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키드
엘모어 레너드 지음, 김민혜 옮김 / 사람과책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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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엘모어 레너드는 국내에서 그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 많이 소개되어서 꽤 알려진 작가이지만 정작 그의 작품은 국내에 이제야 뒤늦게 소개되기 시작하고 있다. 몇몇 작품들이 번역되어 있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국내에는 그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영화들을 통해서 소개가 되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적절한 평가가 이뤄지고 있지 못하지만 범죄소설계에서 그의 위상은 비유를 하자면 아마도 데이빗 보위와 같은 존재일 것이다.

 

그의 다른 작품들은 읽어보지 못했기 때문에(혹은 읽어볼 수 없기 때문에) 그의 글쓰기 스타일이 어떤지 정확하게 알 수 없겠지만 ‘핫키드’와 그의 원작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영화들을 통해서 살펴보면 그는 전형적인 하드보일드 식 글쓰기를 보여주고 있고, 여러 캐릭터들을 통해서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핫키드’에서도 엘모어 레너드의 방식은 여전하고, 그는 금주법 시대를 배경으로 다양한 성향의 젊은이들의 모습을 통해서 그 시대를 그리고 청춘들을 담아내고 있다.

 

그의 가장 최근작이고 노년에 만들어낸 작품이기 때문에 큰 인상을 주기는 힘들지 모르겠지만 노장이 써내려간 글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이야기의 주된 주인공은 연방보안관 대리인 칼과 범죄자 잭인데, 그들은 비슷한 부모와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라났지만 그들의 성장과정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진다. 어린 시절 그들의 앞으로의 인생을 결정짓는 매우 인상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 둘은 동일한 경험을 하게 되는데, 그 경험을 통해서 그들은 전혀 다른 삶의 방향이 결정지어진다.

 

어떤 의미에서 칼과 잭은 동일한 존재이지만 전혀 다른 방향으로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 것이다. 둘 모두 ‘유명세’를 항상 의식하면서(그리고 그들 주변도 ‘유명세’에 몰두한다) 행동하려고 하고 있지만 그걸 위해서 그들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행동하고 생활해나간다.

 

그들의 주변에 있는 개성 있는 캐릭터들을 통해서 엘모어 레너드는 그들의 모습과 그 당시의 시대를 담아내고 있다. 어째서 이제야 금주법 시대를 담아냈냐고 물으면 나도 모른다고 말해야 하겠지만 당시의 시대가 갖고 있는 매력과 풍경을 잘 담아내고 있다.

 

인상적인 캐릭터들과 매력적인 내용이기는 하지만 어쩐지 중간 부분에서는 조금은 늘어지는 느낌이 들기는 했는데, 후반부로 가면서 느슨했던 분위기가 다시 다잡혀지고 있고, 장황하던 이야기도 다시 조여지게 되어서 그의 글이 갖고 있는 매력을 충분이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범죄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혹은 하드보일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가장 전통에 충실한 하드보일드 소설을 놓쳐서는 안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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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러스틴의 세계체제 분석 당대총서 20
이매뉴얼 월러스틴 지음, 이광근 옮김 / 당대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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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국내에서 세계체제에 대한 논의는 월러스틴을 중심으로 이뤄지(기만 하)고 있고, 그 외의 연구자들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갖고 있지 않는 것 같다. 물론, 월러스틴이 가장 저명한 그리고 깊이 있는 논의를 들려주고 있기는 하지만 너무 특정인에게 편중되어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반대로 그에게(만) 관심이 집중되어서 그의 저작들 대부분이 번역될 수 있었다는 장점도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그에 대해서 큰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의 많은 저작들을 쉽게 접할 수 있어서 좋았기는 했지만 (그런 점으로 인해서) 세계체제에 대한 논의에는 (좋은 점보다는) 나쁜 점이 큰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항상 그렇듯이 무언가에만 편중되어서는 좋지 않은 법이다.

 

그의 시각의 핵심이 담겨져 있는 ‘근대세계체제 1~3’은 다양한 자료들과 기나긴 시공간을 배경으로 근대(자본주의)세계체제가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과정들을 거쳐서 현재에 이르게 되었는지 소상히 다루고 있는데, 폭넓은 자료와 그동안 한국에서는 소개되지 못했던 지역의 경제와 역사에 대해서 많은 부분이 다뤄지고 있기 때문에 읽어내기가 쉽지는 않지만 읽음으로 인해서 기존의 역사관과 세계관으로는 깨달을 수 없었던 많은 것들을 깨닫게 해주고 있고, 보다 폭넓은 사고가 필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렇게 바라보도록, 노력하도록 만드는 저작이었다.

