 하지만, 잘 모르는 분들... 머리 아플거 같은 독서는 저도 피하는 중이라... ^*^

배군 2007-08-10 0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좋은 선택이시군요.
 
사물의 분류
제프리 C. 보커.수전 리 스타 지음, 주은우 옮김 / 현실문화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살아가면서 무언가를 분류하고 범주화(목록화 혹은 그룹화 등등) 시키며 살아간다.
사회학을 공부 좀 했다고 까불면 계급과 정치적 성향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고,
살림살이에 눈을 뜨면 세탁용 빨래와 손빨래 그리고 세탁소에서 드라이 크리링하는 식으로 옷가지를 분류한다.
우리는 어렵게 설명할 필요도 없이 끝없이 무언가를 나누고 또 나눈다.
자신의 하드디스크에 있는 mp3와 avi 파일들을 입맛대로 나누고,
작성한 문서들과 여러 파일들도 자신의 기준에 따라서 각각의 폴더를 만들고 나눈다.
 
이렇게 나누고 또 나누는 과정속에서 우리는 항상 의외의 복병을 만나게 된다.
바로 그것은 '기타 혹은 등등(?)'이라는 범주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따로 관리하자니 뭔가 찜찜한.
바로 그런 범주가 언제나 만들어지고 우리는 그것을 대면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그것은 전형적인 '계륵'이고 이것은 우리에게 또다른 선택을 강요하게 된다.
그것을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질문에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대답하게 되고 이 책은 바로 그 대답이 생각보다 만만한게 아니라는 것을 제대로(혹은 질리게... 이제 몇 페이지짜리 책인줄 아는가?) 알려준다.
 
농담과도 같지만 우리가 자주 대면하는 저 기타등등 들을 저자들은 마치 푸코가 말해주었던 타자들과 라깡을 읽다가 알게 되는 (다른건 다 까먹게 되는데 유일하게 기억하게 되는) '실재'라는 것을 말해준다. 그리고 책을 읽게 되면 이들은 생각보다 진지하고, 그리고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것들이 의외로 누군가의 삶을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들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연히 헌책방에서 구한(땡스~!) 두꺼운 이책은 알쏭 달쏭한 제목처럼 내용도 펼친 다음에는 과연 이것을 읽어야 할 것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저자들은 맑스, 정신분석, 기능주의, 민속방법론, 아날학파, 푸코, 구조주의, 최신 미국 사회학 이론들,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관한 몇몇 지식들, 의료체계 등등 별의별 잡지식들에 통달하고 위의 이론들에 대한 부분적인(어쨌던 대충은 알아먹을 수 있는) 지식들이 있어야만 책을 보다 수월하게(혹은 뭔소리인지 제대로 이해하며) 읽을 수 있게 만들 정도로 이론적으로도 탄탄한 사람들이고, 다양한 사례들과 자료들을 뒤적거리면서 이론으로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현실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충분히 인식하면서 설명을 해주기 때문에 위의 이론들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나와 같은 독자들도 꾸우욱~ 참으면서(읽다가 집어던지고 싶은 마음이....) 읽어나갈 수 있도록 만든다.
 
첫장은 우리가 자주 실제 생활에서 이뤄지지만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분류'라는 것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다음으로 역사적으로 분류에 관한 가장 자료가 충실히 보존되고 있는 ICD라는 의료분류에 관한 단체에서 그들이 어떻게 분류를 시작하게 되었는지와 시대적 변화와 함께 분류의 기준이 어떻게 변화하였고 어떤 새로운 것들이 등장했으며 그러한 기준과 분류가 등장하며 벌어졌던 갈등과 정치적 이해관계, 지역적인 견해차이에 대해서 말해준다.
 
이후 내용은 비슷한 결핵에 대한 분류와 인식의 변화를 설명해주고,
단순하고 각자의 필요에 의한 것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분류가 실제 삶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 것인지 가장 극단적인 경우의 하나인 남아프리카 인종분류에 대해서 논한다.
 
