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김신회 지음 / 놀 / 201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김신회 지음

 

보노보노를 이렇게 진지하게 쓸 수 있을까? 진지함 앞에서는 조용하고 숙연해진다.

 

나 에세이 좋아하는 사람이었네. 갈수록 에세이를 많이 읽네. 누군가를 기다리며, 휘뚜루마뚜루 걸쳐서 읽을 수 있는 에세이를 좋아했구나.

 

[누군가가 자신을 좋아하면 좋아하는 대로, 미워하면 미워하는 대로 그저 받아들인다. 우리도 그렇게 살면 얼마나 편할까. 너무 속상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울기만 하는 사람을 볼 때마다 저절로 이런 생각이 든다. 상처는 말로 표현한다고 해서 느낄 수 있는 게 아니다. 간밤에 술에 취해 진상을 부렸을 때, 너 때문에 창피해 죽는 줄 알았다는 말 대신, 너 어제 제법이더라 라고 말해주는 것.]

 

[고난이란 지나가는 법이 없고 노력해도 이겨낼 수 없는 게 있다는 걸 아는 나이가 되어서일까. 내가 당신을 사랑하고 있었다는 게 실감 난다].

 

누구에게나 힘든 시기가 있다. 그 힘든 시기는 거기에서 그만하기도 하고, 되풀이 되기도 한다. 나는 너에게 슬픔의 고래를 질렀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나를 할퀴었다. 드디어 내 우위에 섰다는 듯이.

마음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치료받으면 된다는 것은 나도 안다. 그런데 너만은 그 말을 하기 전에 안아주길 바랬다. 누구에게 소리지르지도, 누구 앞에서 울 자격도 없는 사람인 것 같아서, 더 이상 친구가 아니라는 것 같아서 차마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단 한번 누구에게 울며불며 매달린 것이, 너는, 너만은 나를 이해해줄 거라는 내 마음이 뭉개졌다.

너만은 그러지 않을거라는 마지막 믿음이었나. 너는 이미 오래전에 나를 버렸는데. 남편과 스피커폰을 켜고 내 힘든 이야기를 물어보다가 들을 거 다 듣고 나서는 듣는둥 마는둥 저녁에 구워먹을 삼겹살 이야기를 하고 있는 수화기 너머의 너는. 이미 오래전부터 나 같은 건 없는 거였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 건 아마도 현실을 인정하게 하는 나의 몸이 하는 마지막 부림이었으리라. 나에게 남은 건 없다고. [그동안 이만큼의 미련을 끌어안고 살았던 건가 싶어서 허무하면서도 속 시원했다.]라고는 못하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