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온도 (170만부 기념 에디션)
이기주 지음 / 말글터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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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온도

이기주 지음

 

여전히 많은 것이 가능합니다.

 

 

 

[그런 날이 있다. 입을 닫을 수 없고 혀를 감추지 못하는 날, 입술 근육 좀 풀어줘야 직성이 풀리는 날. 그런 날이면 마음 한구석에서 교만이 독사처럼 꿈틀거린다. 내가 내뱉은 말을 합리화하기 위해 거짓말을 보태게 되고, 상대의 말보다 내 말이 중요하므로 남의 말꼬리를 잡거나 말허리를 자르는 빈도도 높아진다. 종종 가슴에 손을 얹고 스스로 물어본다. 말 무덤에 묻어야 할 말을, 소중한 사람의 가슴에 묻으며 사는 건 아닌지.... 상처를 겪어본 사람은 안다. 그 상처의 깊이와 넒이와 끔찍함을.] 말대신 글로 쓴다. 당신으로 인해 아픈 마음을 거르지 않은 글들로 내뱉는다. 걸어온 삶이 너무도 참담한 다시 7월이다. 작년 7월은 나를 어여삐 보아줄 마음이 없나보다.

 

[종종 공백이란 게 필요하다. 정말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무언가 소중한 걸 잊고 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때 우린 마침표 대신 쉼표를 찍어야 한다. 공백을 갖는다는 건 스스로 멈출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제 힘으로 멈출 수 있는 사람이라면 홀로 나아가는 것도 가능하리라. 그러니 가끔은 멈춰야 한다. 억지로 끌려가는 삶이 힘겨울수록, 누군가에게 얹혀가는 삶이 버거울수록 우린 더욱 그래야 하는지 모른다. 목적지에 닿을 때보다 지나치는 길목에서 더 소중한 것을 얻곤 한다.

 

내려앉은 꽃잎 따라, 하나의 계절이 가고 있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느낄 때 우린 행복하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 중

네가 오리고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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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가격표 - 각자 다른 생명의 값과 불공정성에 대하여
하워드 스티븐 프리드먼 지음, 연아람 옮김 / 민음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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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가격표

각자 다른 생명의 값과 불공정성에 대하여

하워드 스티븐 프리드먼 지음

연아람 옮김

 

이런 식의 글에 범접할 수 없는 정보량을 가지고 논리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에 대단하고 여길 때가 있었다. 그런데 범접할 수 없는 정보량보다 글 자체의 아름다움에 반하기를 여러 차례 하다보니, 지식을 바탕으로 이야기하는 일종의 사회흐름서? 에 이전의 경이로움을 느끼지 못하게 됐다.

 

생명 가격표라는 제목이 무섭고도 처연해서 집어 들었다.

 

돈이냐 생명이냐, 아이를 낳아도 될까와 같은 생명의 본질에 대해 질문하는 것에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런데 정작 내용은 똑같은 재난 속에서도 누군가는 생명의 가격표가 높아 구해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이름모른 채 죽어가고 있는 불균형을 이야기하고 있어, 이론이 아닌 현실의 무참함이 나를 깨웠다. 생명의 소중함, 존귀함을 믿고 있는 내게, 현실은 성비 불균형, 장애아 가 생명에 가격을 붙여서 상대적으로 쓸모가 없다고 여기기에 낙태된다고 보여주니, 나는 이 세상에 사는 생명이 아닌 것 같은 이질감.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생명에 대한 고귀함은 정말 말뿐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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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김신회 지음 / 놀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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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김신회 지음

 

보노보노를 이렇게 진지하게 쓸 수 있을까? 진지함 앞에서는 조용하고 숙연해진다.

 

나 에세이 좋아하는 사람이었네. 갈수록 에세이를 많이 읽네. 누군가를 기다리며, 휘뚜루마뚜루 걸쳐서 읽을 수 있는 에세이를 좋아했구나.

