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전복 - 1968 이후의 자율적 사회운동
조지 카치아피카스 지음, 윤수종 옮김 / 이후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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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신좌파의 상상력 : http://blog.naver.com/ghost0221/60139035912

 

 

 

조지 카치아피카스(무슨 수를 써야만 그의 이름을 외울 수 있을까?)의 주저라 할 수 있는 “신좌파의 상상력 - 전세계적 차원에서 본 1968년”의 후속작처럼 다뤄지는(본인 스스로도 후속작이라는 언급을 하니 맞는 소리이긴 하다) “정치의 전복 - 1968년 이후의 자율적 사회운동”은 1968년을 기점으로 큰 변화를 보였던 정치/사회적 움직임들 중 ‘자율주의’ 운동에 대해서 (이탈리아와 독일을 중심으로) 상세한 검토를 하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자율주의 운동에 대해서 그리고 1968년 전후에 있었던 일련의 혼란과 안정 그리고 보수적인 흐름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지식이 있어야지만 저자의 논의를 좀 더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는 이탈리아와 독일(통일 전과 후)에서 있었던 자율주의 운동에 대해서 집중을 하고 있고, 그에 대한 상세한 그리고 비판적인 검토와 함께 그러한 운동에 대해서 이론적인 논의를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되)는 안토니오 네그리와 페미니즘 운동 및 기타 이론/실천적인 논의를 제공하는 이들의 논의에 대한 비판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

 

전작인 “신좌파의 상상력”에 비해서는 좀 더 이론적인 검토는 적게 이뤄지고 있고, 자율주의 운동 자체에 대해서 상세한 정리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그의 이론적인 검토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마지막 장에 있는 이론적인 논의는 제외하고 읽는다면 충분히 만족스럽게 자율주의 운동의 진행 과정을 알 수 있게 될 것 같다.

 

마르쿠제와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비판이론(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위르겐 하버마스의 논의)에 기대어 자율주의 운동을 바라보고 있고, 이매뉴얼 월러스틴의 세계체제의 구조 속에서 자율주의 운동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면에서 가장 최근에 이뤄진 정치/사회적인 대안과 전복을 제시하는 운동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좋은 내용인 것 같다.

 

저자는 여성주의 운동에 무척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면서 자율주의 운동의 흐름에 대해서 논의를 하고 있고, 자율주의 운동이 갖고 있는 직접적인 실천과 행동에 대한 옹호와 기존 정치체제가 갖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대안으로서 자율주의 운동을 인식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런 의미에서 자율주의 운동이 하나의 대안을 제시하는 것에는 일정부분 성공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대안을 제시하는 것에 그치게 되고 지속성을 갖게 만드는 것에는(그리고 전복을 하는 것에는) 실패했다는 냉정한 결론을 내리게 된다.

 

이탈리아와 독일에서 있었던 운동의 진행과정과 함께 그 운동에 대한 적대감을 갖고 있는 보수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이들의 억압과 폭력적인 제재에 대해서 그동안 전혀 몰랐던 내용들이었기 때문에 놀라움을 느끼게 되었고, 특히나 독일의 경우 인종적인 면에서나 여러 가지 면에서 역사적인 경험으로 인해서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과는 다르게 무척 상세한 비판(인종적, 민족적, 사회적인 보수성에 대한)이 이뤄지고 있어서 그동안 갖고 있었던 부족한 지식들을 채울 수 있는 독서가 되었다.

 

저자인 조지 카치아피카스는 “신좌파의 상상력”에서 신좌파라고 불리는 이들에 대해 그 계급적 특징이 이전 시대의 계급적 구분과는 다르다는 인식에 따라 논의를 진행했었는데, 이번 “정치의 전복”에서는 그런 그들의 새로운 운동 형식과 다양한 요구로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으며, 그런 그들의 운동이 어떠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체제에 편입되거나 몰락하고 분열되어가는 과정을 검토하며 보다 자율적이고 직접적이며 실천적인 정치적 입장과 실천인(기존의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정치의 전복”인) 자율주의의 급작스러운 몰락에 대해서 실제 자율주의 운동의 진행 과정과 함께 이론적인 검토를 통해서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려 하고 있다.

