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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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의미가 아닌) 사회적인 의미로 한국 사회는 제대로 된 스승 혹은 어른을 찾을 수 없었다는 지적에 대해서 똑부러진 반박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사람이 아예 없었다고도 말할 수 없겠지만 분명 무척 적었었고 그나마 그런 분들도 많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강의 - 나의 동양 고전 독법’의 저자 신영복은 그의 정치적 / 사회적인 입장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떠나 충분히 존중과 존경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만한 분이라고 생각된다.

성공회대학교에서 고전강독이라는 제목으로 진행한(아마도 여전히 진행하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수업-강의 내용을 토대로 한 ‘강의 - 나의 동양 고전 독법’은 실제 강의 내용을 토대로 했기 때문에 비교적 딱딱한 느낌이 덜 느껴지게 되고, 다른 고전들에 대한 논의-분석들에 비해서는 쉽게 받아들여지는 느낌을 갖게 된다. 아마도 실제 강의를 토대로 했고, 그 강의가 전공 학생이 아닌 일반 학생들을 대상이었기 때문에 학생들이 이해가 가능하도록 내용을 구성하는 것에 많은 공을 들였기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의 강의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실제 강의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인데,

‘강의 - 나의 동양 고전 독법’을 통해서 저자는 수업 및 기타 여러 방식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관계-론’이라는 입장-시각-관점으로 각 사상들과 고전들을 읽고 / 해석해내고 있으며, 전체적으로는 매우 일관되고 정교하게 읽어내려고 하기 보다는 사상들-고전들을 통해서 각각의 사상들-고전들이 어떤 현실 속에서 그리고 입장-시각-관점 속에서 그들이 자신들의 생각을 쌓아갔는지-문제의식과 그에 대한 대답을 제시했는지를 논의하고 있고, 그 당시의 상황과 조건이 어떻게 그런 입장으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를 했는지 설명하며 그들의 입장-문제의식의 핵심과 함께 어떻게 그 입장들을 현재-현실에 다시금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을지를-비춰볼 수 있는지를 논의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의 논의는 비판적인 이해를 요구하기 보다는 좀 더 긍정적인 시각으로 각 사상-고전들을 바라보려고 하고 있다.

저자의 방식은 고전과 과거의 사상가들의 사상을 이해하는 방식 중 가장 모범적인 방식-해석일 것이고 이해일 것인데, 지금의 현실-현재에 어떻게 대입해서 바라볼 수 있을지, 어떻게 다시금 읽어내야 할 것인지를 ‘관계-론’의 입장과 함께 현재의 경제적(자본주의-신자유주의라는) 환경과 사회적(개인주의-이기주의-물질만능주의) 환경에 비춰가며 모색하고 논의하고 있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정치-경제적인 입장보다는 윤리-도덕적인 입장과 자기 극복-성숙을 위한 의미로서 고전들과 사상들을 바라보려-이해하려 하고 있는 것 같고, 그런 시각에 대해서는 조금은 반박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런 입장이 중심이기 보다는 전반적인 관점과 입장인 것 같고, 그 외에도 정치-경제적인 의미에서도 논의하고 바라보기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방식으로 이해하고 해석하고 있기는 하지만 강조점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를 생각하며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

저자가 어째서 고전들을 다시금 찾게 되었는지, 어떤 관점-입장으로 고전들을-사상들을 이해하게 되었는지를 알려주는 서론은 저자의 관점-문제의식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며, 그 관점에 따라 고전-사상들을 두루 살피며 각 고전-사상들이 어떤 상황-현실 속에서 그리고 절박함 속에서 나타나게 되었는지를, 그 당시의 상황-현실과 지금 상황-현실을 어떻게 비추어 볼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있는지를 모색하고 있다.

각각의 고전-사상들의 논의들을 상세하게 분석하기 보다는 각각의 논의-사상의 핵심을 이해하려고 하고 있고, 그 주요 논의들을 다루며 그 관점에 따라 논의들을 새롭게 혹은 지금에 비춰서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인지 막연하고 난해하게만 느껴지는 고전-사상들을 조금이나마 쉽게 이해할 수가 있는 것 같다.

앞서 말했듯이 일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 내용을 정리하고 있기 때문에 매우 정교하고 체계적인 점은 부족할 수 있겠지만, 그동안 어렵게만 느껴졌던 고전-사상들의 논의를 조금은 쉽게 접근할 수 있었으며, 각각의 사상-고전이 바라보려고 하고 있는 관점-문제의식의 핵심을 이해시키려고-이해하려고 하고 있으며 거기에 고전-사상들의 입장-관점과 저자의 생각과 이해 그리고 관점들이 더해지면서 좋은 조화를 이루는 것 같다.

물론, 저자의 관점들 중 몇몇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은 반박과 반론을 하고 싶게 되기도 하지만 그런 점 때문에 전체적인 논의 자체를 부정하게 만들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읽는 것을 멈추게 만들지는 않는 것 같다.

대학교를 다닐 때 저자의 수업-강의를 실제로 들어보았기 때문인지 읽는 내내 저자의 수업을 듣던 예전이 떠올려졌었는데, 그 때문인지 책을 읽었기 보다는 강의를 듣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읽은 기분이기 보다는 멍하니 고전-사상들에 대한 강의를 들은 기분이 들게 된다.

 

 

 


참고 : 1. 저자는 ‘강의 - 나의 동양 고전 독법’에서 자주 현재의 중국 사회가 자본주의-사회주의의 변증법적 지양이 이뤄지고 있는 과정으로서의 사회로 이해하려고 하고 있는데, 그렇게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극히 현재의 중국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저자가 지금도 여전히 그런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하게 느껴졌다.

2. 나의 ‘동양고전’ 독법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저자가 말했듯이 서양 / 동양의 구분과 같은 방식을 되도록 피해야 할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 동양고전이라고 제목을 짓기 보다는 보다 적절한 제목을 지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지적이 딴지를 걸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3. 저자의 강의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아마도 책으로 접하는 것이 실제 강의보다 더 만족스러운 느낌일 것이라는 생각에 동의하지는 않을까? 개인적으로 신영복 선생님의 강의는... 아주... 조금... 못하시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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