이후의 내용도 간호사들에 관한 업무분류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지루한 공방전과 그로 인한 업무에 대한 각자의 견해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려주고, 마지막은 자신들의 논의를 정리하며 마무리를 짓는다.
 
책에 대한 설명을 듣는 사람들은 이건 이미 푸코가 광인과 임상의학, 권력의 감시와 처벌에 대한 논의들을 공부한 사람들에게는 너무 익숙한 것이 아닌가? 라는 반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푸코에 대한 많은 지식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이론들을 실제 사례들에 적용한 것과 같은 느낌이 들 것이다(나도 이런 생각을 하며 읽어내려갔다. 그렇게 생각하며 읽으면 보다 편하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점은? 보다 많은 것을 놓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푸코와 다른 것은 보다 논의를 깊게 들어가고(푸코는 권력의 시선으로 옮겨가고 어떻게 권력이 작동하는 것인지 보여준다) 그 심연으로 들어가는 순간, 우리는 생각보다 더 복잡한 '하부구조'라는 생각지도 못한 구조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문제는 생각보다 더 복잡해지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만들어준다.
그것은 더이상 권력의 망으로 설명하기 보다는 보다 난해해지고 주객은 전도되게 만든다.
시스템을 만들었지만 결국 시스템에 먹히는 (베버가 말한 그 지긋지긋한 철장을) 상황을 목도하게 된다.
 
저자들은 결말로 향하며 지극히 비관적인 예상을 하며 자신들의 글을 마치지만... 솔직히 이들이 생각하는 비관주의가 지식인들이 느끼는 실천없는 비관으로만 느끼기 힘든 것은 우리의 일상이 이미 너무 많은 것들이 시간의 흐름에 의해서 고정관념처럼 변화하기 힘들게 되었기 때문에 낙관적으로도 보기 힘들게 만들었다.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생각 이상으로 어려운 책을 읽은 것 같다.
역시나 사람은 자신이 읽기에 적정한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만든다.
그럼에도 한국에서는 거의 소개되지 못했던(푸코, 라깡, 데리다, 들뢰즈 사총사 덕분에 한국은 완전 프랑스 / 독일 철학과 이론들만이 먹히게 된 것 같다),  최근의 미국 사회학계의 관심분야 중 하나를 알게 된 것 같다.
 
나중에라도 뒤적거리게 될 것 같은 소중한 책이었다.
아쉽게도... 음미하지 못하고 맛도 제대로 못 느낀 것 같지만...
 
프랑스 / 독일의 머리속에서 빙빙빙 돌기만 하는 알아먹기도 힘들도 말하기도 힘든(말 더럽게 어렵고 길기는 왜 또 그리도 긴 단어들이 많은지) 이론들을 공부하는 사람들이나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조금은 신선하게 다가오게 만드는 책이고, 사회학을 공부하거나 공부를 한 뒤에 생활속의 실천이나 단체에서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보다 최근의 현실과 밀접하게 다가오는 이들의 관심과 주장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참고 : 좋은 책이지만 아쉽게도 오타가 몇군데 있다. 읽는데 문제가 되는 수준은 아니지만(그런 수준이라면 내가 찾아내지 못한다. 원서를 읽은 사람도 아닌데 번역이 이상하다는 식의 말은 내가 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이다) 그래도 좋은 책에서 이런 부분은 신경을 조금만 더 썼으면...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내가 찾은 부분들을 메일로 보내서 재판을 발행하면 수정을 하기로 했는데.... 과연 이게 재판이 나올 수 있으려나? 괜찮은 책이기는 한데, 누구도 자신들과 상관없는 책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
 
책을 펼치자마자 읽게 되는 이들이 자신들의 책이 도서관 분류에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공상과학으로 분류가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데, 이것은 농담이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인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역사는 힘있는 자가 쓰는가 - 난징의 강간, 그 진실의 기록
아이리스 장 지음, 윤지환 옮김 / 미다스북스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읽고 싶은 책이었는데,
인터넷 서점에서는 절판이 되어서 좋은 책이 절판되어 아쉽게 느꼈었는데 다른 제목으로 최근에 다시 출판을 하게 되었다.
물론, 본인은 헌책방에서 우연하게 예전 '난징대학살'로 출판된 책을 구입했지만.
 
