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의 사랑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한글판) 8
프리드리히 막스 뮐러 지음, 배명자 옮김 / 더클래식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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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의 사랑

프리드리히 막스 뮐러 지음

 

아름다운 문장들. 정신을 가다듬고 음미하며 읽어야 좋은 글.

 

어린 시절은 나름대로의 비밀과 기적을 간직한다. 그것을 말로 이야기하며 뜻을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마음은 봄날 하늘처럼 화창했고 제비꽃 향기처럼 신선했으며 일요일 아침처럼 잔잔하고 거룩했다: 마음은 겨울 나뭇가지처럼 앙상했고 개의 오줌처럼 지독한 냄새를 풍겼으며 월요일 이른 새싹처럼 허망했다.

 

많은 낯선 얼굴도 등장한다. 그렇다. 낯선 얼굴들. 그러고 보면 추억은 꽤 많은 것들로 이루어진 것인가 보다. 끝없는 생각이 쫓고 쫓기며 날뛰다가 이윽고 잠잠해지기 시작했다. 소용돌이치던 갖가지 상상들도 서서히 가라앉았다. 뚫어지게 한곳만을 응시하던 내가 생각에서 깨어나 처음으로 한 말은 떠나자였다.


왜 독일인의 사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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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랬을까 장수하늘소의 새싹동시 2
이은규 글.그림 / 장수하늘소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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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랬을까

이은규 시, 그림

 

광장을 쓴 최인훈의 외손녀.

 

외할아버지 왈: 이상한 나라의 이은규

"너는 알고 싶은 일이 참 많구나. 처음 와 보는 나라니까 그럴 만하지. 별에게도 물어보고 기차에게도 물어보는구나. 나무에게도 말을 걸고 부엌에게도 궁금한 일투성이로구나"

 

이은규 시인:

왜 그랬을까2

 

물개를 그리는데

얼굴이

개같이 돼서

그냥 개로 바꿔 그렸다고 말씀 드렸다

엄마가 배를 잡고 웃으셨다

 

왜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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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피아노 - 철학자 김진영의 애도 일기
김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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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피아노

철학자 김진영의 애도 일기

김진영 지음

 

죽음에 관한 글을 일부러 피한다. 피하다가 사노 요코의 사는게 뭐라고를 통하고, 존 디디온의 푸른밤을 통하면서 나의 빗장도 무뎌지지는 않았지만, 무너졌다.

 

[TV를 본다. 모두들 모든 것들이 영원히 살 것처럼 살아간다. 한 철을 살면서도 풀들은 이토록 성실하고 완벽하게 삶을 산다.

 

나의 기쁨들은 모두 어디에서 나를 기다리나. 불안이 심해진다. 자꾸 놀라고 쓸데없는 일들에 생각을 빼앗긴다. 스스로의 어리석음이 낙담스럽다. 그래도 결국 지나갈 거라는 걸 안다. 조용한 날들이 돌아올 거라는 걸 안다. 우리가 모든 것들을 잃어버렸다고 여기는 그때 우리를 구출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우리가 그토록 찾았던 그 문을 우리는 우연히 두드리게 되고 그러면 마침내 문이 열리는 것이다.

 

바르트의 애도일기를 뒤적인다. 부끄럽고 괴롭다. 그의 고통들은 모두가 마망 때문이다. 마망의 상실 때문이다. 그의 고통들은 타자에 대한 사랑 때문이다. 그러면 나의 고통은 무엇 때문인가. 그건 오로지 나 때문이다. 나는 나만을 근심하고 걱정한다. 그 어리석은 이기성이 나를 둘러싼 사랑들을 잊어버리게 만든다. 사실 나는 바르트보다 지극히 행복한 처지다. 그는 사랑의 대상을 이미 상실했다. 그러나 내게 사랑의 대상들은 생생하게 현존한다. 나는 그들을 그것들을 사랑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기만 하면 된다.

 

며칠째 계속되는 하강. 그러나 생은 쌍곡선 운동이다. 어딘가에서 하강할 때 또 어딘가에서는 상승한다. 변곡점이 곧 다가오리라. 거기서 나는 새의 날개가 되어 기쁨의 바람을 타고 떠오를 것이다.