 

이런 검토와 가능성에 대한 기대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기 보다는 일정 부분 조지 카치아피카스의 시각과 관점(변화된 시대와 환경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모색)이 여러 가지 면에서 기존과는 다름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큰 의미 있는 논의와 생각을 제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고, 아무런 지식이 없었던 이탈리아와 독일의 자율주의 운동에 대한 논의들이었기 때문에 대충 읽게 되기도 했지만 기초적인 지식을 얻기에는 충분했던 것 같다.

 

자율주의나 신좌파로 말해지는 무수히 많은 것들에 대해서 무척 부족한 지식만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기초적인 지식을 얻게 되는 것에는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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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좌파의 상상력 - 전세계적 차원에서 본 1968년
조지 카치아피카스 지음, 이재원 옮김 / 난장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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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968년

 

 

저소리만 들어도 약간은 들뜨게 되는 혹은 뭔가 얘기할 것들이 무척이나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기본적으로 한국 사회에 대해서 만족보다는 불만이 더 큰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접해보지 못한 1968년이고,

그에 대한 지식도 일반적인 지식이거나 매우 부분적으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막연하게만 알고 있을 뿐이고 낭만적으로만 떠올려지고만 있을 뿐인 1968년을 전후로 한 세계적인 변화와 갈등을 상세한 정리한 ‘신좌파의 상상력’은 좀 더 자세하게 68혁명을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가장 기초적인 지식과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전세계라고 표현하기 보다는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아메리카 대륙 및 일본이라는 한정된 지역을 중심으로 1968년을 전후로 해서 발생한 다양한 변화에 대한 상세한 보고서라고 볼 수 있는 ‘신좌파의 상상력’은 일종의 혁명-저항에 대한 공감-확산으로서 이해할 수 있는 (마르쿠제에게 큰 영향을 받은 개념인) ‘에로스 효과’와 혁명에 대한 반동으로서 현재 상태가 존속되기를 원하는 ‘정신적 테르미도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68혁명이라고 불리는 시대를 다루고 있다.

 

68혁명과 관련된 일련의 흐름들을 정리하고 있기는 하지만 보다 정확하게는 미국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하고 있고, 다른 국가들의 경우에는 중심으로서가 아닌 주변으로서 혹은 두 중심 국가에서 시작된 혁명과 저항의 ‘에로스 효과’로서 다루고 있다는 생각도 들게 된다.

 

68혁명을 어째서 세계적 차원에서 이해를 해야 하는지와 베트남 전쟁이 어째서 중요한 요소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논의하며 시작하는 1장에서는 기존의 체제 저항과는 다른 성격을 갖고 있는 68혁명의 특성을 간략하게 요약하면서 논의를 진행시키고 있고, 이전 시대의 투쟁들과 68혁명 시기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에로스 효과와 함께 68혁명의 특성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하고 있다.

 

2장부터는 각 국가별로 1968년 전후로 일어난 사회적-정치적인 변화와 체제에 대한 저항과 운동을 다루면서 각 국가별로 저항과 운동을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인-세계적인 차원에서 이해하도록 논의를 진행시키고 있다. 논의 중 베트남 전쟁에 대해서 매우 중요하게 강조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을 하나의 원인으로서 다루기보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며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저자는 68혁명에 대해서 하나의 원인을 찾기 보다는 종합적으로 변화의 요인들을 찾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개인적으로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적절할 것 같다) 조금은 지나칠 정도로 자세한 원인-요소들을 언급하는 것 같아서 오히려 혼란스럽게 읽혀지기는 하지만 다양한 이유-원인들과 각 국가들의 변화와 움직임에 대한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의 자세한 검토는 68혁명을 단순히 몇몇 국가에서 벌어진 일시적인 갈등과 갈등에 따른 조정으로서 다루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체제에서 그 틀이 큰 변화가 이뤄지는 과정으로서 이해할 수 있도록 논의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런 방식이 68혁명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가능하게 할 것 같다.