 

다양하고 폭넓은 주제와 내용을 담고 있는 ‘근대세계체제 1~3’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접근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세계체제에 대한 논의를 접근할 수 있도록 월러스틴 본인이 직접 써낸 개론서와 같은 ‘월러스틴의 세계체제 분석’은 접근하기가 편하면서도 그의 논의의 핵심을 잘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 그리고 세계체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가장 먼저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강의록을 토대로 작성된 글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내용이 명쾌하고 간결하면서도 자신이 그동안 관심을 갖고 있었던 분야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어서 꽤 매력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월러스틴의 논의의 핵심은 거칠게 말해서 ‘페르낭 브로델의 새로운 역사관과 맑스(마르크스)의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근대세계체제에 대한 분석’과 이전 체제와 지금의 체제 그리고 앞으로의 체제로의 ‘이행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세밀하게 각각의 분석을 이어지게 만들기도 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체제의 변화의 흐름도 중시하고 있기 때문에 체제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이 체제가 어떻게 변화될지를 보다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도록 하고 있고 이에 대한 적절한 근거 자료도 제시함으로써 자신의 논의에 보다 설득력을 갖도록 하고 있다.

 

이런 자신의 기본적인 시각과 논의의 핵심에 대해서 그는 초반 부분에 간략하게 설명을 해주고 있고, 지금 자본주의 세계체제가 어떻게 진행을 했고, 지금 현재는 어느 위치에 있는지 설명을 하고 있다. 이후의 논의들은 세계체제에 대한 분석보다는 (최근 그가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세계체제 내에서의 ‘국가와 이데올로기 문제’ 그리고 요즘에 많이 논의되고 있는 ‘학문 간의 통합’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 있고, 말미에서 현재의 체제적 불안이 단순한 불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 또는 미국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헤게모니의 한계’로 볼 수 있고, 이 헤게모니의 붕괴와 함께 ‘새로운 체제 또는 헤게모니로의 이행’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을 하며 그 이행에서 두 개의 시각(쉽게 말해서 보수와 진보) 중 어느 쪽의 시각에 무게감이 주어지느냐에 따라서 이행의 방식과 이행의 결과가 정해질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논의들은 이미 이전에 들려주었던 논의들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그의 새로운 시각이나 논의를 접하기를 원했던 사람들에게는 조금은 실망스러운 느낌도 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서문에서 밝혔듯이 세계체제에 대한 논의에 관심을 갖을 수 있도록 그리고 전반적인 자신의 시각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도록 내용을 꾸몄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에 그의 의도에는 충실한 구성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월러스틴 자신이 써낸 자기 자신에 대한 그리고 세계체제에 대한 개론서와 같은 내용으로 되어 있고, 그동안의 자신의 논의와 생각들을 되도록 쉽고 간결하게 정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월러스틴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가장 우선적으로 읽어보아야 할 것 같고, 그가 현재 어떤 입장을 갖고 자본주의와 근대세계체제를 바라보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의 ‘근대세계체제 1~3’을 접해야지만 보다 더 그의 논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겠지만... 시간관계 상 이것으로 대체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어차피 읽어야 할 것은 수도 없으니까.

 

 

 

참고 : 과연 그의 ‘근대세계체제 4권’을 접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어쩐지 쓰려다가 그만 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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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너희가 나쁜 게 아니야
미즈타니 오사무 지음, 김현희 옮김 / 에이지21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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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TV를 통해서 미즈타니 오사무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한국의 여러 매체에서는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언제는 교권에 대해서 적절한 대우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한국의 교육계가 그의 모습을 통해서 그동안 잊고 있었던 교육자의 권위와 이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했었다.

