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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남긴 한 마디 - 아지즈 네신의 삐뚜름한 세상 이야기 ㅣ 마음이 자라는 나무 19
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 이종균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아지즈 네신이라는 생소한 터키 작가의 책. 작은 크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두께, 내용도 짧막한 것들이 15편이나 실렸다. 짧은 이야기는 단 4페이지로도 끝나니 화장실에서나 잠시 짬이 나서 어정쩡한 시간에 읽기 딱이다. 맘 먹고 읽으면 금방 읽게 된다.
이 책은 풍자집이다. 권력, 재물, 위선 등 우리에게 익숙한 모든 것들이 다 까발린다. 권력자들은 끝없이 권력을 추구하다 제 무덤을 파고,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모든 것을 남의 탓으로 돌린다. 비난이 돌아도 그것이 자신을 향하는 것인지도 모르고, 내 앞의 누군가가 없어지기만 하면 내가 최고가 되리라 생각한다. 사람을 비롯하여 당나귀, 고양이, 빈대, 물고기, 양, 개 등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하여 인간 세상을 풍자한다.
도둑질을 해도 되지만 들키면 욕 먹는 마을에서 사랑받던 도둑고양이가 죽은 자리에 국세청 건물이 들어서자 사람들은 고양이의 혼이 부활했다고 하고(도둑고양이의 부활), 사랑하는 개의 장례를 치르다 들킨 남자가 개가 재판장에게 돈을 주라고 유언했다고 말해 재판장을 감동시키고(개가 남긴 한마디), 난폭한 양치기에게 매일 맞던 아기 양은 늑대로 자라고(늑대가 된 아기 양), 아이들에게 자신들만 보고 자라라던 부모는 아이들의 모습에 실망하고 아이들은 부모를 보고 그대로 따라했을 뿐이라고 말한다(삐뚜름한 모델).
이 책은 1958년에 출간됐다. 그래서 슬프다. 도대체 2008년에 읽어도 이렇게 웃기고 공감되는 내용이라니! 권력자들은 여전히 추악한 권력을 놓지 못해 더 추악해지고, 인간은 자신만은 고결한 존재라고, 자신의 모든 불행은 다른 사람의 잘못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현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변하지 않는 사실. 책의 내용은 특정 계층에 대해서만 비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읽으면서 뜨끔한 부분이 있을 정도로 이야기 속 어떤 인물은 내 모습 같기도 하고, 우리 이웃의 모습 같기도 하다. 욕심에 치우쳐 남을 바로 보지 못하고, 나만 온전하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인간 군상의 모습이 잘 담겨져 있어서일 게다.
다양한 인간들이 모여 사는 세상, 풍자는 사라질 수 없다. 예전에는 코미디 프로에서 세상에 대한 풍자극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요즘에는 잘 다루어지지 않는 듯하다. 외모나 신변잡귀적인 것들로 웃기는 대신 신랄한 사회 풍자가 한판 벌어졌으면 하는 건 지나친 욕심일까. 그나마 다행인 건 TV에서 보기 힘든 신랄함과 웃음을 주는 이런 책이 있다는 것, 그것도 청소년용으로 나왔다는 사실이다. 다사다난했던 한해, 정치권에 대해 냉소를 보내며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던 많은 중고등학생들을 비롯하여 많은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며 세상에 대해, 자신에 대해 진진하게 생각해봤으면 한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짧은 내용으로 깊이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는 풍자집이다. 긴 이야기를 싫어하는 사람들이나 이동 중에 책을 읽고 싶을 때 봐도 좋을 만큼 책 크기나 분량이 부담 없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오래 전에 읽어서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읽은 후 "이런 풍자도 있구나" 하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인간의 착취에 반발하여 동물들이 새로운 사회를 꿈꾸지만 결국 인간 사회와 다를 것 없이 변했다는 내용. 스탈린주의를 비판한, 풍자 소설 중의 으뜸.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긴 이야기를 읽기 싫어하는 중고등학생, 성인 모두 읽어도 좋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나요? 우리는 엄마아빠를 모델로 삼은 채 살아왔어요. 엄마아빠가 무엇을 하시든지 그냥 그대로 따라했을 뿐이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