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러스틴의 세계체제 분석 당대총서 20
이매뉴얼 월러스틴 지음, 이광근 옮김 / 당대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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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국내에서 세계체제에 대한 논의는 월러스틴을 중심으로 이뤄지(기만 하)고 있고, 그 외의 연구자들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갖고 있지 않는 것 같다. 물론, 월러스틴이 가장 저명한 그리고 깊이 있는 논의를 들려주고 있기는 하지만 너무 특정인에게 편중되어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반대로 그에게(만) 관심이 집중되어서 그의 저작들 대부분이 번역될 수 있었다는 장점도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그에 대해서 큰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의 많은 저작들을 쉽게 접할 수 있어서 좋았기는 했지만 (그런 점으로 인해서) 세계체제에 대한 논의에는 (좋은 점보다는) 나쁜 점이 큰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항상 그렇듯이 무언가에만 편중되어서는 좋지 않은 법이다.

 

그의 시각의 핵심이 담겨져 있는 ‘근대세계체제 1~3’은 다양한 자료들과 기나긴 시공간을 배경으로 근대(자본주의)세계체제가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과정들을 거쳐서 현재에 이르게 되었는지 소상히 다루고 있는데, 폭넓은 자료와 그동안 한국에서는 소개되지 못했던 지역의 경제와 역사에 대해서 많은 부분이 다뤄지고 있기 때문에 읽어내기가 쉽지는 않지만 읽음으로 인해서 기존의 역사관과 세계관으로는 깨달을 수 없었던 많은 것들을 깨닫게 해주고 있고, 보다 폭넓은 사고가 필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렇게 바라보도록, 노력하도록 만드는 저작이었다.

 

다양하고 폭넓은 주제와 내용을 담고 있는 ‘근대세계체제 1~3’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접근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세계체제에 대한 논의를 접근할 수 있도록 월러스틴 본인이 직접 써낸 개론서와 같은 ‘월러스틴의 세계체제 분석’은 접근하기가 편하면서도 그의 논의의 핵심을 잘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 그리고 세계체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가장 먼저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강의록을 토대로 작성된 글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내용이 명쾌하고 간결하면서도 자신이 그동안 관심을 갖고 있었던 분야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어서 꽤 매력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월러스틴의 논의의 핵심은 거칠게 말해서 ‘페르낭 브로델의 새로운 역사관과 맑스(마르크스)의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근대세계체제에 대한 분석’과 이전 체제와 지금의 체제 그리고 앞으로의 체제로의 ‘이행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세밀하게 각각의 분석을 이어지게 만들기도 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체제의 변화의 흐름도 중시하고 있기 때문에 체제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이 체제가 어떻게 변화될지를 보다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도록 하고 있고 이에 대한 적절한 근거 자료도 제시함으로써 자신의 논의에 보다 설득력을 갖도록 하고 있다.

 

이런 자신의 기본적인 시각과 논의의 핵심에 대해서 그는 초반 부분에 간략하게 설명을 해주고 있고, 지금 자본주의 세계체제가 어떻게 진행을 했고, 지금 현재는 어느 위치에 있는지 설명을 하고 있다. 이후의 논의들은 세계체제에 대한 분석보다는 (최근 그가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세계체제 내에서의 ‘국가와 이데올로기 문제’ 그리고 요즘에 많이 논의되고 있는 ‘학문 간의 통합’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 있고, 말미에서 현재의 체제적 불안이 단순한 불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 또는 미국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헤게모니의 한계’로 볼 수 있고, 이 헤게모니의 붕괴와 함께 ‘새로운 체제 또는 헤게모니로의 이행’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을 하며 그 이행에서 두 개의 시각(쉽게 말해서 보수와 진보) 중 어느 쪽의 시각에 무게감이 주어지느냐에 따라서 이행의 방식과 이행의 결과가 정해질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논의들은 이미 이전에 들려주었던 논의들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그의 새로운 시각이나 논의를 접하기를 원했던 사람들에게는 조금은 실망스러운 느낌도 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서문에서 밝혔듯이 세계체제에 대한 논의에 관심을 갖을 수 있도록 그리고 전반적인 자신의 시각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도록 내용을 꾸몄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에 그의 의도에는 충실한 구성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월러스틴 자신이 써낸 자기 자신에 대한 그리고 세계체제에 대한 개론서와 같은 내용으로 되어 있고, 그동안의 자신의 논의와 생각들을 되도록 쉽고 간결하게 정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월러스틴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가장 우선적으로 읽어보아야 할 것 같고, 그가 현재 어떤 입장을 갖고 자본주의와 근대세계체제를 바라보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의 ‘근대세계체제 1~3’을 접해야지만 보다 더 그의 논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겠지만... 시간관계 상 이것으로 대체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어차피 읽어야 할 것은 수도 없으니까.

 

 

 

참고 : 과연 그의 ‘근대세계체제 4권’을 접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어쩐지 쓰려다가 그만 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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