 

물론, 이런 갑작스러운 소개와 관심은 그저 소개와 관심의 수준에서 그쳤을 뿐이고 그렇게 쉽게 잊혀졌다. 개인적으로도 TV를 통해서 그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그렇게 접한 그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그의 경험과 생각을 담고 있는 ‘얘들아, 너희가 나쁜 게 아니야’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지만 이런 저런 핑계로 접하지 않게 되었고 그렇게 잊고 지내다가 이제야 뒤늦게 그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특별히 어렵게 쓴 내용도 아니고,

분량도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에 2~3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는 내용이었는데, 읽는 시간에 비해서 많은 깨달음을 안겨주는 것 같다. 흔히들 말하는 ‘귀감’이 되는 내용과 사람을 대하게 될 때, 특히 자신보다 어린 사람 혹은 경험이 부족한 사람을 대하게 될 때 어떤 생각을 갖고 접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묵직한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내용은 어떻게 그가 (그의 표현대로) ‘밤의 세계’를 거닐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가 어떤 생각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갔는지에 대해서 들려주면서,

자기 자신의 어린 시절의 기억과

어떻게 지금처럼 생활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과정을 알려주며 아이들을 만나게 되며 어떤 생각을 갖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자기 자신이 생각하기에 인상적이었던 아이들과의 이야기들과

자신의 실수들 그리고 개인적인 고백들을 들려주고 있고,

몇몇 좋은 마무리를 보여준 경험들을 짤막하게 들려주며 그들이 처음부터 나쁜 것이 아니었고, 환경과 주변 조건으로 인해서 그런 모습으로 되어버렸다고 말하고 있다.

 

그에 대한 이야기들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고 있고, 개인적으로는 일본 사회의 시스템에서는 그런 이들에 대한 재활 및 복지 제도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된다.

최근 들어 교육에 대한 중요성은 강조하면서도 어떤 것이 이상적인 교육인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논의가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자기 자신의 직업에 대해서 회의를 갖게 되는 교육자들이 점점 더 많아지기만 하는 것 같다. 이런 회의에 빠져있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어떤 것이 더 ‘살아있는 교육’인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미즈타니 오사무의 모습은 적절한 해답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참고는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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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혁명 - 새날고전묶음 7
레닌 지음 / 새날 / 199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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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잊혀졌던

혹은 언급되지 않았던

아니면 잊도록 노력했던

또는 노력하게 만들었던

 

맑스(마르크스)에 대한 논의가 다시금 이뤄지기 시작하고,

그에 대한 논의가 보다 더 활발해지면서 조금씩 꺼내들기를 망설였던 레닌에 대한 논의도 새롭게 이뤄지기 시작되는 것 같다.

 

하지만 맑스에 대한 논의에서 그의 자본주의에 대한 분석적인 측면이나 정치적 혹은 철학적 논의에만 집중되고 있을 뿐이고 맑스의 논의가 갖고 있는 가장 중요한 핵심인 자본주의에 대한 부정과 그 부정으로 인한 극복은 다뤄지지 않거나 배제되고 있는 측면을 생각해 본다면 맑스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면서도 부분적인 논의에만 머물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맑스와 마찬가지로 레닌에 대한 논의도 그와 비슷하게 그의 혁명을 위한 실천적인 측면보다는 그가 어떤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지와 그가 갖고 있는 문제의식을 지금 현재 체제 속에서 어떻게 다시금 불러올 수 있을지 혹은 계승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만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이런 생각은 극히 피상적인 생각이고 편견일 것이다. 최근의 레닌에 대한 논의를 많이 접하지 못하고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까 아마도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은 틀린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만약 레닌의 실천적인 모습에 많은 논의가 이뤄졌다면 지금처럼 활발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여전히 하게 된다.

어쨌든 그런 이유에서 레닌의 삶과 철학 중 혁명 이후 그가 보여주었던 모습들 보다는 혁명 이전의 치열한 고민들과 이론적 입장과 자신의 입장과는 다른 이들과 투쟁을 벌였던 레닌을 다시금 복권시키는 것에(만) 연구자들이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어쩌면 이것도 향수병일지도 모른다.

 

슬라보예 지젝과 같은 이들 덕분에 레닌에 대한 논의가 보다 탄력을 받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지젝의 논의에 관심이 가기는 하지만 어쩐지 그의 논의를 접하게 되면 전혀 다른 방식으로는 생각하지 못하게 되거나 (어려워서) 하나도 이해를 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걸 떠나서 책 자체가 너무 비싸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레닌에 대한 책들 보다는 레닌의 책을 읽게 되어버렸고,

레닌의 주요 저작 중 하나인 ‘국가와 혁명’을 짧은 분량인데도 매우 힘들게 읽게 되었다.

읽는데 힘겹기는 했지만 읽으면서 레닌이 얼마나 이론적인 투쟁을 벌였는지와 자신의 입장의 논리적인 설득력을 갖게 하면서 그와 함께 읽는 이들을 자신의 입장에 가담하도록 신경을 썼는지 알 것 같았고, 그렇게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조금은 느낀 것 같다.