 

저자는 이와 함께 과거의 진보-좌파와는 다른 시각과 입장 그리고 논의들을 보이는 68혁명을 주도했던 이들의 시각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다루고 있는데, 너무 자세하게 다루고 있어서 오히려 헷갈리게 될 정도로 많은 자료들을 토대로 68혁명을 재구성하고 있다.

 

이후 프랑스에서의 1968년 5월과 미국에서의 1970년 5월을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어떠한 체제에 대한 전면적인 거부-저항이 일어났는지, 그 거부-저항에 대한 반동이 어떻게 이뤄졌고, 저항이 수그러지게 되었는지를 어떤 안정이 이뤄졌는지를 다루면서 그 시작과 진행 과정 그리고 결과에 대한 긍정과 부정적인 결론을 논의하고 있다.

 

마지막 장에서는 마르쿠제와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비판 이론을 토대로 68혁명을 주도한 신좌파에 대한 이론적인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데, 지금으로서는 많은 반박과 비판이 이뤄지고 있는 마르쿠제와 비판 이론의 논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논의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조금은 분석의 완결성에 대해서 의문을 갖게 만들게 된다.

 

이론적인 검토에서는 조금은 동의가 어려울 수 있을지는 몰라도 1968년 시기에 일어난 다양한 저항과 거부에 대한 다양한 자료들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단순히 68혁명으로서만 이해하게 되어 큰 오해가 있을 수 있는 당시에 대한 좀 더 명확한 이해가 가능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신좌파의 상상력’이 갖고 있는 자료로서의 가치는 점점 더 커지기만 할 것 같다.

 

68혁명을 그저 말로서만이 아닌 실제로 어떻게 일어나게 되었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알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면 가장 먼저 펼쳐보아야 할 책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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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돌로지 - 라캉 정신분석의 쟁점들 현대의 지성 134
맹정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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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맹정현에 대해서는 브루스 핑크의 ‘라캉과 정신의학’과 자크 라캉의 ‘세미나 11’의 번역자로서 알게 되었고 그로 인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그의 첫 저작인 ‘리비돌로지 - 라캉 정신분석의 쟁점들’은 저자가 그동안의 라캉과 정신분석에 관한 임상과 이론적인 연구 결과들로 내용을 채우고 있고, 얼마나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으면서 라캉과 정신분석에 대해서 연구를 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국내 라캉과 관련된 대부분의 연구자들의 관심은 이론적인 부분에 한정되어 있거나 인문학과 연관되어 연구하는 성향이 대부분이었고, 실제 정신분석 임상과 관련된 내용은 많이 부족했었다. 게다가 연구자들 대부분은 라캉 혹은 라캉과 관련되어서 책을 ‘통해서만’ 접했거나 책을 ‘토대로’ 연구하고 분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정식으로 정신분석을 교육받거나 전공으로 한 연구자가 적었다는 점에서 저자의 연구에 대한 평가는 그 결과물에 대한 평가를 떠나서 전공자의 연구 결과물이라는 것에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본격적으로 자신의 논의를 진행시키기 전에 그동안 공부한 라캉과 정신분석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하는 느낌이 들게 되는 ‘리비돌로지’는 임상적인 부분과 이론적인 부분 모두를 다루면서 자신이 오랜 시간 공을 들여 공부한 라캉과 정신분석에 대한 생각과 결론들을 소개하고 있다.

 