최근까지 난징대학살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하고 있었다.
다른 책을 읽으면서 2차대전 시기에 일본군이 난징에서 엄청난 짓을 벌였다는 것은 조금씩 알게 되었지만 도대체 뭔짓을 했는지에 대해서 자세히 다뤘던 책은 못봤었다.
 
궁금은 했는데 그다지 열심히 조사할 생각은 없어서 잊고 있었는데,
2005년 2차대전 종전 60주년이라고 공중파 방송에서 여러가지 2차대전 관련 다큐들을 보여주어서 관심있게 보고 있었는데 난징대학살과 난징대학살에 관한 가장 대표적인 책을 발표한 아이리스 장에 대한 다큐를 한다고 해서 보게 되면서 난징에서 있었던 일에 대한 궁금증은 어느정도 해소되게 되었다.
하지만... 아예 모르고 사는 것이 속편하게 살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게 된다면 대부분이 사람들은 두가지의 느낌을 갖게 될 것이다.
하나는 인간성이라는 것이 이런 것인가? 라는 의문과 허탈감과 잔인성에 치를 떨고 읽기가 힘들 정도일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성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야! 라고 냉소적인 희열을 느낄 수 있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난징대학살'을 읽기 전에는 책 전체가 난징에서 있었던 끝없는 살육에 대한 내용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속편하게 읽기는 힘들 것 같아서 읽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살육에 대한 내용은 되도록 짧게(마음만 먹으면 백과사전 몇권 분량으로 만들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내용을 추려내고 전반부는 일본이 어떻게 2차대전의 광기를 갖게 되었는지 설명을 하고 함락되기 전의 중국의 정세와 군부의 움직임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며 보다 당시의 시대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다.
 
난징이 함락된 이후는 다큐에서도 다뤘던 많은 잔인하고 상상하기 힘든(단테의 지옥편을 현실에서 벌어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더 잔인하고 역겹게!) 일들을 말해준다. 읽으면서 가장 힘들게 읽게 되는 부분었고 이후의 내용은 난징이 함락되고 일본군의 광기로 인해 공포의 도시가 된 난징에서 중국인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던 외국인들(특히나 아이러니한 것은 중국인들의 많은 목숨을 구해주게 되는 사람은 중국 나치당 간부였다. 물론 그는 이전과 이후의 정황을 추측하면 인종주의적이지 않고 사회주의자로 볼 수 있었지만... 나치라기 보다는 전형적인 사회주의에 관심을 갖는 지식인 부류랄까?)을 볼 수 있을 것이고, 통제된 상황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목숨건 기자들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씁씁하지만 종전 이후에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서 어떻게 난징이 잊혀지고 일본은 과거를 반복하려고 하는지에 대해서 설명해준다.
저자의 말대로 책을 읽으면 특정 시기의 일본만이 아니라 현재의 일본 정치권과 지배층에 대한 극히 비판적인 시각을 갖게 되고 이것은 조금만 삐딱하면 '일본'이라는 것 모두에 대해서 경멸하게 만들 수 있는 상황이 되어가는 것 같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견해인 이성이라는 것이 모래성과 같아서 순식간에 허물어지는 순간을 목격할 수 있는 작품이다. 난징에서 일어난 일들과 당시의 일본 군대 내에서 벌어진 위계적이고 폭력적인 분위기가 광주에서 벌어진 상황과 겹치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도록 만든다.
 
일본군은 다른 국가의 국민들에게 벌인 일들이 한국에서는 불과 20여년 전에 같은 국가의 국민들에게 벌인 것을 생각하면 조금은 착잡하게 만들게 된다.
 