 

차 안에 문득 음악이 흐른다. 부드럽고 친절한 선율. 부드러운 건 힘이 세고 힘이 센 것은 부드럽다. 그 부드러움을 잃으면 안된다. 귀한 손님답게 우아하게 살아가라. 나는 나를 꼭 안아준다. 괜찮아. 괜찮아. 미워하면서도 사실은 깊이 사랑했던 세상에 대해서 나만이 쓸 수 있는 한 권의 책을 써야 하지 않을까.

 

글쓰기는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그건 타자를 위한 것이라고 나는 말했다. 병중의 기록들도 마찬가지다. 이 기록들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떠나도 남겨질 이들을 위한 것이다. 나만을 지키려고 할 때 나는 나날이 약해진다. 타자를 지키려고 할 때 나는 나날이 확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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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온도 (170만부 기념 에디션)
이기주 지음 / 말글터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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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온도

이기주 지음

 

여전히 많은 것이 가능합니다.

 

 

 

[그런 날이 있다. 입을 닫을 수 없고 혀를 감추지 못하는 날, 입술 근육 좀 풀어줘야 직성이 풀리는 날. 그런 날이면 마음 한구석에서 교만이 독사처럼 꿈틀거린다. 내가 내뱉은 말을 합리화하기 위해 거짓말을 보태게 되고, 상대의 말보다 내 말이 중요하므로 남의 말꼬리를 잡거나 말허리를 자르는 빈도도 높아진다. 종종 가슴에 손을 얹고 스스로 물어본다. 말 무덤에 묻어야 할 말을, 소중한 사람의 가슴에 묻으며 사는 건 아닌지.... 상처를 겪어본 사람은 안다. 그 상처의 깊이와 넒이와 끔찍함을.] 말대신 글로 쓴다. 당신으로 인해 아픈 마음을 거르지 않은 글들로 내뱉는다. 걸어온 삶이 너무도 참담한 다시 7월이다. 작년 7월은 나를 어여삐 보아줄 마음이 없나보다.

 

[종종 공백이란 게 필요하다. 정말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무언가 소중한 걸 잊고 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때 우린 마침표 대신 쉼표를 찍어야 한다. 공백을 갖는다는 건 스스로 멈출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제 힘으로 멈출 수 있는 사람이라면 홀로 나아가는 것도 가능하리라. 그러니 가끔은 멈춰야 한다. 억지로 끌려가는 삶이 힘겨울수록, 누군가에게 얹혀가는 삶이 버거울수록 우린 더욱 그래야 하는지 모른다. 목적지에 닿을 때보다 지나치는 길목에서 더 소중한 것을 얻곤 한다.

 

내려앉은 꽃잎 따라, 하나의 계절이 가고 있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느낄 때 우린 행복하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 중

네가 오리고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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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가격표 - 각자 다른 생명의 값과 불공정성에 대하여
하워드 스티븐 프리드먼 지음, 연아람 옮김 / 민음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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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가격표

각자 다른 생명의 값과 불공정성에 대하여

하워드 스티븐 프리드먼 지음

연아람 옮김

 

이런 식의 글에 범접할 수 없는 정보량을 가지고 논리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에 대단하고 여길 때가 있었다. 그런데 범접할 수 없는 정보량보다 글 자체의 아름다움에 반하기를 여러 차례 하다보니, 지식을 바탕으로 이야기하는 일종의 사회흐름서? 에 이전의 경이로움을 느끼지 못하게 됐다.

 

생명 가격표라는 제목이 무섭고도 처연해서 집어 들었다.

 

돈이냐 생명이냐, 아이를 낳아도 될까와 같은 생명의 본질에 대해 질문하는 것에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런데 정작 내용은 똑같은 재난 속에서도 누군가는 생명의 가격표가 높아 구해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이름모른 채 죽어가고 있는 불균형을 이야기하고 있어, 이론이 아닌 현실의 무참함이 나를 깨웠다. 생명의 소중함, 존귀함을 믿고 있는 내게, 현실은 성비 불균형, 장애아 가 생명에 가격을 붙여서 상대적으로 쓸모가 없다고 여기기에 낙태된다고 보여주니, 나는 이 세상에 사는 생명이 아닌 것 같은 이질감.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생명에 대한 고귀함은 정말 말뿐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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