 

[누군가가 자신을 좋아하면 좋아하는 대로, 미워하면 미워하는 대로 그저 받아들인다. 우리도 그렇게 살면 얼마나 편할까. 너무 속상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울기만 하는 사람을 볼 때마다 저절로 이런 생각이 든다. 상처는 말로 표현한다고 해서 느낄 수 있는 게 아니다. 간밤에 술에 취해 진상을 부렸을 때, 너 때문에 창피해 죽는 줄 알았다는 말 대신, 너 어제 제법이더라 라고 말해주는 것.]

 

[고난이란 지나가는 법이 없고 노력해도 이겨낼 수 없는 게 있다는 걸 아는 나이가 되어서일까. 내가 당신을 사랑하고 있었다는 게 실감 난다].

 

누구에게나 힘든 시기가 있다. 그 힘든 시기는 거기에서 그만하기도 하고, 되풀이 되기도 한다. 나는 너에게 슬픔의 고래를 질렀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나를 할퀴었다. 드디어 내 우위에 섰다는 듯이.

마음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치료받으면 된다는 것은 나도 안다. 그런데 너만은 그 말을 하기 전에 안아주길 바랬다. 누구에게 소리지르지도, 누구 앞에서 울 자격도 없는 사람인 것 같아서, 더 이상 친구가 아니라는 것 같아서 차마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단 한번 누구에게 울며불며 매달린 것이, 너는, 너만은 나를 이해해줄 거라는 내 마음이 뭉개졌다.

너만은 그러지 않을거라는 마지막 믿음이었나. 너는 이미 오래전에 나를 버렸는데. 남편과 스피커폰을 켜고 내 힘든 이야기를 물어보다가 들을 거 다 듣고 나서는 듣는둥 마는둥 저녁에 구워먹을 삼겹살 이야기를 하고 있는 수화기 너머의 너는. 이미 오래전부터 나 같은 건 없는 거였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 건 아마도 현실을 인정하게 하는 나의 몸이 하는 마지막 부림이었으리라. 나에게 남은 건 없다고. [그동안 이만큼의 미련을 끌어안고 살았던 건가 싶어서 허무하면서도 속 시원했다.]라고는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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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데라토 칸타빌레 문지 스펙트럼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정희경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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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데라토 칸타빌레

마르그리트 뒤라스

정희경 옮김

 

 

보통빠르기로 노래하듯이를 뜻하는 모데라토 칸타빌레

 

왜 이 책을 샀는지, 그날 왜 이 책을 집어 들어서 넘겼는지, 모르고 중요하지 않다.

이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의 내가 있을 뿐이다.

 

사랑에 대한 갈구, 그것이 현실을 이중으로 만들게 하는 욕망

당신을 사랑해서 죽였고, 나도 곧 옆에 눕겠다.

, 명예, 그런거 생각하지 않고 나도 그곳의 한자락을 느끼고 싶다.

나는 그것을 대리 취한다.

여전히 나는 여기에 있다.

 

현실적인 대사 속에서 왜 그리도 몽환적인지,

어느 것 하나 내 것인게 없어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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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은둔자
캐럴라인 냅 지음, 김명남 옮김 / 바다출판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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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은둔자

케럴라인 냅 지음

김명남 옮김

 

 

20년 전의 글이 마치 어제의 내가, 오늘의 당신이 있어서, 현대적인 문체에 놀라서, 지금의 나를 더 없이 나타내서 놀라고, 아득해지고, 명쾌하면서도 울렸다.

 

이른 시기부터 작가로 사랑받았던 캐럴라인 냅의 삶은 그저 사람이었다.

 

소심하다, 소극적이다, 낯을 가린다, 수줍어한다는 것이 자신을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때론 보는 사람들이 싸가지 없는 사람으로 보이게도 하고

 

혼자 사는 결혼 적령기를 지난 여성이 그 시기를 지나오면서 겪는 사회의 눈빛을 견뎌야 한다는 것

 

친구, 가족, 직장 등에 대해서 이렇네 내 마음을, 당신의 마음을 표현한다는 것은 느리게 걸어가는 내가 있는 사회 덕분에 현실감있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뒤쳐져 있다는 건 시간을 뛰어넘어서 좋다.

 

나는 어리숙하고 뒤쳐진 것들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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