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초, 중, 고를 다녔다. 그 곳에서 나는 그럭저럭 열심히 해서, 그럭저럭 잘 하는 아이로, 국립대학교에 들어갔다. 아무런 모험도 하지 않았고, 안전하게 대학에 들어갔다. 그리고 4년동안 열심히도 나 자신을 찾아 헤맸다. 덕분에 나는 남들보다 모자란 위치에 놓여 있었다.
전공을 살릴거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전공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러자, 대학원이라는 문턱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학원이 아니라, 문턱인데, 그 문턱이 나를 받아주지 않았다. 그렇게 몇년의 시간이 흘러, 겨우겨우 대학원에 들어갔다. 처음 대학교에 들어갈 때는 돈 때문이라는 생각으로, 애정을 느끼지도 못하고 들어가서 생활한 대학교인데, 같은 학교의 대학원을 들어갈 때의 나는 무던히도 그 문턱에 들어가기에는 모자란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때의 자괴감이란.,..
길고 긴 시간을 돌아 대학원에 입학을 하고, 직장을 다니면서 대학원 생활을 할 수 없는 곳이라 조금 있으면 직장도 그만두고, 백수의 상태로 '유예기간의 연장'이라는 용어를 들먹이는 시간에 돌입하게 된다. 그럼에도 나는 예전의 자신만만했던 나로 서 있을 수 가 없다. 겸손해 진 것이 아니라, 자존감이 위축되고, 두려워진 것이리라.
적게는 2년 동안 많게는 그 이상, 백수로 지내게 되어도, 싫다는 군소리 한번 못해보고, 그저 감사하고, 감사히 여기며, 대학원 생활을 하게 되는 나 자신에게.. 내가 그동안 너무 즐기면서 살아온 것에 대한 앙갚음은 아닌가? 하는 생각과 함께, 그래도 나는 여전히 나로 있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이제 막, 두려움의 현실 앞에 선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