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초, 중, 고를 다녔다. 그 곳에서 나는 그럭저럭 열심히 해서, 그럭저럭 잘 하는 아이로, 국립대학교에 들어갔다. 아무런 모험도 하지 않았고, 안전하게 대학에 들어갔다. 그리고 4년동안 열심히도 나 자신을 찾아 헤맸다. 덕분에 나는 남들보다 모자란 위치에 놓여 있었다.  

전공을 살릴거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전공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러자, 대학원이라는 문턱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학원이 아니라, 문턱인데, 그 문턱이 나를 받아주지 않았다. 그렇게 몇년의 시간이 흘러, 겨우겨우 대학원에 들어갔다. 처음 대학교에 들어갈 때는 돈 때문이라는 생각으로, 애정을 느끼지도 못하고 들어가서 생활한 대학교인데, 같은 학교의 대학원을 들어갈 때의 나는 무던히도 그 문턱에 들어가기에는 모자란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때의 자괴감이란.,.. 

길고 긴 시간을 돌아 대학원에 입학을 하고, 직장을 다니면서 대학원 생활을 할 수 없는 곳이라 조금 있으면 직장도 그만두고, 백수의 상태로 '유예기간의 연장'이라는 용어를 들먹이는 시간에 돌입하게 된다. 그럼에도 나는 예전의 자신만만했던 나로 서 있을 수 가 없다. 겸손해 진 것이 아니라, 자존감이 위축되고, 두려워진 것이리라.  

적게는 2년 동안 많게는 그 이상, 백수로 지내게 되어도, 싫다는 군소리 한번 못해보고, 그저 감사하고, 감사히 여기며, 대학원 생활을 하게 되는  나 자신에게.. 내가 그동안 너무 즐기면서 살아온 것에 대한 앙갚음은 아닌가? 하는 생각과 함께, 그래도 나는 여전히 나로 있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이제 막, 두려움의 현실 앞에 선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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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을 위로해줘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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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은희경'이라는 작가를 만나게 해 준 책은 '새의 선물'이있다. 제 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다운 책이었다. "정말 잘 썼다."라는 말이 나오게 만드는 책이었다. 한편으론, 작가가 걱정되기도 하는 책이었다. 등단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이렇게 좋은 글로 세상의 문을 열기 시작하였으니, 그녀에 대한 기대 또한 만만치 않으리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그녀의 책들을 계속 만나기 시작했다. '타인에게 말걸기',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그것은 꿈이었을까', '마이너리그'를 읽었다. 괜찮았다. 그러나, 첫인상보다 더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 그러다 '비밀과 거짓말'을 읽었다. 이 책에서 은희경이라는 가면을 쓴 작가를 만나고, 자신이 잘났다는 것을 뼛속부터 알고 있는 작가를 만나고, 수많은 나무들을 그려놓은 듯한 작가를 만나, 그 책을 끝까지 읽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은희경을 덮었다.  

'소년을 위로해줘'를 읽었다. 기대하지 않았다. 여전히 수많은 양의 글들을 내포하고 있지만, 소년이라는 주인공과 힙합이라는 대변이 이 책을 더이상 무겁지 않게 하고, 읽어내려가게 했다. 그러다, 은희경이었어. 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만들어줬다. 여전히 기대하지 않지만, 정이 갔다.

이 책, 읽어봄직한 좋은 책이다.  

p55 그때는 잘 몰랐지만, 정확히 따져보면 엄마한테 화가 난 것은 아니었다. 육교 아래로 끌려갔을 때 내 주머니에는 이천원밖에 들어있지 않았다. 그 정도의 돈을 뺏기 위해 자기보다 약한 상대를 골라 마구 주먹을 휘두르고 발길질을 하는 치사함, 그리고 그런 일이 예사로 벌어지는 후진 세상이라니. 그런데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겨우 엄마에게 화를 내는 것뿐이었다. 정당하게 맞서지 못하고 만만한 데에 화풀이를 하는 나는 또 얼마나 비겁한가. 한심한 놈이라는 생각이 나를 괴롭혔다. 그날 나는 한참을 거울 앞에 서 있다가 침대에 엎드려 울었다. 거울을 뒤집어놓은 채.  

p67 재미없는 걸 왜 할까요. 

p69 신민아씨는 이따금 흰 셔츠와 검은 바지 차림의 웨이터가 시중을 드는 고급 양식당에 나를 데려간다. 그런 장소에서는 포크를 떨어뜨리면 금세 새로 갖다주고 빈 물잔은 어느 틈엔가 채워져 있다. 편하긴 하지만, 어쩐지 그곳에서는 그곳만의 질서 같은게 있어서 반드시 거기 따라야만 할 것 같은 억압도 느끼게 된다. 식기를 올바로 사용하고 목소리를 낮추고 맛을 음미하고, 그런 일들이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런 태도를 지켜야만 하는 분위기가 불편하다. 공손한 대접을 받지만, 그것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그곳의 어떤 질서를 위한 것 같고.  