정치적인 이해관계로 인해서 아시아에서는 수많은 것들이 처리되지 못하고 지금도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을 보면 조금은 답답한 느낌이 든다.
모든 것이 정리되고 처리될 수 없다는 것도 알고는 있지만 최소한은 풀어내야할 것이 있다는 생각도 갖고 있기 때문에 해결할 수 없는 많은 숙제를 접하게 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간만에 정말 조금은 무언가 알게 된 느낌이 드는 책을 읽은 것 같다.
때로는 기분 좋은 것은 아니라도 알아야만 하는 것이 있는 것 같다.
이런 의미에서 나에게는 좋은 도움이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성의 역사 2 : 쾌락의 활용 나남신서 411
미셸 푸코 지음, 문경자.신은영 옮김 / 나남출판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제는 헌책방에 별게 다 들어온다.
이걸 헌책방에서 구입하게 될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ㅎㅎ 어려운 책이라 머리에 쥐가 나서 힘들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푸코의 책을 읽었기 때문에 흥미로웠다.
 
이상한 소리겠지만,
푸코에 대해서 말하는 많은 사람들은 '성의 역사 1 - 앎의 의지' 이후의 푸코에 대해서는 극히 거리감을 두는 것 같다.
 
푸코에 관한 책들에서도 '앎의 의지' 이후에 대해서는 거의 말해주지 않고 단지 그가 기존과는 달리 분석의 방식을 전환하고 맹렬하게 작업에 임하다가 장렬히 최후를 맞았다는 식으로 넘겨버린다(알다시피 AIDS로 인해 사망했다).
때문에 그가 죽기 진전까지 작업을 했던 성의 역사 4, 5권은 출판되지 못했고, 그가 몇번의 탈고를 거듭한 결과물만이 존재한다(출판을 절대 하지 말아 달라고 했으니, 출판이 될 가능성은 없을 것 같다. 혹시 스미스 씨처럼 불태워달라고 해서 불태워버렸을지도 모른다).
 
어쨌던 '쾌락의 활용'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분석을 했다.
'앎의 의지'에서 어느정도 자신이 그동안 끝없이 얘기했던 '권력'이나 기타 많은 것들을 직접 설명해주며 어느정도 자신의 그동안의 작업을 정리하는 느낌이 들게 만들었다면, '쾌락의 활용'도 기존처럼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내용을 전개하는 방식은 여전하지만(말 그대로 뒤집어서 생각하게 만드는데는 도가 튼 인간이다), 그가 말하려는 것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권력이나 감시 등등을 얘기하며 거대한 그물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묶여버리는(그리고 보는 자의 시선으로 자기 자신을 바라보게 되는, 정성일 씨의 말대로 밑에서 위를 보도록 만들거나 위에서 밑을 보게 만드는) 그의 이전 작품들에 비해서 보다 뜬금없어 진다.
이해했을리 없겠지만 그가 '쾌락의 활용'에서 말하는 것은 이전의 작업들이 어떻게 휘둘리게 되었는지에 대해서였다면 지금부터는 어떻게 너가 너로서 판단하고 지배할 것인지(이것 말고도 얘기를 하지만 큰 줄거리는 이거라고 생각된다) 말하고 있다.
 
그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행하지 않는,
자신의 욕망에 휘둘리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지배하고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지배당하지 않고 지배하는,
삽입되지 않고 삽입하는.... 등등등
 
푸코야 읽어도 읽은게 아니기 때문에 말하기는 부끄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대충 이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연구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였을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은 '쾌락의 활용' 부터는 푸코를 무시하고 모르는 척 하는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푸코에 대해서 얘기하는 사람들이 항상 '광기의 역사'나 '감시와 처벌' 등등을 끝없이 얘기하면서도 절대 '쾌락의 활용'과 '자기에의 배려'는 얘기하지 않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까?
 
지젝이 '삐딱하게 보기'에서 말년의 두 작품에 대한 한마디 촌평을 한것이 내가 읽은 두작품에 대한 평가가 전부이다. 그외에는 그는 관점을 달리 했고 그 결과물이 그것들이다 정도일 뿐이니까.
 