내용면에서는 이미 국내에서도 많이 알려진 브루스 핑크나 슬라보예 지젝과 같은 연구자들의 결과물에 비해서 크게 다른 논의를 하거나 독창적인 논의를 전개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들의 논의와 결론들에 비해서 부족함도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단순한 전공자에서 머물지 않고 앞으로 좀 더 라캉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를 진행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라캉과 그의 정신분석에 대한 체계적이고 그동안의 이론적인 방식만이 아닌 임상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그리고 보다 광범위하게 라캉과 라캉의 정신분석에 대한 논의를 접할 수 있기를 바라게 된다. 물론, 그가 그렇게 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리비돌로지’는 라캉과 라캉의 정신분석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을 최대한 간략하게-짧게 다루고 있고 결론을 내리고 있으며, 내용면에서 임상적인 부분에서 이론적인 부분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라캉의 임상적인 부분에 관심을 갖고 있었던 사람들이라면 꽤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며, 이론적인 부분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었던 사람들이라면 라캉과 관련된 논의들 중 이미 다른 연구자들이 다뤘던 적이 있었기는 하지만 라캉을 그와 동시대의 다른 학자들의 논의(푸코, 보드리야르, 들뢰즈를 대표적으로 논의하고 있다)와 어떻게 관련지어 생각해볼 수 있을지에 대한 좋은 참고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꽤 흥미롭고 인상적인 내용들이 많기는 하지만 아쉽게도 저자의 라캉과 라캉의 정신분석에 대한 논의는 친절하게 논의를 진행시키지 않고 있기 때문에 라캉에 대해서 그리고 라캉의 정신분석에 대해서 일정 수준의 이해가 있어야지만 그의 논의들을 따라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라캉과 라캉의 정신분석에 대한 기본 지식은 있다고 가정하면서 자신의 논의를 진행시키고 있기 때문에 자세하게 설명해주며 논의를 진행시키기 보다는 되도록 간략하게 언급하거나 되도록 설명을 생략하면서 논의를 진행시키고 있기 때문에 라캉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빠른 진행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매우 다양한 논의들을 하고는 있지만 지나치게 불친절한 내용이라고 불만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몇몇 논의들은 읽었을 뿐이지 이해하기는 어려웠는데, 저자가 앞으로도 라캉에 대한 자신의 연구 결과들을 지속적으로 발표할 생각이라면 좀 더 일반인들도 읽어나갈 수 있게 해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앞서 말했듯이 매우 새롭거나 흥미로운 내용으로 채워져 있기 보다는 기존에 소개되었던 라캉과 라캉의 정신분석의 논의들을 반복하는 느낌이 컸지만 그동안 라캉과 관련된 논의 자체가 무척 부분적으로만 이뤄졌었고, 산발적으로 이뤄지기만 했었기 때문에 저자의 논의들 중에서도 라캉과 라캉의 정신분석에 대한 오해들과 부족한 지식들을 많이 해소하고 채워질 수 있었기 때문에 좀 더 활발한 활동이 있어주기를 부탁하게 된다.

 

참고로 그 활발한 활동이 조금은 이해력이 부족한 나와 같은 독자들을 대상으로 해서 이뤄졌으면 더욱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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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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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의미가 아닌) 사회적인 의미로 한국 사회는 제대로 된 스승 혹은 어른을 찾을 수 없었다는 지적에 대해서 똑부러진 반박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사람이 아예 없었다고도 말할 수 없겠지만 분명 무척 적었었고 그나마 그런 분들도 많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강의 - 나의 동양 고전 독법’의 저자 신영복은 그의 정치적 / 사회적인 입장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떠나 충분히 존중과 존경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만한 분이라고 생각된다.

성공회대학교에서 고전강독이라는 제목으로 진행한(아마도 여전히 진행하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수업-강의 내용을 토대로 한 ‘강의 - 나의 동양 고전 독법’은 실제 강의 내용을 토대로 했기 때문에 비교적 딱딱한 느낌이 덜 느껴지게 되고, 다른 고전들에 대한 논의-분석들에 비해서는 쉽게 받아들여지는 느낌을 갖게 된다. 아마도 실제 강의를 토대로 했고, 그 강의가 전공 학생이 아닌 일반 학생들을 대상이었기 때문에 학생들이 이해가 가능하도록 내용을 구성하는 것에 많은 공을 들였기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의 강의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실제 강의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인데,

‘강의 - 나의 동양 고전 독법’을 통해서 저자는 수업 및 기타 여러 방식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관계-론’이라는 입장-시각-관점으로 각 사상들과 고전들을 읽고 / 해석해내고 있으며, 전체적으로는 매우 일관되고 정교하게 읽어내려고 하기 보다는 사상들-고전들을 통해서 각각의 사상들-고전들이 어떤 현실 속에서 그리고 입장-시각-관점 속에서 그들이 자신들의 생각을 쌓아갔는지-문제의식과 그에 대한 대답을 제시했는지를 논의하고 있고, 그 당시의 상황과 조건이 어떻게 그런 입장으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를 했는지 설명하며 그들의 입장-문제의식의 핵심과 함께 어떻게 그 입장들을 현재-현실에 다시금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을지를-비춰볼 수 있는지를 논의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의 논의는 비판적인 이해를 요구하기 보다는 좀 더 긍정적인 시각으로 각 사상-고전들을 바라보려고 하고 있다.