p100 언젠가 엄마는 전생에 가장 빚을 많이 진 사람들이 그 빚을 갚기위해 부부로 만난다는 말이 있더라고 했다. 결혼이 빚 갚는 일이라니. 더구나 사람 사는 게 기억나지도 않는 빚을 갚는 청승맞은 일이라니. 전생 따위는 더욱더 안 믿게 됐다나. 하지만 만약 전생이란게 있다면 나는 그곳에서 한번쯤 태수를 만났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빚 같은 건 지지 않았을 것 같다. 다만 다른 생에서 한번 더 만나보자고 약속한 거 아닐까. 시간이란 어딘가로부터 오는 것이고 그리고 어딘지 모를 무한대로 흘러들어가겠지. 우리는 잠시 거기 실려서 떠가고 있는 중이고. 그곳이 어디일까. 어디로 가게 될가. 나는, 또 태수는. 우리는 그렇게 흘러가면서 잠깐씩 서로 스치고, 스치는 순간 다시 각자의 방향으로 튕겨져나가는 걸까.  

p177 -이혼 왜 한거야? 갑작스러운 질문인데도 엄마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곧바로 대꾸한다. -아빠가 하자고해서. -엄마는 안 하고 싶었는데? -난 그런 방법이 있는 줄 몰랐지. 

p460 그래서 그렇게 방에 혼자 들어와 옷을 갈아입고 세수를 한 다음 마음의 준비까지 마치고 차분히 침대 헤드에 기대서 비로소 통화버튼을 누르는 거다. 설레는 마음. 그러나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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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손발 없는 치어리더입니다
사노 아미 지음, 황선종 옮김 / 샘터사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고등학교 시절 '오토다케'라는 사람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오체불만족'이라는 책이 오랫동안 베스트 반열에 오르고, 특집 다큐멘터리까지 방영이 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다. 그 후, 사회는 조금이나마 평범한 몸에서 벗어난 사람들에 대해서 재조명을 하기 시작했다. 그 후, 우리나라의 유사한 장애인에 대해서도 다루고, 그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방송이 되었던 걸로 알고 있다.  

그리고 2011년 1월 이 책을 손에 쥐었다. 시간이 흐른 후, 유사한 장애를 지닌 사람의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나의 생각도 변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전에는 그 사람의 긍정적인 마인드와 삶에 대한 의지를 보면서, 감동을 하였다면, 이번에는 그녀의 가족에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을 읽는 내내, 그녀의 어머니가 눈에 밟혔다. 눈에 들어온 게 아닌, 장애아를 가진 어머니로, 딸의 인생의 한 부분으로 살 수 밖에 없는 어머니의 삶이 눈에 밟혀 들어온 것 이다. 이 책의 저자, 사노 아미는 다시 태어나도 이 몸으로 태어나겠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가족이 곁에 있었기에 가능한 말일 것이다.

p204 자랑스러운 딸 아미에게 아미와 함께 살아가면서 날이면 날마다 전에는 경험해 보지 못한 일들을 겪어야 했지. 그래도 아빠는 아미가 내 아이이자 우리 식구의 일원으로 태어나줘서 정말 마음속 깊이 고맙게 생각한단다. 보통은 부모가 자식을 가르치며 살아가게 마련인데, 도리어 아빠는 아미에게 '열심히 노력하면 아무리 괴로운 일도 극복해 갈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단다. 아미는 아빠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었지. 정말 고맙구나. 아빠가. 

p206 나의 딸 아미에게 엄마는 아미가 내  딸로 태어나주었기 때문에 달라진 점이 있단다. 아무리 나쁜 일이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된 거야. 그리고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진정으로 감사한 마음을 담아 말할 수 있게 되었지. 아미는 이 세상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닐까 싶단다. 아미의 '목소리, 웃음, 활기'로 많은 사람에게 용기와 활력을 주기를... 늘 네 곁에 있는 엄마가.  

 

나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있는 문학광장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샘터의 많은 발전도 함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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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애드워드 즈윅

오랜만에 여자셋이 모였다. 셋이 모여, 영화관에 갔다. 영화의 제목은 '러브 앤 드럭스'  

아니, 왠 사랑과 약물? 이런 시덥잖은 생각을 하며, 내 좌석에 앉았다.  

영화의 내용은 사랑을 하지 않았던 파킨슨병을 가진 여자와 제약회사에 다니는 남자의 사랑이야기로, 처음에는 쿨하게 만나다가, 쿨하게 헤어지자고 했다가, 끝내 쿨해질 수 없는 연인의 이야기였다.  

앤 헤서웨이와 제이크 질렌할의 계속되는 베드신이 부담스러울 법도 한, 갓 소개팅한 분들이나 아직 불편한 남녀는 조금 경계해도 되지 않을까? 싶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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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글을 쓰면서 살고 싶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나에게, 박완서는 화가 나는 존재였다. 별 이야기도 아닌 것 같은데, 어떻게 이렇게 글을 잘 쓸 수가 있는지... 하나의 글을 완성하기 위해, 수많은 조사와 수많은 시간을 들이는 작가들에게, 일침이라도 가하듯이, 별일 아닌 듯이 글을 쓰는 박완서라는 존재에 대해서, 나는 무던히도 화를 냈었다. 그러면서도 박완서의 글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읽어내려갔었다.  

그런 박완서의 별세 소식을 들었다. 나이 80이 넘어서도, 여전히 고운 얼굴로, 그녀가 하늘로 갔다. 그녀가 하늘로 갔다는 소식에, 순간 내 가슴이 미어진 것은.. 그리고 그 곳에서 그녀의 가족들을 만났을까? 하며 별 걱정을 다하게 되는 것은.  

그녀의 매력일까? 마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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