고대 그리스 시대의 성에 대한 관념과 남성애와 부부관계 및 연애술 등에 대해서 얘기를 하며 당시는 어떤 생각과 관심을 갖고 그것들을 다루었는지를 얘기하고 그것을 말하며 지금을 다시금 돌아보는 방식을 취한 푸코는 확신에 찬 느낌이라기 보다는 보다 곤혹스러운 느낌으로 말을 하는 것 같다.
 
너무 끊어서 읽었기 때문에 제대로 읽지 못한 느낌이었고,
어려운 부분이 많아서 이렇게 많은 말을 한다는 것이 못난 행동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읽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게 되는 단순한 인간이기에 이렇게 수다를 떨게 되는 것 같다.
 
여전히 그는 무언가를 생각하게 되면 떠오르게 되는 사람이고,
무언가를 판단할 때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보도록 권하도록 만든다.
 
 
 
간만에 책장에 묵혀둔 '감시와 처벌'을 끄집어 내게 만들도록 했는데...
이걸... 어쩌나? 다시 집어넣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호미 - 박완서 산문집
박완서 지음 / 열림원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좋은 동생을 둔 덕분에 좋은 책을 공짜로 얻어서 읽게 되는 것 같다.
박완서의 글은 접한적도 없고 이름만 들었을 뿐이었다.
그다지 국내 작가의 책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더라도 관심도 갖지 않았을 것이다.
 
주변에 이분의 글을 읽은 사람들도 보지 못해서 얼마나 알려졌는지와 어느정도의 많은 독자를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을 정도의 작가라면 아마도 국내에서 꽤나 알아주는 분일 것이다.
 
소설도 아닌 산문책이라서 그다지 읽는데 힘들지는 않았다.
술술 읽히면서도 이분의 생각과 삶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어쩐지 이런 생각은 살짝 갸우뚱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일흔이 넘은 연세의 분에게 나는 어떻게 생각한다는 따위의 말은 필요없을 것이다.
완벽한 사람도 없고 이정도의 생각과 글을 쓴다는 것은 존경을 받아야 하지 비난을 받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작가의 개인적인 어린시절의 추억과
해방 이전의 추억들을 떠올리며,
자신의 가족들과의 기억들을 말하면서도,
자신과 비슷한 세대를 대변하는 말도 한다.
 
전혀 다른 얘기를 하다가고 동시대에 관한 얘기로 능수 능란하게 넘어가는 그의 글쓰기 능력은 한없이 부럽게 느껴진다.
전혀 상관없는 얘기인 것 같으면서도 최근의 이슈와 세상살이에 대해서 뼈있는 한마디를 하는 작가의 세상에 대한 관심은 전혀 관심없고 다른 세상으로(거의 안드로메다 수준으로) 가버린 최근의 작가들의 글보다 만족스럽게 읽혀지는 것 같다.
 
그의 글을 읽으면서 떠올리게 되었는데,
산문집만 읽어서 느끼게 되는 감정이겠지만, 그의 글은 상큼한 봄나물과 같은 느낌이 든다.
신선하고 담백하다. 소박하기도 하고.
 
어떤 의미에서 그가 자신을 겸손하게 '속물'이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그말은 어느정도 맞는 소리일 것이다.
그녀는 적당히 인간적이고,
적당히 자연친화적이고,
적당히 자랑하기도 하고,
적당히 세상과 거리도 갖고,
적당히 세상 때를 묻히기도 했고,
적당히 비판적이다.
 
하지만... 작가가 이렇게 늙어서 노년을 보내는 것이 한없이 부럽기만 한 나로서는 살짝 고개가 숙여진다.
본인이 겸손하게 '속물'이라고 말하지만, 세상에 이런 속물들만 있으면 꽤 살만할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할머니를 만난 것 같은 느낌이랄까?
가끔 찾아가서 인사드리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드는 책이었다.
 
뭐, 산문집이 다 그렇겠지만.
읽지 못한 책들은 많은데 딱히 읽고 싶은 책들도 없는데,
아무래도 더워져서 그런 것 같다.
 
휴... 벌써 여름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