 

‘국가와 혁명’에서의 레닌의 논의는 폭넓은 논의를 전개하기 보다는 말 그대로 ‘국가’와 ‘혁명’에 대한 그의(그리고 맑스와 엥겔스의) 입장들을 정교하게 다듬고 있고, 자신의 생각들이 무정부주의자들과 그리고 기회주의자 혹은 수정주의자라고 비난하는 이들과 어떤 차이를 갖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이 맑스와 엥겔스의 논의를 어떻게 왜곡 혹은 오해하고 있는지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지독할 정도로 이론적인 투쟁을 벌이고 있고,

결국 어떤 혁명이 이뤄져야 하는지에 대한 그의 생각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레닌의 이미지를 잘 전달하고 있다.

 

그는 자본주의 체제가 어째서 ‘사멸’할 것인지에 대해서 논의를 하면서 국가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맑스와 엥겔스의 글들을 통해서 정리하고 있고, 그 국가가 어떤 방식과 과정을 통해서 사멸하게 되는지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맑스와 엥겔스의 다양한 논의들을 정리하고 있고,

그 정리된 논의를 통해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종교적인 느낌을 풍기기도 하는데,

당시의 시대를 생각하게 되기도 하고,

그 당시의 맑스와 엥겔스의 의견이 갖고 있는 권위가 어느 정도였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레닌은 맑스와 엥겔스의 논의를 통해서 국가기구가 어째서 ‘분쇄’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그 분쇄되어야 하는 국가기구가 혁명이 일어났을 때(즉, 프롤레타리아 독재가 이뤄졌을 때) 어떤 방식으로 그 기구의 성격이 변화되어야 하는지 말하고 있다.

 

그의 글을 읽으며 그가 어째서 그렇게 집요하게 국가와 혁명에 대해서 논의했는지 생각하게 되었는데, 아마도 러시아 혁명이 일어나기 직전이었고 ‘혁명을 위하여 그리고 혁명 이후에 국가가(러시아 사회 체제가) 어떤 변화를 보여야 하며, 어떤 과정을 통해서 변화가 이뤄져야 하는지에 대해서 선명한 논의가 필요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런 생각이 맞는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레닌은 맑스와 엥겔스의 논의를 통해서 기본적으로는 자본주의 체제가 모순된 체제이고, 이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서 체제가 붕괴 되(어야 하)고 새로운 체제로 변화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확신을 갖으면서 자신의 논의를 하고 있다.

 

지금은 레닌의 논의에서 앞으로의 미래가 모순의 극복의 미래라는 부분을 제외하고 논의를 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은 그의 논의를 걸러내면서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그가 갖고 있는 논리적 치열함은 분명 본받아야 할 부분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레닌은 맑스와 엥겔스의 논의 중에서 국가에 해당되는 부분과 함께 자본주의에서 사회주의 / 공산주의로 이행되는 과정에 대해서 다양한 각도에서 논의하고 있고, 자신과 다른 입장을 갖고 있는 이들이 어째서 틀린 입장인지 말하고 자신의 입장이 갖고 있는 이론적 타당성에 대해서 주장하고 있다.

그가 국가의 이행 문제에 보다 집중한 것은 아마도 혁명이 바로 앞에 펼쳐질(혹은 펼쳐야 할) 예정이기 때문에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 논리적인 설득이 필요했을 것이다.

 

국가와 혁명에 대한 입장을 통해서 진정한 맑스주의자와 (맑스를 왜곡하고 오해하는) 수정주의자들의 모습을 밝혀내고 있는 것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맑스를 오해 / 왜곡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그는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고, 그 분석을 통해서 지금 현재 진보적 혹은 좌파적 입장을 갖고 있다는 사람들의 모습을 비춰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되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이들의 논의를 통해서 레닌은 그들의 입장은 결국 사회적인 문제점과 모순을 전혀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고, 그의 문제의식을 어떻게 지금 현재에 적용해야 할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지금도 그런 그의 입장은 여전히 유효하다.

 

레닌의 글을 읽으면서 의외로 그가 엥겔스의 글을 많이 인용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아마도 당시에는 엥겔스의 맑스에 대한 해석이 매우 설득력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지금은 거의 논의되고 있지 않지만.

