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독서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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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독서

박노해 지음

 

나는 이 책을 이렇게 사용한다. 아무 곳이나 편다. 읽는다. 마음에 새긴다. 다음 장을 넘긴다 읽는다. 마음에 새긴다. 다음 장을 넘긴다. 읽는다. 마음에 새긴다.

하루 3쪽 하루를 점치듯이 펼친다.

 

오늘은

[정치의 본질은 약한 자 힘주고 강한 자 바르게]

[나만을 위한 나일 때 아 나는 얼마나 작으냐]

[관심에는 총량이 있다. 우선순위를 바로 하기. 단념할 것을 단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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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를 철학하다
차민주 지음 / 비밀신서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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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를 철학하다

차민주 지음

 

목차도 글도 못 썼다. 일부 사람이 쓰는 용어에 대해 모든 이가 다 아는 것처럼 써서 어른의 어휘력을 떠올리게 했다. 실리카겔, 웨스 앤더슨, 자비에돌란 영화를 모르면 뭐? 힙스터? 그게 뭐?

철학이라면서 철학이라고 보기에는 제목만 있는 것 같다. 43쪽을 넘어갈 때 쯤엔 ‘그런데 철학은 언제 나오는 거야? 저자가 말하는 철학은 흙수저 피해자 코스프레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문을 가질 때쯤에서야 철학적인 사유가 나오기 시작한다.

아무튼 시리즈 같은 걸 기대하고 봤나 보다. 아니면 bts를 어떻게 열광하는 신도인지 보려는 기대가 있었나 보다. 그런데 어떻게는 어디가고 열광만 한다.

 

그런데 반문을 제기하고 여백에 말을 하고 생각하게 한다. 여기에 다 담지는 못했지만, 생각을 적은 것을 정리해보니 A4 3장 정도가 나왔다. 여기에 올리지 못한 이유는 지나치게 내 생각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지만, 그로 인해 BTS가 바라보는 것에 대한 나의 의문을 똑똑히 알았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의 딴지였다.

[내 작고 캄캄한 동굴 안에서, 외롭지만 나를 격려하고 다독이며 혼자서 만들어 가야 하는 길이 내 꿈의 행로입니다]: 왜 캄캄하고 외로워야 해?

[오늘 자신의 최대치를 써야 한다. 매일매일 하루의 최대치를 채운 땀으로 실체가 정해진 꿈을 파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 그러면 내일이 두려워지잖아. 쉽게 지치고. 오늘만 사는 것처럼 살면 말이야. 미루는 게 아니라면 죽을 것 처럼은 안 살아도 되지 않을까? 그러다 공황와.

[No more dream. 왜 말 못하고 있어? 공부는 하기 싫다면서 학교 때려 치기는 겁나지? 이거 봐 등교할 준비하네 벌써] : 뭐야? 학교 관두라고 선동하는 거야?

 

때론 이러한 무수한 딴지가 내 생각을 정리하고, 성장시키기도 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는 좋아지기도 하고,

[Tomorrow 가사 좋네.

우리가 그토록 기다린 내일도 어느새 눈을 떠보면 어제의 이름이 돼

내일은 오늘이 되고 오늘은 어제가 되고 내일은 어제가 되어 내 등 뒤에 서 있네

삶은 살아지는 게 아니라 살아내는 것, 그렇게 살아내다가 언젠가 사라지는 것]

 

종국에 가서는 동의하기도 한다.

[장차 나는 행복해질거야. 장차 나는 성공할거야. 장차 세상은 아름다운 곳이 될거야 라는 생각은 대부분 행동으로 연결되지 않아서 생각과 행동 사이에 간격이 생깁니다. 그 간격에서 슬픔과 공포가 생겨납니다.] : 그렇구나. 간격에서 슬픔과 공포가 생겨나는구나. 당장 행복해야 하는 구나. 중독과도 연결된다. 중독에는 지연할인이라는 말이 있다. 예를 들어 하루 뒤에 500원 받고 5일 뒤에 십만원 받는다면? 둘 중 무엇을 택하는지에 따라 중독 정도가 다르다.

 

내가 BTS를 보는 이유는 저런 사람 하나 쯤은 세상에 남겨둬야지. 온실 속의 화초처럼 밝은 세상을 보는 순수한 이를 남겨줘야지. 하는 생각으로 본다. 가사가 하나같이 유치하다. 세상을 향해 외친다고 하는 소리가 아이들이 외치는 것 같다. 그런 사람이 내쳐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 아이들에게 이타심, 배려를 키우는 방법은 하나다. 철학이나 책이나 가수가 아니다. 자연이다. 자연과 함께 하는 것. 어려운 이를 돕고, 노동을 직접 해보는 것을 넘어 자연을 접하는 것이 아이들의 마음을 키우는 데는 더 큰 작용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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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수영장 수박 수영장
안녕달 글.그림 / 창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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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수영장

안녕달

 

.. ... ....

 

할머니의 휴가를 읽고 봤다.

 

....

 

수박 수영장에서 노는 게, 그게 뭐... 뭐지?

 

 

뭘 말하고 싶은 거지?

 

재미라는 걸 느껴본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 부정적인 것은 크게 느끼고, 긍정적인 것은 그저그런 것으로 여기고 만지 꽤 오래됐다. 노는거? 재미있잖아. 그게 뭐냐고 물어보면서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내가, 노는 것의 의미를 잃어버린지 오래된 내가 이 책을 알 리가 없지.

 

재미있니?

재미있었니?

