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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거인 1
이사야마 하지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12월
평점 :
애니메이션으로 접한 다음에 원작을 보게 됐다. 일반적으로는 원작을 본 다음 애니를 보기 마련이지만, 이번에는 반대로 하게 됐다. 애니가 워낙 알려져 있기도 하지만 그림이 (애니에 비해서) 살짝 아쉽다는 말이 있어서, 그것도 그렇지만 애니가 워낙 원작을 잘 영상으로 옮겨냈다는 말을 들어서(흔히 말하는 원작초월이라는 평이 많아서) 반대 순서로 접하게 됐다.
이미 어떤 내용인지 알면서 봤기 때문에 보기가 크게 힘들지 않았다. 그림에 있어서는 애니에 비해서는 부족함이 있었지만 나쁘다고 생각될 정도는 아니었다. 작가 특유의 그림체라는 생각으로 본다면 실망할 정도는 아니었다.
내용 또한 애니와 아주 다를 것 없어서 복기하는 기분으로 보게 됐다. 몇몇 부분은 더 잘 전달하고 있기도 하고. 물론, 어떤 부분은 애니가 더 낫다는 말도 하게 된다. 전반적으로는 애니가 더 좋았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원작을 콘티처럼 생각하면서 보았기 때문인지 어떤 차이를 찾기 보다는 하나로 겹쳐서 이해하려고 했다.
오역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하고, 잔혹하거나 잔인한 부분이 수정된 부분도 있어서 아쉽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과 같은 인기가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라 재번역이 있을지는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 보기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다.
작화는 21세기 연재 만화들 가운데에서 매우 드문 거친 화풍과, 만화적인 과장된 표현을 줄인 현실주의적이자 사실주의적인 연출이 돋보인다. 연재 초기의 부족한 작화, 몇몇 잘못된 인체 비례 묘사는 이사야마 하지메 본인과 대부분의 독자로 하여금, "전체적인 작화의 질로만 보면 애니메이션이 원작보다 훨씬 뛰어나다."가 평가를 하는 요소일 정도로 눈에 가장 많이 띄는 단점으로 작용했었다.
여러 가지로 애니로 접하는 게 더 낫다는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겠지만 그럼에도 원작만의 장점도 강점도 있으니(독특한 거친 화풍은 오히려 진격의 거인 세계관에 걸맞은 그림체라는 의견도 있고) 이 시리즈에 관심이 커졌다면 원작도 접하길 권하게 된다.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천천히 음미하고 즐기는 기분도 들고.
서사적인 부분으로는 극 초반까지만 해도 거인이라는 미지의 존재의 위협, '거인'과 '인간'의 싸움으로 그려지는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을 그려내는 데에 비중이 컸지만, 전개가 흐를수록 그 판도가 급변한다. '전쟁'과 그리고 '자유'라는 형이상학적인 담론을 주인공 엘런 예거를 비롯한 주·조연 캐릭터들의 서사에 집중하는데, 사건 중심으로 진행되는 스토리와 세계관의 구조가 매우 철학으로 조명된다. 또한 작중 한번 투척된 떡밥과 미해결 복선을 회수하는 것도 빠지지 않고 착수하는 편. 때문에 개연성과 핍진성의 세간의 비판에서 상당히 자유로운 편이고 무엇보다 스토리·서사적인 완성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복선을 집어넣으면서 연쇄 반전이 자주 일어나는 구조가 그 특징인데, 그 덕분에 독자들 사이에선 수많은 추측과 추리가 나오는 진풍경이 벌어질 정도이다. 엘런 예거를 비롯한 여러 등장인물들을 통해 본작의 주제라고 할 수 있는 이성과 본능, 충동을 통한 사랑과 파괴, 자유에 관해서 생각의 여지를 주는 듯한 이야기도 돋보인다. 즉, 단순히 재밌기만 한 오락적인 만화가 아닌 깊은 철학과 교훈도 담겨있는 만화이다.
#진격의거인 #進撃の巨人 #AttackonTitan #이사야마하지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