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의 FM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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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러닝타임 :  106분 

개봉일 :  10. 14 

영화를 보면 좋을 사람 : 스릴러 영화를 좋아하는 이, 유지태와 수애의 소름 돋는 연기를 즐기고 싶은 이라면 OK! 

 

스릴러 영화, 공포 영화 이런 건 웬만해선 보지 않는다. 그것도 절대 혼자서는. 겁이 많아서 절대 혼자서 못 보는데 수애와 유지태 두 배우의 출연작이라 큰맘 먹고 표를 끊었다. 감상은, 역쉬! 수애, 유지태라는 거. 두 배우의 연기을 보는 것만으로도 본전은 뽑는다. 스릴러 영화의 핵심인 긴장감도 적당히 녹아 있다. 약간의 억지스러운 점도 없지 않아 있지만 그거야 뭐, 영화니깐 가능한 장치라고 생각하자. 

5년 동안 라디오에서 진행하던 영화 음악 프로그램을 떠나는 고선영 (수애). 시니컬하고 꼼꼼한 성격으로 앵커 시절부터 거침없는 언변으로 인기를 누렸다. 말을 못하는 아이의 수술차 미국으로 떠나게 되어 마이크를 내려놓게 된다. 마지막 방송날, 연쇄살인범이자 열혈 청취자인 한동수가 집에 침입해 가족들을 인질로 잡고 자신의 요구에 따라 방송할 것을 협박한다. 몇 년 전에 틀었던 노래, 그 노래를 보낼 때 했던 멘트 등 선영으로서는 기억하기 힘든 것들을 요구한다. 방송국을 박차고 나와 중계차로 이동하며 방송을 진행하는 선영과 아이들을 데리고 있으니 자신을 찾아오라는 동수의 숨막히는 추격전이 펼쳐진다. 

한동수는 사이코다.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지라며 선영을 몰아 붙이는 그는, 선영이 방송에서 했던 멘트를 하나하나 상기시켜주며 자신은 그녀의 말에 따라 행동했다고 한다. 사회 악을 처단하는 정의로운 영화 속 주인공이 자신이라고 착각하고 살인을 저질렀기에 선영이 "영화에서라도 이런 미치광이 살인마는 보고 싶지 않다"는 말에 충격을 받고 선영의 집에 침입하기에 이른 것이다. 유지태의 연기는 섬뜩하다. 미치광이 한동수에 몰입된 그의 연기는 평소의 넉살 좋은 그의 얼굴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미치광이의 웃음과 말투를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수애는 영화 <가족> 이후 간만에 스크린에서 얼굴을 봤다. 뉴스를 보도하는 앵커, 감미로운 영화 음악 방송을 진행하는 DJ, 아이를 살리기 위해 미친 듯 뛰어가는 엄마, 영화 속에서 이 모든 걸 수애표 연기로 녹여냈다. 매력적인 그녀의 중저음 목소리 또한 이 영화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이 참에 수애의 다른 영화들도 찾아서 살펴봐야겠다. 

스릴러 영화답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과 효과음, 숨막히는 추격신 등이 등장한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좀 억지스러운 면도 있다. 사건은 새벽 2시부터 4시까지 라디오 방송 시간 동안 벌어진 일에 불과한데, 그 두 시간 동안 모든 일이 벌어지고 해결됐다는 건 좀 무리가 있다.  

방송 마지막날이라고 방송국을 찾은 선영의 열혈팬의 존재 또한. 이 사람은 선영의 멘트, 방송에서 나왔던 모든 노래 목록을 다 기억하는 사람이다. 무려 5년 동안의 방송 내용을 모두 다. 선영은 이 사람에게 도움도 받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왜 자기를 따라 다니냐고 소리 지르나, 결국 이 사람의 도움으로 사건을 해결하게 된다. 이 사람이 없었다면! 영화 자체가 진행이 안 되고, 결론도 날 수 없을 정도다. 차라리 라디오 PD가 이 모든 역할을 하게 했다면 오히려 설득력이 있었을 텐데 뜬금 없이 청취자가 모든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모양새가 영~ 아니다.  

연쇄살인범이 보낸 살인 장면이 담긴 비디오가 TV에 방영되고(사람을 죽이겠다고 협박했다지만), 거의 개인 방송하듯이 라디오를 차지해 내내 방송을 해대는 것도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일. 이렇게 억지스런 설정에도 불구하고 스릴러 영화의 긴장감을 잘 유지하고, 앞에서도 말했듯이 수애와 유지태의 열연 덕에 영화는 볼 만하다. 영화에서 스토리도 스토리거니와 배우의 연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준 영화다. 설렁한 가을밤,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을 느끼고 싶다면  심야에 <심야의 FM>을 감상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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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 Loveholic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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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타임 : 114분 

개봉일 : 10월 21일 

영화를 보면 좋을 사람 : 그냥 시간 때우기용 영화가 보고 싶은 사람 

  

어떻게 하다가 개봉날 이 영화를 봤다. 포털 사이트에 접속할 때마다 배너 광고로 떴기에 눈에 익어서, 사전 정보 없이 덜컥 선택하고 말았다. 아, 거의 두 시간에 육박하는 러닝타임, 미치겠더라. 격정 멜로를 기대했건만, 이건 뭐 멜로 찔금, 불륜 찔금, 18금 찔금, 찔금찔금 넣다가 제대로 버무리지 못해 어정쩡하게 만들어진 양념이 잘못된 요리 같다.  