저자의 방식은 고전과 과거의 사상가들의 사상을 이해하는 방식 중 가장 모범적인 방식-해석일 것이고 이해일 것인데, 지금의 현실-현재에 어떻게 대입해서 바라볼 수 있을지, 어떻게 다시금 읽어내야 할 것인지를 ‘관계-론’의 입장과 함께 현재의 경제적(자본주의-신자유주의라는) 환경과 사회적(개인주의-이기주의-물질만능주의) 환경에 비춰가며 모색하고 논의하고 있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정치-경제적인 입장보다는 윤리-도덕적인 입장과 자기 극복-성숙을 위한 의미로서 고전들과 사상들을 바라보려-이해하려 하고 있는 것 같고, 그런 시각에 대해서는 조금은 반박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런 입장이 중심이기 보다는 전반적인 관점과 입장인 것 같고, 그 외에도 정치-경제적인 의미에서도 논의하고 바라보기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방식으로 이해하고 해석하고 있기는 하지만 강조점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를 생각하며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

저자가 어째서 고전들을 다시금 찾게 되었는지, 어떤 관점-입장으로 고전들을-사상들을 이해하게 되었는지를 알려주는 서론은 저자의 관점-문제의식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며, 그 관점에 따라 고전-사상들을 두루 살피며 각 고전-사상들이 어떤 상황-현실 속에서 그리고 절박함 속에서 나타나게 되었는지를, 그 당시의 상황-현실과 지금 상황-현실을 어떻게 비추어 볼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있는지를 모색하고 있다.

각각의 고전-사상들의 논의들을 상세하게 분석하기 보다는 각각의 논의-사상의 핵심을 이해하려고 하고 있고, 그 주요 논의들을 다루며 그 관점에 따라 논의들을 새롭게 혹은 지금에 비춰서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인지 막연하고 난해하게만 느껴지는 고전-사상들을 조금이나마 쉽게 이해할 수가 있는 것 같다.

앞서 말했듯이 일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 내용을 정리하고 있기 때문에 매우 정교하고 체계적인 점은 부족할 수 있겠지만, 그동안 어렵게만 느껴졌던 고전-사상들의 논의를 조금은 쉽게 접근할 수 있었으며, 각각의 사상-고전이 바라보려고 하고 있는 관점-문제의식의 핵심을 이해시키려고-이해하려고 하고 있으며 거기에 고전-사상들의 입장-관점과 저자의 생각과 이해 그리고 관점들이 더해지면서 좋은 조화를 이루는 것 같다.

물론, 저자의 관점들 중 몇몇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은 반박과 반론을 하고 싶게 되기도 하지만 그런 점 때문에 전체적인 논의 자체를 부정하게 만들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읽는 것을 멈추게 만들지는 않는 것 같다.

대학교를 다닐 때 저자의 수업-강의를 실제로 들어보았기 때문인지 읽는 내내 저자의 수업을 듣던 예전이 떠올려졌었는데, 그 때문인지 책을 읽었기 보다는 강의를 듣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읽은 기분이기 보다는 멍하니 고전-사상들에 대한 강의를 들은 기분이 들게 된다.

 

 

 


참고 : 1. 저자는 ‘강의 - 나의 동양 고전 독법’에서 자주 현재의 중국 사회가 자본주의-사회주의의 변증법적 지양이 이뤄지고 있는 과정으로서의 사회로 이해하려고 하고 있는데, 그렇게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극히 현재의 중국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저자가 지금도 여전히 그런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하게 느껴졌다.

