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를 철학하다
차민주 지음 / 비밀신서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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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를 철학하다

차민주 지음

 

목차도 글도 못 썼다. 일부 사람이 쓰는 용어에 대해 모든 이가 다 아는 것처럼 써서 어른의 어휘력을 떠올리게 했다. 실리카겔, 웨스 앤더슨, 자비에돌란 영화를 모르면 뭐? 힙스터? 그게 뭐?

철학이라면서 철학이라고 보기에는 제목만 있는 것 같다. 43쪽을 넘어갈 때 쯤엔 ‘그런데 철학은 언제 나오는 거야? 저자가 말하는 철학은 흙수저 피해자 코스프레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문을 가질 때쯤에서야 철학적인 사유가 나오기 시작한다.

아무튼 시리즈 같은 걸 기대하고 봤나 보다. 아니면 bts를 어떻게 열광하는 신도인지 보려는 기대가 있었나 보다. 그런데 어떻게는 어디가고 열광만 한다.

 

그런데 반문을 제기하고 여백에 말을 하고 생각하게 한다. 여기에 다 담지는 못했지만, 생각을 적은 것을 정리해보니 A4 3장 정도가 나왔다. 여기에 올리지 못한 이유는 지나치게 내 생각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지만, 그로 인해 BTS가 바라보는 것에 대한 나의 의문을 똑똑히 알았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의 딴지였다.

[내 작고 캄캄한 동굴 안에서, 외롭지만 나를 격려하고 다독이며 혼자서 만들어 가야 하는 길이 내 꿈의 행로입니다]: 왜 캄캄하고 외로워야 해?

[오늘 자신의 최대치를 써야 한다. 매일매일 하루의 최대치를 채운 땀으로 실체가 정해진 꿈을 파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 그러면 내일이 두려워지잖아. 쉽게 지치고. 오늘만 사는 것처럼 살면 말이야. 미루는 게 아니라면 죽을 것 처럼은 안 살아도 되지 않을까? 그러다 공황와.

[No more dream. 왜 말 못하고 있어? 공부는 하기 싫다면서 학교 때려 치기는 겁나지? 이거 봐 등교할 준비하네 벌써] : 뭐야? 학교 관두라고 선동하는 거야?

 

때론 이러한 무수한 딴지가 내 생각을 정리하고, 성장시키기도 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는 좋아지기도 하고,

[Tomorrow 가사 좋네.

우리가 그토록 기다린 내일도 어느새 눈을 떠보면 어제의 이름이 돼

내일은 오늘이 되고 오늘은 어제가 되고 내일은 어제가 되어 내 등 뒤에 서 있네

삶은 살아지는 게 아니라 살아내는 것, 그렇게 살아내다가 언젠가 사라지는 것]

 

종국에 가서는 동의하기도 한다.

[장차 나는 행복해질거야. 장차 나는 성공할거야. 장차 세상은 아름다운 곳이 될거야 라는 생각은 대부분 행동으로 연결되지 않아서 생각과 행동 사이에 간격이 생깁니다. 그 간격에서 슬픔과 공포가 생겨납니다.] : 그렇구나. 간격에서 슬픔과 공포가 생겨나는구나. 당장 행복해야 하는 구나. 중독과도 연결된다. 중독에는 지연할인이라는 말이 있다. 예를 들어 하루 뒤에 500원 받고 5일 뒤에 십만원 받는다면? 둘 중 무엇을 택하는지에 따라 중독 정도가 다르다.

 

내가 BTS를 보는 이유는 저런 사람 하나 쯤은 세상에 남겨둬야지. 온실 속의 화초처럼 밝은 세상을 보는 순수한 이를 남겨줘야지. 하는 생각으로 본다. 가사가 하나같이 유치하다. 세상을 향해 외친다고 하는 소리가 아이들이 외치는 것 같다. 그런 사람이 내쳐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 아이들에게 이타심, 배려를 키우는 방법은 하나다. 철학이나 책이나 가수가 아니다. 자연이다. 자연과 함께 하는 것. 어려운 이를 돕고, 노동을 직접 해보는 것을 넘어 자연을 접하는 것이 아이들의 마음을 키우는 데는 더 큰 작용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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