출판사에서 일하는 지흔(추자현)은 잘 풀리는 게 없는 30대 싱글녀다. 직장에서도 잘려, 음악 한다는 남자친구는 결혼은 안중에도 없다. 반면 친구 경린(한수연)은 의사 남편 명원(정찬)과 남부럽지 않게 잘 산다. 지흔은 술을 먹고 폭행을 휘두르는 바람에 합의금을 마련하느라 살 곳이 없어져 경린의 집에 기거하게 된다. 경린은 남편과 같은 병원에 근무하는 물리치료사 동주(김흥수)와 바람을 피고, 방황하던 명원은 지흔은 묘한 관계가 된다. 결국 경린과 명원은 이혼을 하고, 지흔은 명원과 자주 만나던 야구게임장에서 다시 그를 만나게 된다. 이것이 영화의 스토리.  

참 뻔한 이야기다. 하늘 아래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 그 새롭지 못한 것을 어떻게 풀어내는가가 관건인데, 뻔한 이야기를 참 뻔하게 그려냈다. 경린이 동수를 만날 때부터, 남편이 동수를 집에 데려오면서부터 동수와 경린의 관계는 예측이 되고, 전혀 다른 성격의 두 남녀가 의외의 공통점을 발견하고 대화를 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면서 정이 든다는, 지흔과 명원의 관계도 이미 예측이 가능한데. 뭐, 예측을 벗어나는 게 없다. 예측한 대로 전개되는 영화. 관객은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시계만 들여다보게 된다.  

영화는 이것저것 버무려놓았다. 지흔을 통해 자아를 찾는 30대 싱글녀의 모습이 설핏 드러나나 기억 나는 건 내내 술 마시고 담배 피는 추자현의 모습이다. 영화 내내 등장하는 캔맥주가 몇 개인지 담배가 몇 개피인지 세어보진 않았지만...정말 많이 나온다. 소설을 쓴답시고 쓰다가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표절한 것을 알고 다시 출판사에 취직해서 책을 만든다. 추자현의 연기는 조금 오버스럽다 느껴지고 딱히 캐릭터에 몰입이 되지 않는다. 그녀의 연기력에 비해 캐릭터가 너무 밋밋했던 건 아닐까. 

경린은 남들이 보기에 부러운 가정을 가졌으나 일방적인 남편에게 불만을 가지고 있고, 자신에게 들이대는 동수와 바람이 나고 결국 이혼하는 여자. 동수는 만나는 여자도 많고 작업도 잘하는 전형적인 나쁜남자 스타일. 명원은 아내를 사랑하지만 잘 표현하지 못하고, 아내의 바람에 충격받아 아내와 정 반대 성격인 지흔과 하룻밤을 보내나 여전히 아내를 사랑한다는...뭐, 마지막엔 지흔과 재회해서 앞으로의 상황을 예상할 수 있게 했지만.  

스토리가 그저 그러면 베드신이라도 화끈해야 할 터인데 그렇지 못하고... <사랑과 전쟁>의 극장판 정도랄까? 안타까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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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노; 연애조작단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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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일 :  9월 16일 

영화를 보면 좋을 사람 :  설레는 연애 감정을 느끼고픈, 적당한 농담에 즐거워하며 기분 좋아질 영화를 찾는다면! 

거의 백만년 만에 영화관을 찾을 것 같다. 눈에 띈 영화가 <시라노 연애조작단>이다. 기분 울적하고 마땅히 볼 만한 게 없을 때는 로맨틱코미디가 딱이다. 그래서 선택했고, 잘 봤고, 후회 없다. 울적한 기분은 사라지고, 몇 시간 동안은 즐거웠으니. 10월 말까지인 지금까지도 영화는 잘 되고 있는 듯. 내가 재밌으면 다들 재밌는 거다. 난 단순하니까. ㅎㅎ 

시라노. 배고픈 연극쟁이들이 만든 연애대행사다. 짝사랑에 괴로워하는 의뢰인의 의뢰를 받아 정말 '쥐도 새도 모르게' 사랑이 이루어지게 해준다. 의뢰인의 옷차림, 헤어스타일, 상대방과의 대사, 상대방의 뇌리에 강한 인상 남기기, 적절한 밀고 당기기, 갑자기 연락 끊기, 우연한 만남 등 모든 것은 철저히 각본에 의해 이루어진다. 영화의 초반부터 한 의뢰인의 의뢰로 한 커플을 탄생시키는 시라노 구성원들의 움직임과 작업 스타일이 코믹하게 그려진다.  