 

결국 레닌의 (‘국가와 혁명’에서의) 논의의 핵심은 ‘국가를 어떤 성격으로 이해해야 하는가’와 ‘자본주의에서 사회주의 공산주의로의 이행의 문제’인 것 같다. 그의 글을 통해서 일정 부분 그의 의견에 동조하게 되기도 하지만 조금은 조심스럽게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어떤 의미에서 레닌은 맑스의 정치경제학적 시선 중 정치적인 시선에 굉장할 정도로 집중한 사람이지는 않을까?

 

최근의 레닌에 대한 논의들이 높아져서 레닌의 글을 한번 읽어보았는데,

생각보다는 인상적이었지만,

여전히 그의 논의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싶어진다.

아마도 어린 시절부터 들었던 그에 대한 악명 때문이지 않을까?

 

 

참고 : ‘혁명이야 말로 가장 권위주의적인 것’이라는 의견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생각해보니 정말 그런 것 같다. 이상한 역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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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혼비 런던스타일 책읽기
닉 혼비 지음, 이나경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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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다소 수다스러운 원작 제목과는 달리 꽤나 스타일 있는 제목을 달고 있는(요즘 유행은 죽든 살든 ‘패션’인 것 같다) ‘닉 혼비 런던스타일 책읽기’는 눈살이 찌푸려지는 형편없는 제목 덕분에 구입을 서두르게 되거나(어쨌든 대세는 패션이니까), 구입을 망설이게 되는(책을 읽는데 무슨 염병할 스타일이겠나?) 책일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구입하는 사람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닉 혼비를 좋아하거나,

책읽기에 대한 책(특히 유명 작가의)에 관심이 많거나.

둘 다 아니라면 정말 읽을 것이 없어서 골랐을 것이다.

 

닉 혼비는 국내에 그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 많이 소개가 되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고, 그로 인해서 그의 대부분의 책들은 이미 번역이 되었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 새삼스럽게 더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궁금하면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된다.

 

그리고 그의 ‘좌충우돌’이라는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책들에 대한 글들도 그의 소설처럼 흥미롭고, 재미나다. 게다가 소설에서는 잘 볼 수 없었던 모습들도 엿볼 수 있기 때문에 나름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물론, 읽는 재미와 함께 이런 책들이 갖고 있는 문제점인 읽어 가면서 점점 더 빈정상해지는 문제도 발생하게 되는데, 그건 책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자신도 그 책들을 읽어냈다는 동질감 또는 우월감과 함께 읽지 못한 책들에 대해서 수다를 읽을 때 느끼게 되는 좌절감 혹은 한국 출판계에 대한 불만 때문일 것 같다.

별 수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쉬움은 남는다.

 

닉 혼비는 말 그대로 수다스럽게 자신이 읽은 것에 대해서

그리고 그것을 읽을 때 어떤 상황이었고,

어떤 이유로 읽었는지,

그리고 몇 개는(솔직히 말해서 아주 많게는) 어떤 이유로 읽기를 포기했는지 들려주고 있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 과감하게 밝히기도 하고,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기도 한다.

당당하게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기도 하고,

농담을 하면서 어물쩡 넘어가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항상 축구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을 잊지 않는 것을 보면 그가 얼마나 아스널을 사랑하고 있는지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말 그대로 솔직하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그와 함께 무언가를 읽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커트 보네거트를 만났다고 신이 나서 자랑할 작가가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누군가가 어떤 책을 읽었는지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이처럼 함께 뭔가를 읽는 기분을 들게 만드는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닉 혼비는 단순히 책에 대해서만 수다를 떨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어째서 읽고 있는 것일까?’와 ‘무엇을 읽어야 할 것인가?’라는 것에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기도 하다.

 

그의 말대로 우리에게는 아이팟(폰)과 PMP, DVD와 노트북과 같은 온갖 즐길 것들이 놓여 있는데도 어째서 지루하고 고리타분하기만 한 책을 선택하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그렇게 선택한 책들 중 당신은 과연 무엇을 읽고 혹은 어떤 것을 써내려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 있다.

 

그의 입장은 이 부분에서는 분명 단호하고,

조금은 관심을 갖게 되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웃고,

떠들고,

낄낄거리다가

때로는 진지하기도 하고,

때로는 의미심장한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저 흔해빠진 대중소설가가 아니라는 것을 그는 스스로 증명해내고 있다.

그리고 그의 이 글들을 통해서 뛰어난 작가는 그가 쓴 에세이를 통해서 진면목을 알 수 있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조금을 알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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