2. 나의 ‘동양고전’ 독법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저자가 말했듯이 서양 / 동양의 구분과 같은 방식을 되도록 피해야 할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 동양고전이라고 제목을 짓기 보다는 보다 적절한 제목을 지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지적이 딴지를 걸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3. 저자의 강의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아마도 책으로 접하는 것이 실제 강의보다 더 만족스러운 느낌일 것이라는 생각에 동의하지는 않을까? 개인적으로 신영복 선생님의 강의는... 아주... 조금... 못하시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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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캉과 정신의학 - 라캉 이론과 임상 분석
브루스 핑크 지음, 맹정현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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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핑크가 지금과 같은 명성을 얻게 되는데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저작을 꼽으라면 ‘라캉과 정신의학 - 라캉 이론과 임상 분석’을 선택하게 될 것 같고, 이 선택이 앞으로도 쉽게 변할 것 같지는 않다.

 

영미권에서 발표한 라캉과 관련된 연구물들 가장 탁월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라캉과 정신의학 - 라캉 이론과 임상 분석’은 발표와 함께 그리고 발표된 이후로 라캉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정신분석-임상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지나치면 안 될 내용물로 처음부터 끝까지 채워져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미 번역이 된지 얼마 되지 않은 2003년 말 무렵 읽기는 했었지만 당시에는 정신분석에 대해서 그리고 라캉에 대해서 (여전히 부족하기만 하지만) 알고 있는 것이 부족하기만 했기-거의 없었기 때문에 읽으며 흥미로웠음에도 이해되는 내용이 많이 부족했었는데, 정신분석-임상에 대해서 좀 더 알게 된 지금 다시 읽어보니 보다 흥미로운 내용이 많고 라캉의 복잡하기만 한 논의를 최대한 명료하게 정리를 해주어 정신분석-임상과 라캉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의 최근작 ‘라깡 정신분석 테크닉’과 내용에서 일정부분 유사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라깡 정신분석 테크닉’은 말 그대로 분석자가 분석주체-피분석자와의 분석 과정에서 어떠한 점들을 놓치지 말아야 하며 관심-주의를 기울여야 하는지, 그 과정 중에서 생겨나는 어려움-걸림돌을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와 벽에 부딪쳤을 때 어떤 식으로 실마리를 찾아야 하는지를 분석자의 입장에서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면, ‘라캉과 정신의학 - 라캉 이론과 임상 분석’에서는 분석 과정과 함께 그 분석 과정을 통해서 도출되는 피분석자-분석주체의 증상-진단을 통해서 어떤 식으로 각각의 증상을 판단해야 하고 그 증상의 구조-구성과 차이가 어떠한지를 최대한 이해하기 쉽도록-명료하게 다루고 있다.

 

라캉주의자인 저자는 신경증, 정신병, 도착증으로 증상을 구분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그 증상들의 특징과 함께 어떻게 구성되고 구조화 되어 있는지를 대표적인 특징들을 통해서 다루고 있으며, 그렇게 각각의 증상을 다루면서 쉽게 익숙하게 되지 않는 라캉의 여러 용어들(누빔점, 상상계, 상징계, 실재, 주이상스 등)을 곁들여 설명하며 다루고 있고, 각각의 증상들의 실제 사례들을 통해서 좀 더 이해하기가 쉽도록 내용을 구성-진행시키고 있다.

 

400페이지가 조금 안 되는 분량에 라캉에 대한 모든 것들을 담아낼 수 없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실제 사례와 연결시켜 좀 더 라캉의 논의를 이론적으로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닌 실제 정신분석-임상과정과 연결시켜 이해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마도 라캉을 이해-접근하기 위해서 그리고 정신분석-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찾아-읽어야 할 책 중 하나일 것 같고, 누구나 내용의 탁월함을 인정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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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불면혼나 2012-05-16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잘쓰시는거같아요 글쓰는법좀알려주세요ㅠㅠ

배군 2012-05-16 21:54   좋아요 0 | URL
딱히 잘 쓴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냥 생각나는 것들을 꾸준히 메모하고 글로 정리해보고... 그런 방법 밖에는 모르겠습니다.

좋은 답변 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