그러다가 어느 날 등장한 펀드 매니저 상용(최다니엘). 상용은 교회에서 만난 희중(이민정)과의 사랑을 이루어달라고 의뢰하는데, 희중은 시라노의 대표 병훈(엄태웅)과 오래전 헤어진 여인. 병훈은 떨떠름하게 의뢰를 맡지만 작전을 사사건건 방해하며 위기로 몰려 간다. 하지만 병훈의 잘못된 작전이 제대로 먹혀 들어 상용은 희중과 개인적인 만남을 갖게 되고, 병훈은 희중과 우연히 재회하게 된다. 희중은 상용과 병훈을 만나며 새로운 사랑과 옛사랑 사이에서 잠시 갈등을 겪고, 병훈은 희중에게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한다. 하지만 병훈은 프랑스 유학 시절,  희중을 믿지 못해 이별을 고했고 그로 인해 상처받은 희중은 병훈에게 다시 돌아가기가 쉽지 않다. 이런저런 곡절 끝에 병훈은 희중을 보내주는 것이 가장 큰 사랑임을 깨닫고 상용과 희중의 사랑이 이루어지도록 최선을 다한다. 시라노는 해체되고 다시 극단의 연출자로 돌아간 병훈에게도 새로운 사랑이 다가온다. 이것이 영화의 대략적인 스토리다.  

영화는 초반에 한 의뢰인의 의뢰를 진행하면서 스피디하게 진행되어 영화에 깊이 몰입하게 만들지만 중반 즈음에서는 조금 늘어지는 감이 있다. 특히 병훈을 좋아하는 민영(박신혜)이 카페에 나타나서 병훈의 애인 행세를 하며 희중과 대립하는 장면에선 꽤 지루해져서 저 지루한 장면이 언제 끝나나 싶기도 했다. 그 이전까지는 희중과 병훈의 연애시절 회상과 현실이 교차되는 편집이나 묘한 감정선 등이 잘 그려졌다 싶었는데 그 카페 신은 왜 그렇게 길고 지루하게 느껴지는지. 

시라노는 <시라노 드 벨쥬락>이라는 프랑스 희곡에서 따왔다. 연극으로도 공연되었고,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극중 병훈이 극 마지막에 연출한 연극이기도 하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을 사랑하는 사람의 부탁으로 대신 연애편지를 써주는 시라노에 대한 이야기로, 병훈의 캐릭터와 잘 겹쳐진다. 사랑을 표현하지 못하지만 정말 희중을 사랑하는 상용의 진심을 알게 된 후 그를 도와 희중과의 사랑이 이루어지게 해주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계속되는 두 사람의 인연이 이어지리라 기대했건만 예상과는 다른 결론. 나라면 다시 만난 사랑을, 헤어진 후에도 계속 가슴에 남는 사랑을 다시 놓치진 않았을 텐데 말이다. 영화에서도 <시라노 드 벨쥬락>의 결론에 대해서도 말해주지 않는다. 결론이 무엇이냐는 상용의 질문에 직접 영화를 보라고만 할 뿐. 그래서 나 역시 아직 결론을 모른다. 굳이 찾아보지도 않았다. 마음 한켠에 궁금증을 남겨두고 나중에 내가 직접 확인하려고.

각 배우들은 각자의 역할을 잘 살려냈다. 엄태웅, 드라마 <마왕>과 <선덕여왕>에서 조금은 오버액션하면서 진지했던 역할이 영화에서도 잘 살아난다. 적당히 제멋대로이고, 다혈직적인 병훈의 역할에 잘 어울렸다. 이민정, <꽃보다 남자>에서 처음 본 배우인데 이 여인네가 이렇게 예뻤던가 싶을 정도로 너무 예쁘게 나온다. 스크린을 가득 채운 그녀의 얼굴이나 미소가 너무 아름다워 눈을 떼지 못할 지경. 하지원의 뒤를 잊는 로맨틱코미디의 얼굴이 될 듯하다. 최다니엘, 어벙하면서도 사랑에 서툴고 다혈질인 상용의 캐릭터를 잘 살려냈다. 다음에는 스릴러나 범죄 영화 쪽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내재된 다른 모습을 잘 살려낸다면 배우로서 입지를 굳건히 할 수 있을 듯하다.   

조연들의 열연도 돋보인다. 박철민, 내가 좋아하는 배우. 그의 코믹한 존재감은 이 영화에서도 제대로 먹혀 들어간다. 권해효, 정말 우정출연 정도의 분량으로 출연하지만 그다운 넉살과 코믹함으로 악덕 사채업자의 모습을 잘 그려냈다. 김지영, 와인 바 사장으로 나와 핵심을 찌르는 대사 몇 마디 하며 주인공들의 맘을 좌지우지한다. 묘하게 코믹하고 진지한 모습이 김지영과 잘 어울린다. 송새벽, 그를 처음 보는데 이미 많이 알려진 얼굴이었다. 영화 초반에 등장해서 큰웃음을 안겨준 얼굴. 더듬더듬 책을 읽는 듯한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 정말 배꼽 잡고 쓰러졌다.  

이렇게 다양한 얼굴과 캐릭터들이 버무려낸 유쾌한 로맨틱코미디.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웃자. 영화는 영화일 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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