 

이라고 말하기 위해 연습이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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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국내 출간 30주년 기념 특별판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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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pril Bookclub

2021년 12월 15일 수요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제목이 내 삶을 직시하게 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니.....

 

[밤은 부드러워라]의 다른 버전을 읽는 것 같았다. 이야기 속에서 흘러가는 파멸의 기운이 닮아 있었다. 의사 토마시는 이혼했다. 여성 편력이 있어 매일 여러 명의 여자와 잠자리를 같이 하는 삶을 오랜 시간 해 왔다. 그리고 테레자를 만났고, 결혼했고,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테레자를 만나기 전부터 관계를 맺어오던 사비나는 그와의 관계가 끊어지고 프란츠라는 유부남을 만난다. 그가 사비나와 결혼을 생각하자 떠난다. 토마시는 테레자를 만나 생활하는 동안 삶의 바닥으로 떨어져 나간다. 의사였던 토마시는 창문닦는 일, 운전하는 일을 하고, 죽음으로 간다.

 

[아무 일도 없었다. 그나마의 힘도 상실했으며 이처럼 사소한 일에도 버텨 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 인생의 드라마는 항상 무거움의 은유로 표현될 수 있다. 어둠은 무한성이 아니라 다만 그녀가 보는 것과의 불화, 보이는 것에 대한 부정, 보는 것의 거부만을 의미했다. 그는 집을 뛰쳐나와 거리로 나서듯 그의 삶으로부터 나오고 싶었다.]

[나는 아무것도 보지 못해, 눈이 있던 자리엔 구멍만 있어.] 이 말이 이들의 삶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의 삶도 보여준다. 우리가 가진 눈으로 우리는 어떤 세상을 바라보고 어떤 why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가. 그저 그 자리에 구멍만 있는 것은 아닌 채 가상의 숨만 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소설 인물들은 살아있는 사람들처럼 어머니의 육체에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하나의 상황, 하나의 문장, 그리고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거나, 본질적인 것은 여전히 언급되지 않았지만 근본적이며 인간적 가능성의 씨앗을 품고 있는 은유에서 태어난다. 작가가 자신의 인물들이 실제로 존재했다고 독자로 하여금 믿게 하려 드는 것은 어리석은 짓일 것이다. 그들은 어머니의 몸이 아니라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몇몇 문장, 혹은 핵심 상황에서 태어난 것이다.

 

그 하나하나의 배신은 최초의 배신으로부터 우리를 점점 먼 곳으로 이끌게 마련이다. 모든 침공은 보다 근본적이고 보편적인 어떤 악을 은폐한다. 이 악의 이미지는 팔을 치켜들고 입을 맞춰 똑같은 단어를 외치며 행진하는 사람들의 대열이었다. 그녀가 추하게 보려고 한다면 추한 것이고 예쁘게 보면 예쁘다는, 그런 식이었다. 아름다움이란 배반당한 세계. 자신의 시야에서 인간 존재가 지닌 것 중 본질적으로 수락할 수 없는 모든 것을 배제한다. 존재와 망각 사이에 있는 환승역이다.]

 

[마음의 다독임을 절실히 갈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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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문장들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지음 / 마음산책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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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지음

 

 

[이제 나는 서른아홉 살이 됐다. 앞으로 살 인생은 이미 산 인생과 똑같은 것일까? 커피를 마시며 창 밖을 바라보면 애잔한 마음이 들었다. 그 즈음 창 밖을 내다보면 뭔가 지나가는 게 언뜻언뜻 눈에 보였다. 바람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덧없이 흘러가는 세월이었다. 낯선 곤충의 껍질처럼 무감각해졌다. 가장 견디기 힘든 경우는 어둠 속에서 멀리 불빛이 보일 때다.

 

누구도 믿을 수 없어. 그 누구도 믿을 수 없어. 그해, 계절이 여름에서 가을로 바뀌는 동안 내가 수없이 되뇌었던 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한참을 울고 나니 그제야 가을 햇살이 무척 노랗다는 게 눈에 들어왔다.

 

내가 누구인지 증명해주는 일,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 견디면서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일, 그런 일을 하고 싶었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고 오랫동안 남아 있는 것. 삶이라는 건 직선의 단순한 길이 아니라 곡선의 복잡한 길을 걷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그때다. 힘든 일을 견디지 못하고 싫은 마음을 얼굴에 표시내는 종류의 인간이다. 하지만 글을 쓸 때, 나는 한없이 견딜 수 있다. 매번 더 이상 할 수 없다고 두 손을 들 때까지 글을 쓰고 난 뒤에도 한 번 더 고쳐본다. 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 그 때 내 존재는 가장 빛이 나기 때문이다. 시야에 있는 것들, 쉽게 바뀌는 것들, 덧없이 사라지는 것들이 여전히 내 마음을 잡아끈다. 내게도 꿈이라는 게 몇 개 있다. 그 중 하나는 마음을 잡아끄는 그 절실함을 문장으로 옮기는 일.

 

소리내 읽다 보면 입에서 향기가 날 것 같다. 햇살을 받은 이파리들은 초록색 그늘을 우리 머리 위에 드리웠고 바람에 따라 그 그늘이 조금씩 자리를 바꿨다. 금방이라도 초록색 물이 떨어질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지금 내가 가진 기대 중 가장 큰 기대는 그런 모습이었다. 탐스런 초록색으로 물든 들판이 좌우로 펼쳐졌다. 그리고 내 머릿속으로는 어릴 적 일들이 떠올랐다.

 

나의 첫 번째 여름이 그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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